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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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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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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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1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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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45)

DUMMY

까트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너와 벨린 데 란테의 관계가 어땠는지 물어봐도 될까?”

“주인님과의 관계요?”

아리엘이 축축이 젖은 눈동자로 고개를 들었다.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죠."

아리엘이 벽에 기대어 천장을 보았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에서 쏟아진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 모습에 까트린은 저 총사의 여시종이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갈색머리털을 늘여뜨린 아리엘의 눈가에 눈물이 한 줄기 뺨을 타 흘렀다. 부끄러움이 아닌, 그리움과 간절함이 깃든 감정의 산물임에 분명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리엘이 울면서 흐느끼는 소리는 방안에 무거움을 깔아놓았다.

아리엘과 마주보고 있던 까트린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여종의 곁에 가까이 다가와 옆에 앉은 후 입을 열었다.

"벨린이 너를 심하게 다뤘던 거야?"

"그런 건 아니에요. 절대로."

아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까트린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입을 막은 채 흐느끼던 아리엘이 몸을 떨며 말했다.

"주인님은 평소에는 차갑기 그지없었지요. 제가 만났던 주인들과 마찬가지로 저를 인간 이상으로 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차가운 모습 속으로 남들과는 다른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이었죠. 저는 그런 기분을 주로 술에 잔뜩 취해서 돌아오실 때 느꼈어요. 제 몸을 만지고, 비비고, 쓰다듬고 입을 맞춘 후 골아 떨어지고는 하셨죠. 마치 어린아이처럼요."

"그... 그래?"

까트린이 놀라움에 입이 벌어져서 말했다.

"너는 그럼... 그와 하룻밤을 많이 보냈겠구나."

"아니요."

아리엘이 부정했다. 까트린은 당황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옳지 못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의 그 찌릿하면서도 황홀한 아픔을 저 여종도 느꼈나 싶어 실언을 한 모양이었다.

"사실…. 주인님은 저를 가지고 인형놀이를 하셨던 거예요."

아리엘이 작게 중얼거렸다. 까트린은 이번에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저를 다른 누군가, 예쁘장한 갈색머리 여자로 여기고서요. 아주 나쁜 여자였대요. 그녀를 대신하고 저를 벌한 거지요."

"그 여자와 무슨 관계였는데?”

까트린의 물음에 아리엘이 치기를 드러내며 내뱉었다.

“사랑하는 사이였나봐요. 지금은 원수지간이 되었지만요.”

슬슬 까트린은 짐작이 갔다. 아리엘이 왜 자기 주인을 무서워했었는지 말이다.

“저는 주인님을 사랑했어요.”

아리엘이 울면서 고백했다.

“그래서 주인님이 제 모습으로 다른 여자를 길들이는 게 무서웠고 참을 수 없었던 거예요. 저를 통해 다른 존재에게 집착을 보인 거니까요. 그것도 마음의 상처를 입어 생긴 집착을요.”

까트린은 침울하게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아리엘은 눈물을 바닥으로 뚝뚝 떨어뜨렸다.

“주인님은 그 원수와 결전을 치른다고 가셨어요. 무사히 돌아오지 못하리라 여기셨는지, 저를 대신 보살펴줄 다른 이를 점찍어 두기까지 하셨지요. 부상을 입은 저 금발머리 총사님을요….”

아리엘이 조안을 가리켰다. 피로 물든 총사대 제복 차림에, 머리와 가슴에 붕대를 맨 그 총사는 몽롱한 얼굴로 알레한드로의 부축을 받고 들어오고서는 지금껏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잠만 자고 있었다.

아리엘은 그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처럼.

“저는 저 분과 일주일 정도 단 둘이 있었어요. 저 분은 저와 오래 있고 싶어했지요. 그래서 주인님과 동료들을 속이고 차도가 없는 것처럼 위장을 했답니다. 저는 저 분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요.”

까트린은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호소력 있는 하소연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러한 말을 해보지 못한 여자 노예가 생전 처음으로 심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어젯밤, 침대에 누워있는 저 분의 수발을 들고 있는데, 제 입술에 입을 맞춰도 되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겁이 덜컥 나서 안된다고 했어요. 그것은 제 주인님만의 특권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말을 하자마자 저분께서 불같이 화를 내더니 저를 덮쳤어요. 윗옷이 찢어져서 거실로 도망치는 와중에 주인님께 그 모습을 들켰는데…. 주인님은 도리어 "왜 가만히 있지 않았냐"며 저를 나무라고 그 전쟁터인가 하는 곳으로 떠나셨지요.”

서운섭섭한 마음 때문인지, 아리엘이 다시금 훌쩍거렸다.

“주인님이 불쌍해요. 주인님을 그렇게 만든 여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만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친 아리엘은 가만히 앉아 몸을 떨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동병상련의 아픔도 잠시. 까트린은 그녀가 추위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이들에 비해, 아리엘은 고작 허리를 조이는 보디스형식의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었을 뿐이었고, 밤이 되어 그런지 방안은 싸늘했다.

까트린은 아리엘의 어깨에 자기가 착용하고 있던 푸른색 돌만(후사르가 입는 재킷의 일종)을 걸쳐주었다. 곰털로 만든 이 기병의 웃옷은 아리엘에게 딱 잘 맞았다.

아리엘이 고개 숙여 절했다.

“고맙습니다. 나으리.”

“솔직히 고백하겠는데, 너는 나의 경쟁자야. 아리엘.”

까트린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급상황이니 서로 도와야 되겠지. 저 주도면밀한 놈들이 언제 이 은신처를 찾을지 알 수 없어. 아, 마마께서 정신이라도 차리신다면 한결 나을 텐데.”

까트린이 나지막이 한숨을 쉬던 그때였다.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아리엘이 문득 무엇인가를 들었다.

“발자국 소리하고, 사람 목소리가 들려요.”

“뭐? 이런, 젠장!”

까트린이 나지막이 외치며 벽에 귀를 댔다. 아리엘이 말한 대로였다. 알현실의 복도에서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곳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발음은 분명치 않았지만, 여러 명이 명령을 받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듯한 뉘앙스였다.

"어떡하죠?”

긴장한 아리엘이 속삭였다. 까트린은 손가락으로 알레한드로를 가리켰다. 아리엘이 옆에서 골아 떨어진 거인 총사를 흔들어 깨우는 사이, 까트린은 아직도 주기도문을 라투니스어로 외우는 디에네 황녀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디테움, 디테움.”

디에네 황녀의 기도는 거기까지였다. 까트린이 급한 나머지 황녀의 뒤를 덮쳐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먹은 것이었다.

“마마, 용서하소서.”

디에네가 질식당하는 사람처럼 발버둥 쳤지만 까트린은 팔에 힘을 주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


1박2일로 여행을 갔다왔습니다. 설악산과 속초, 양양을 돌았지요. 이 글의 반은 설악산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권금성 전망대서 쓰였구요, 나머지 반은 낙산사 찻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가운데 쓰였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끝없는 수평선과 푸른 바다에 영혼을 잠시 관광태워 봤지요.

가장 재밌던 것은 낙산사 아래 방파제에서 낚시대 빌려가지고 한 바다낚시네요. 혼자 간 여행이라서 여유도 있었구요. 손맛도. 캬.

밤차를 타고 오늘 돌아와서 글을 정리하고 올립니다. 많이는 못썼네요. 놀기에 바빠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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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베나레스의 총사(143) +22 08.12.06 2,507 9 9쪽
144 베나레스의 총사(142) +22 08.12.04 2,538 11 10쪽
143 베나레스의 총사(141) +29 08.11.30 2,618 11 9쪽
142 베나레스의 총사(140) +20 08.11.28 2,527 11 7쪽
141 베나레스의 총사(139) +17 08.11.25 2,635 12 10쪽
140 베나레스의 총사(138) +26 08.11.18 2,832 14 7쪽
139 베나레스의 총사(137) +20 08.11.17 2,669 13 7쪽
138 베나레스의 총사(136, 겸 전역 공지) +39 08.11.13 3,155 10 10쪽
137 베나레스의 총사(135) +12 08.11.09 2,981 11 8쪽
136 베나레스의 총사(134) +20 08.11.07 2,780 13 10쪽
135 베나레스의 총사(133) +16 08.11.06 2,789 11 8쪽
134 베나레스의 총사(132) +15 08.11.04 2,736 10 8쪽
133 베나레스의 총사(131) +13 08.11.02 2,930 13 6쪽
132 베나레스의 총사(130) +18 08.10.26 3,024 12 8쪽
131 베나레스의 총사(129) +18 08.10.11 3,141 10 8쪽
130 베나레스의 총사(128) +29 08.10.04 3,147 12 7쪽
129 베나레스의 총사(127) +16 08.09.28 3,185 15 7쪽
128 베나레스의 총사(126) +25 08.09.20 3,241 12 7쪽
127 베나레스의 총사(125) +24 08.09.19 3,127 10 9쪽
126 베나레스의 총사(124) +27 08.09.15 3,280 11 8쪽
125 베나레스의 총사(123) +20 08.09.12 3,440 13 11쪽
124 베나레스의 총사(122) +20 08.09.07 3,526 12 6쪽
123 베나레스의 총사(121) +29 08.08.31 3,558 11 7쪽
122 베나레스의 총사(120) +36 08.08.29 3,367 12 8쪽
121 베나레스의 총사(119) +16 08.08.24 3,395 13 8쪽
120 베나레스의 총사(118) +12 08.08.23 3,309 11 7쪽
119 베나레스의 총사(117) +24 08.08.16 3,469 9 7쪽
118 베나레스의 총사(116) +18 08.08.15 3,591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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