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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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
작품등록일 :
2013.05.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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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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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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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화산검선(華山劒仙) - 시험 1.

DUMMY


‘으아아아!’

운현은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가만히 두 눈을 감고 매화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내부를 관조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여러 가지 기운들이 제멋대로 들끓는다.

매화심법의 기운으로 그것들을 이끌려 했지만,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도 않는다.

‘주, 주화입마라도 걸리면 어쩌지?’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든 것도 그때다.

스승인 정명자나 사문의 어르신들, 사문의 사형들 모두 주화입마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경고 했었다.

주화입마에 걸리면 다시는 정명자를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운현은 이를 악문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주화입마에 걸리면 안 돼. 그럼 스승님께서 슬퍼하실 거야.’

슬퍼할 정명자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다.

운현은 굳게 마음을 다잡고 내기를 운기한다.

그때였다.

‘어?’

청명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운이 등허리에서부터 시작해 타고 들어온다.

그 기운이 매화심법의 기운을 이끈다.

‘할아버지!’

순간 운현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지금 등허리에서부터 타고 들어오는 기운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느낌이다.

지금 운현이 느끼는 기운은 노인의 느낌이 난다.

그 느낌에 운현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운을 내 맡겼다.

혈도를 타고 노인의 기운과 운현의 기운이 함께 움직인다.

‘할아버지도 매화심법을 알고 계셨구나.’

운현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다.

노인의 기운이 가는 길은 운현이 알고 있는 매화심법의 길과 동일했다.

하지만 변화가 있었다.

변화는 기운이 돌고 돌아 두 번째로 단전에 닿았을 때다.

노인의 기운이 운현의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기운들을 포용한다.

어느 것은 차갑고, 어느 것은 뜨겁다.

어느 것은 나아가려 하고, 어느 것은 단단히 뭉치려 한다.

그 제각기 다른 기운들이 노인의 기운이 닿자 눈처럼 녹아 융화되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어? 이건 매화심법이랑 달라!’

운현이 속으로 놀라 소리쳤다.

비록 눈에 띄는 큰 차이는 없었지만, 그 흐름이나 속도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다.

그 사이 다시 기운이 한 바퀴 돌아 단전에 안착하고, 다시 돌기를 반복했다.

이상한 일이다.

기운이 돌고 돌수록 운현은 불끈불끈 힘이 솟았다.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생경한 경험에 운현의 입가에 웃음이 돌았다.

‘간질간질거려.’

그때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났다.

기운이 막 단전에 닿았을 때 운현이 관조하는 심상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진다.

혈도는 강이고 계곡이다. 그 강과 계곡에 차가운 기운이 휘돈다. 단전엔 커다란 호수가 생겨났고, 그 중간에 커다란 봉우리가 생겨난다. 뜨거운 기운은 태양이 되어 단전 위쪽에 자리 잡는다.

‘씨앗이다!’

그리고 운현이 마지막으로 먹었던 씨앗이 봉우리 정상에 심어졌다.

계곡과 강으로 돌고 돌아 호수로 들어오면 그중 일부가 기화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하늘로 올라간 기운은 운무가 되어 이내 벼락과 함께 비를 뿌린다. 굳건하게 버티고 선 봉우리가 비옥해져갔다.

운기를 계속 할수록.

강과 계곡, 호수의 기운은 맑아진다.

봉우리는 더욱 단단하고 비옥해졌다.

단전위에 자리 잡은 태양은 더욱 밝게 타올랐고, 이따금씩 그 열기가 가득 했을 때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비를 뿌린다.

그리고 마침내 운기가 끝이 났다.

“어?”

퍼뜩 정신을 차린 운현이 눈을 떴다.

주위를 살피는 운현의 눈에 노인이 들어왔다.

허허로운 웃음을 지어보이는 노인은 운현의 어깨를 대견하다는 듯 두드려주었다.

“헤헷!”

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웃음이 났다.

그러나 곧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말문을 열었다.

“이상해요. 단전에 막 산이랑 호수랑 계곡이랑 강이랑 태양이랑……. 아! 싹이 났어요!”

두서없이 말하던 운현의 눈이 빛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이 뱃속에 싹이 자라나고 있어요.”

운현이 마지막으로 본 마지막 심상은 조그마한 봉우리 정상에 심겨졌던 씨앗에서 작은 싹이 자라나는 모습이다.

운현은 헤헤 웃었다.

“기분이 이상한데……. 나쁘지 않아요.”

뱃속이 뿌듯했다.


*


한 달 후.

운 현은 매화권법에 한창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운현은 도원도를 넘나들며 노인의 가르침을 받았다.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았던 옛날과 달리 도원도에서의 수련 이후 운현은 빠르게 성장했다.

덕분에 불과 한 달이란 시간동안 육합권과 칠성권은 물론, 매화권까지 배울 수 있었다.

때론 직선적이고, 때론 낭창거리듯 부드럽게 펼쳐지는 매화권은 일견 여성스러워 보이나 그 속에 날카로움을 숨긴 권법이다.

온 정신을 매화권에 집중하는 운현의 얼굴은 즐거워 보였다.

그렇게 매화권법이 끝이 났다.

“신선 할아버지 어때요?”

권법이 끝나기 무섭게 운현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끄덕.

노인. 아니, 이제 신선 할아버지라 불리는 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현의 입가에 함지막한 미소가 그려진다.

“아싸! 성공했다!”

기쁨을 주체 하지 못하고 폴짝폴짝 뛰던 운현은 신선 할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아직 성장기가 시작하지 않은 운현의 키는 신선 할아버지의 허리춤에 닿았다. 운현은 신선 할아버지를 꼭 끌어안으며 웃었다.

“헤헤. 그럼 오늘 시험 잘 보고 올게요.”

운현은 눈을 감았다.


운현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방안이었다.

이미 익숙한 듯 운현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도원도 앞에 섰다.

“그럼 다녀올게요. 신선 할아버지!”

꾸벅 인사를 올리고 밖으로 나서는 운현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탁!

도원도 초가에 불이 꺼졌다.


*


상궁의 아침은 여전히 쾌청했다.

초여름으로 접어든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 줄기가 열기를 식혀준다.

그런 바람도 오늘의 열기는 식히지 못했다.

아침부터 상궁은 분주했다.

아침부터 넓게 열린 산문은 찾아드는 귀빈들로 가득했고, 상궁에 마련된 대연무장에는 화산의 장문인 정진자부터 시작해, 각 장로와 일대제자들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그 아래 백여 명이 넘는 속가제자들이 도열해 있다.

오늘은 향근관의 제자들이 향진관으로 진급하기 위한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도열한 속가제자들을 살피던 장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귀한 걸음을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본격적으로 진급시험에 앞서 장문인이 연설을 시작했다. 주로 자리를 찾아온 귀빈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시험을 치르는 어린 속가제자들에 대한 응원이 담긴 내용이었다.

운현도 그런 속가제자들 틈에 서 있었다.

벌써 여섯 번째 맞이하는 시험이다. 익숙해질 만한 광경이었지만, 오늘 운현의 기분은 남달랐다.

‘할 수 있어!’

그날 이후 늘 신선 할아버지를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잘못된 점을 지적받고, 끊임없이 되풀이 하는 수련 속에서 운현은 육합권은 물론, 칠성권과 매화권까지 모두 습득했다.

그러니 이전과 달리 자신감이 붙을 수밖에.

그 자신감 때문일까?

운현은 시험에 참가한 이후 처음으로 한결 여유로운 얼굴로 앞에 자리한 장문인과 장로, 그리고 사형제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었다.

‘음? 저 할아버진?’

그런 운현의 시선이 멈춘 곳은 장문인인 정진자의 바로 윗자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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