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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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
작품등록일 :
2013.05.02 15:12
최근연재일 :
2013.12.10 16: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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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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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글자
7쪽

화산검선(華山劒仙) - 화산의 둔재 2.

DUMMY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일권은 어설프고, 구르는 발은 어설프다.

“수고 하거라.”

원현은 더 이상 조언을 하는 대신 헤매는 다른 아이를 찾아 움직였다.

‘열정은 누구 못지않은 아이이니 곧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

원현이 믿는 바는 그것이었다.

비록 당장은 모자랄지 모르지만 수련에 임하는 운현은 늘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매일 그 먼 산길을 새벽부터 일어나 꼬박꼬박 수련에 참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시간에도 수련을 계속 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번이나 들은 조언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집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운현은 그 쉽지 않은 일들을 매일, 매순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운현에 대한 생각에 원현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힌다.

‘해와 달의 움직임은 너무나 더뎌 미처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나 언제고 낮과 밤은 오는 법. 운현 사제도 이와 같지 않겠는가.’

비록 운현의 성장은 너무나 느리고 더뎌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원현은 그렇게 믿었다.

“이권에 일보!”

“하-앗!”

아이들의 기합 소리가 연무장을 떨쳐 울렸다.


*


향근관의 수련은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운현은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 수련을 계속하다 해가 질 때쯤이 되어서야 암자로 돌아왔다.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암자를 오르는 운현의 어깨는 힘없이 쳐져 있었다.

암자로 돌아온 운현은 땀으로 젖은 도복을 빨아 널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러면 다시 수련 시작이다.

‘일권에 일보!’

“하-앗!”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내지른다.

낮에 배웠던 육합권법의 시작이다.

‘이권에 일보!’

“으앗!”

운현의 몸이 다시 움직이며 주먹을 내지른다. 하지만 미처 다음 발을 내딛기도 전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운현은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고 심호흡을 했다.

‘다시! 일권에 일보!’

앞으로 나서서 주먹 한번.

‘좋아. 이권에 일……!’

이번엔 주먹을 내지르기도 전에 비틀 거리며 넘어졌다.

운현은 머리를 긁었다.

“너무 늦었나?”

운현은 마음과 달리 늦은 반응 때문에 균형을 잃은 것이라 생각했다.

운현은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육합권의 초식을 좇았다.

하지만, 매번 제대로 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넘어지고, 비틀대고, 혹은 허우적댔다.

그럴 때마다 운현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다시’를 주문했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육합권의 일권조차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현의 얼굴은 울상이 된다.

“왜 안 돼는 거야! 왜!”

남들은 쉽다고 하는 육합권법이다. 심지어 운현 보다 어린 아이들도 한 두 번 보면 곧잘 따라 한다. 하지만, 운현은 그렇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반복해도 육합권 하나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삼년동안 줄곧 시험에서 떨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스승님…….”

운현은 괜히 서러워져 스승 정명자를 찾았다.

스승 정명자가 강호로 나서면서 속가제자들과 함께 무공의 기초를 닦으라고 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운현은 정명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니, 스스로 얼마나 자질이 없는 둔재인지를 매일매일 확인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서럽다.

스승 정명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서럽고, 육합권법 하나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둔한 몸이 서럽다.

그래서 그립다.

스승 정명자가 곁에 있었으면 이런 종류의 서러움은 느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곧장 묻고 배우고, 혼자 끙끙 속앓이 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 서러움과 그리움이 북받쳐 눈시울이 붉어진다.

“흡!”

운현을 볼가를 타고 내리는 눈물을 재빨리 소매로 닦았다.

“크흥!”

꽉 막힌 코도 풀었다.

그리고 한쪽 벽 앞에 앉았다.

[가끔 말이다. 정말 가끔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복잡해지면 이 스승은 도원도를 본단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이 도원도를 보고 있자면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 깨끗이 씻겨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허니 너도 내 없는 동안 서럽고 외롭거든 이 도원도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면 될 것이다.]

떠나기 전날 밤.

정명자는 수마를 이기지 못해 고개를 꾸벅이던 운현을 옆에 앉히고 그리 말했었다.

그때 이후 운현은 가끔 가만히 앉아 도원도를 바라봤다.

그러고 있자면, 스승 정명자와 지냈던 일 년도 떠오르고, 꽉 막힌 것 같던 속도 시원해진다.

운현에게 도원도는 일종의 스승이 남긴 흔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저는요…… 제가 싫어요. 못나서 싫고요. 스승님 실망시킬 것 같아서 싫어요. 육합권도 제대로 펼치지 못해서 싫어요. 저는 도대체 언제쯤 다른 아이들처럼 무공을 잘 할 수 있을까요?”

“…….”

도원도가 대답해줄리 없다.

운현도 도원도에게 물은 것이 아니라 그저 어디 있을지 모를 스승을 향해 한 혼잣말에 불과했다.

운현은 한참동안 가만히 도원도를 바라보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였으니 몸이 고단한 것은 당연했다.

운현은 불도 끄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때였다.

후웅.

문틈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다.

호롱의 촛불은 위태롭게 흔들거리다 이내 꺼져버렸다.

불 꺼진 방안.

탁!

벽면에 걸린 도원도의 초가에 불이 켜졌다.


*


운현은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진한 먹 내음이다.

그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주변을 둘러 싼 깎아지는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세.

산은 마치 새색시처럼 하얀 운무로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어?”

인세에 없을 장관에 감탄사라도 내뱉어야 하겠지만, 운현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당황성이다.

운현은 고개를 갸웃 했다.

“이상하다. 분명 방안에서 잤는데?”

마지막으로 기억은 분명 방안에서 끝이 났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면 다시 방안에서 눈을 떠야 함이 맞다.

그런 운현의 눈에 작은 초가 하나가 들어왔다. 여린 방문 틈으로 보이는 것은 밝혀진 호롱불이다.

운현은 이 생경한 경험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으앗!”

이끌리듯 초가로 향하던 운현이 무엇에 부딪쳐 넘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은 엉덩이에서 얼큰한 고통이 밀려든다.

운현은 아픈 엉덩이를 주무르며 고개를 들었다.

“…….”

그곳엔 가만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노인이 있었다.

주름 하나 없는 얼굴에, 옅게 미소 짓는 입매. 배꼽까지 곱게 기른 흰 수염이 아니었다면 청년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모습이다.

순간 운현은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

꾸벅 인사를 했지만, 노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말없이 운현을 바라 볼 뿐이다.

노인의 입가엔 미소가 맺혀있었다.


작가의말

기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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