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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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
작품등록일 :
2013.05.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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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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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3.

DUMMY

운현은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음…… 그러니까…… 저는 운현인데요? 화산파의 제자에요. 스승님께선 정자 명자를 쓰시고요……. 음…… 그러니까.”

우선 자신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열었지만, 막상 이야기 하고 나니 두서가 없다. 무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결국 자기소개를 포기한 운현은 헤헤 웃었다.

“헤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저는 분명 방안에서 잠들었는데…… 그러니까 화산이요. 거기서 잠들었는데 눈 떠 보니 여기…… 할아버지?”

두서없이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던 운현은 말을 멈추고 노인을 올려다보았다.

꼬옥.

말하는 틈에 노인이 운현의 손을 잡아 준 것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 때문일까?

갈팡질팡 갈필을 잡지 못하던 운현의 마음이 어느새 차분하게 안정되었다.

노인은 운현의 손을 잡은 채 어디론가 이끌었다.

“아앗! 할아버지?”

당황한 운현이 소리쳤지만, 노인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저 가만히 운현을 이끌 뿐이다.

운현도 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 말을 못하시는구나!’

물어도 대답이 없고, 불러도 대답이 없다.

때문에 운현은 눈앞의 선풍도골의 노인이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라 생각했다.

노인이 이끌고 간 곳은 커다란 호숫가였다.

그 끝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 맑은 호수 안에는 비단잉어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유영하고 있었다. 이따금씩 물안개 속에서 새하얀 학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우와! 멋져요!”

눈을 떴을 때와 달리 운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만큼 운현의 마음이 한층 안정되어진 것이다. 더불어 눈앞의 말 못하는 노인에 대한 경계도 누그러진 탓이리라.

그때 노인이 잡았던 손을 풀었다.

“응? 왜요? 아! 낚시하자고요? 그런데 우리는 낚싯대가 없는데…….”

눈앞에 펼쳐진 넓은 호수. 그 속을 노니는 비단잉어.

운현은 노인이 자신을 이곳까지 이끈 이유가 함께 낚시를 하자는 의미라 생각했다.

하지만 운현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후욱!

노인이 주먹을 곧게 내질렀다.

“예?”

영문을 모르는 운현은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운현의 모습이 귀여워서였을까? 노인은 내질렀던 정권을 거두며 운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머릿결 위로 노인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운현이 노인의 온기를 만끽하는 사이, 노인은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조금 전 보다 한결 느려진 속도다.

운현은 눈을 깜빡이며 노인의 눈과 주먹을 번갈아가며 처다 봤다.

“아! 따라하라고요?”

끄덕.

그제야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운현은 무슨 일인지 선뜻 노인을 따라 하려 하지 않았다.

“저…… 저는 스승님이 계시는데……”

비록 말끝을 흐렸지만 그 뜻은 명확했다.

본디 무공이란 타인에게 함부로 전해주는 것이 아니다.

같은 화산의, 그것도 스승의 명으로 향근관에서 무공을 배우는 것과 이것은 엄연히 별개의 일이다.

이 일로 인해 노인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면, 운현에겐 스승의 둘이 생기는 일이다.

운현의 어린 마음에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싱긋!

노인은 걱정을 숨기지 못하는 운현을 보며 웃어 보였다.

“괘, 괜찮아요? 제가 스승님으로 모시지 않아도?”

운현의 물음에 노인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운현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럼 좋아요! 이, 이렇게요?”

운현은 좀 전에 본 노인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했다.

느리고 어설픈 동작이었지만, 노인을 바라보는 운현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내심 부러웠었다.

이렇게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무공을 지도 해주는 것. 그리고 따라가지 못하고 헤매어도 옆에서 차분히 교정해 주는 것.

아니, 어쩌면 운현은 직접 무공을 배우면서 이루어지는 교감이 그리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노인은 온화한 얼굴로 운현의 틀린 자세를 하나하나 직접 교정해 주었다.

그러면 운현은 다시 노인이 교정해준 대로 동작을 따라 하고, 노인은 그런 운현이 놓친 부분을 손수 바로잡아 주었다.

몇 번을 틀리고, 몇 번을 반복해도 노인은 화내거나 독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처음엔 버벅거리고 도통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던 운현의 모습도 한결 나아졌다.

“돼, 돼요!”

신난 운현이 노인은 미소 지은 얼굴로 다음 동작을 직접 보여준다.

운현이 볼 수 있게 느린 동작이다.

“예!”

운현은 신이 나서 노인의 동작을 좇았다.

하지만, 너무 들뜬 탓일까? 그만 발이 엉켜버렸다.

“으악!”

비명을 지르는 운현은 꺼지듯 넘어지며 머리를 박았다.

“이힝! 혹 났어요.”

운현은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손끝으로는 커다랗게 솟아 오른 혹이 그대로 느껴진다.

노인은 그 모습이 또 귀여운지 웃으며 운현을 일으켜 세웠다.

바지에 묻은 흙까지 털어주는 노인의 손길은 세심하고 정성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수련이 시작되었다.

그날, 운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육합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펼쳤다.

여전히 어설프고, 모자랐지만.

매번 발이 꼬이고, 손이 엉켜 곤욕을 치룬 것을 생각하면 그야 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운현은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보세요! 제가 육합권을 끝까지 펼쳤어요. 이런 적 처음이에요! 헤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운현은 거듭 노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때 쯤 운현은 이미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이고,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모두 잊은 상태였다.

운현에게는 그만큼이나 기쁘고 커다란 일이었으니까.

쓱쓱!

연신 허리를 숙여대는 운현의 등을 쓰다듬어주고는 다시 주먹을 내뻗었다.

육합권이다.

다만 다른 점은 지금까지 운현에게 보여주기 위해 펼쳤던 느린 육합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와. 멋지다.’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현은 감탄했다.

‘원현 사형한테 미안하지만, 지금껏 본 육합권 중에서 제일 멋져!’

원현 사형이 펼친 육합권처럼 파공성도, 매서운 기세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눈앞의 노인이 펼치는 육합권엔 그것과 다른 것이 있었다.

노인의 육합권은 마치 산이 떨리고, 바람이 움직이고, 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운현은 언젠가 자신도 노인의 육합권과 같이 멋진 육합권을 펼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노인의 육합권을 지켜보는 운현의 눈꺼풀은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아훔. 왜 이렇게 졸리지?’

운현은 눈을 비비며 어떻게든 몰려오는 졸음을 참으려했지만, 끝내 이기지 못했다.

탁!

운현의 눈꺼풀이 완전히 닫혔다.

그리고 진한 먹향과 함께 시커먼 어둠이 세상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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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3. +6 13.05.03 23,013 96 7쪽
3 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2. +10 13.05.02 23,850 96 7쪽
2 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1. +12 13.05.02 26,031 90 8쪽
1 화산검선(華山劒仙) - 序. +11 13.05.02 29,898 9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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