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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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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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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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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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쪽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1)

DUMMY

깊은 잠에서 눈을 떠보니......

“......“

낯선 천장이 보였다.

‘뭐야... 난 죽은 거 아니었나?’

멍하니 천장의 나무무늬를 바라보다가, 문뜩 창문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고개만 오른쪽으로 살짝 돌려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믐이네...“

이렇게 달도 확인하니... 정말로 살아있는 것 같았다.

“으응? “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나는 로켄의 이빨에 씹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거 참... 이상하네...“

비록 온몸이 쑤시고 아프기는 했지만, 확실히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정신이 들었나 보네.“

그렇게 내 상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내 머리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는...’

“에... 여신님?“

“그래.“

여신이 왜 여기에 와 있는 걸까?

“거 참...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다.“

“왜요. 아세아가 이기면 끝나는 거 아니에요?“

“......멍청아. 이기기 전까지 괴로울 거 아니야.“

아... 그건 그렇구나.

“......아아... 지금 마계에서는 세키가 가져간 물건으로 무엇을 할지도 모르는데...“

여신은 꽤나 골치 아프다는 목소리였다.

“......아.“

지금까지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세키가 세계의 거부를 막아주는 물건들을 가져갔었지...’

“......후우... 게다가 직접 내 손으로 로켄을 죽여버렸으니... 이제는 발뺌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잖아.“

“네?!“

여신이 로켄을?!

“......그럼. 누가 로켄을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음...... 죽었는지도 몰랐는데요.”

“그럼 그 로켄이 안 죽었으면 네가 어떻게 살아 잇는데?”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여신은 분명히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고 있겠지.

“그건...... 그냥 자르카가 저를 빼내고 도망 왔는 줄 알았는데요.“

“......바보냐 넌. 그랬다가는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있을걸?“

아아. 그랬지...

“그래서. 지금 후회해요?“

“......“

저벅. 저벅.

여신이 걸음을 옮겨 내 눈 앞, 즉 창문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글쎄.“

그 말과 함께... 여신은 별빛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쩝... 누가 빛의 여신 아니랄까봐.“

사라지는 것도 참... 빛과 관련되어서 사라지네. 그나저나 글쎄,라는 대답은 그렇다는 거야, 아니면 아니라는 거야?

“......하아...“

사막의 밤은 고요했다.

“정말 조용하군... 그리고......“

휘이이잉...

“추워......“

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후우.....“

로켄의 입안에서, 정말로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

나는 밝은 빛을 보았다. 그것이 단순한 착각이나 환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여신이 도와줬던... 건가?

“뭐... 잘 모르겠네......“

여신이 어떻게 도왔는지... 몸이 아프기는 했지만 오히려 신력은 증가한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신력이 증가해서 몸이 아픈 것일까?

‘.......이제... 어쩌지?’

두 드래곤과 싸워서 이겼다. 하지만 아세아를 만날 수 있을지... 아니면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렌드가 살아서 도망친 것이 변수니까...

“만나면 좋겠지만 말이지.“

그 늙은이 성격에 만나게 해줄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아... 보고싶다......”

“......라드.“

어라. 아세아가 보고 싶어서 그런가. 아세아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환청인가...“

잠이나 더 자야겠다. 이상한 환청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다.

“라드. 나야.“

환청이 다시 한 번 들리네.

“......뭐야. 내가 왔는데도 그냥 잘거야?”

“응? 설마 진짜 아세아?“

목소리가 들린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온몸에 퍼져있는 고통은 그것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고개만 돌리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에, 난 내 바로 뒤에 있는 아세아를 바라보지 못했다.

“움직이지 않아도 돼.“

그런데... 평소의 아세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조금... 성숙해진 듯한 목소리? 지난번까지는 너무 아이 같은 목소리라고 하자면 이것은 약간 소녀티가 나는 목소리였다.

“......왜 그런 일을 한 거야.“

“그, 그거야...“

나도 모른다니까... 하지만 본인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실례겠지. ‘왜 나를 도왔냐’라고 했을 때 ‘나도 몰라. 그냥!’ 이라고 하면 조금 그렇잖아.

“글쎄......“

그냥 대충 대답을 얼버무렸다.

툭.

적막하게 가라앉아 있던 방 안에서 갑자기 나무로 된 바닥에 무언가 물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상황이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세아, 설마 우는......“

“아니야!“

으윽. 귀청 떨어지겠다. 하여간 목청은 좋다니까...

“우는거 아니야! 바보!“

“......“

“으흑... 흐윽......”

아니... 목소리가 울먹이고 있는데 말이지... 쉴 새 없이 눈을 문지르고 있기도 하고.

“흐윽... 바보... 괜히 엉뚱한 짓을 해서 다치기나 하고...“

“......“

“그냥 나 같은 것은 포기하면 좋았잖아... 그럼 아프지 않았잖아...”

뭐라고... 말하기가 그랬다. 특히 이렇게 뒤로 돌아선 상태에서는.

‘후우,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나는 고개를 서서히 왼쪽으로 돌렸다.

뿌득!

“으윽!“

장난 아니게 아프다. 예전에 순간 가속 능력을 사용했던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고통이 전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에 신경쓸 여력은 없었다.

“......흐윽...“

아세아는 역시 눈에 눈물을 잔뜩 달고 있었다. 저러면서 울지 않는다고 하다니...

“......그렇게 울면 눈 붓는다.“

“흥!“

이젠 농담도 통하지 않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데?

"지금 돌아온 거야?"

내 물음에 아세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 늙은이가 안 놔줘?"

아세아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빠... 로드는... 더 이상 나에게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러면 뭐가 문젠데?"

울고 있던 아세아의 얼굴이 어쩐지 포기한 듯한 슬픈 웃음을 지었다.

"나...... 드래곤 로드가 되어야 해."

"......아세아는 그런데 관심 없잖아."

"......"

아세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맑고 검은 눈동자에서 다시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안 돼... 더 이상 같이 있을 수는 없어..."

"뭐가 안 된다는 거야?"

왜 떠나려고 하는 거지? 그 늙은이의 방해도 없다면 이제는 그냥 같이 다니면 되잖아? 만약에 지금 떠난다면 지금까지 자르카와 나는 목숨을 걸고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말인가?

"흑... 흐윽..."

"......"

하아... 정작 울고 싶은 건 나라고.

"흐윽... 안 돼..."

"미치겠군..."

답답하다.

"그만 울어."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마디는, 말을 한 내가 놀랄 정도로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였다.

"끄윽... 끄윽..."

내 말에 아세아는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짜증나'

왠지, 왠지 모르지만... 난 어린 아이가 우는게... 너무 싫다. 아니... 누군가가 우는게 싫어.

'기분이 나빠져... 가슴이 답답해...'

누군가가 울 때... 가슴에 느껴지는 찡한 느낌이 싫다.

울컥.

'......'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던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소리 질러봐야 더 울기만 한다...'

신아야 워낙 드센 아이였으니까 소리지르면 오기가 생겨서 나에게 덤빈 거지. 아세아같이 여린 성격이면 안 된다.

"울지 말라니까."

"흐윽......"

아세아는 다시 한번 말하자 울음을 조금 그치려는 생각인 듯 싶었다.

"흐윽... 흐윽..."

"뭐가 문제인데. 얘기를 해봐."

"흐윽... 싫어."

답답하군.

"또... 끄윽... 바보같이 나설 거잖아."

"......"

윽. 맞는 말이군.

"끄윽... 흐으윽..."

"......"

"아세아."

"흐윽..."

"이리와."

"......"

자세히 바라 본 아세아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을 때에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끼이익...

여관 바닥은 나무로 되어있었기에, 아세아가 걸어오자 듣기 싫은 소음을 내고 있었다.

"......"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눈물을 보고... 드디어 알아냈다. 내가 왜... 아세아를 위해서 그렇게 애썼는지를... 그 슬픈 눈동자가 행복하게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다...

"자."

‘하지만 오히려 울려버렸으니 실패인 걸’

내가 손을 내밀자 아세아는 내 손에 높이를 맞춰서 몸을 낮췄다. 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상태니까... 아세아가 숙일 수밖에.

"......"

잘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아세아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았다.

"그렇게 눈물 묻히고 다니면 안 돼."

"흐윽..."

"자, 착하지?"

"으응..."

아까 나에게 빽! 소리지른 것을 보면 별로 착한 것 같지도 않지만. 훗...

"......라드."

"응?"

"손이 따뜻해."

"그래?"

그거야 지금까지 이불 안에 손을 넣어뒀으니까... 아닌가?

"헤헤..."

아세아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달려 있었지만, 그래도 입은 밝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 하나만으로도,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그 모든 것의 보상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네 걱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대고 체온을 느끼는 아세아였다.

"울지 말아 줘... 응?"

"......"

"아세아?"

"......응."

아세아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눈에 눈물이 맺히려했지만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손등으로 스윽 닦아버리고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

스윽스윽...

칭찬의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신아는 이럴 때 부끄러워하며 도망가던데...

"......"

아세아는 기분이 좋은지 편한 표정으로 내 손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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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4) 11.10.25 465 7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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