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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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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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2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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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40)

DUMMY

검은 마력이 사그라졌다. 안젤라 노스트윈드는 두 주먹을 쥐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몹시 격앙된 표정을 지고 있었다. 동공은 확장되어 있었고, 경적된 입술 사이로 이가 드러났다.

“무엇을 봤죠, 안젤라?”

사브레검을 든 올리버가 말했다. 레드코트 차림의 빌랜드 총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젤라는 어깨에 맨 자신의 머스킷총의 장전 상태를 살폈다. 장약접시의 장약과, 플린트락 격발 장치의 부싯돌이 완벽히 끼워져 있음을 확인하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올리버, 지금 당장 중대를 이끌고 저 광장으로 가.”

“하지만 대위. 저는 길을 모릅니다.”

“직진하면 돼."

안젤라가 내뱉었다.

"누구라도 가로막는 자들이 있다면 발포해버려. 나는...”

안젤라가 화약 그을음이 묻은 손으로 머스킷총의 장전 장치를 쳤다. 그녀의 브라운 베스 머스킷이 빌랜드어로 흔히 말하는 하프 콕(반 장전) 상태가 되자, 그녀가 말했다.

“나는 해묵은 감정을 청산해야 해. 그 자가 그것을 원하는 모양이니까.”

안젤라가 머스킷총에 소켓식 총검을 장착했다. 그녀의 눈빛과 총검 가운데 어느 게 더 달빛에 빛나는지 올리버는 알 수 없었다.

“1시간 후에 광장에서 봐. 내가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비어든 박사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그 벨린 데 란테라는 자가 나타났나요? 미스터 윌리엄 월콕을 죽인 자가요?”

“움직여, 올리버. 어서.”

안젤라가 이 말만을 남기고 가로등이 꺼진 어둠 속으로 뛰어갔다. 올리버는 질린 표정으로 그들의 상관이 이 낯선 도시의 거리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포성만 뺀다면 도시는 아직 멀쩡하구나. 불길이 치솟지도 않고, 시체가 즐비하지도 않아.”

권총을 든 이사벨 데 아라고른 여제가 작게 말했다. 그녀의 뒤에는 완전무장한 2개 중대의 근위총사대가 깃발을 내린 채 은밀하게 따라왔다. 마치 적국의 도시를 습격하는 것처럼, 그들의 행동거짐은 신중하고, 조용했다. 그들이 떠난 사이 어떤 음모가 이 위대한 도시에 도사리고 있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사벨이 이죽거렸다.

“하룻밤 사이에 황좌가 바뀌길 원했던 모양이지? 그 자들의 진정한 목적은 뭘까? 왜 이런 도박을 하는 걸까?”

머스킷총을 든 벨린이 말했다.

“오래 전부터 원한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겠지요. 아니면 이해관계가 얽혔거나.”

“주안 스피놀라.”

이사벨이 화를 냈다.

“그 망할 배신자가 짐을 기만했다. 그 역적이 너와 정 반대의 정보만 흘리지 않았어도, 짐은 다니치 전선에 있던 정규군을 수도로 돌려 동방회사를 제거했을 것이다.”

다빈치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밤에는….”

손에 지팡이를 든 다빈치가 하늘을 올려보았다. 초승달이 그들이 위치한 다층의 석조 상회건물 위에 걸쳐 있었다.

“초승달이군요. 오늘이 그리안력으로 1701년 5월 1일이니…. 천체의 움직임이 음의 마력을 따르는 날입니다.”

여제와 갈색머리 총사가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마법사가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천체의 움직임, 즉 별자리는 이 세계에 어떤 에너지가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해주는 척도입니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빌랜드의 마법사들이 주로 쓰는 흑마법이 강대해지는 날입니다. 흑마법은 주로 달의 움직임에 연관되는데, 그믐날도 만월이 지는 날도 아닌 초승달이 가장 적격입니다.”

여제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물었다.

“그 역적들이 일부러 이 시점을 노렸다는 말이냐?”

다빈치가 대답하려던 때였다. 검은 프록코트를 입은 그 노인이 별안간 번화한 상점가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벨린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눈을 깜빡였다. 그가 멈추자, 이사벨 여제를 포함한 모든 총사들이 덩달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자코모가 벨린을 힐끔 쳐다보며 작게 말했다.

“자네도 그걸 느꼈나?”

“불쾌하군요.” 그가 상점가 쪽을 노려봤다. 자코모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뇌까렸다.

“누군가 주변을 탐색한 거야. 물질의 속을 뚫는 음의 마력을 사방으로 광선처럼 뿜었다 거둬들인 거지. 그 자는 아주 가까이 있어. 기껏해야 한 블록 너머에 있는 모양인데, 평소에는 마력을 잘 숨기고 다니는 모양이군.”

벨린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자코모가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자네도 그걸 느끼나? 그 불쾌한 느낌을? 자네는 마법사가 아닌데?”

“마녀의 피를 물려받은 덕택이지요. 아무렴 상관없어요. 그치들이 마법을 쓸 때마다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벨린이 몸을 숙인 채 여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발각됐습니다, 폐하. 옥체를 안전히 하시기 위해 당장 이곳에서 떠나야 합니다.”

이사벨은 당황해했다.

“짐은 그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란 말이냐?”

“다빈치 박사, 폐하를 모시고 가시지요.”

“자네 혼자서 되겠나?”

신경이 날카로워진 자코모가 내뱉었다. 반면 벨린은 초연했다.

“나는 이 자가 누군지 압니다.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늘을 기다렸어요. 당신의 상대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다빈치가 달이 떠오른 방향을 가리켰다.

“벌써 왔군.”

벨린 데 란테가 고개를 들었다.

여러 층으로 지어진 석조 건물 지붕 위에서 사람 실루엣이 달빛을 등에 업고 서 있었다. 어둠이 드리워진 붉은 제복에 끝이 날렵한 트라이플 삼각모를 쓴 용모였다. 그 모습에, 여제를 호위하던 수백 명의 히스파니아 근위총사들이 동요했다.

레드코트 머스킷티어. 아니, 그 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벨린에게는 머스킷트리스인, 그 빌랜드의 여자 총사가 그와 70미터 가까운 곳에 마주보고 서 있었다.

벨린이 그 숙적에게 금속처럼 차가운 눈빛을 쏘았다. 붉은 제복의 머스킷트리스는 동상처럼 서 있었다. 총사대원 몇몇이 그 표적에게 머스킷총을 겨눴다. 히스파니아의 강선총이라면 충분히 맞출 수도 있는 거리. 총사들에게 둘러싸인 이사벨 여제가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벨린이 크게 외쳤다.

“안젤라 노스트윈드!”

곧 어둠 속의 숙적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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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헬은 영국인들이 주로 쓰는 욕입니다... 뭐, 우리 식의 강도라면 니X럴, 줸장, 이 정도보다 좀 더 센 그런 단어지요.


요즘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학교 준비하면서 시간을 내어 이 글을 탈고하였지요. 잘못된 문장을 고치고 설정을 확립하고 글을 다듬어서...


드디어 군 생활 하던 도중 꿈에 그리던 출판사 투고를 했습니다.


여러 군데 해봤는데 솔직히 자신 없어요. 글에 약점도 많고, 한떄는 그 약점을 잡기 위해 수정을 해볼까 고민했는데.. 여기서 수정하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옛날의 그 악몽이 떠올라서) 마음을 진정했답니다.


아무튼 드디어 싸웁니다. 서로를 원수로 아는 두 비범한 남녀가.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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