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조언 (4)
아버지의 조언 (4)
“좋긴 한데 몇 가지 문제가 있네요.”
“뭐냐?”
“씨앗은 우리가 만든다고 바로 판매할 수가 없어요. 최소한 몇 년은 직접 키워가며 농민들에게 인지를 올려야 해요. 그래야 그들이 우리 씨앗을 구매해 작물을 재배할 테니까요.
또한, 생명공학 같은 경우도 한국에서는 법이 너무 강하게 묶여 있어 제재가 많거든요. 이거 다 해결하려면 일, 이년으로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빨리 시작해야지.”
“그럼 아버지가 그쪽을 맡아주세요. 이 건물에 아직도 빈 층이 많거든요. 연구원은 뽑아 드릴게요.”
“넌 꼭 나를 못 시켜 먹어 안달 난 놈 같구나.”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그 놀라운 경험을 너무 썩히시는 게 아닌가 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하여튼 누굴 닮아서 말발만 좋은 것인지?”
“아버지의 영향은 아닐 거에요. 제가 혼자 산 지 좀 오래돼서 EQ가 상당히 발달했거든요. 어쨌든 아버지의 아이디어는 진행하죠. 지금부터 씨앗팀과 생명공학팀도 만들어 연구진 뽑을게요. 면접은 아버지가 보세요.”
“알았다.”
“지니야 지금 들은 대로 채용 공고문 내줘.”
“말씀하신 대로 채용 공고를 올렸습니다.”
“고마워”
“지니는 보면 볼수록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렇죠. 아버지?”
“이전에 지니의 성능을 더 높이고 싶다고 했지?”
“그랬죠”
“그럼 검색 엔진을 만들어서 지니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떠냐? 지니의 성능이 상당히 올라갈 텐데 말이다.”
“검색 엔진요?”
“원래 인공지능이라는 게 인간을 본떠 만든 가상의 인간 아니냐? 그런데 인간이라고 다 좋은 성격을 가진 건 아니잖니? 철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을 프로그램화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지니는 기본 인성이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니가 스스로 얼마나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에 관해 이해도가 높은 편인 것도 같고 말이다.”
“지니야 우리 아버지가 좀 대단한 분이시거든. 그런데 너를 상당히 극찬하신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이럴 때 보면 정말 인간 같다니까. 인간의 깊이는 철학과 경험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이 두 가지를 지니에게 가르치는 거야. 사람들이 지니를 통해 검색엔진으로 검색을 할 때마다 지니도 같은 지식을 습득하게 되는 거지.
그 지식을 이해하게 된다면 더 높은 차원의 지니가 될 수 있다. 거기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용하게 된다면 각 나라의 문화까지도 배울 수 있게 되지.”
“좋은 생각인 것 같네요. 지니야. 오늘부터 검색엔진 한번 만들어봐. 너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네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만들면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검색엔진 말고도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그게 뭔데요?'
“게임이다.”
“게임이요?”
“그래.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고 지니도 인지력, 판단력, 이해력 등을 습득하고 익힐 수 있게 될 거다. 그 과정에서 지니는 자연스럽게 인간을 배워나가는 거지.
처음에는 단순한 보드게임에서 시작해 점점 행동 지향적인 게임으로 넘어가면서 학습하면 될 것 같다. 인간도 태어날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소 5년은 배워야 그 정보를 기반으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지!”
“그렇군요? 그렇게 연습시키면 인간처럼 자율 판단력이 올라갈 수도 있겠네요?”
“그래 맞다. 인간도 많은 선택 중 좋은 선택을 할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 오랜 경험이 있어야만 제일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지.
만약 지니가 문화와 철학을 배워 인간을 이해한다면 아류작 같은 기본적인 창작과 예술도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이나 창작은 힘들 거다.
지니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예술가로 승화될 수 있을 테니까. 예술가와 과학자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거든.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하는 모험가 같은 직업이니까.”
“그렇군요. 그래도 그 모든 건 지니가 해결해야 할 문제네요”
“아니지. 그건 지니를 만든 너의 사고와 판단으로 인해 가능하단다. 지니를 만들 당시 네가 알고 있는 이론을 프로그램화했을 테니까.”
“아 그렇군요”
“뭐 어쨌든 지니에게 모든 것을 다 가르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죠. 뭐. 지금까지 제가 하는 일 도와준다고 혹사했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줘야겠네요.”
“그리고 너도 너무 지구에 매달리지 말아라. 네가 가진 능력이라면 충분히 화성이나 다른 별에 인류를 이주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 그건 너무 오버하시는 거 아니세요?”
“넌 지금 너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만약 내가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다른 별에 자연을 재생시키거나 문명이 살 수 있게 연구를 했을 거다. 그게 과학자가 해야 할 일이야. 받은 대로 돌려주는 거지. 하지만 넌 가치도 없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구나?”
“그럼 아버지도 번개 몇 번 맞아 보실래요? 저처럼 변할지 누가 알아요?”
“장난하지 말고 우선 지니 시스템을 우주에다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해봐라.”
“우주에 지니 시스템을요?'
“그런 후 지니를 화성으로 보내 건물을 건설하고 식물을 심어 자연과 환경을 조금씩 바꿔보는 거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계속 진행하다 보면 티끌이 쌓여 거대한 제국이 될 테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바닷속에 도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그럼 네가 지금 벌고 있는 돈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제 국가를 만들면 돈 걱정하지 않고 살 건데 굳이 이렇게 돈을 벌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네요.”
“그래 전에도 말했지만,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아버지 생각이 옳으신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화성에 자연환경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그래 잘 생각했다. 과학자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져야지.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이다.”
그때 지영이가 호출하였다.
“왜?”
“삼별 기업 총수님께서 골프나 치자고 연락 오셨어.”
“뭐야? 그 영감탱이가 본인이 논다고 나도 노는 줄 아나 보지?”
“네가 그런 이야기 할 걸 예상하고 안 오면 후회할 거라고 전해 달래.”
“알았다. 알았어. 간다 가. 그런데 어디로 가면 돼?
지영이가 약속 장소를 알려주었다.
“아버지. 삼별 영감탱이 만나러 가야겠어요.”
“인맥도 상당히 넓어졌구나. 벌써 삼별 총수까지 만나고 말이야.”
“제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무작정 찾아와서 선물 하나 줬더니 이제 제가 무슨 종인 양 불러대네요. 이번에 확실히 이 영감탱이 성격을 고쳐 놓든가 해야지.”
“인맥의 힘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하다. 특히 한국에선 말이다.”
“알고 있다고요. 그래서 가는 거 아니에요.”
“그럼 잘 다녀와라.”
“그럼 편히 쉬고 계세요.”
“그래 난 지니랑 놀고 있으련다.”
“네 그러세요.”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삼별 회장 말고도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있었다. 그들을 빠르게 스캔했고 누군지 미론에게 전해 들었다.
“잘 지내셨어요. 어르신.”
“자네를 보고 어르신이라고 하는군.”
“나에게 얻을 것이 없는 놈이네. 그래서 날 막 대하는 거지.”
“한국에 그런 놈도 있던가?”
“여기 있지 않은가?”
협박까지 해가면서 불러놓고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 뒤에 삼별 전자 이규만 사장과 이수연 사장이 서 있었다. 경직된 표정으로 말이다.
“어르신 취미도 남다르십니다. 제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아십니까? 이번엔 이전과 다르게 수백조짜리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었다고요.”
“그런 게 있으면 나에게도 알려주고 그래야지. 혼자 먹으면 체한다네.”
“어차피 제가 알려드려도 어르신은 사용하지 못하십니다.”
“왜 그런가?”
“삼별 전자의 기술력으로는 따라올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 삼별은 최고들만 모였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했다가는 제 명에 못 살 거야.”
그 말에 뒤에 있던 그의 자식들도 얼굴이 붉어졌다.
“은근히 협박하시네요. 전 제가 본대로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대답하시는 걸 보니 제가 드린 선물의 비밀을 푸셨나 보네요?”
“그거 준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그런 소릴 하는가?”
“제가 삼별 전자에서 만든 메모리를 한번 훑어보고 만든 거예요. 설마 혼자 몇십 분만에 만든 것을 수백 명의 연구원이 며칠이나 지났는데 못 만들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회로도와 설명서도 드렸는데요”
“자네가 천재라고 자랑하는 건가?”
“전 삼별 전자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거라고요. 조금 전에 어르신께서 삼별은 최고들만 모였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치사하게 말꼬리 잡고 늘어지려고 하는군.”
“인정할 건 인정하십시오. 어르신.”
“그래 알았네. 알았어. 자네 똥이 굵네.”
아버지가 이런 농담을 하실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자식들이 더 놀랐다.
“역시 제가 어르신 뵙고 느낀 첫 감정이 맞았나 보네요. 쪼잔한. 이 말 했다고 마음 상하실까 봐 뒷말은 안 할게요.”
“하하하. 자네 말 한번 잘못했다가 된통 당했구먼.”
“그러게 말이야. 저놈하고 대화만 하면 내가 맨날 손해 보는 느낌이네.”
“난 이기철이라고 하네. 저 친구와는 불알친구지”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이기철 국방부 장관님.”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구먼.”
“제가 TV는 보지 않습니다만, 한국 주요 인사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습니까? 이렇게 소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지오 전자에서 만든 물건들을 어렵게 구해 사용해 본 적이 있네. 아주 편하고 놀라운 성능을 가졌더군. 그런 제품을 왜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가?”
“제가 그 물건들을 한국에 판매한다면 삼별 어르신이 좋아하시지 않을 겁니다. 그 외에도 우리 기업에 적대시 할 분들도 많아질 거고요. 그 부분은 넘어가시고 따로 드릴 말씀이 있으니 자리를 옮기셔서 대화 나누시는 것이 어떠신가요?”
축객령.
한낮 20대 청년이 삼별 기업 사장들을 이 자리에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쫓겨난다는 것보다 내가 국방부 장관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가 더 관심사였다.
“내 자녀들과 인사나 시키려고 불렀는데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구먼.”
“어르신. 그런 쓸데없는 것에 저 좀 부르지 말아 주십시오. 저 정말 바쁜 놈입니다.”
“내 자식들과 친해져 보면 그래도 쓸만한 놈들이란 걸 알게 될 거야.”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겠죠?”
“그 말은 곧 우리 자녀들과 친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는군.”
“저와 사업 스타일이 맞는다면 친해지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알았네. 내 자식들과 소개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자리나 옮기지.”
“그러시죠.”
그렇기 삼별 사장 둘과 캐디들을 남기고 모두 자리를 이동했다.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어?”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 모르겠지만, 물건은 물건이야.”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 몰라?”
“뒷조사를 시켰는데 정보가 없어. 4년 전에 번개를 맞고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왔어. 그 후 한국대 병원에서 근 1년간 치료를 받았고. 번개 맞은 이후에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이빨도 다 빠져서 틀니를 끼고 있다고 해. 그리고 다시 성형을 통해 지금 저 얼굴이 된 거래.”
“그래? 전혀 티가 안 나는데?”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이야.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2조 가까이 되는 사학 재단을 만들었어. 지오 전자를 대리해 운영하고 있고. 지금 그가 운영하고 있는 팬시 연구소는 본인이 만든 것 같아. 물론 형식 상인지는 몰라도 미국계 투자회사에서 자금을 지원 받아서 만들었고 그 투자금을 갚고 있어. 그런데 아무래도 페이퍼 컴퍼니 같아.”
“페이퍼 컴퍼니면 바로 알 수 있잖아?”
“그런 싸구려가 아니야. 정말 운영되고 있는 회사거든.”
“그래?”
“아까도 봤잖아? 우리는 어려워서 말도 못 붙이는 장관님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을 말이야. 확실히 뭔가 있는 놈이야. 어쨌든 오빠 능력으론 상대하기 힘들 거야.”
“이게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어?”
“그나저나 어떻게 할 거야? 저놈이랑 친해져야 하는데?”
“돈이 된다면 못 할 것도 없지. 아까 이야기하는 거 못 들었어? 100조짜리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고? 아버지가 누누이 말씀하셨잖아. 강해져서 내 마음대로 하라고. 내가 꼭 저놈을 내 발아래 두겠어.”
“정말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네. 성격도 치밀해 보이는 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똑똑한 놈인 것 같은데 말이야.”
“이 세상에 완벽한 놈은 없어. 어딘가 분명히 뚫고 들어갈 구멍이 있을 거야. 이제부터 그 구멍을 찾아 우리가 뚫으면 돼.”
“알았어. 우리도 가자.”
그들이 이동하자 그 자리에 있던 미론들도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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