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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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
작품등록일 :
2013.05.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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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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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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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검선(華山劒仙) - 도원도 속 세상 2.

DUMMY

“어?”

눈을 뜬 운현이 놀란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도원도 속이다!”

이내 기쁜 듯 소리 쳤다.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싼 절벽. 그 절벽의 산세를 품어주는 새하얀 운무. 코끝으로는 진한 먹 내음과 함께 청량한 바람이 밀려든다.

무엇보다 초가집.

지난 밤 꿈속에서 보았던, 그리고 도원도에 그려진 초가와 똑같은 초가가 눈앞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운현의 입가가 올라가 이내 함박웃음을 만든다.

“할아버지!”

어느새 다가온 노인을 발견한 운현은 그대로 달려가 품에 안겼다.

노인의 품에 얼굴을 비비던 운현의 응석을 노인은 선선히 받아 주었다.

노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아!”

그때 돌연 운현이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이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 거린다.

“이상해요. 아까 분명히 제가 들어오려고 했는데도 못 들어왔거든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요!”

의구심이 가득한 얼굴을 한 운현이 노인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

노인은 그저 대답 없이 운현의 머리만 쓰다듬어 줄 뿐이다.

머리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에 운현의 표정은 고양이처럼 나른해진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젓는다.

“아이참! 중요한 거예요. 여기를 어떻게 들어오는지 알아야 제가 매일 놀러 오죠. 음……. 할아버지 혹시 제가 잠들면 여기로 오는 건가요?”

끄덕.

운현의 물음에 노인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운현의 입가가 함지박하게 벌어진다.

“아! 그렇구나! 어제도 잠들었을 때 들어왔었지? 음……. 그런데 할아버지?”

운현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본다.

“……혹시 눈만 감아도 들어 올 수 있나요? 꼭 잠이 들어야만 여기로 들어 올 수 있으면, 잠 안 오는 날은 못 들어오잖아요. 그럼 싫을 것 같은데…….”

중요한 문제라는 듯 운현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조막막한 얼굴에 붙어 있는 턱을 쓰다듬는 것도 모자라 이마엔 얕은 주름까지 졌다.

그 모습에 노인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끄덕.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 눈만 감아도 된다고요?”

끄덕.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의 대답에 운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그럼 이제 할아버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놀러 오면 되겠네요?”

운현은 그저 언제든지 놀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모습이다.

운현의 얼굴이 더욱더 노인의 품을 파고든다.

“아! 인사 안했다!”

그러다 문득 아직까지 노인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품에서 벗어났다.

옷가지를 바로 한 운현이 꾸벅 허리를 숙인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또 놀러왔어요!”

그리고는 생긋 웃어 보인다.

노인은 그런 운현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아준다.

운현은 그것이 마치 잘 왔다고 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운현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헤헤. 어제 할아버지가 육합권법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오늘 향근관에서 육합권법을 펼쳤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다 펼쳤어요. 원현 사형……. 아니, 원현 교두님이 칭찬하셨어요. 아! 원현 교두님이 누구냐면요…….”

신이난 운현은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육합권이였지만, 두서없는 운현의 이야기는 어느새 향근관의 교두인 원현에서 이제는 화산의 장문인인 정진자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번져갔다.

계속해서 바뀌는 주제로 수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운현의 이야기에 지칠 법도 하건만 노인은 그저 사람 좋은 얼굴로 말없이 운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었다.

그동안 운현은 외로웠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지금 운현은 행복했다.


도원도 속을 드나들 방법을 알게 된 이후.

운현은 매일 저녁만 되면 도원도를 찾았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운현이 귀찮아 질 만도 하건만, 노인은 늘 운현을 반겨 주었다.

도원도 속에서 운현이 하는 일은 여러 가지였다.

노인에게서 무공을 배우기도하고, 그러다가 힘이 들면 노인을 따라 산책을 나가거나, 아니면 혼자 이곳저곳 기웃 거렸다.

그리고 오늘.

쉬는 시간을 가진 운현의 눈앞에 긴 다리를 가진 커다란 흰 새가 내려와 앉았다.

“학이다!”

운현은 대번에 눈을 밝히며 소리 쳤다.

내려앉은 학은 운현의 외침에도 날아오르거나 놀라지 않고 가만히 운현을 바라봤다.

운현이 학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안녕. 나는 운현이라고해. 만나서 반가워.”

마치 사람을 대하듯 인사하는 순진한 운현의 인사에 학이 꾸벅 고개를 끄덕인다.

“어? 내 말 알아듣는 거야?”

놀란 운현이 되물었지만, 이번에 학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 긴 다리로 성큼성큼 운현을 향해 다가 왔다.

“아앗! 간지러워!”

그리고는 운현의 두 뺨에 부리와 머리를 비볐다.

야생의 학은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다. 그러나 지금 운현의 뺨에 얼굴을 비비는 학의 모습에서는 경계심이나 두려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친근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운현은 생각보다 딱딱한 부리에 놀라고, 생각보다 보드라운 깃털에 놀랐다.

하지만 곧 적응이 되었는지, 스스럼없이 학의 큰 몸체를 끌어안아 토닥였다.

학은 운현이 다 끌어안지도 못할 만큼 거대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본다면 커다란 학에 운현이 매달려 있는 듯 보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운현은 그저 자신에게 친근감을 표시해온 이 학이 좋았다.

“너는 어디서 왔니?”

운현의 물음에 학의 고개가 돌아간다.

마치 운현의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런 학의 시선은 저 먼 하늘을 향했다.

운현이 손가락을 들어 그쪽을 가리켰다.

“응? 저 쪽에서? 나는 안 보이는 걸?”

말 못하는 학과 대화라도 하는 듯 이야기를 건넨 운현은 고개를 절래 저었다.

학이 바라보는 하늘에는 새하얀 운무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운현이 그 운무를 뚫고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운현은 헤헤 웃었다.

“헤헤. 좋겠다. 나도 너처럼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새하얀 학을 타고 구름 위를 노닌다. 하늘 위에서 맞는 바람은 더욱 상쾌할 것이다. 그리고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운현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 학은 멀뚱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움직였다.

“어엇!”

상상에 잠겨 있던 운현이 놀라 멈칫 거린다.

학이 긴 목을 움직여 운현을 자신의 등 뒤로 밀어 올리는 것이다.

가늘어 보이는 목과 달리 어찌나 힘이 쌘 지 운현이 어찌 할 사이도 없이 등에 태워버렸다.

“으악!”

그리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비명과 함께 운현은 두 눈을 질끈 감은채로 학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조금이라도 놓쳐버리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릴 것만 같았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머리칼을 흩날렸다.

그 상쾌한 바람이 운현의 겁마저 함께 날려 보냈다. 운현의 감긴 눈이 다시 떠졌다.

“우와!”

머리 위로 구름이 떠 있다.

발 아래로 도원도 속 세상의 절경이 펼쳐진다.

저 쪽에 떨어져 내리는 절벽이 보이고, 봉우리 너머로 어렴풋이 밝은 빛이 비친다.

방금 전 두 발로 딛고 있던 땅은 어느새 멀어져 낡은 초가집도, 비단잉어가 사는 연못도 조그마하게 보였다.

그 생경한 광경에 운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운현이 눈을 빛냈다.

“할아버지! 이것 봐요! 제가 지금 날고 있어요! 학이 태워줬어요!”


작가의말

이렇게 운현은 비행청소년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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