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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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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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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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18)

DUMMY

구리빛 피부에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지닌 그 총사가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아리엘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야. 이 몰골은 또 뭐고..."

벨린이 날카로운 눈맵시로 아리엘을 뜯어봤다. 그녀는 공격을 당했거나, 겁탈을 당했거나 둘 중 하나로 보였다. 갈색머리칼은 잔뜩 헝클어졌고, 항상 입고 있는 보디스 상체 부분이 뜯겨져 젖가슴과 쇄골이 반쯤 드러난 채였다.

벨린은 조안 데 아스티아노에게 눈빛을 흘겼다. 조안이 얼굴을 찡그렸다.

"악몽을 꿨었어." 그 말과 함께 조안이 비틀거렸다. 알레한드로 바레스가 중상에서 회복된 동료를 재빨리 부축해 쇼파에 앉혔다.

알레한드로가 소리쳤다.

"의사가 자네보고 2주를 못버틴다 했는데, 이렇게 깨어나서 걸어다니다니 말이 돼?"

고통에 헐떡거렸지만 조안은 필사적으로 말을 마치지 않았다.

"그녀가 그저 꿈일 줄 알았다구. 꿈을 꾸는 내내 악마와 싸워서, 도저히 현실을 구분할 수 없었어. 내가 깨어나고 그녀가 나타났을 때는 마침내 달콤한 꿈 때문에 내가 굴복해버리는 순간이었어. 헌데 그녀의 입술을 강제로 훔치려 들고 그녀의 몸이 따뜻하단 걸 아니까 뒤늦게 겁이 났던 거야. 정말 미안해. 그건 내 마지막 희망이었어. 그런데 스스로 더럽히다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몸으로 누구와 입을 맞춰?"

알레한드로가 기가막히다는 듯 혀를 찼다. 아리엘은 겨울새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손목을 벨린이 잡았다.

"잠깐 실례하지."

벨린이 그녀를 강제로 끌고 방으로 걸어갔다. 혼이 나간 듯한 조안 데 아스티아노는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입에서 "제길"하고 탄식이 나왔지만, 알레한드로 바레스는 그 의미를 전혀 깨달을 수 없었다.

벨린은 아리엘을 내실로 밀어넣었고 문을 굳게 닫았다.

아리엘은 내실의 침대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닦았다. 찢어진 옷이 벌어지며 붉게 손자국이 난 한 쪽 젖가슴과 쇄골 부분이 고스란이 드러났다.

"나는 조안이 실수했다 보지 않아. 너를 위해 일부러 회복되지 않은 척 연기했을지도 모르지."

아리엘은 흐느끼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벨린이 메마른 어투로 대답했다. "내가 너에게 그가 덮쳐도 저항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러면서 벨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리엘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저는 그럴 수 없어요, 도저히 그럴 수 없었어요."

"어쨌든 내말을 거역한 거지. 이교도에게 팔려버렸을 노예 주제에."

벨린은 별안간 노예의 표식이 각인된 그녀의 한쪽 팔목을 잡아 내려보았다. 아리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두려워서였다.

아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괴어서는 애원하듯 물었다.

"저를 그 자에게 줘버리려고 하시는 건가요?"

"내가 만약 죽는다면, 아리엘."

벨린이 묵묵히 말했다.

"이 전쟁에서 내가 죽으면 널 누가 돌보지? 내 얼마 안 되는 유산이 될 텐데."

벨린이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그리고는 멍하니 앉아있는 그녀에게 등을 보였다.

벨린이 말했다.

"오늘 밤 수도를 벗어나 톨레도로 가야 해. 그곳에서 대관식을 치르지 못하면 제국은 혁명의 물결에 휩싸일 거야."

아리엘은 힘이 풀려 그대로 침대에 주저 앉았다. 그녀가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저도 데려가 주세요. 전처럼 전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 전쟁은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이 아니야."

벨린이 주저앉은 여자 노예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리엘에게 말했다.

"나와 너를 닮은 내 원수의 운명이 얽힌 전쟁이지.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어. 어머니가 내게 주신 육감이 그녀가 내 모든 것을 헤치려고 전진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있어. 그러니 네가 죽는다면, 나 또한 죽은 거나 다름 없어. 아리엘. 그러니 너는 반드시 살아남아야해."

벨린 데 란테가 등을 보이며 방을 나섰다. 아리엘이 황급히 그를 따라나왔다. 밝은 거실로 나온 벨린이 걸음을 멈춰 섰다. 쇼파에 누워 있는 조안과 알레한드로가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벨린은 소리없이 웃었다. 그리고는 알레한드로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잠시 헤어져야겠군. 주안 스피놀라는 자네가 함께 이곳에 남아있길 바라네."

알레한드로가 단번에 이해했다.

"안 그래도 그럴 수밖에 없겠어. 나라도 조안을 보살펴야 하니까."

"아리엘을 부탁해." 벨린이 아리엘을 가리키며 말했다. "만일 내가 어떻게 된다면 내 유산을 잘 보살펴야 할 거야."

알레한드로가 모자 챙을 잡아 벨린에게 경례했다. 조안은 그저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자신이 한 짓을 마음 속 깊이 후회하는 게 틀림없었다.

벨린 데 란테는 모자챙을 잡아 알레한드로의 경례를 받았다. 그리고는 현관문을 열고 어둑어둑한 거리를 향해 나아갔다. 아리엘이 황급히 그를 따라나섰다.

"주인님!"

거리 밖으로 사라지려는 벨린에게 그녀가 외쳤다. 하지만 벨린 데 란테는 그녀를 되돌아보지 않고 어두욱 거리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달밤이 깊었다. 사위가 조용한 가운데, 아스틴 황궁 근처의 잡화상 거리에서 벨린 데 란테는 걸음을 멈췄다. 검은 프록코트와 삼각모, 검은 지팡이를 든 자코모 다빈치가 서 있었다. 안경을 쓴 키가 큰 노인이 정중히 모자를 벗고 절을 했다.

"자네의 냄새를 맡았네. 벨린 데 란테 대위."

"준비를 마쳤습니까, 박사?"

자코모 다빈치가 란툰어 억양을 섞은 히스파니아어로 대답했다.

"나는 항상 여행할 채비를 갖춰두고 있네. 여행을 하면서 자네와 새 여제에게 도움이 될 지식을 함께할까 하는데 어떤가?"

박사가 한 손에 든 여행용 가방을 들어보이며 웃었다. 벨린 데 란테가 정중히 말했다.

"제때 맞춰 오셨군요. 우리는 1시간 내로 출발할 테니까요. 단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적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는데다..."

흥미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늙은 마법사와 함께, 밤길을 걸으며 벨린은 메마르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사벨은 이제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요."


----------


힘든 한주였어요. 훈련을 길게 했거든요. 쩝. 아무튼 이제 훈련이 끝나서 다행이에요.


음. 쪽지를 보내주신 여러 분께 감사합니다. 저는 언제든지 쪽지를 환영해요. 세계관이나 주인공의 의도 같은 질문... 바로 답장은 힘들지만 꼭 드리고 있어요. 또한 리플에 바로 답을 달고 싶어도 제때 인터넷을 못하므로 늦어지는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문득 골든베스트 작품들이 부러워지는 요즘이군요. 뭐 밖에 나가면 못할 법도 없지요. 전체적으로 탈고도 많이 해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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