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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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
작품등록일 :
2013.05.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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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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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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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화산검선(華山劒仙) - 도원도 속 세상 1.

DUMMY


“어? 집이다!”

다시 눈을 뜬 운현이 한 첫 말은 그것이다.

높지 않은 천정이 보이고, 꺼진 호롱불이 보였다. 잠들기 전과 달라진 것은 꺼진 호롱 불 뿐이다.

“……꿈이었나?”

낮게 중얼거리는 운현의 목소리엔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육합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펼쳤다.

한데, 그것이 모두 꿈이었으니 아쉬움이 남지 않을 리 없었다.

“아니야. 꿈에서도 했는데 현실이라고 못하겠어?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나도 곧 할 수 있을 거야!”

운현은 부러 과장스럽게 말하며 기운을 불어 넣었다.

“그런데 내가 얼마나 잤지?”

꿈인지 생신지 모를 꿈을 꾸다 깼다. 자신이 얼마나 자다 일어났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운현은 방문을 열었다.

“아앗! 또 지각이다!”

벌써 해가 동쪽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운현은 아침도 거르고 급히 상궁을 향해 뛰어갔다.

운현 마저 가버린 빈 방.

탁!

도원의 초가에도 불이 꺼졌다.


“일권에 일보!”

“하-앗!”

어제에 이어 계속 되는 향근관의 수련.

교두 원현은 백여 명이 넘는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잘못된 동작을 바로 잡았다.

그런 원현의 눈에 운현이 들어왔다.

‘호오!’

운현을 바라보는 원현의 눈가에 이채가 발했다.

“어제보다 많이 늘었구나.”

“앗! 감사합니다! 사형! 아니, 교두님!”

꾸벅 인사를 하는 운현을 향해 원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정진하면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게다.”

작게 격려를 남긴 원현이 소리 쳤다.

“이권에 일보!”

“하-앗!”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반응한다.

원현은 그런 아이들 틈 속에 있는 운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강맹함이나 호쾌함은 없지만, 어제 같이 버벅거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노력이 드디어 하늘에 닿았음이겠지.’

운현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원현이다.

어제 보다 나아진 오늘의 운현의 모습을 함께 기꺼워 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그날 수련은 육합권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총 여섯 초식으로 이루어진 육합권이지만, 그 변초와 응용을 다하면 서른여섯초식이 된다.

그 서른여섯초식이 모두 끝나고서야 수련이 끝났다.

제법 긴 시간이 걸린 탓에, 혼자 남아 수련할 세도 없이 모옥으로 발길을 잡아야 했다.

그런데도 운현의 입가엔 웃음이 감돈다.

‘다 했어!’

원현의 칭찬을 받은 것도 좋은 일이지만, 꿈이 아닌 현실에서 육합권을 끝까지 펼쳤다.

비록 중간 중간 멈춤이 있고, 쉼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운현에겐 충분히 기쁜 일이었다.

“헤헤. 나중에 스승님께 말씀 드리면 기뻐해주시겠지?”

뱃속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는 뿌듯한 기분에 얼굴까지 달아오른 운현은, 기뻐할 스승의 모습을 상상했다.

뿌듯함과 함께 쑥스러움이 올라와 저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이게 만든다.

“아!”

머리를 긁적이는데 아프다.

운현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머리를 매만졌다. 손끝으로 툭 튀어나온 이질감이 전해졌다.

“혹? 이상하다?”

지난 밤 꿈속에서 넘어졌을 때. 그때 머리에 혹이 났었다. 그것 말고는 머리를 부딪친 일은 없었다.

운현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혹 난 머리를 매만졌다.

“…….꿈이 ……아니었나?”


*


모옥에 어둠이 내렸다.

밝혀진 작은 호롱불은 춤추듯 경쾌하다. 호롱불이 일렁일 때 마다 방안에 그림자가 졌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운현은 멀뚱히 앉아 도원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은 뒤통수에 난 혹을 만지작거린다.

“이상하다.”

운현이 고개를 갸웃 한다.

꿈에서 신선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때 잘못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에 혹이 생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뒤통수를 만지는 손끝으로 볼록 솟아난 혹이 느껴진다.

운현은 확신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확실히 꿈은 아니었어. 그렇다면 이렇게 혹이 날 이유가 없잖아.”

잠결에 부딪쳐서 혹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촐한 방안엔 부딪칠 거리가 없다.

무엇보다 운현이 자신의 꿈이, 꿈이 아니었음을 확신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분명 꿈에서 본 곳이 저기란 말이야!”

눈앞의 도원도.

분명 꿈이라 생각했던 세상에서 보았던 것들이 도원도 속에 들어 있었다.

특히나 도원도 속 초가집은 꿈속 세상에서 보았던 그대로라 해도 좋을 만큼 흡사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운현은 삐죽 입을 내밀었다.

“어떻게 들어가지?”

운현은 자신이 도원도 속의 세상으로 들어갔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다시 그 도원도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도원도 속의 바람과 운무. 연못의 비단잉어와, 병풍처럼 둘러진 기암괴석의 절벽.

그리고 노인.

운현의 손이 어느새 정수리로 올라간다.

작은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운현의 입매를 끌어 올렸다.

“할아버지도 보고 싶은데.”

슥슥.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 보는 운현이다.

하지만, 도원도 속 할아버지에게서 느꼈던 따뜻함과 온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점이 못내 아쉽다.

오랫동안 홀로 지내온 운현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도원도 속 할아버지의 존재감은 그만큼이나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운현은 돌연 도원도를 향해 소리쳤다.

“할아버지! 저 운현이에요! 어제 저한테 육합권도 가르쳐주고 그러셨잖아요! 저 기억하시죠?”

“…….”

운현의 외침에도 도원도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치!”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로 돌아왔을 때.

실망한 운현의 입에선 볼멘소리가 튀어 나왔다.

하지만 이내 주먹을 불끈 쥔다.

“아니야! 어제도 저 속에 들어갔어. 그러니까 오늘도 들어 갈 수 있을 거야!”

굳은 결의와 함께 당당히 자리에서 일어난 운현이 도원도를 향해 걸어간다.

벽에 걸린 도원도를 손으로 든 운현의 얼굴은 짐짓 심각한 표정이다.

톡 손가락으로 찔러 보기도 하고, 똑똑똑 두드려 보기도 한다.

도원도는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운현은 도원도를 향해 머리를 들이 밀었다.

“이잇!”

들이민 머리를 힘껏 비빈다.

온 힘을 다한 듯 이를 악문 운현이 도원도로 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비비며 밀어 넣으려 하자 드디어 변화가 일어났다.

찍. 찌직!

도원도가 그려진 족자가 내는 비명소리다.

그건 분명 찢어지는 소리였다.

“으앗!”

동시에 운현이 놀라 머리를 때고 도원도를 확인했다.

“휴. 다행이다. 찢어지는 줄 알았네. 할아버지 죄송해요!”

도원도를 향해 꾸벅 허리를 숙이는 운현.

다행히 찢어지는 소리와 달리 도원도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운현은 그 와중에도 도원도 속에 사는 할아버지에게 폐가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고개 숙여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흠!”

결국 어떠한 방법으로도 도원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운현의 표정도 시들해졌다.

운현은 포기한 듯 다시 도원도가 그러진 족자를 벽에 걸고, 털썩 대짜로 누워 버렸다.

그러면서도 도원도를 향하는 운현의 시선만큼은 어찌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오늘 저 만나기 싫으신가 봐요.”

운현의 혼잣말에는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대답 없는 도원도.

오늘따라 유독 넓고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방안.

운현은 그 후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도원도만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휘잉.

바람이 불었다.

춤추듯 일렁이던 호롱불이 새하얀 연기만 남기고 사라졌다.

어둠이 찾아온 방안.

탈칵!

그리고 도원도 속 초가가 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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