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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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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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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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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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35)

DUMMY

HMS 멀린호의 선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포격이 진행되는 와중에 상륙용 보트 여러 정이 어두운 아스티아노만의 바다에 띄워졌다.

붉은 제복을 입은 안젤라가 망원경으로 산 살바도르 요새를 보았다. 히스파니아 깃발이 여전히 펄럭이고 있었다. 총안에 거치된 대포들이 쉴 새 없이 포격을 가했다. 프리킷 함선을 사방으로 뒤흔드는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갑판에 있던 빌랜드 총사들이 움직였다. 머스킷총과, 검, 단창으로 무장한 자들이었다. 그들이 밧줄로 만든 사다리를 바다에 내려서는 상륙용 보트로 뛰어들었다.

안젤라는 갑판의 끝으로 나아갔다. 붉은 제복차림의 빌랜드 총사들이 탑승을 끝낸 채였다.

그녀가 비어든 박사에게 마지막으로 절했다. 그리고는 밧줄 사다리를 잡고 미끄러지듯 내려가서는 상륙용 보트에 올랐다. 보트에 탄 총사들이 재빨리 노를 저었다. 요새의 아랫 부분으로 가려는 것이다.

다른 배에서 내린 상륙용 보트를 합치는 족히 20여 척은 넘었다. 그 상륙용 보트에 탄 빌랜드 총사들이 포화를 뚫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요새는 10미터가 넘는 암벽 위에 또 다시 10미터가 넘는 석벽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요새 위의 히스파니아군도 상륙용 보트들을 발견했다. 그들이 아우성치며 소구경포를 돌리기 시작했다. 보트에 타고 있던 안젤라가 그것을 보았다. 이 순간 누군가 그녀를 보았다면 야성적으로 광포해진 그녀의 눈동자에 겁을 질렸을 것이 틀림없다.

히스파니아군 대포 가운데 하나가 상륙용 보트를 발견하고 조준하여 발포하려던 찰나였다. 머스킷트리스 안젤라가 총을 들었다. 모두가 너무도 멀다 싶을 거리에, 그녀가 총구를 겨누고 총을 쏘았다. 포구 안을 장전봉으로 쑤시던 포병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사격을 끝낸 안젤라가 옆에 앉아 있던 빌랜드 총사의 어깨를 쳤다. 금술달린 견장을 단 다부진 체격의 사나이였다. 그가 외쳤다.

"조준!"

보트에 타고 있던 레드코트들이 총을 겨눴다. 격철을 잡아 올리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퍼지고, 핏발선 총사들의 눈동자가 석벽 위의 적을 조준하자, 그가 또 한 번 외쳤다.

"격발!"

소화기의 연발적인 총성에 일순간 포성이 멈췄다. 포를 조작하던 히스파니아 포병들 여럿이 소구경 탄환에 명중당해 바다로 떨어졌다. 이로서 위험은 잠시 동안 없어진 셈이었다. 상륙용 보트들은 암벽에 다다랐다. 이제는 암벽을 기어오를 차례였다. 머스킷총을 어깨에 매고서는 안젤라가 번개처럼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빌랜드 깃발을 단 기수와 후속주자가 그 뒤를 이었다. 요새 밑바닥을 붉은 제복차림의 빌랜드군이 마치 밀물처럼 뒤덮는 형국이었다.

머스킷총을 든 히스파니아군이 총구를 밑으로 겨누고 응사했다. 이에 아랑곳 않고 빌랜드 총사들이 히스파니아군의 요새를 향해 기어 올라갔다.

안젤라가 석벽의 위까지 다다랐다. 히스파니아군 포대가 있었다.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석벽 위로 발을 디뎠다. 바로 그때, 기다리고 있던 히스파니아군 병사가 총검을 들이댔다.

안젤라는 총검을 간단히 비켜 피하고서는 그 앳된 병사를 품에 껴안았다. 그리고는 희생자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허리에 찬 총검을 목에 꽂았다. 앳된 병사의 눈빛이 허물어졌다. 그녀가 죽은 병사의 목에서 총검을 빼내고서는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어 쓰러트렸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피를 맛보는 게 매우 즐거운 일이라는 듯이.

그녀를 뒤따라 빌랜드 총사들이 암벽을 기어 올라왔다. 사방에서 히스파니아군의 총탄이 날아들었다. 머스킷트리스가 경직된 표정으로 빌랜드 총사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어깨에 맨 머스킷총을 풀어 총검을 결합하고 재빨리 뛰었다.

이윽고 안젤라는 눈앞에서 머스킷총과 창으로 무장한 히스파니아 수비병들과 마주쳤다. 그녀가 멈춰 섰다. 히스파니아군이 발사한 총탄 한 발이 이 빌랜드 총사를 스칠 듯 지나갔으나, 곧 그녀가 광포한 눈빛로 히스파니아 수비병들을 쏘아보았다.

안젤라의 몸에서 검은 색의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히스파니아 수비병들은 자신들의 몸이 마비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광포한 눈동자가 그들에게 치명적인 마비증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마비되어 무릎을 꿇고 쓰러져가는 그들의 귀에 저 빌랜드 머스킷트리스가 읊조리는 흑마법의 주문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 말은 음산하고,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며 그들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온갖 치부들과 공포를 살려내는 것이었다.

빌랜드 총사들이 뒤늦게 도착했다. 그들은 그 광경에 놀라워하지 않았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무기력해진 히스파니아 병사들에게 총을 겨눴다.

금술 달린 견장을 착용한 빌랜드 총사가 뒤늦게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자 안젤라가 눈빛을 바꾸었다. 초점이 사라진 광포한 눈동자에서 다시금 평범한 갈색 눈으로 변했다. 몸에서 발산하던 검은 아우라도 사라졌다.

그와 함께 마법에 걸려있던 히스파니아 수비병들이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빌랜드 총사들이 총을 겨누자, 그들이 무기력하게 총을 버리고 손을 들었다.

수비병들 가운데 안젤라에게 누군가 디아볼로, 디아볼로 하고 내뱉었다. 히스파니아어로 악마라는 뜻이었다.

요새의 정문 쪽에서 갑자기 콰앙! 하는 대포 소리와 함께 대포알이 문을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는 푸른색과 붉은 색 바탕의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요새수비병들은 이미 항복을 선언한 모양이었다. 안젤라 노스트윈드는 동방회사군이 요새 수비병들을 포로로 잡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포로들을 한곳으로 데리고 가서 따로 관리했다. 먼 곳에 보낼 게 아니라. 이곳에 묶어 둘 요량인 모양이었다.

"시작이 순조롭군요. 안젤라. 저들 정말 혁명에 성공하겠어요."

금술달린 견장을 찬 총사가 말했다. 안젤라가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저들이 혁명을 하든 뭘 하든 상관없어, 올리버. 우리는 용병일 뿐이니까."

올리버라 불린 총사가 물었다.

"히스파니아에 온 적 있다고 하셨죠?"

안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동방회사군의 지휘관이 빌랜드 총사들에게 오고 있었다. 부관과 병사 여럿을 대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 나라 황제의 군대가 아니라는 것은 빌랜드 총사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원활한 무역을 위해 회사가 만든 군대였다. 그런 군대가 자기네들의 황제를 배반하다니. 빌랜드인들에게는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동방회사군 지휘관의 얼굴이 드러났다. 히스파니아인 다운 구리빛 피부에 마른 체격이었다. 그가 먼저 절을 하며 빌랜드어로 말했다.

"마누엘 데 라지라 대위요. 빌랜드인들이 우리의 혁명에 동참하고자 이렇게 와주었구려."

"안젤라 노스윈드입니다. 세뇨르."

"히스파니아 말을 할 줄 아는군요."

안젤라가 히스파니아어로 말하자, 대위는 얼굴 만면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가 대답했다.

"과거에 이 나라가 내게 준 얼마 안 되는 선물이지요."

대위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당신들은 아스틴 황궁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곳이 이번 협정에 따라 당신들이 책임져 주어야 할 구역입니다. 지금 바로 마차를 준비하지요."

"원하신다면."

동방회사군 지휘관이 목례를 하고서는 사라졌다. "저 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요?" 하고 올리버가 물었다.

갈색머리 머스킷트리스는 그저 비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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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안젤라의 멘트가 좀 바뀌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써보니 제가 의도한 게 아니라서요..)

비평글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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