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함분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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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나
작품등록일 :
2012.04.24 01:05
최근연재일 :
2012.04.24 01: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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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2,478

작성
11.12.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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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
6쪽

4계 혼수모어

DUMMY

대략 한 시간을 계속 두드린 선우명은 옷을 빼서 어느 정도 이동했는지 살펴봤다.

“이동했다.“

눈곱 몇 개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동하긴 이동해서 선우명은 족쇄를 붙잡고서 잡아당겨 봤다. 처음에는 꼼짝을 하지 않았으나 잡아당기다 보니 조금씩 빠지다가 완전히 빠졌다.

여전히 발목에는 족쇄가 걸렸으나 도망칠 수는 있게 된 선우명은 도망치는 것보다는 창고 안을 뒤졌다.

이 몸으로 도망쳐 봐야 멀리 가지 못하기에 뭐라도 수를 쓸 생각으로 창고 안을 뒤졌다. 그러다가 자기와 죽은 황규의 짐을 찾아냈다.

황규의 집에서는 그가 쓰던 단검을 꺼내고 자기 짐에서는 석궁을 꺼내서 화살을 장전했다. 그러자 조금은 도망칠 자신감이 생겼다.

단검은 허리춤에 찔러 넣고 봇짐은 싸서 등에 멘 다음 손에는 석궁을 들고 언제든 쏠 준비를 했다.

“가자.”

자신감이 생기자 기세 좋게 문 앞으로 간 선우명은 살짝 문을 열고서 문틈으로 밖을 살펴봤다. 기세가 좋은 것하고 조심하는 것 하고는 별개였다.

문틈으로 밖의 동태를 살피던 선우명의 눈에 남자 셋이 보였는데 그 중 한 명은 배만 볼록 나온 남자였다.

‘제길!’

객잔하고는 외따로 떨어진 창고인지 정면에서 걸어오는 것이 도망쳐 봐야 쉽게 잡힐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지?’

한 명이면 기습적으로 석궁을 쏴서 죽이겠으나 하필이면 적은 세 명이었다. 한 명을 죽이면 둘이 남기에 싸워봤자 못 이기는 선우명은 어설프게 싸울 수가 없어서 망설이는데 불현듯 저들이 셋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설픈데다가 확신이 없으나 지금은 그걸 따질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저지르고 봐야 했다.

벌컥하며 문을 반쯤 연 선우명은 석궁을 들고서 세 명 중에서 가운데 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묶어둔 선우명이 밧줄과 족쇄를 풀고 나와서 공격할 줄은 꿈에도 몰라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눈에 화살이 꽂힌 채 뒤로 쓰러졌다. 한 명을 죽인 선우명은 이때다 싶어 외쳤다.

“아저씨! 지금이에요! 공격하세요!”

배만 불룩한 남자와 깡마른 남자는 선우명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서 어리둥절해했으나 서로 경계하며 거리를 벌리는 건 잊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잡아먹던 녀석들이라서 이들의 관계가 정상은 아닐 것이라서 도박을 걸어봤는데 다행히 그 도박이 성공했으나 아직은 아니었다.

“어서 빨리 죽여요!”

선우명의 시선이 배만 불룩한 남자에게로 향하자 깡마른 남자는 무슨 일인지 눈치챘다.

평범한 동료 관계였다면 이 정도로 순식간에 악화되지 않겠으나 이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자들이라서 서로 보는 눈이 남달라졌다.

“너 이 자식이!”

“나, 나 아니야!”

배만 불룩한 남자는 변명해 봤으나 이미 늦은 뒤라서 깡마른 남자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됐어!’

이걸로 한 명이 죽어주면 좋고 아니어도 멀쩡하지는 않을 것이라서 둘이 싸우는 동안 석궁을 장전하고서 기다렸다.

키나 덩치는 배가 불룩한 남자가 약간 우세했으나 실력은 깡마른 남자가 압도적으로 강해서 싱거울 정도로 쉽게 결판이 나버렸다.

순식간에 상대를 때려눕힌 깡마른 남자는 코를 뭉개느라 손에 피를 묻힌 채 일어나서 선우명을 노려봤다가 가슴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셋 다 쓰러졌으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서 화살을 하나 더 장전한 선우명은 쓰러진 배만 불룩한 남자를 향해 화살을 쏘고서 맞는 걸 확인하자마자 다음 화살을 장전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조심할 수밖에 없어진 선우명은 언제든 쏠 수 있게 석궁으로 겨누면서 다가갔다. 그리고는 쓰러진 세 명의 생사를 확인했다.

반사적으로 급소를 노리고 쏜 석궁이라서 셋 다 죽어 있었다.

“도망치자.”

이런 소란을 피워도 몰려오는 사람이 없고 이런 외진 곳에 다른 사람이 더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이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서 도망친 선우명은 몸을 숨긴 채 잠시 쉬게 됐다.

“나 진짜 험한 꼴 많이 당하네.”

또 죽을 뻔한 선우명은 자기가 너무 불쌍해서 안쓰럽기까지 했기에 당장에라도 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운다고 달라진다면 몇 번이고 울겠으나 불행하게도 운다고 해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울어서 바뀌는 건 눈뿐이기에 울지 않았다.

“거지같아도 한 가지 배웠다.”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배운 선우명은 아는 것이 하나 늘어났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선우명은 객잔 사람 셋을 이기지 못했다. 한 명 정도라면 석궁으로 어찌어찌 죽인다 해도 나머지 둘을 이기지 못하는데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관계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반석과도 같은 원소의 세력이 무너진 이유는 관도대전에서 조조에게 패해서가 아니었다. 전쟁에서 졌어도 여전히 원소의 세력은 조조의 세력보다 우위에 있었는데 무너진 이유는 인간관계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소 세력에서 첫 번째가 원소라면 두 번째는 원소의 군사이기도 한 저수인데 원소는 이 저수를 내쳤다. 그리고는 곽도와 순우경을 우대하며 중용했다.

저수는 기주 출신이고 곽도와 순우경이 중원이라 할 수 있는 하남 출신이라서 원소 휘하의 지역감정이 심화되었다. 여기에 원소가 병으로 급사한데다가 후계자 선정의 실패로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휘하에 이름만 대도 알만한 모사만 대여섯 명일 정도로 모사가 많았으나 모사끼리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조조와는 대조적이었다.

“정말로 좋은 거 배웠어.”

동탁을 제거하는데 이걸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지금은 낙양으로 안전하게 가는 것이 우선이라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서 눈을 부릅떴다.

“정신 차리자.”

혼자가 됐으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아까와 같은 꼴을 또 당할 것이고 그때는 이번처럼 운이 좋으리란 법이 없었다. 오늘은 운이 좋다가도 내일은 운이 나쁜 것이 인생이라서 운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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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계 혼수모어 +26 11.11.28 15,291 10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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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계 진화타겁 +8 11.11.24 15,496 102 7쪽
14 3계 진화타겁 +15 11.11.23 16,075 113 8쪽
13 3계 진화타겁 +14 11.11.22 16,446 116 7쪽
12 3계 진화타겁 +12 11.11.21 17,405 12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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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계 부저추신 +7 11.11.19 17,635 130 7쪽
9 2계 부저추신 +11 11.11.19 17,962 119 6쪽
8 2계 부저추신 +18 11.11.18 19,209 124 7쪽
7 2계 부저추신 +18 11.11.17 20,513 131 7쪽
6 1계 만천과해 +16 11.11.16 21,081 134 9쪽
5 1계 만천과해 +12 11.11.16 22,085 123 7쪽
4 1계 만천과해 +27 11.11.15 23,482 112 7쪽
3 1계 만천과해 +8 11.11.15 26,518 145 8쪽
2 1계 만천과해 +17 11.11.15 36,080 15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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