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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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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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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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16)

DUMMY

18장 - 혁명전쟁


전통적으로 히스파니아 제국 주재 빌랜드 대사관은 아스티아노 근교 그리아노읍의 맨션에 자리잡고 있었다. 히스파니아가 빌랜드 대사를 받아들인 시기는 1012년 펠리페1세가 양국과 협약을 맺을 때였고, 양국의 관계가 변할 때마다 여러 번의 폐쇄와 복권이 있었다.

1642년 30년전쟁 초반, 제국 정부는 빌랜드 대사 요크햄프턴 자작 제임스를 추방했다. 그리고 곧 이어 양국은 구교 신교 다툼으로 발발한 30년전쟁으로 전쟁에 돌입했는데, 이는 대사관이라는 것의 존립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해주는 사례였다.

황제가 서거한 그날 저녁, 아직까지 빌랜드 대사관은 그 권리를 인정받았다. 전시를 제외하면 에우로파의 어느 정부도 각국의 대사 활동을 제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사관은 언제 어느 때나 해당국가의 철저한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잠재적인 적성국 대사관이라면 더더욱 이런 경향이 심했다.

빌랜드 대사관 건물은 제국 초기 시절의 지붕이 뾰족한 맨션으로 벽돌로 쌓은 담장과 정원, 분수대가 갖춰져 있었다. 뾰족한 지붕의 꼭대기에는 빌랜드 국기와 빌랜드 왕실을 상징하는 금빛사자가 그려진 인장 깃발이 게양되어 있었다.

대사관은 치외법권을 인정받는 시설이었으므로 자국의 경비병을 주둔시킬 권리가 있었다. 빌랜드 대사관의 경비는 그 유명한 빌랜드의 총사들, 바로 '레드코트'들이 담당했다. 0.75구경의 브라운 베스 머스킷총으로 무장한 붉은 군복의 총사들은 현 빌랜드 대사 웨섹스 백작 네빌 위즈워즈가 빌랜드군 웨섹스 제32연대에서 선발한 정예보병들이었다.


석양이 감도는 히스파니아의 붉은 대지에 우뚝 선 대사관은 마치 낯선 세상에서 온 것처럼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풍겼다. 섬나라 특유의 음울한 기후가 정열적인 남에우로파와는 맞지 않는 듯했다.

대사관의 정문은 남향이었고, 장미덩굴모양으로 주조한 검은 철문이었다. 문의 외부는 히스파니아 총사대가, 내부는 빌랜드의 레드코트들이 경비를 섰다.

히스파니아의 많은 정규군들 가운데 총사대가 대사관의 경비를 서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외교분야는 황실이 직접 관장해야 한다고 여겨져 왔고, 그로 인해 각국 외교사절들의 보호와 감시의 임무가 총사대에게 주어진 거였다.

석양이 질 무렵, 마차 한 대가 대사관을 향해 움직였다. 아스티아노, 정확히 말하자면 산 루첸가의 금융가에서 온 그 마차는 은박을 입힌 장식이 일색이었고 정 가운데에 히스파니아인들로서는 낯익은 인장이 각인되어 있었다. 히스파니아 동방회사를 상징하는 알파벳 이니셜이 삼각형의 세 변에 배치된 형태였다.

히스파니아의 모든 인사들은 대사관을 방문할 시 황제의 칙허장이 있어야 했다. 경비를 서던 히스파니아 총사들은 마차를 세우고 히스파니아 동방회사 소속의 그 마차가 무슨 용무로 대사관을 방문하는지 알고자 했다. 이윽고 창문이 열리며 검은 리본으로 뒷머리를 묶은 은회색 가발을 쓴 젊은 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총사들은 바라보지도 않고 품안에서 두루말이 문서를 꺼내 넘겼다.

총사대 대위가 칙허장을 받아 읽었다. 그리고는 위엄있는 어조로 정중히, "용무는 무엇입니까. 세뇨르." 하고 물었다.

마차에 탄 젊은 신사가 사무적으로 말했다.

"상공업에 종사하는 신민으로써 제국의 이익이 된다면 악마와도 협상을 할 것."

"실례했습니다. 돈 주스티안 데 모리체."

대위가 삼각모의 챙을 잡아 경례한 다음 칙허장을 도로 건내주었다. 돈 주스티안은 자연스레 칙허장을 받았다. 그리고는 오만한 눈맵시를 고개숙여 감추고서는 창문을 닫았다.

양측 경비병들이 창살문을 열었다. 마차가 대사관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가운데 하얀 칠을 한 현관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문을 지키는 두 빌랜드 경비병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는 머리칼을 두갈래로 땋아 넘긴 빌랜드풍 가발에, 검은 조끼를 받쳐입은 긴 프록코트 차림이었다.

마차가 그 앞에서 멈췄다. 빌랜드풍 복장을 차려입은 그 청년 신사가 마차문을 직접 열었다.

"로드(Lord) 저스틴."

빌랜드 사내가 손님의 이름을 빌랜드식으로 고쳐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돈 주스티안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쥔 채 그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렸다. 은회색 정장 차림의 히스파니아 신사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환영합니다. 저는 백작의 비서관 맨체스터입니다."

빌랜드 사내가 능숙한 히스파니아어로 자기를 소개했다. 그리고는"저를 따라오시지요" 하고 몸을 돌려 손님을 대사관 안으로 안내했다.

대사의 비서관은 신속한 발걸음으로 응접실에서 계단으로 올라가서는 바로 오른쪽 끝의 큰 문으로 인도하여 문을 열었다.

히스파니아 신사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빌랜드인 대사가 데스크 앞에 앉아 있었다.

빌랜드 대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붉은색 벨벳천에 금실로 옷단추장식을 한 고풍스런 정장 차림이었다. 몸집은 작았으나 나이는 이미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양쪽으로 말아올린 가발과 얼굴에 쓴 동그란 안경이 잘 어울렸다.

"세뇨르 주스티안."

빌랜드 대사가 히스파니아 신사를 반갑게 맞이했다. 돈 주스티안 데 모리체가. "로드 위즈워스." 하고 빌랜드 대사와 악수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날카로운 눈맵시로 대사의 집무실 주변을 훔쳐봤다. 그는 그렇게 해서 집무실의 왼쪽 벽에 걸린 현 빌랜드 국왕 찰스 3세의 초상화를 보았고, 대사의 데스크 오른쪽에 놓인 큰 지구본을 보았다.

그들은 빌랜드어로 대화를 했다.

"오늘 당신네 나라의 황제가 서거했다는 소식을 들었소. 히스파니아 동방회사 총수 양반."

"이미 예견했던 바이지요. 로드 위즈워스."

대사의 비서관이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총수에게 홍차를 권했다. 돈 주스티안은 그 홍차를 받아 마셨다.

"황녀는 어떤 반응을 보이겠소? 지금 추기경과 총사대장이 새 황제의 명에 따라 비상시국을 선포했다던데."

"추기경은 멍청한 늙은이입니다. 오랫동안 황실의 보호자를 자처해왔지만 이사벨 황녀조차 제압하지 못했지요. 그로 인해 많은 부분이 의도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는 건 당신도 잘 아실 테지요."

"당신은 아직 새 여제에게 황제 칭호를 붙이지 않는군요."

빌랜드 대사가 너스레를 떨듯 말했다. 돈 주스티안이 작고 빠르게 한마디 했다.

"그녀와 그녀가 믿고 따르는 총사대와 대신들은 광장에 매달릴 것이고..."

이 말을 하는 돈 주스티안의 미간이 떨렸다.

"혁명에 현혹된 신교도들은 성전기사단의 이름과 함께 죽을 겁니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혁명을 제압하고 새 황제를 옹립할 테니까요."

"당신의 계획을 우리 국왕폐하께서 지지하는데는, 그만큼의 대가가 있기 때문이요. 돈 주스티안 데 모리체."

위즈워드 백작이 빌랜드 국왕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돈 주스티안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히스파니아 제국의 동방식민지 상실은 귀국에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만들어주겠지요."

빌랜드 대사가 비서관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비서관이 미리 준비한 술잔에 빌랜드산 위스키를 따랐다. 대사와 돈 주스티안의 자리에 술잔이 놓였다. 두 사람이 술잔을 들고 건배한 다음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돈 주스티안이 말했다.

"나는 이제 당신을 만날 수 없을 겁니다. 황녀는 이미 눈치를 챘소. 오렌지공 마우리체호를 침몰시킨 그 벨린 데 란테인가 하는 애송이 녀석 때문에. 그녀는 이미 제국 전역에서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치외법권을 거두어갔을 테지요. 하지만 이미 늦었소. 자코모 다빈치는 추방될 테고, 그들은 눈치는 챘어도 우리의 수단을 알 수 없소. 당신이 계획대로 그 일을 성사했다면 말이오."

"그 일이라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요."

빌랜드 대사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두 손에 깍지를 낀 채 단언했다.

"내일 밤 그녀가 비수를 겨눌 테니까."


===

오타는 내일 수정하겠습니다. 감상글이나 비평글을 바랬는데.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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