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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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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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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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쪽

2nd 13. 복수자(4)

DUMMY

"라드님!"

이번 일에는 별로 끼어 들고 싶지 않다. 빈민을 돕고싶기는 하지만 마족과 싸울 정도는 아니야.

"......오빠. 악당 같아."

"시끄러. 목숨을 걸면서까지 그런 일을 하고싶지는 않단 말이다."

그리고 뭐가 악당이냐. 그냥 살고싶다는 얘기지.

"잘 생각했다."

어느새 자르카는 내 옆에 서 있었다.

"지금 수도는 난리도 아니라는 군. 마족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뭐?"

"수도의 반은 이미 마족에게 접수 당했다는군. 나머지 반은 왕성이 기사들이 잔뜩 몰려서 막아내는 중이라던데."

그렇게 말하며 자르카는 피난민들을 돌아보았다.

피식.

그리고는 신아를 보고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아까 했던 말 취소. 이 오빠가 더 악당 같네."

신아의 나직한 한마디에도 자르카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예전부터 이렇게 정해졌었지만... 크큭..."

"......정해졌다니?"

내 물음에 자르카는 여전히 비웃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아, 아. 너는 모르겠군. 지난번에 날아갔던 빈민가... 알지?"

"응."

"그곳 지하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

"......글쎄?"

땅속에 뭐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대지의 신관도 아니고.

"마계에서 인간계로 올 수 있는 일방관문."

".....뭐라고?!"

마계에서 인간계로?

"지난번의 마황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인간계에 '투영'했을 뿐이지. 덕분에 아세니카르나 내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약했고 말이야. 그리고 너의 빛에 비춰져서 사라졌을 때도, 단지 그림자가 마계로 돌아갔을 뿐이야."

"......"

그럼 우리는 단순한 그림자에게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건가?

"하지만 일방 관문으로 온다면... 말 그대로 엄청난 괴물들이 빠져나오는 거지. 몰론 그렇다고 해도 세계의 거부는 받겠지만... 지난번에 세키가 가져간 그 물품이 또 문제지."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그런게 왜 수도 지하에?"

"처음에는 일방관문을 막으려고 대지의 신족들이 그곳을 흙으로 덮어버렸지. 덕분에 수도 근처의 지형은 다른 곳보다 조금 높지 않나?"

"그건 그렇지..."

"그리고 그 옆에다 대지의 신족들의 뜻을 받은 초대 국왕이 그 옆에 왕성을 지었지. 일방관문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으려고."

"......그리고 수도가 점점 커져서..."

자르카는 내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국 일방관문의 위까지 수도의 범위가 커진 거지. 덕분에 그곳에 자리잡고 있던 빈민들이 이 꼴이 된 거고."

"그런데 그게 왜 지금...?"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마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몰라도... 하지만 마족들이 특별히 수도를 노린 것은 아닐 걸? 그들로서는 수도가 일방관문의 출구라는 것은 알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는 것은 지금 수도의 그곳을 막지 않으면 마족들이 계속 튀어나온다는 거야?"

자르카는 고개를 저었다.

"일정 이상의 숫자가 빠져나오면 얼마동안은 작동하지 않아."

"그게 얼마동안인데?"

"글쎄... 잘 모르겠군."

그렇게 된다면......

"신예. 정말로 그 일은 거절해야겠어."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저도 더 이상 부탁할 수 없군요."

신예도 사준도 굉장히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특히 거의 울상을 짓는 신예의 얼굴이었다.

"걱정 안 해도 돼. 이런 경우에는......"

그렇게 말한 자르카의 시선은 나에게로 몰렸다.

"나, 나?"

"너 말고 여신."

아! 그랬지!

"여신님... 무슨 방법이 없나요?"

-그 일은 신계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그럼 그 마족들도 다 없앤다는 얘긴가요?"

-그래. 이미 데로스가 나섰으니까 걱정하지 마-

‘데로스?’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 같은데. 아득하게나마 그리운 느낌이 드는......

"그분이 누구신데요?"

-너를 소개시켜준 바람의 여신-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강한가요?"

-나와 동급-

"그럼 걱정 없겠네요. 그런데 언제쯤...?"

-이미 나갔어. 며칠이면 끝나-

"그래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몰린다.

"저기... 신계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데. 이미 신족이 오고 있대."

자르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건은 본격적으로 마계가 개입되어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신계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되지."

"그런가요?"

그 설명에 신예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신예. 그 곳에는 신관이 없어?"

"네. 없어요."

"그래?"

놀라운 일이군.

"그런데 지금 오신다는 신족은... 설마 라드님의 여신님?"

"아니. 그 여신님의 친구."

신예의 표정이 약간 아쉽다는 듯이 변했다.

"어쨌거나... 그럼 다시 돌아가죠?"

내 제안에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신아는 다른 피난민들을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글쎄. 다른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얘기해도... 과연 믿어줄까?"

"......"

신아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뭐... 안전하다면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

나는 그 말을 하며 뒤로 돌다가 몸이 굳었다.

웅성웅성...

잊고 있었다... 우리 뒤에는 엄청난 행렬의 피난민이 있었지...

“저 인파를 뚫고?“

자르카의 나직한 한마디에 나는 다른 제안을 해야했다.

“......그냥 길옆에서 기다리다가 이 행렬이 끝나면 가자.“

“그래야지. 저 인파를 어떻게 뚫고 가?“

“거 사람 실수 하나 한 거 가지고 되게 뭐라고 그러네.“

내 말에 자르카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군. 할 일없는 백수라서 이렇게 말장난과 풀 뜯기 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그것 때문에 아까부터 뭐라고 하는 거냐.“

어쩐지 아까 여신을 불러보라고 할 때도 굉장히 짜증내는 표정이더니 말이다.

“글쎄... 저쪽으로 가자. 저쪽이 인파가 그나마 적으니까.“

별로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자르카는 정말로 단단히 삐진 모양이었다.

‘쩝... 나중에 사과해야 되겠어’

내가 생각해도 조금 미안하기는 하다. 앞장서서 가던 자르카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백수라. 직업을 어떻게 구하지? 저 바보 같은 녀석도 신관이라고 떠들고 다니는데...“

‘사과 안 해. 절대로!’

웅성웅성......

길옆으로 물러난 우리는 이 피난민들이 다 빠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정말 많군.“

자르카의 한마디는 우리 전부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때 빈민들이 꽤나 많이 죽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빈민가만의 피해가 아니잖아.“

“확실히 그건 그렇군...“

사람들은 대부분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지금 이렇게 피난 와봐야 무엇을 할 것인가. 추수 전이라 먹을 식량도 챙기지 못했을 텐데. 그냥 죽기 싫어서 도망갈 뿐...

“저들에게는 정말 가혹한 여행이 되겠군요...“

신예의 안타까운 듯한 한마디. 신예의 상단이 도움이 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오는 것은 몇 달 뒤다.

“하아......“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신계에서도 최고로 높은 직위의 여신과, 그런 여신에게 있어서 단 한 명 밖에 없는 신관. 용족과도 싸우며 혼족과 친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 비참하군.“

“어쩔 수 없지 않니?“

“......“

아줌마가 내 혼잣말을 들은 것 같았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런 것은 그냥... 재해라고 해야 하겠지.“

“......재해......“

인간으로서는 그냥 피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건가? 우습군. 정말로...

“......라드.“

“응?“

“무언가가 오고 있다.“

자르카는 우리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쪽도 길옆이라고 해야겠지? 자르카의 말을 듣고 그곳에 신경을 집중해보았다.

“......뭐지... 이건...“

그리고 정말 기분이 나쁜 무언가가 느껴졌다. 대장늑대의 기운과는 다른, 마치 썩은 시체와도 같은 불쾌한 기분이.

“자르카... 이게 뭐야?“

마족의 마력과는 다르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뭐지... 이것은?’

슬픔이... 온몸으로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제길... 이건 뭐지...“

아무래도 자르카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 기운의 정체를...

“확실한 것은 우리의 근처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

자르카의 말은 중간에서 끊겼다. 우리의 정면으로, 수많은 인파의 사이에서도 정확하게 보이는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철컹! 철컹! 철컹!

“......“

그가 나타나자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곳을 주시하던 우리뿐만이 아니라, 힘겹게 피난 가던 피난민들도 말이다.

-......-

검은 갑옷. 그는 온몸을 검은 갑옷으로 뒤덮고 있었다. 온몸에서 뿜어지는 이상한 기운은 그가 자르카와 내가 느꼈던 그자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오빠......“

신아도 그자를 보고 잘게 떨며 내 손을 붙들고 있었다. 나도 손바닥에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며 신아의 손을 잡아주었다.

“......저자는...“

사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으리라. 비단 검사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그 범상치 않은 기운에 겁에 질려 있었다.

“제길...“

자르카는 이미 카오틱 블레이드를 뽑아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먼저 선공을 하기에는 이 인파가 문제였다.

“뭐죠... 저것은...“

신예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아, 신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상태인 것 같았다.

“......“

아줌마는 그를 보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니,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신영!“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아줌마는 멈춰있는 인파를 헤치고 그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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