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094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1.02 18:45
조회
354
추천
6
글자
61쪽

2nd 13. 복수자(8)

DUMMY

손가락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종이에 묻혔다.

"좋아. 이것만 가문에 제출하면 절차는 다 끝나."

여신은 로엘에게 그 종이를 건네 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로엘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 종이를 들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아마도 가문이라는 곳이겠지.

펄럭- 펄럭-

빛의 날개가 아니라 진짜 날개는 펄럭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만이 공허한 하늘에 울려퍼지고, 이곳에 있던 우리 넷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런데... 이걸로 모든 볼일이 끝난 건가요?"

"그렇지."

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돌아가도 되겠네요?"

"그건 안 돼."

"왜요? 다 끝났다면서요?"

"제가 3일 동안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데로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말해주시기는 했지만... 일은 다 끝났잖아요."

"끝나기는 했지만."

여신은 파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호대상과 수호천사는... 처음에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해. 수호천사에게 인간계로의 적응력을 불어 넣어줘야 하니까."

"......"

그래서... 3일이라는 건가?

"그럼 파리아가 같이 내려가면..."

여신은 고개를 저었다.

"3일이 되기 전까지 파리아는 내려갈 수 없어. 3일도 최소한으로 잡은 거라고."

"그런......"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할 수 없잖아. 파리아 없이 마황자를 상대할 만큼 네가 강하지 않으니까."

"......"

나는 파리아를 바라보았다.

"파리아... 너는 마황자를 이길 자신이 있어?"

내 물음에 파리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난번에 그를 쫓아낸 것은... 그 뱀파이어를 노리자 그가 자신의 몸을 던져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제대로 싸웠다면 분명히 졌을 겁니다."

"겸손하기는..."

여신은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신살검, 하늘을 찢는 레쥬사도 가진 파리아가 질 리가 없을 텐데."

그러나 그 말은 나에게 말하는게 아니라 파리아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신살검의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주인이 말이지..."

"그도 신살검의 주인입니다."

파리아의 간단한 말에 나와 여신이 동시에 놀랐다.

"뭐라고?"

"그도 신살검의 주인입니다. 어째서 그것을 쓰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어떻게 알지?"

내 물음에 파리아는 자신의 허리에 걸린 에스토크... 아니, 레쥬사를 툭툭 건드렸다.

"지난번에 그를 만났을 때, 레쥬사가 알려줬습니다. 그가 대지를 불태우는 시오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신살검에 그런 기능도 있었나? 에페리스는 신살검이 아니라서 말이지...

‘자르카는?’

모린의 말에 따르면 자르카는 아직까지 카오틱 블레이드를 완전히 다루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가 시오를 들고 나온다면... 제가 분명히 집니다."

"......"

파리아의 솔직한 말에 여신의 고운 눈썹이 휘어졌다.

"잠깐만요... 정리 좀 하고..."

잠시 파리아의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다시 파리아에게 물었다.

"만약에 그가 시오를 들고 나온다면, 파리아도 막을 수 없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

그도... 신살검의 주인이라는 말이지?

"......후우...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파리아보다 강한 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신의 대답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참. 여신님이 마황자를 상대하면 안되나요?"

내 물음에 여신이 피식 웃었다.

"한마디 해줄게. 마황자는 말 그대로 '괴물'이야."

"......괴물?"

"그래. '괴물'. 정말 어쩌다가 그런 녀석이 나타났는지... 신계에서도 그를 막을 수 없어서 파리아를 신계에 대기시켜 놓는 거잖아."

그래서 지난번에 파리아가 여신의 거처 근처에 있었던 건가...

"그리고 이제 로엘이 프라스타 가문의 가주가 된다면... 과연 얼마나 그녀를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큰 도움이 되겠지."

"로엘이요?"

"그래. 파리아와 로엘이 프라스타 가문의 가주 후보였는데 파리아가 떨어져 나갔으니 이제 남은 건 로엘 밖에 없잖아."

"......그래요?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도움이 안되나요?"

"안 돼. 가주가 마족이랑 싸움도 안 하려고 한다니까."

"왜요? 원래 천족은 마족이랑 싸우지 않나요?"

"괜히 피해를 많이 입으면 자기들 가문 세력 줄어 들까봐."

"......"

천족들도... 인간계에 알려진 것처럼 완벽한 존재는 아니었군.

"어쨌거나 3일만 참아. 일행이 걱정되겠지만 할 수 없잖아."

"그럼 여신님이 계속 일행들을 지켜봐 주시면..."

"지켜보면?"

여신이 되묻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지켜봐서... 위험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도우러 갈 수 있나? 나는 지금부터 로엘이 서류를 올리는 동안 같이 가줘야 하고, 데로스는 많은 마족들을 상대했고, 아까 무리하면서까지 라드를 지켜주느라 힘이 없을 거야. 그렇지?"

데로스는 여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더라도 그냥 참아. 만약에 너에게 그 상황을 보여준다면... 언제 뛰어내릴지 몰라서 미안하지만 보여줄 수 없겠어."

확실히... 일행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이곳에서 가만히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3년 같은 3일이 지났다. 지상의 상황을 알 수 없어서 답답했지만, 그래도 여신의 말대로 보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계에 오고 파리아와 계약을 한 뒤 3일째 되는 날의 아침.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파리아와 나는 식탁에 앉아있었다.

“여신님은 아직 안 돌아오셨나?“

“아직이신 것 같습니다.“

데로스는 이미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여신은 로엘과 같이 프라스타 가문으로 갔으니 이 집에는 지금 나와 파리아밖에 없었다.

“하나 더 드시겠습니까?“

파리아가 내민 것은 초록색의 거친 껍질을 가졌지만, 내부는 달고 물렁물렁하고 약간 노란 과일이었다.

“아니. 됐어.“

요즘 과일만 먹고살려니 속이 괴롭다.

‘뭐, 꼭 과일 때문만은 아니지...’

일행들이 괜찮을지 걱정돼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억지를 써서라도 봐두는게 좋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파리아... 너는 아래쪽을 볼 수 있지 않았어?“

“불가능합니다. 여신님이 아래쪽의 경계를 빛의 신력으로 꼬아서......“

파리아에 대해서 하나 알아낸 점이 있다면...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한 가지를 물어보면 그에 관한 4~5개의 이야기를 해 준다.

“자세한 설명은 됐어.“

“알겠습니다.“

“후우......“

다들 고생하고 있을 텐데... 나만 이렇게 편하게 있어도 되는 걸까.

“......“

그렇게 암울하게 앉아 있는데 파리아가 갑자기 식탁에서 일어났다.

“여신님이 오십니다.“

“응? 그래?“

나도 일어나서 파리아의 뒤를 따라갔다.

“어디에 계신데?“

“저쪽에...“

“저기?“

파리아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뭐야... 아직 안 보이는...“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시야에 검은 점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점은 급속도로 커지며, 금발의 여신의 모습으로 커지고 있었다.

“이런...“

파리아는 나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후우우우우웅웅!!!

“으윽!“

갑자기 구름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이, 이게 뭐야...“

“여신님이 순간적으로 멈추며 주변에 있던 구름이 그 풍압에 의해 날린 겁니다.“

“저기.... 자세한 설명은 됐어.“

안개... 아니, 구름이 조금 가라앉고 나자 나는 꽤나 지쳐 보이는 모습의 여신을 볼 수 있었다. 여신은 꽤나 지쳐 보였지만, 그보다 다급하게 말하는 것이 먼저인지 숨을 고르자마자 내 어깨를 잡고 말했다.

“큰일났어!“

“네?“

설마... 일행이?

“일행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그래. 마황자가 일행 근처에까지 다가갔어. 어찌된 일인지 일방관문이 오늘 아침에 열렸다고!“

“이런! 파리아...“

파리아는 이미 집으로 들어가서 레쥬사와 에페리스를 챙기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

에페리스를 받아들고 날개를 생성시켰다.

“빨리 아래쪽으로 보내줘요.“

“......적응은?“

파리아는 여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지금 하나 더 급한 일이 있어.“

“이것보다 급한 일이 어디 있어요!“

“......로엘이 습격 당하고 있어.“

이건 또 무슨......

“......“

여신의 말에 파리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우리가 돌아오려고 하는데, 몇몇의 천사들이 로엘을 공격하더라. 로엘은 어찌어찌 도망가며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신님은요? 그냥 지금 이렇게 온 거에요? 로엘님을 버리고?“

“......“

내 질책 섞인 물음에 여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여신님이라면 충분히 다 해치우실 수 있잖...“

내가 여신에게 다시 한소리 하려는 순간, 내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그랬다가는 프라스타 가문과 슈발로이카 여신님은 완전히 돌아서게 됩니다.“

“뭐?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현재도 슈발로이카 여신님과 프라스타 가문의 현 가주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보낸 그들은 아마도... 현 가주가 보낸 자들이겠죠.“

파리아의 얼굴은 약간 씁쓸하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는 현 가주는 우리남매를 제거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가문에서도 원로들은 전부 적이라고 할 수 있죠.“

“둘은 가주 후보라며?“

“그들이 원해서 후보가 된 것이 아니니까요.“

아직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파리아는 더 이상 말하기 싫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나도 한시가 바쁜 상황이지만......

“......“

파리아는 자신의 심장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 동생을 구하러 가고 싶군요.“

“......파리아...“

“......하지만 저는 로엘의 쌍둥이 오빠인 파이라엘 프라스타가 아닌, 아나스의 성에 묶인 ‘파이라엘 아나스 프라스타’입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그의 눈에 깃든 결심을 읽을 수 있었다.

‘......로엘님을 포기할 수도 없어’

나를 위해서 가주의 자리까지 포기한 파리아다. 더 이상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

“......이렇게 하죠.“

“응?“

여신은 내 제안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아직 일행은 마황자와 만나지 않았죠?“

“그래.“

“그렇다면......“

나는 파리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파리아는 지금 당장 로엘님을 구하러 가고.“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여신에게 돌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내려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3rd 01. 구원자(6) +1 11.11.07 434 11 76쪽
126 3rd 01. 구원자(5) +2 11.11.07 405 10 94쪽
125 3rd 01. 구원자(4) +3 11.11.06 458 15 57쪽
124 3rd 01. 구원자(3) 11.11.06 447 9 69쪽
123 3rd 01. 구원자(2) 11.11.05 477 11 72쪽
122 3rd 01. 구원자(1) +2 11.11.05 502 15 63쪽
121 외전 - 라포스트 방어전 +4 11.11.04 420 10 77쪽
120 외전 - 희망의 빛 +1 11.11.04 454 6 79쪽
119 외전 - 에페리스 +4 11.11.04 399 8 24쪽
118 2nd 13. 복수자(11) +2 11.11.03 427 6 31쪽
117 2nd 13. 복수자(10) +2 11.11.03 439 6 16쪽
116 2nd 13. 복수자(9) 11.11.02 480 6 68쪽
» 2nd 13. 복수자(8) 11.11.02 355 6 61쪽
114 2nd 13. 복수자(7) +3 11.11.01 435 6 72쪽
113 2nd 13. 복수자(6) +1 11.11.01 413 11 87쪽
112 2nd 13. 복수자(5) 11.10.31 444 8 51쪽
111 2nd 13. 복수자(4) +2 11.10.31 392 5 56쪽
110 2nd 13. 복수자(3) 11.10.31 433 8 75쪽
109 2nd 13. 복수자(2) 11.10.30 491 6 82쪽
108 2nd 13. 복수자(1) +1 11.10.29 489 7 65쪽
107 2nd 12. 만월제의 밤(4) +2 11.10.29 479 6 57쪽
106 2nd 12. 만월제의 밤(3) 11.10.28 370 7 54쪽
105 2nd 12. 만월제의 밤(2) +2 11.10.28 408 6 62쪽
104 2nd 12. 만월제의 밤(1) +1 11.10.27 406 11 91쪽
103 외전 - 마계반란 +1 11.10.27 390 6 40쪽
102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6) +1 11.10.26 439 8 86쪽
101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5) 11.10.26 514 6 77쪽
100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4) 11.10.25 465 7 66쪽
99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3) +1 11.10.25 498 9 48쪽
98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2) +1 11.10.24 537 6 5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