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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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
작품등록일 :
2013.05.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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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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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검선(華山劒仙) - 도원도 속 세상 3.

DUMMY

저 멀리 보이는 노인을 발견한 운현이 소리치며 손을 휘저었다.

그 모습에 노인은 놀라기는커녕 태연히 뒷짐을 진 채로 지켜본다.

퍼덕!

학이 그 거대한 날개를 한번 퍼덕였다. 그러더니 큰 원을 그리며 선회한다. 서서히 땅으로 향한다.

탓.

학은 긴 다리를 굽혀 착지의 충격을 줄였다.

학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학의 긴 목에 목을 비비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아주 재미있었어. 괜찮으면 다음에도 태워줘.”

그리고 노인을 향해 활짝 웃으며 뛰어간다.

노인의 품에 포옥 안긴 운현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할아버지 보셨어요? 저 학이 절 태워서 하늘을 이렇게 막 날았어요! 바람이 이렇게 얼굴을 스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저 위에서 보니까 세상이 쪼그맣게 보여요. 할아버지도 작아 보이고요, 연못도 초가도…….”

태어나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다.

그것도 학이라는 큰 새를 타고 상상도 못할 높이까지 날아올랐다.

그 흥분과 감흥은 쉬 사라질 것이 아니다.

신이난 운현의 이야기에 노인은 그저 웃는 얼굴로 대답을 대신했다.

슥슥.

어느새 다가온 학이 노인의 다리에 부리를 비빈다.

운현에게 했던 것과 같은 친근감의 표시다.

그 모습에 운현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더욱 짙어진다.

“학도 할아버지가 좋은가 봐요. 학아! 할아버지가 좋아?”

노인과 학을 번갈아 보며 묻는다.

학과 노인이 친해진 모습이 너무나 좋은 것이다.

풍덩!

그러던 운현이 돌연 고개를 돌린다.

연못에서 물이 튀었다. 큰 바위라도 던진 듯 파문은 크고 부서지며 햇빛을 투과하는 물방울은 많았다.

그러나 운현은 그것이 바위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보셨어요?”

운현이 노인을 올려 본다. 그리고 학을 바라본다.

“너도 봤어? 잉어였어. 우와! 잉어가 이만큼이나 커!”

운현이 두 팔을 한껏 벌려 보인다.

운현의 키보다 큰 잉어.

연못에 일어난 커다란 파문의 정체는 그것이었다.

그것을 본 운현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린다. 그리고 곧 호기심과 즐거움이 어린다.

“여기는 정말 신기한 곳이에요. 잠깐만 구경하고 올게요!”

그렇게 말한 운현이 호수로 달려간다.

노인은 그런 운현의 모습을 보며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부리를 비벼오는 학을 한번 쓰다듬어준 노인이 가만히 학과 눈을 맞춘다.

“…….”

학과 노인 일노일조(一老一鳥)는 말이 없다.

하지만 서로 바라보는 두 눈은 더 없이 진중하고 진지하다.

노인의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번진다.

저만치 떨어진 호숫가에서 제 키보다 큰 비단잉어를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린 운현에게 시선이 머문다.

푸드득!

학이 큰 날갯짓을 한다.


“할아버지 어디 가는 거예요?”

운현은 자신의 손을 이끄는 노인을 따라가면서도 고개를 갸웃 한다.

도원도 속 세상은 너무나 신기한 것들이 가득하다.

커다란 학이 나타나 하늘을 구경 시켜주는가 하면, 제 키보다 큰 비단잉어가 끔뻑끔뻑 입을 뻐금 꺼린다. 또 오늘은 작은 구름에 올라 하늘을 구경했다.

이야기로만 듣던 제천대성의 근두운과 같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으는 것은 학의 등을 타는 것과는 또 달랐다.

“…….”

운현의 물음에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노인이 이끄는 곳에 도착한 운현의 눈앞엔 작은 옹달샘이었다.

커다란 바위틈에서 세어 나온 물방울이 모여 티 없이 맑은 옹달샘을 만든다. 그 아래로 물줄기가 이어져 마침내 커다란 계곡이 된다.

노인은 가만히 두 손으로 옹달샘의 물을 떠 올렸다. 그리고 운현을 향해 내민다.

“예? 먹으라고요?”

끄덕.

운현의 물음에 노인이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인다.

한창 노인을 따라 이곳저곳을 노닐었기에 목이 타던 참이었다.

“헤헤! 감사합니다!”

운현은 웃으며 인사하고는 노인이 떠올린 물을 홀짝인다.

“캬하! 시원하다!”

운현은 개운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노인은 다시금 손으로 샘물을 떠올려 건넨다.

“예? 또 마시라고요? 음... 예!”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운현.

운현은 그 이후로도 열 번이 넘도록 노인이 떠주는 샘물을 마셨다.

자그마한 운현의 배가 터질 듯 빵빵해진다.

“우와! 더 이상 못 먹겠어요!”

결국 운현이 우는 소리를 낸다.

슥슥.

노인도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운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어 젓은 손길이 기분 나쁠 만도 하건만, 운현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노인의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그 이후로도 노인은 운현을 이끌고 산천을 누볐다.

새하얀 토끼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 옆에 있는 작은 풀뿌리를 운현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또한 달콤한 복숭아도 한가득 따다 먹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노인이 운현을 이끈 곳은 커다란 매화나무가 서 있는 곳이었다.

노인은 가만히 손을 뻗어 매화의 꽃잎을 한손 가득 따다 운현에게 내민다.

“어? 이것도 먹으라고요?”

운현의 물음에 노인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 어쩌지?”

운현은 갈등했다.

오늘 하루에 너무 많은 것들을 먹고 맛보았다.

모두 하나같이 맛있는 것들이었지만, 눈앞의 가득 건네는 꽃잎만큼은 망설여진다.

“저……. 이거 다 먹으면 배 터질 것 같은데요? ……예.”

작게 웃으며 거절하려던 운현은 계속해서 권하는 노인의 모습에 이내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쉰다.

“에휴! 설마 진짜 배라도 터지겠어요?”

차마 직접 꽃잎을 따다 건네는 노인의 마음을 거절 할 수가 없었다.

운현은 입을 크게 벌리고 꽃잎을 받아 삼켰다.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오물 거리던 운현의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우와! 달콤해요. 그리고……. 아! 입안에서 매화향이 감돌아요. 헤헤. 근데 이건 배가 안 부른데요?”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한 운현이다. 그러나 곧 놀란 표정을 지었다.

“또요?”

이번에 노인이 건넨 것은 작은 씨앗이다.

화산에서 자라온 운현은 단번에 그것이 매화의 씨앗임을 알 수 있었다.

“네.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한입에 매화 씨를 삼키는 운현이다.

꽃잎과 달리 이번에는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운현은 마치 개선장군처럼 빵빵한 배를 앞으로 내밀었다.

“헤헤! 다 먹었어요! 저 잘했죠?”

자랑하듯 말하는 운현의 모습에 노인은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운현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엇! 이상해요. 속에서 막 부글부글 거리는데... 아! 운기를 해야겠어요! 속에서 막 이상한 기운들이 꿈틀거려요!”

그리고는 재빨리 가부좌를 틀고 바닥에 앉는다.

그리고 자신이 익히고 있는 매화심법을 불러 일으켰다.

두 눈을 감고 짐짓 심각한 얼굴을 한 얼굴로 운기를 시작한 운현의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내려다보던 노인이 움직였다.

운현의 등허리에 노인이 손을 가만히 가져다 댄다.

그리고 노인이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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