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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슬
작품등록일 :
2017.10.07 16:49
최근연재일 :
2017.11.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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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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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방과 후..


“대체 오늘 일은..”


민호는 수업이 끝난 이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그러면서 민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짜 이게 가능한 일이야?”


민호는 주변을 둘러보던 중,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지가 떠나가고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난 민호는 최면에서 풀려 어리둥절하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최면을 당했단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엉뚱한 곳에서 깨어났음에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최면에서 깬 이후,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평범하게 종례까지 마쳤다. 그리고 산을 내려가는 버스로 향하는 학생들은 지금도 서로 웃고 떠들며 즐기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민호는 그런 학생들 속에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었다.


‘오늘은 생각할게 좀 있다고 친구들을 밀어낸 것이 다행이었어. 아니었으면 정말로 폭발했을거야.’


민호는 주차장까지 같이 가자던 친구들을 밀어낸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 생각하며 앞을 보았다. 그리고 주차장의 출입구의 옆에 고급스러운 차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민호는 누군가를 기다리던 정장인이 자신을 보며 뒷좌석의 문을 연 것에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정장인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민호는 뒷문을 열고 자신을 보는 정장의 여인을 보며 그렇게 질문했다. 민호는 당분간 이지로 인해 미녀만 보아도 몸을 떨 것 같았다.

그리고 뒷문을 열어준 정장인 또한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녀는 민호를 보며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오늘부터 유민호님의 경호를 맡게 된 성신아입니다. 당분간 유민호님의 지근거리에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원래 계시던 기사님은요?”

“기사님은 당분간 휴가를 가지시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요.. 하긴.. 기사님도 쉬셔야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민호는 신아에게 그렇게 인사하며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민호는 잔뜩 화가 난 민아가 당분간 경호를 붙여두겠다 소리쳤던 것을 떠올리며 지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랬기에 민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민호의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경호원이 붙어 다니는 편이 더 안전할거야. 정체도 모르는 최면술사가 또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까. 분명 그 이름도 가짜겠지?’


민호는 자신의 잘못으로 붙은 경호원이 자신의 구명줄이 되었다는 생각에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차에 오르려던 민호의 눈이 도끼눈으로 변했다.

자리에 우뚝하고 멈춰선 민호는 신아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나한테 여자 경호원이 붙는 것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당신.. 대체 누구야. 이 느낌은.. 이 정도 거리가 되어서야..”


민호의 질문에 딱딱하게 굳어있던 신아의 표정이 풀렸다.

신아는 민호를 향해 헤픈 웃음을 지었다.

민호는 신아의 달라진 그 표정에 당황했다.


“좋은 기감이야. 역시 그 힘의 주인이라고 해야하나?”

“..뭐?”

“네가 원했던 경쟁은 어땠어? 재미있었어? 짜릿했어? 아니면 피가 끓어올랐어? 그것도 아니라면.. 살이 떨렸어?”

“너..너는..”

“자! 일단 차에 오르시고!”

“어엇!”


민호는 신아에게서 이지와 같은 묘한 힘을 감지했다.

그랬기에 민호는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지만 신아의 강한 힘에 민호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앞으로 넘어가버렸다. 신아에게 밀려 차에 탄 민호는 차에서 내리려 저항하려했다.

하지만 닫힌 문은 잠긴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 생각이 민호의 머릿속을 장악했다.


“탈출이 안된다면!”


민호는 신아를 태웠다가는 돌이킬 수 없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운전석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문을 잠그려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호의 저항은 무용지물이었다.

앞좌석과 뒷좌석의 사이로 벽이 생긴 듯 민호는 보이지 않는 벽에 튕겨나가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민호는 신아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을 보며 몸 전체가 뻐근해질 정도로 긴장했다.


“자!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이제 집에 가볼까? 당분간 함께 지내게 되었으니 말이야.”

“..정말로 네가 X야?”

“지금은 성신아. 아아.. 어제 내가 가지고 있던 힘을 뿌리고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원래 이렇게 급하게 뿌려서는 안됐는데.. 생각보다 그것의 주인이 빨리 등장해버렸지 뭐야?”

“정말로 X였어?! 너는 분명..”

“정말로 맞다니까? 그때의 모습은 당연히 변장이었지! 신비한 모습! 그만큼 이목을 끌기에 좋은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작으면 작을수록 경계심도 줄어들잖아? 물론 이 모습도 내 진짜 모습은 아니야.”

“변장..”

“맞아. 아무튼 1차 테스트는 합격. 전지전능의 힘을 하루만에 끌어내다니 너는 정말 대단해. 장유진에게 네 위치를 넌지시 알려준 것이 정말로 옳은 판단이었어.”

“장유진?”

“맞아. 네가 알기로는 최이지였지?”


민호는 X.. 신아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아직 신아의 말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앞으로 전지전능, 네 그 힘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시켜줄테니 긴장하라고! 자! 출발!”


민호는 신아의 활기찬 외침에 머릿속이 완전히 헝클어져 버렸다.


---


“그런데 장유진? 네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아는거야?”

“그건 내가 바로 지구의 관리자이기 때문이야. 최면의 힘. 그것은 내가 전해준거거든.”

“네가?”

“맞아. 전지전능이라는 네 최강의 힘처럼. 물론 방식은 조금 달랐어.”


민호는 신아의 이야기에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신아가 핸들에 몸을 기대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무튼 정말 문제라니까? 나는 그 힘의 주인이 이렇게 빨리 나타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래서 조금 느긋하게 힘의 주인을 찾아다녔는데 결국 문제가 되었잖아? 급하게 힘의 주인들을 찾아다니느라 인성에 대해서 잘 체크하지 못했단 말이지. 만약 희대의 악인이 힘을 얻었으면 어떡하지?”

“이미 그 여자만 봐도 악인이었는데..”

“이 사람 참.. 그 정도야 애교지. 사람이 그렇게 여려서 이 힘든 세상을 어떻게 살아남겠어?”


민호는 신아의 투덜거림에 그녀가 말한 악인의 기준을 몰랐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것에 민호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내게 이 힘을 준 이유가 뭐야.”

“힘? 그건 네가 경쟁을 원해서였잖아.”

“하지만 나는..”

“왜. 이런 것을 바란건 아니었나봐?”


민호는 운전석에 바로 앉아 룸미러를 통해 자신을 보는 신아와 눈을 마주쳤다. 민호는 신아의 싸늘한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내게 투덜거려봤자 얻는 것은 없어. 너는 선택받았어. 그렇기에 싸워야 해. 왜? 싸우지 않으면 죽을테니까. 특히 네 힘은 말이야.”


민호는 신아의 그 이야기에 몸을 가볍게 떨었다.

목에 면도날이 닿았던 감촉은 아직도 민호의 기억 속에 생생했다. 무심결에 손을 들어 목을 쓸어내린 민호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하지만 이건 사기 아니야? 나는 경쟁을 원했지 사투를 원하지 않았어.”

“아아~ 뻔해도 너무 뻔하잖아? 네가 기준을 정해준 것도 아닌데 나한테 왜 그래? 경쟁을 선택한 것은 너였고 카드를 뽑은 것도 너였어. 모든 것은 네 의지로 이루어진 일이야. 그런데도 계속 발뺌할거야? 전 차원 최강의 힘을 쥐고서?”


민호는 신아의 그 이야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신아의 말처럼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선택을 내렸으면 후회하지 말고 전진하라는 것이 스스로가 품은 신조였다. 민호는 신아의 불쾌하다는 듯 날선 목소리에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좋아.. 그러면 네가 날 다시 찾아온 이유가 뭐야. 그리고 그 여자는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어.”

“그거야 당연하지. 네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머릿속에 매뉴얼을 집어넣어줬거든. 그래서 걔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수 밖에 없지.”

“그런데 나는 왜!”

“쯔쯔쯔..”


민호는 신아의 전혀 죄책감 없는 목소리에 울컥하며 크게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에 돌아오는 것은 혀를 차는 소리였다. 민호는 신아의 혀 차는 소리에 몸에 힘이 쭉 풀렸다.


“..하?”

“전지전능.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이 가능한 힘이야. 그런 힘을 가진 인물에게 매뉴얼만 쥐어줘서 되겠어?”

“..그러면?”

“당연히 감시를 해야지. 다른 신의 조각들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너니까.”

“신의 조각?”

“맞아. 너희들은 공석이 된 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중이야. 나는 그 신의 대리자고. 나를 제외한 다른 대리자들은 타 차원에서 신의 조각들을 만들어 냈을거야. 조각들은 하나하나 모이게 될거고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되겠지. 승리자는 새로운 신이 되어 전 차원을 관리하게 될거야.”

“미친.. 말도 안되는 소리잖아..”

“말이 안된다고? 어째서? 집단최면과 그 최면을 푸는 힘. 이미 직접 실감했잖아.”


민호는 신아의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카드를 꺼내들어 다시 한번 이름을 읽었다.


“그러고보니 지석이는 여기 적인 글을 읽지 못했어.”

“당연해. 거기에 적힌 글은 신어니까. 신과 신의 후계인 조각들만이 읽을 수 있는 글이야. 아! 물론 대리자들도.”


민호는 신아의 당연하단 답변에 헛웃음을 흘렸다.


“후계? 하.. 그렇게 후계구도에서 그렇게 빠지고 싶었는데 이런 살벌한 후계 싸움까지 끼어들어야 한다는거야? 스케일이 커져도 너무 크잖아?”

“크면 클수록 재미있겠지?”


민호는 신아의 재미있다는 듯 웃음기 섞인 말에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그리고 카드를 이번엔 지갑에 넣었다.


“심란하니까 농담은 그만둬. 그래서 날 감시하고 가르쳐주려고.. 남은 힘을 급하게 지구에 풀었다는거야?”

“맞아. 그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것 뿐이야.”

“그 많은 카드를.. 천천히 했어도 됐잖아.”

“천천히? 너는 전지전능이 무슨 뜻인지 몰라? 신의 힘 그 자체를 가져놓고도 느낌이 안 오는거야?”

“그게..”


민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몰아붙이는 신아의 말에 당황하고 말았다. 신아는 민호의 그 모습에 낮게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에 민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게 혼날 일이야?”

“하아.. 네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으니 한번만 말해줄게. 전지전능. 즉 네가 가진 것은 신 그 자체의 힘이야. 물론 반쪽짜리에 불과하지만..”

“반쪽?”

“맞아. 왜냐면 네 힘의 반쪽을 다른 신의 조각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도 네가 가진 힘은 막강해. 그만큼 다루기 어렵고 힘이 다루더라도 폭주할 확률이 높다는거야. 그런 힘이 폭주하게 된다면?”

“..큰일이 나겠지.”

“정답. 지구에는 대재앙이 닥치게 될거야. 물론 폭주를 하는 것은 힘이 될 수도 있고 네가 될 수도 있어. 나는 그것을 막아야 할 사명이 있고 말이야.”

“힘이라면 몰라도 내가 폭주를 한다고?”

“큰 힘을 가지고도 네가 지금과 같을거라 생각해? 힘에 잡아먹히지 않을거라 확신할 수 있겠어?”

“나는..”

“아아.. 희망사항은 접어둬. 아무튼 나는 너를 감시하고 따라다니며 널 교육할 의무가 있어. 그래서 매뉴얼을 네 머리에 주입하지 않은거야. 바로 내가 있으니까.”


민호는 신아의 이야기에 침묵했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민호의 손은 투명한 벽에 막혀 신아를 건드리지 못했다.


“나 지금 운전중인거 안보여? 잘못하면 사고난다?”

“널 건들려한게 아니야. 벽을 만지려 했던거지.”

“알고 있었어.”


민호는 상큼해도 너무나도 상큼한 신아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지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손해였다.


“..만약 그 힘에 내가 먹혀 폭주했다고 쳐. 그러면 어떻게 일을 해결할 생각이야?”

“어떻게 해결하다니?”

“힘을 봉인한다거나 막 그런 것이 있을 것 아니야.”

“아아.. 그런거? 당연히 하나뿐이지.”

“하나?”

“맞아. 힘의 원천이 폭주하는거라면 나름 쉬워. 네 말대로 잠깐 동안 봉인하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너는 생명이야. 신이 정해놓기로 영혼의 봉인은 엄격하게 금지해놓았어.”

“그러면..”

“당연히 죽여야겠지?”


민호는 신아의 그 이야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신아의 죽인다는 말에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농담처럼 내뱉은 이야기였지만 민호는 그 안에 담긴 진실을 알 수 있었다. 민호는 신아의 답변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힘없는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면 다시 돌아와서. 장유진. 그 사람한테 내 위치를 알려준 이유가 뭐야.”

“쳇..”


민호의 질문에 신아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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