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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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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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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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30)

DUMMY

까트린은 잠시 수도를 배회했다. 아스티아노 시내의 번화한 거리들을 순회하며 정황을 수집하려 애썼다. 그녀는 치안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거리는 평온했고 소요의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황제 서거 이후 도시 곳곳에 배치된 헌병군들은 도리어 태만에 빠져 있었다.. 까트린은 그들에게 수상한 낌새가 없냐고 물었지만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새 여제 폐하와 주님의 은총으로 평온하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곧 배치 명령도 풀리고 일상으로 되돌아오겠지요."

까트린은 헌병군들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비록 직감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이 상황이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다고 생각했다. 증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더러운 수작이 어딘가에 숨어 있고 벨린 데 란테는 이미 그 수작을 알아차렸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총사는 그녀에게 아무런 충고도 해주지 않았다. 대체 어쩌란 말인가.

변절한 추기경이 이런 태만을 조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헌병군 총사령관이 어디에 있는지 까트린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여러 징조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은 것에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카라비나리(헌병군)들은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 그러니 이 사태에서 누군가의 기습을 받는다면 속절없이 당할 것이다. 헌병군은 군대와 군대의 전투가 아닌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군이기에 주도면밀한 반란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 대위는 그녀답지 않은 편집증적인 고민을 하며 말에서 내려 걸었다. 말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실증이 나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기병이라는 데 실증이 난 것이다. 이 상황에 벨린 데 란테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는 여제를 따라 톨레도로 간 모양이었다. 수도와 수도에 남은 제2황녀보다는 여제의 안위가 그에게는 더 중요할 테니까.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든 수도를 사수해야 할 것이다.

까트린은 말을 끌고 산 마르틴가를 향해 걸었다. 사람들과 마차가 돌아다니는 제국 금융의 중심지에서 그녀는 여제가 섭정시절에 설립한 제국 중앙은행과 히스파니아 동방회사 건물로 시선을 고정했다. 십자가와 독수리 황실 인장이 교차된 제국 국기가 건물들의 깃대 위에 높이 휘날렸다. 그곳의 경비병들은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군의 푸른색과 붉은색이 혼합된 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예전의 그녀라면 진작에 저들에게 보복을 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다르다. 그녀의 뇌리 속에는 벨린 데 란테에게서 배운 교훈이 불에지진 상처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성급히 움직일 필요는 없어. 나는 황녀 마마를 모시는 지위에 있으니까. 놈들에게 빈틈을 보이면 안 돼. 대신 놈들이 움직일 때까지 정황을 살피며 기다려야지.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으니까.'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이를 깨물며 산 마르틴 광장으로 돌아갔다. 총사대 중령이 언급한 회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수도에 주둔한 치안세력 가운데 가장 우선권이 주어진 집단은 총사대였다. 그것도 그 주안 스피놀라인가 하는 중령이 쥐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총사대장을 대신하여 여제의 명을 받들고 있었고, 그러니 헌병군의 지휘관들도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터였다. 다른 이유도 아닌, 황명을 받들고 있다는 그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까트린은 그녀가 섬기는 주인을 위하여 주변 동향을 파악하는데 신경을 곤두서야 했다. 그 자리에 참석하여 누가 반역자이며, 누가 애국자인지 가려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까트린은 진지한 얼굴로 성 마르틴 광장을 가로짓기 시작했다. 그녀의 왼쪽에는 초대 황제 펠레페1세의 청동상이 서 있었고, 그 오른쪽에는 최초로 머스킷을 제식화하여 총사대를 창설한 곤살로 데 코르도바 원수의 청동상이 서 있었다. 7미터 크기의 벽돌 단 위에 5미터 크기로 서 있는 그 동상 사이를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걸었다. 그 너머로 아스틴 궁정의 정문과 그 앞에 진을 친 일렬의 기병대가 보였다. 금술달린 견장을 착용한 수십여명의 기병들이었다. 황실의 용기병대일까 싶어 까트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기병대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성 세바스찬 흉갑기병대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벨라트리스 중령이 온 것이다.

까트린은 서둘러 말 위에 올랐다. 같은 기병들 앞에서 말을 끌고 걸어가는 짓은 창피한 일이었다. 사실 그것보다는 상관이었던 벨라트리스 중령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보고 싶은 심정 때문이기도 했다. 마음이 들떠서였다.

말에 탄 벨라트리스가 보였다. 금술달린 기병대 제복을 차려입은 멋진 사나이였다.

"중령!"

까트린의 외침에 기병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말 고삐를 움켜 잡고 말울음소리와 함게 급정했다. 몇몇 기병대원들이 까트린 데 세비아노 대위에게 모자 챙을 잡고 경례했다. 경외심을 드러내는 듯한 태도였다. 평판이 좋지 못했던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기에 까트린은 내심 깜짝 놀랐다.

벨라트리스가 여 기병대원의 표정을 읽었다.

"귀관을 다시 보게 되니 반갑군."

"아닙니다, 중령."

까트린이 모자를 벗고 목례했다. 벨라트리스가 모자 챙을 잡고 경례를 받으면서 껄껄 웃었다.

"나는 어디서 시체로 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시체가 되는 되신 폐하께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았지요."

까트린이 긴장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녀는 항상 상관과 마주하면 긴장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가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으므로. 벨라트리스가 그녀를 쓰윽 쳐다보더니 다시금 기병대원들을 이끌고 아스틴 황궁으로 걸어가듯 움직였다. 까트린이 그의 옆에 따라붙었다.

까트린이 희망에 들떠 제차 물었다.

"제가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기병대 중령이 밝은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귀관이 어떤 임무를 맡았든 놀랍지 않아. 대신 귀관이 좀 더 숙녀다워진 것 같아 맘에 드는군."

"저를 또 놀리시는군요."

까트린이 벙쩌 내뱉었다. 벨라트리스가 다시 한번 껄껄 웃었다.

"귀관을 놀리는 건 아니야. 디에네 데 아라고른 황녀의 호위를 다시 맡았다며? 진심으로 축하하네."

"알고 계셨군요."

벨라트리스는 잠시 대꾸를 하지 않았다. 황궁으로 들어가려는 기병들을 머스킷총과 제복차림의 위병 총사대원들이 막았다. 벨라트리스가 위엄있게 말했다.

"흉갑기병대의 벨라트리스 중령이다. 그대들의 상관이 소집한 회의에 참여 차 왔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중령."

총사대원들이 머스킷총을 들어올려 경례했다. 벨라트리스의 기병대가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까트린이 말했다.

"총사대의 회의에 참석하러 오셨군요. 주안 스피놀라를 만나보신 적 있습니까?"

"유쾌한 총사대 장교라고 들었다."

"저도 그 회의에 참여합니다. 황녀마마의 호위 기병 자격으로요."

순간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자신이 실언이라도 했나 싶어 뜨끔했다. 벨라트리스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해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까트린은 짐작하지 못했다.

벨라트리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귀관에게 중요한 정보를 주겠다. 귀관은 이 말을 듣는 대로 회의장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

수시2차로 대학입학시험 보느라 일주일을 쉬었는데요.(지금 다니는 학교가 맘에 안들어서 다시 다니려고) 시험은 미역국 먹었고, 선작도 선작대로 떨어졌으며 글감각도 떨어져 쓰기가 힘드네요. 허허.. 인생무상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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