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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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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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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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쪽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2)

DUMMY

“......“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세아는 이미 없었다.

“꿈... 인가?“

하지만 손에 남아있는 아세아의 향기는 내게 꿈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흐음......“

아세아가 내 앞에 나타난 이유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끼어 들지 말라는... 의미겠지.“

우리는 로켄을 죽였다. 즉, 이제는 갈레스라는 녀석이 우리를 완전히 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자기가 갈레스를 이기기 전까지는 우리가 위험하다는... 얘기겠지.

“......그리고...“

더 이상 만나기 힘들다는 얘기도... 되겠지?

“후우......“

이번에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아세아가 거부한 이상 더 이상 끼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다시 우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싫고.

“......“

부스스...

확실히 하루를 푹 쉬고 나니 몸이 훨씬 나아졌다.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해야 할까.

“일단... 밥은 먹어야겠지?“

그러려면 1층으로 내려가야 하고 말이다. 나는 방에서 빠져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끼이익... 끼이익...

“시설 정말 열악하군.“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삐걱하다니. 보수공사를 해야 되겠어.

‘그래도 도둑은 자동으로 방지되겠네? 이래서야 아무리 발소리를 죽여봐야 금방 들키니’

1층으로 내려가니 자르카는 이미 식탁에 앉아 풀을 씹고 있었고, 자르카와 같은 식탁에 앉은 신예와 사준은 사막의 음식에 굉장히 실망하며 억지로 밥을 먹고 있었다.

“으음? 일어났냐?“

“응.“

자르카의 물음에 대답하고 남은 의자에 앉았다.

“그래. 몸은 괜찮아?“

“그럭저럭... 움직일 정도는 돼.“

우리가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에서 무언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

옆으로 슬쩍 시선을 돌리니, 그 부담스러운 시선의 주인은 신예였다.

“대, 대단하군요... 그런 괴물을...“

“아... 그래?“

뭐, 내가 죽인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 괴물은 마을 수백 개를 부쉈던 희대의 괴물이라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 사막에 마을이 수백 개나 되었던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쨌거나......’

이런 시선은 부담스럽다.

“내가 죽인게 아닌데. 우리는 그저 구경만 하고 왔......“

“예? 하지만 자르카님이...“

“......“

자르카는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이 혼족이 떠벌린 모양이구만. 평소에는 과묵하더니 오늘 따라 왜 변덕이 생긴 거야?!

“하아... 아니야. 내가 죽인거.“

“그래요?“

신예는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다.

“이제는 뭘 할거냐. 확실하게 끝내려면 렌드를 찾을래?“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드... 아니 사냥은 그만 둘거야.“

순간 드래곤 사냥이라고 말할 뻔했다. 사실 사냥도 아니지만.

“그럼?“

자르카는 다음 일정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글쎄... 일단 성도로 가 볼 생각인데.“

“......성도?“

“응.“

성도라는 말을 듣더니 짐을 뒤져보는 자르카였다. 그가 꺼낸 책은... 내가 준 지도책이었다.

‘지도를 보는게 재미있나?’

“어디 보자......성도 나르케타피안?“

“응. 거기밖에 더 있어?“

내 말에 자르카는 약간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성도라... 예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곳이지.“

“그래?“

그럼 다행이고... 난 또 자르카가 일 다 끝났으니 돌아간다고 하면...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성도?“

신예는 그렇게 말하며 사준을 바라보았다. 저건 가고 싶다는 눈빛이다.

“......그곳에 들려도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만. 어차피 시일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아앗! 그럼 저희도 같이 동행하면 안될까요?“

“......“

자르카는 나에게 맡긴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가죠.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와아!“

신예는 기쁜 듯한 얼굴이었다. 자르카는 살짝 나에게로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가는 길에 나 말 타는 법도 알려줘.“

“그럴게.“

‘그러고 보니 아세아도 말타는 법 알려줘야 되고... 성도에 같이 가야 되는데......’

어쩐지 씁쓸한 마음에 맛없는 사막의 음식을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하지만 짐을 전부 잃어버린(자르카 바보!)우리는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고민했지만, 다행히 길을 떠날 때 사구레트가 우리를 사막의 끝까지 데려다 주고 할망구에게서 돈도 찾아줬다(물주머니가 없어져서 반품은 못했지만, 손해본 50데콘은 받아왔다!). 사구레트는 장사할 일이 있기에 게론의 경계에서 우리와 헤어져야 했다.

“이거 고마워서...“

내 말에 사구레트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네. 자네들 덕분에 어스 드래곤이 조용해졌으니까.“

참고로 사구레트는 어스 드래곤을 우리가 진정시켜 놓은 줄 안다. 설마 죽였으리라는 생각은 못 하겠지.

‘뭐,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게 덜 귀찮고 좋지만’

“그럼 잘 가게. 이번에는 잘 됐지만 다음부터는 그렇게 위험한 일 하지 말고!“

“알았어요.“

사구레트는 그렇게 낙타를 타고 돌아갔고, 우리는 돈을 돌려주는 바람에 성격이 날카로워 진 할망구의 눈초리를 받으며 길을 떠났다.

“휘유......”

다가닥. 다가닥.

그렇게 17일 뒤... 우리는 열흘 전에 들린 마을에서 말을 구입해 본격적인 고속여행을 시작했다. 내가 걱정했던 것은 신예와 사준이었는데, 그들도 말을 탈 줄 알았다. 하긴... 여행자가 말은 탈 줄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결국 나는 자르카만을 맡아서 가르치고 있었다.

“좋아. 그렇게 발로 말의 옆구리를 쳐서...“

퍼억!

저렇게 세게 치면...

“히히히힝!“

타가닥 타가닥!

“으아아악!“

“바보.“

말은 자르카를 태우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지금은 나은 거지, 처음에는 저렇게 옆구리를 찼다가 말이 기절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빨리 배우시는군요.“

“그건......“

혼족이라 그럴걸. 뭐, 확실히 사준의 말대로 자르카는 의외로 빠르게 배우고 있었다. 뭐... 빠르기는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고 해야 할까. 달리는 것은 무리다. 응? 지금 달리지 않냐고? 저건 그냥 말이 날뛰는 거지.

“이런. 위험하겠는데요.“

말은 점점 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라드으!“

정말 못 말려.

“......이럇!“

타각 타각!

“으아아악!“

나는 한참을 추격해서야 겨우 자르카의 말을 잡을 수 있었다.

“워, 워...“

푸르릉...

이상하게, 빛의 신관이 된 다음부터 말들이 내 말을 잘 듣는 것 같았다. 신력과 관련이 있는 일일까? 아니면 그냥 내 착각일까......

“후우우... 살았다.“

말이 멈추자 자르카는 꽉 붙들고 있던 말의 목을 놓았다.

“왜 매번 이따위야?“

“......이따위? 야 1주일간 배워서 이 정도면 빠른 거지!“

하긴.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의 이동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누구 때문?“

“......“

내 물음에 자르카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자르카님은 괜찮습니까?“

자르카와 함께 잠시 길가에 서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준과 신예가 우리를 따라잡았다.

“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데요.

“괜찮습니다.“

다시 말에 타려고 했지만, 아까의 일로 흥분한 말은 자르카를 태우려 하지 않았다.

“으이구...“

자르카는 말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을 듯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자르카. 그런 짓을 했다가는 3일 정도는 걸어야 할걸.“

“......“

내 말에 자르카는 다시 손을 내렸다.

“좋아. 착하지...“

살짝 손에 신력을 덮어놓고 말의 목을 쓰다듬어주었다.

“히히힝!“

말은 한번 머리를 휘젓고는 조금 진정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

자르카는 왠지 자신의 말이 나에게 더 친한 것 같자 조금 불만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기에 누가 말 줄 건초를 몰래 뺏어 먹으래?

“그래서. 성도까지는 며칠이나 남았지?“

자르카의 물음에 나는 지도를 확인했다. 이제 지도를 보는 것이 재미없어졌는지 다시 나에게로 지도 보는 역할이 넘어 온 상태였다.

“자르카가 말을 타고 달리면 10일. 지금처럼 가면 17일.“

“......“

내 가시 돋힌 말에 자르카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런 모습을 보던 사준이 한마디 했다.

“자르카님. 지금 자르카님에게는 한가지가 부족합니다.“

“응? 뭔데?“

“바로 말을 ‘도구’로 생각하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도구라니. 동물이지.“

사준은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닌데 말이지...

“아니, 동물도, 도구도 아닙니다. 여행을 같이 해줄 ‘동료’입니다.“

“......“

그 말을 들은 자르카는 자신의 말을 바라보았다.

“자르카님을 대신해 움직이고, 대신해 짐을 날라줄 동료라고 생각하십시오.“

“......흐음... 그런가?“

자르카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의 옆구리를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푸르릉!“

말은 처음에는 자르카의 손길을 피하는 듯 싶더니, 곧 가만히 있게 되었다.

“푸릉...“

“자르카. 지금 타 봐.“

“알았어.“

자르카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말 위에 올라탔다.

“옆구리를 찰 때는 가볍게. 알았어? 살짝만 차도 다 알아챈다고.“

“알았다니까. 이랴!“

타각 타각 타각!

이번에는 의외로 잘 달리는 자르카였다.

“초보에게 뒤쳐질 수는 없겠죠?“

내 물음에 사준과 신예는 미소를 짓더니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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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4) 11.10.25 465 7 66쪽
99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3) +1 11.10.25 499 9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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