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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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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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1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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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24)

DUMMY

"커피를 드시겠습니까, 폐하?"

"아니, 박사."

이사벨이 쏘아붙였다.

"다시는 커피를 마시지 않겠어. 반역자가 좋아하는 음료를 마실 수는 없지."

"유감이군요, 폐하."

커피를 좋아하는 자코모 다빈치가 농담삼아 말했지만 살벌한 분위기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추기경은 마치 석고 조각상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모든 비밀을 들킨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궁리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추기경의 수행원 둘이 긴장한 기색으로 검자루에 손을 댔다. 반면 벨린 데 란테는 팔짱을 낀 채 좀 더 지켜보고 있었다.

"짐은 너를 용서할 수 없어. 프란체스코 데 리베라."

살얼음판 같은 침묵을 여제가 깨트렸다.

추기경이 선언하듯 말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이사벨 황녀 마마."

"폐하께 황제 예후를 다하는 게 좋을 텐데, 리베라 추기경."

자코모가 밝은 목소리로 충고했다. 반면 이사벨은 결코 체면치례를 할 수 없었다.

그녀가 프란체스코 데 리베라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너는 지난 몇년간 권력을 채우려고 황실을 능멸했지. 짐이 아량을 배풀었는데도 결국 이런 짓에 가담하다니."

"당신은 행정부를 장악하려 했소. 이사벨 데 아라고른."

추기경이 냉랑히 대꾸했다.

"황제답지 않은 짓을 벌이려 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거요. 당신은 교회의 권력을 빼앗고 추기경이 아닌 수상을 임명하려고 했잖소. 제국에 어울리지 않는 절대군주가 되고자 했지. 먼저 균형을 깨트린 것은 당신이오."

그 말이 이사벨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래서 짐의 아우를 황제를 등극시키려고 한 거냐? 그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꼭두각시처럼 가지고 놀려고?"

추기경이 그녀에게 조소를 날렸다.

"당신의 목숨을 해할 생각은 없었소. 이사벨 데 아라고른 황녀. 그저 당신이 옥좌를 차지하게 놔둘 수는 없었지."

"총사대!"

이사벨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바로 그때 머스킷총을 든 총사들이 집안으로 침임해 쳐들어왔다. 추기경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른 제복 차림의 근위총사대원들이 식탁을 둘러사고 반역자에게 머스킷총을 겨눴다.

리베라 추기경의 수행원들이 정색하며 검을 뽑았지만 이미 균형은 여제에게 기울어진 뒤였다.

총사대원들이 추기경의 수행원들을 무장해제했다. 추기경이 눈을 부릅뜬 가운데 이사벨이 벨린에게 말했다.

"이 늙은이가 체포되면 돈 주스티안의 계획은 치명타를 입겠지."

"아닙니다, 폐하."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마법사가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이사벨이 자코모 다빈치를 쳐다보았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투였다. 박사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모든 것을 간파한 사람처럼 여유있게, 그가 추기경에게 다가갔다.

"추기경. 당신처럼 불쌍하고 바보같은 사람도 없어."

리베라 추기경은 대답이 없었다. 다빈치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부주의 때문에 폐하의 함정에 빠져 잡힌 줄 알겠지.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황실 내에는 당신이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해 줄 사람이 있을 텐데."

추기경이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자코모 다빈치가 말을 이었다.

"그는 아마 우리 모두가 많이 알고있는 사람일 거야. 그가 선제 폐하를 시해하고, 우리들의 움직임을 주스티안에게 넘겼겠지. 하지만 당신이 함정을 피하게 하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군. 왜 그랬을까?"

추기경의 낯이 사색이 되었다. 그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자코모 다빈치가 말했다.

"그들은 당신을 일부러 붙잡히게 만들었어. 당신이 이런 함정에 빠진 것도 그 때문이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활기차 보이던 추기경이 순식간에 30년은 늙은 사람처럼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그는 진홍색 사제복을 길게 늘여뜨린 채 의자에 등을 기댔고 안색은 무척 창백했다.

벨린이 잔뜩 굳은 얼굴로 다빈치에게 말했다.

"배신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자코모 다빈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까지 추측하는 건 무리지만 고급인사는 아니었으면 좋겠군. 하지만 느낌이 불길해. 아주 불길하기 짝이 없어."

이사벨의 뇌리에 번개처럼 누군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추기경에게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추궁했다.

"그 자가 누구지?"

추기경이 힘없이 대답했다.

"그 자의 이름을 말하면 당신은 큰 충격을 받을 거요."

"상관 없다! 그게 누구냐?"

이사벨이 다시한번 추긍했다.

"당신을 오랫동안 보필했던 근위총사요. 그 자는..."

순간 생각에 잠겨 있던 벨린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

"주안 스피놀라."

추기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벨린 데 란테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만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사벨도 충격받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어떻게 짐을 배신할 수 있지? 10년 동안 짐과 함께 했던 자인데!"

"그 자가 지금껏 일을 저질렀던 겁니다, 폐하."

추기경이 털어놓았다.

"황실 내부에서 주스티안 데 모리체가 지시한 대로 폐하를 여러 번 암살하려고 했소. 톨레도로 돌아오던 때 습격한 것도, 중앙은행에 화약을 채워넣은 화약음모사건도 그가 뒤에서 조종했던 거지요. 선제 폐하를 시해한 것도 그 자의 짓입니다. 때가 됐으니 주스티안이 시켜서 그런 거지요."

"믿을 수 없어. 어떻게 그럴 수가!"

이사벨이 눈을 부릅 뜨며 소리쳤다. 만약 수도에 남아있는 주안 스피놀라가 배신자라면 대체 돈 주스티안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추기경이 마저 털어놓았다.

"그 자는 내가 떠나기 전, 이사벨 데 아라고른이 이미 먼저 떠났고 당신은 그녀를 따라 움직이는 척만 하면 된다고 했지요. 제국 남부에 상륙한 혁명군이 그녀를 톨레도로 가기 전에 붙잡을 것이고, 나는 적당한 곳까지 갔다 수도로 돌아와 디에네 데 아라고른의 대관식을 집전할 거라고 했소. 내가 돌아왔을 때 수도는 이미 혁명군에게 장악되어 있을 거라면서 말이오."

벨린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두 남녀에게 주안 스피놀라의 배신은 어마어마한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 총사대 중령은 두 남녀가 수도에 두고 온 모든 것을 지니고 있었다.

벨린이 말했다.

"추기경의 말이 사실이라면, 놈의 최종 목적이 뭔지는 모르지만 목표 하나는 확실합니다. 폐하."

이사벨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벨린이 고개를 숙인 채 설명했다.

"그는 폐하께서 아스티아노를 떠나길 바랬던 겁니다. 톨레도로 대관식을 치르러 가는 틈을 타서 아스티아노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죠. 폐하께서 톨레도로 떠나면 그만큼 수도를 지키는 전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즉 우리들은 반란군이 잡도록 내버려두고 그 동안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려고 머리를 쓴 겁니다."

이사벨은 천천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아스티아노에서 그녀는 디에네 데 아라고른 제 2황녀를 두고 왔다. 그것도 지금까지 황실을 기만한 반역자 손에. 그것이 그녀에게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이사벨의 에메랄드빛 눈에서 눈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벨린이 지켜보았다.

"디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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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배신자는 주안 스피놀라였다는 거랍니다. 이것을 반전이라고 해야하나요? 허허.


이 이야기의 3부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썼으면 좋을 텐데요.


잡담 하나.. 요즘 들어 좀 그럴싸한 노래를 들으면 저절로 쓰는 이야기를 이미지화해서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상상해버리네요. 마치 애니매이션처럼. 직업병일까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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