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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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
작품등록일 :
2013.05.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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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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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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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1.

DUMMY

이른 새벽.

해도 나지 않은 이른 새벽 운현봉 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암자의 하루는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겨우 열 살 남짓한 어린 도사가 바삐 나뭇짐을 옮긴다. 운현이다.

“으아앗! 지금 출발하면 지각이다!”

동동 발을 구르는 운현은 저 멀리 보이는 상궁을 바라봤다.

상궁이 열리는 시간은 묘시정.

운현은 매일 그 시간에 상궁에 들어선다. 속가제자들과 함께 수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늘은 저녁에 쓸 나뭇단을 옮기느라 늦어 버렸다.

운현은 부랴부랴 채비를 갖추고 암자 앞에 섰다.

“다녀오겠습니다! 스승님!”

해맑게 웃으며 꾸벅 허리를 숙이는 운현.

그러나 잘 다녀오라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운현 또한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언제 쯤 오시려나?’

스승 정명자와 함께 화산을 들어온 지 일 년. 정명자는 다시 강호의 일로 화산을 나섰다.

본산 제자인 운현이 속가제자와 함께 무공을 배우게 된 것 또한 그 때문이었다. 그게 벌써 삼년이다.

새로울 것도 어색할 것도 없지만, 운현은 상궁을 나서기 전 이렇게 빈 암자에 인사를 한다.

그것이 운현 나름대로의 정명자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법이다.

“으아앗! 늦었다!”

상념에 빠져 있던 운현은 서둘러 상궁을 향해 발길을 잡았다.

열 넷. 동갑의 아이들은 이제 쑥쑥 자라나는데 반해 운현의 성장기는 아직 시작 되지도 않았다.

운현은 짧은 다리를 바삐 놀리며 상궁을 향해 뛰어갔다.

늦었으니 서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한 법.

하지만 상궁에 다 닿았을 때 운현은 달음박질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시지?”

운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산문으로 향하는 마지막 언덕.

그 언덕 위로 등 굽은 도사가 봇짐을 지고 올라가고 있다. 그 모습이 위태로워 금방이라도 꼬꾸라질 듯 했다.

운현이 고개를 갸웃 거린 이유는 다름이 아닌 노도사의 소매에 있었다. 화산파의 도인이라면 있어야할 소매의 표식이 노도사에게는 없었다.

이 이른 아침부터 상궁을 찾는 노도사.

운현이 삼 년간 상궁을 오가면서도 접해보지 못한 유형의 손님이었다.

“아이고! 어린 도사님은 어딜 그리 바삐 가시는 게요?”

노도사도 운현을 보았는지 웃으며 말을 걸어 왔다.

주름지고 검게 탄 얼굴과 달리 웃을 때 드러나는 노도사의 이는 희고 가지런했다.

그 웃는 모습이 마치 아이의 웃음 같다고 생각했다.

운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수련 하러가요.”

“수련? 속가인가 보구려.”

“아니요. 본산제자에요.”

“헌데, 왜 수련을 하러 상궁 까지 간단 말이오? 어린 도사님의 스승님이 상궁에 계시는 거요?”

“아니요. 스승님은 지금 화산에 안계세요. 바쁘시거든요. 그래서 속가제자들과 함께 무공을 배우는 거예요.”

운현은 자신이 늦었다는 사실도 잊고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이상하게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노도사는 친근감이 갔다. 그건 스승 정명자를 처음 보았을 때도 그랬다.

“아하! 그랬구려. 헌데 이제 곧 문이 열릴 텐데. 이대로 가면 지각을 면치 못하겠구려.”

노도사가 운현의 현실을 깨우쳤다.

“아! 맞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러시구려. 내 천천히 올라 갈 테니 어린 도사는 어서 올라가시오.”

노도사가 길을 비켜 주자 운현은 꾸벅 인사를 올리고 바삐 뛰어갔다.

“허헛! 속가와 함께 배우는 본산제자라. 그간 화산이 많이 변했구나. 응?”

노도사는 앞서 뛰어 가는 운현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다 이내 의문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만치 앞서 달리던 운현이 돌연 발길을 돌려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어느새 노도사 앞까지 뛰어 온 운현은 두 팔을 내밀었다.

“주세요.”

“허허. 무엇을 말이요?”

“짐이요. 주세요. 제가 들어 드릴게요.”

“이 늙은이의 짐을 대신 들어 주시려는 게요? 그러다 수련에 늦으면 어찌 하시려고?”

노도사는 재미있다는 듯 되물었다.

운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혼나겠죠 뭐. 그런데 스승님이 그랬어요. 화산은 화산을 찾은 손님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고요. 이리 주세요!”

급기야 운현은 빼앗다시피 노도사의 짐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노도사의 걸음에 맞춰 나란히 걸었다.

운현의 얼굴에서는 전혀 바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노도사는 운현이 기특했는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허허! 화산이 변했다 싶었거늘, 그 가르침의 깊이는 그대로구려. 그래. 어린 도사님께 그리 일러준 스승님이 누구시라고?”

“도호는 정자 명자를 쓰세요.”

“아하! 정명 도사님이셨군요. 헌데, 이 늙은이는 고민스럽다오.”

“네? 뭐가요?”

“이 늙은이를 돕겠다고 선의로 나선 어린 도사가, 이 늙은이 때문에 불호령을 맞는 것은 아닌지 하고 걱정이 되어서 말이오. 해서 말인데……”

운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노도사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노도사는 가지런한 치아를 보이며 웃어 주었다.

“내 오늘 만큼은 금무수련(禁武修鍊)을 잠시 접어 두어야겠구려. 읏차!”

“으앗!”

노도사는 단숨에 운현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허리가 잡힌 채 발을 버둥거렸다.

노도사가 소리쳤다.

“자 꽉 붙드시오!”

노도사가 뛴다.

노쇠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단숨에 바위를 뛰어 넘고, 허공을 밟고 달리는 노도사의 움직임에 잔상이 남을 정도였다.

“으아악!”

노도사가 남긴 잔상 사이로 기겁한 운현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


큰 수리 하나가 하늘을 빙 돈다.

수리가 바라보는 그 아래에 상궁이 있다. 상궁 곳곳에 마련된 연무장은 화산제자들의 기합소리가 맑게 울려 퍼진다.

하늘을 선회하던 수리는 이내 지친 몸을 달래고자 자그마한 전각 위에 내려앉았다.

사위를 경계하던 수리가 이내 노곤한지 꾸벅꾸벅 고개를 꺾는다.

“일권에 일보!”

순간 들려오는 우렁찬 외침이 수리의 잠을 내쫓는다.

“하-앗!

이어지는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의 기합소리에 수리는 다시 다른 쉴 곳을 찾아 날아올랐다.

그 아래로 화산의 어린 속가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일 권을 내지르는 모습이 보인다.

“일권은 곧고 정직해야하며, 일보는 굳건하게 내딛어라! 다시 일권에 일보!”

“하-앗!”

향근관의 교두.

화산 일대제자 원현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백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마치 한 몸인 듯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을 연출했다.

동시에 펼쳐지는 동작에도 원현의 눈은 날카롭게 틀린 아이들을 찾아냈다.

주로 열 살 내외의 아이들로, 화산에 입산한지 오래되지 않은 속가제자들이었다.

아이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살피던 원현의 눈에 운현이 들어온 것도 그때다.

속가제자들 틈에 끼어 주먹을 내지르는 운현의 모습은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운현 사제가 이번에는 통과해야 할 텐데.’

운현을 보는 원현의 얼굴에 어린 감정은 걱정이었다.

기실 지금 향근관은 속가제자들에게 화산무공의 기초를 가르치는 곳이다.

가르치는 무공이야 육합권, 칠성권, 매화권이 전부다.

속가제자들은 이 세 가지 무공으로 기본을 다지고 반년마다 열리는 시험을 통해 향진관으로 넘어간다. 보통 그 기간은 짧으면 반년에서 길어도 이년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운현은 벌써 삼 년이다.

운현은 그간 총 다섯 번의 시험에서 낙방했다. 본산제자가 속가제자와 함께 수련 한다는 것도 안쓰러운 일인데, 매번 치루는 시험에서도 낙방하며 둔재로 낙인 찍혔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물며 운현은 비록 어리지만 같은 일대제자가 아닌가.

원현은 운현의 옆에 서서 나직이 조언했다.

“디딤 발을 강하게 내딛을수록 주먹에 들리는 힘 또한 강해진다.”

“예! 사형.”

“수련 중이다. 교관님이라 부르거라.”

“네! 교관님!”

운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앗!”

그리고 짐짓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 번 주먹을 내뻗는다.

하지만 원현은 절래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이번에도 힘들겠구나.’


작가의말

과연 힘들까요?

맞춰보세요! ^0^!!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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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산검선(華山劒仙) - 도원도 속 세상 1. +9 13.05.03 23,253 98 8쪽
4 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3. +6 13.05.03 23,013 96 7쪽
3 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2. +10 13.05.02 23,851 96 7쪽
» 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1. +12 13.05.02 26,032 90 8쪽
1 화산검선(華山劒仙) - 序. +11 13.05.02 29,899 9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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