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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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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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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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쪽

외전 - 라포스트 방어전

DUMMY

“후우! 자르카......”

“왜.”

“정말이야? 혼족과 함께라면 무조건 승리한다는 것.”

“응. 혼족이 참전해서 진 전쟁은 단 한번도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왜 이래?”

“......”

게론의 100만 대군 중 수도 탈환전에서 전사한 수가 50만(실제로 그 전투에서 다 죽지는 않았지만 후퇴하며 1달 이내에 50만이라는 수가 죽었다. 비행형 마족들의 습격으로 보급품도 끊기고, 또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투에 참가한 병사 대부분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이고 남은 잔당들도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죽어나갔다. 하지만 마족들이 풀어놓은 마물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이 필요했고, 또 병사들이 나중에 인력이 되어 게론을 재건할 인력이 될 것이니 필사적으로 구해야만 했다. 그렇게 겨우 2천의 병력을 북쪽의 라포스트에 모았을 때, 실수로 퇴로를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다른 마족들은 모르겠지만......”

다른 지상형 마족들이야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지금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것은 비행형 마족들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족, 지상형 마족보다는 못해도 마족은 마족인지라 일반적인 화살로는 떨어트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발리스타 정도를 맞춰야 충격을 입는 녀석들이지만, 안타깝게도......

“......무능한 영주자식.”

자르카의 말대로 무능한 영주의 바보짓으로 발리스타의 나무가 썩어 있어나 밧줄이 끊겨있거나, 그나마 성한 것들도 비행형 마족들이 커다란 바위를 떨어트려 부숴 버렸다.

“하늘을 날고 있는 200여마리의 비행형 마족들. 저것들만 처리한다면 성도로 피할 수 있겠는데......”

이곳에서 오래 버틸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지상형 마족들에게까지 포위 당하게 되고, 또 그 전에 식량이 떨어져서 굶어 죽는다. 비행형 마족 200마리 따위야 무시하고 움직이고 싶지만, 저들이 자르카와 나를 무시하고 한꺼번에 달려들면 우리가 지키는 근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조리 죽는다. 게다가 성도까지 가는 길이 하루 이틀은 아니니까 도착할 때 쯤에는 20여명 남을지도 모르겠지.

‘그나마 신아는 신예가 있는 곳에 보내서 다행이네’

첫 식량을 성공적으로(마족들의 습격으로 반 이상 소실되기는 했지만)옮긴 신예에게 신아를 맡겼다. 거기에다가 과거 신영과 내가 속해있었던 용병단을 그 호위로 딸려 보냈으니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 그 정도 녀석들이라면 아무리 마족이라도 시간 정도는 벌어줄 수 있을 테니까.

“캬아악!”

성질이 꽤 급한 녀석인지, 하늘을 돌고 있던 비행형 마족 하나가 성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꽤 흉흉한 기세에 밑에 있던 병사들이 흠칫 놀랐지만, 하나 정도야......

“자르카!”

퍼억!

자르카가 성탑의 벽돌을 밟고 뛰어올라 날개를 베어버리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그 비행형 마족은 필사적으로 베인 날개를 움직여 보았지만 이미 잘려나간 날개로 균형을 잡을 수는 없었다.

“밑에 피해!!”

“우와아악!!”

내 외침에 아래쪽에 있던 병사들이 급하게 몸을 피했고, 그들이 있던 천막 위에 마족의 몸이 추락했다.

퍼어억!

섬뜩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 버리는 비행형 마족의 몸. 역시 다른 마족에 비해 피부가 약하다. 중량형 마족들은 저 정도의 추락에서도 다리 부러지는 정도로 버텨내던데.

탁.

자르카도 가볍게 내 옆에 착지해냈다. 하여간 평범한 성인남성의 몸집을 가지고 있는 자르카가 이렇게 몸무게가 가벼울 줄은 나도 몰랐다. 그나마 지금의 발소리도 카오틱 블레이드의 무게 때문에 났을 테니까.

“위로 올라갔을 때 정찰병의 깃발신호가 보이던데.”

“응? 뭐라는데?”

“중량형 마족들이 대거 오고 있단다.”

“......빌어먹을.”

아무리 영주가 무능하고 썩었어도 성벽관리는 잘 되어 있어서, 일반 지상형 마족들이 몰려온다면 일순간 반격으로 정신이 없게 만든 후 도망칠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상대도 그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중량형 마족이라면 일반 병사로 쓰러트릴 수 없지... 공성병기 정도를 맞아야 쓰러지는 녀석들인데.”

자르카의 말에 내가 추가로 더 붙였다.

“그리고 스스로가 공성병기 역할을 해내지.”

중량형 마족의 힘으로 성벽을 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금방 무너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은 속도가 느리다, 는 것 정도?

“하지만 녀석들이 올 경우에는 빠져나갈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다.”

“......”

2천의 병사들뿐이라면 어떻게 해 보겠지만... 이 성에 도망와 있는 4천여명의 피난민들도 같이 데려가야 하니 문제다. 남자들은 거의 병사로 착출 되었으니 남아있는 4천여명은 거의 노인, 여성,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동속도가 매우 느리다.

“쩝. 이러다가 남자들 씨가 마르는거 아닌지.”

“응?”

“아니. 별것 아니야.”

확실히 보호받는 여성들과 마족과 싸우러 나가는 남성, 어디의 피해가 더 많을까는 생각해볼 것도 없다. 이래서야 원... 나중에 신아 시집이나 보낼 수 있으려나.

“자르카, 우리가 저 비행형 마족들을 상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글세, 비행마물 200이라면 우습지만 비행형 마족 200이라면 무모한 짓이지.”

“그래? 대부분 하급인데?”

“그래봐야 제대로 하늘에서 싸울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잖아. 난 기껏해야 보조 정도밖에 못 하고.”

“......하아.”

확실히 10여마리면 모르겠지만 100단위를 넘어가면 나로서도 자신이 없었다.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상대한다면......

“하지만 시간을 끌면 오히려 마족들에게 유리해지니......”

“응? 라드. 저기 봐봐.”

“뭘?”

자르카의 말에 위를 올려다보았다.

“......? 어떻게 된 거지?”

비행형 마족의 숫자는 가득 줄어 있었다. 겨우 5~6마리만 남아 이곳을 감시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무슨 전투에 지원이라도 간 건가?”

“글세,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지금이 기회잖아? 빨리 이동을 시작하자!”

5~6마리 정도야 자르카와 내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니, 이렇게 숫자가 줄었을 때 잽싸게 이동을 시작하면......

“아니, 비행형 마족들은 이동속도가 빨라서 한참 가는 도중에 잡힐지도 몰라.

“그럼 모이기 전에 처리하면 되잖아. 어차피, 지금 시간이 없다고!”

“......아니, 하지만 무언가 불안해.”

자르카의 말도 맞았지만 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성도로 가지 않으면 이곳에서 고사할 판이니까. 그래서 성 내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동하라고 명했는데......

“뭐... 라고?”

“지금부터 시작해도 내일 아침 정도에 준비가 완료됩니다.”

“......하.”

하긴, 질서정연한 병사들도 아니고 일반 피난민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 알았어.”

게다가 병사들도 쉽사리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관이라는 녀석이 나가면 죽는다고 겁에 질려 있으니까.

‘젠장. 내가 뭐라고 하면 신권과 왕권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만 해대고......’

사실 사람들도 내 말을 따르는 이유는 따를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지. 거기에 빛의 신관이라는 점이 믿음을 주는 것일지도. 어쩌면 여신님을 따르는 건가?

“하아...... 이렇게 되면 내일까지 비행형 마족들이 돌아오지 않도록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녀석들이 줄어든 틈에 잠이나 조금 자 두지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내가 깨울 테니까.”

자르카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니 벌써 어둑어둑한 것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동안 해가 진 모양이었다.

“아.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자르카도 잠을 많이 못 잤지만... 혼족인데 뭐 어때. 하루 2~3시간만 자면 멀쩡한 종족이니 괜한 걱정은 필요가 없다.

‘다급해하지 말자’

다급해봐야 해결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다급하지 않으면...... 아니, 오늘은 그만 생각하자.

털썩.

제대로 된 방도 없었기에 이렇게 망루에다 더러운 모포를 깔고 눕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쉴 수 있는게 어디인가. 비행형 마족의 견제를 위해 거의 며칠간 잠도 못 자소 하늘만 노려보았는데.

“......후우... 자르카. 정말로......”

“걱정하지 마. 혼족의 친구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그래.”

저런 옛날 이야기에 기대야 할 정도로, 희망이 없는 것일까. 마황자, 마계공작, 고위마족, 게다가 요즘 들어 마족들을 ‘개량’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자르카의 말까지... 마계의 힘은 가면 갈수록 커져갔고, 신계와 천계는 침묵하고 있었다. 용족이야... 아세아와 다른 드래곤 로드 후보의 싸움으로 힘들 테니까.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신아야 신예에게 귀뜸을 해 줬으니 그곳에 간 다음에는 잘 돌봐주겠지. 나는 몰라도 신아는 진짜 사촌동생이니까. 그리고 아란은... 또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겠고. 오로스와 에인이야 다른 신관들과 함께 성도를 지키고 있겠고......

“아세아는......”

잘 지내고 있을까? 어쩐지 울고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걱정이다. 그리고......

“여신님......”

요즘은 여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신력은 괜찮은 것으로 보아 무슨 일은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가끔가다가 느껴지는 이 쓸쓸한 감각은, 여신의 것일까?

“......”

결국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을 새고 새벽녘이 돼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퍼어엉!!

강력한 폭발음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눈을 떴다.

“무슨 소리야!”

망루에서 성벽을 내다보니, 자르카가 다급한 표정으로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지만 폭음으로 인해 들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 입모양을 살피고 해석해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비행형 마족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마족들을 데리고 왔다고?”

그래서, 어제는 마법을 사용하는 마족들을 데리러 가는 바람에 그들이 없었던 건가?

콰아앙!! 쩌저적!

몇 번이고 계속되는 폭발에 튼튼했던 성벽은 순식간에 금이 가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변해버렸다.

“전원 퇴각!! 서쪽 문을 통해서 도망쳐요!!”

내 목소리가 들릴까? 알 수는 없었지만 가까이 있던 병사들이 내 소리를 듣고 똑같이 외쳐주는 것으로 보아, 별 걱정은 없을 듯 싶었다.

“자르카!”

“아아. 마법사 녀석들은 맡겨 둬!”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성에 있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저들이 데려온 마법사 마물들은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았고(그래도 최소 50마리는 있는 듯 싶지만), 비행형 마족들도 100여마리로 숫자가 줄어들어 있었다. 나머지는 아마 다른 곳에서 마법사 마족들을 데려오고 있겠지.

“제, 제길! 마족들의 습격이다! 모두 숨어라! 밖으로 나가면 죽......”

퍼억!

괜한 말을 떠드는 병사들의 지휘관을 한 대 쥐어박아 기절시켰다. 몰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족들의 마법이 쏟아지고 있는데 안에 숨었다가는 깔려 죽잖아! 인간과의 전쟁이라면 경험이 많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는게 도움이 되는 거다.

“지휘관이 기절하면...... 부관이 맡는 건가?”

“......퇴각시키겠습니다.”

다행히 부관은 상황파악이 빠른지 기절한 귀족을 수습하고는 병사들에게 피난민들을 먼저 빠져나가도록 지시했다. 혹시나 모르니 일부 병사들을 먼저 보내기도 하고.

“캬아악! 어딜 나가려고!!”

그리고 10마리의 비행형 마족들이 서쪽 문을 막기 위해 커다란 바위를 들고(5마리가 하나씩, 2개 들었다)이곳을 향해 날아왔다.

“후우......”

이렇게 되면 별 수 없이, 상대해야 하나.

피잉!!

급속도로 날아오르자 마치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음? 조심......”

퍼억!

가장 먼저 경고하던 마족의 목을, 신력으로 만들어낸 검으로 베어버렸다. 오로지 신력으로만 된 검은 마력의 영향을 많이 받아 상대가 강하면 사용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평범한 검은 내 신력을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리니 별 방법이 없지 않은가.

“케엑! 일단 바위를 목적지에 떨어......”

샤악!

“캬악! 내 날개!!”

바위를 들고 있기에 비행형 마족들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고, 그 틈을 이용해 날개를 모두 하나씩 베어버리거나 몸을 그어버렸다. 신력으로 만들어진 검은 마족의 몸에 닿기만 하면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으니 그들 대부분이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타격을 입은 것은 확실했다.

쿠우웅!!

그 모습을 보며 나머지 바위를 들고 있던 다섯 마리의 마족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던 바위를 떨어트리고 나에게 덤벼들었지만, 그 동안 나는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퍼버버벅!!

20여개의 빛의 창이 마족들의 전신을 꿰뚫자, 그들은 허공에서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이걸로 열......”

거의 기습이었기에 이 정도지, 아니라면 상당히 힘들겠지. 게다가......

“또 오는군......”

이제는 나머지 90마리의 비행형 마족 중, 20여마리를 제외한 나머지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좋아. 해 보자고!! 순간 가속 능력 발현!!”

순간 가속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둘러 쌓여 죽는다! 그러니, 지금처럼!!

파바바바바박!!

그들을 스쳐 지나가며 검으로 한번씩 베어주고, 무리를 지나치면 바로 해제한 뒤 다시 방향을 돌려 다시 시전 하는 방식으로 상대한다면......

‘힘들긴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

푸학!

내 안의 목소리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마족을 ‘죽여라’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던 목소리가, 얼마 전부터는 날 도와주고 있었다!

퍼억!

순간 가속 능력을 해제하자 마치 갑자기 공기의 막이 생겨난 것처럼, 갑작스러운 저항이 느껴졌다. 이제 이대로 방향을 돌려서......

“지금이다!”

촤앗-! 촤악!

철퍽!

“?!”

그러나 해제하는 순간, 바로 무언가가 날아들어 내 오른쪽 다리와 왼쪽 팔에 감겨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미줄과도 비슷했는데, 길이는 거의 사람의 10배쯤은 되어 보이고 무엇보다 거미줄에 강한 마력이 담겨있어, 몸 안의 신력을 뒤흔들었다.

“끄아아악!!”

“후훗. 역시. 공중에서 순간 가속 능력을 사용할 수 있더라도 지상처럼 방향을 바꿀 수는 없으니, 이렇게 풀 줄 알았다.”

“크하핫! 이거 너무 쉬운걸!”

마치 주전자와도 비슷한 얼굴 모양을 한 두 마족. 그들의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거미줄이 내 몸을 휘감은 것이었다!

“제길!”

콰악!

바로 피하려 했으나 그 순간 집게발을 가진 마족 셋이 달려들어 내 사지를 결박했다. 그들의 집게발은 날카롭게 내 팔과 다리에 파고들어 자유를 앗아갔고, 난 그렇게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발버둥칠 수밖에 없었다.

‘당했다!’

신력을 사용해 떨쳐내려 했으나 이 거미줄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신력을 모으려 할 때마다 거미줄에 의해 분산되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아... 하아......”

마치 번개에라도 맞은 것처럼 거미줄에 닿은 팔과 다리가 아려왔다. 이래서야......

“크큭... 마황자께서 친히 상대하셨다고 하는 신관이 이렇게 쉽게 잡힐 줄이야.”

푸욱!

정면으로 한 비행형 마족이 날아와 복부에 랜스와도 같이 생긴 자신의 팔을 박아 넣었다. 죽일 생각은 없는지 마력이 담겨있지는 않았지만, 그것만하더라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끄으윽......”

“크큭...... 자, 죽여라!!”

퍼억! 푸욱! 푸부북!!

“끄아아아아!!!”

그리고 어느새 날아든 비행형 마족들이 내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뜯어내고 날카로운 팔로 베어내고 집게발로 잘라내고...... 신력에 의해 보호되는 몸을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공격하면 치명상은 아니지만,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느니 차라리 일격에 죽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재밌다! 재밌어!!”

“키히히! 잘 안 죽는 녀석이라 베는 재미가 있구나!!”

울컥.

마족들이 가하는 고통에, 내 안에서, 뜨거운 붉은 빛이 새어나왔다.

‘안 돼......’

사용하면 안 된다. 분노의 빛을 사용하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만은 안 돼......

푸욱!

“커헉!!”

“자, 이제 슬슬 죽여볼까? 마법사 동지들도 다 죽은 것 같으니 밑에 있는 녀석이 지난번처럼 이상한 검은 폭풍을 발사하면 위험하잖아?”

“키히히히!!”

“끄아아악!”

그렇게 마족들의 손에 내 죽음을 예감했을 때, 내 정면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칫! 벌써 마법사 동지들을 다 해치운 건가?”

촤악! 푸욱! 후두둑!

“끄아악!”

“사, 살려 줘!!”

근처에 있던 마족들의 시선이 모두 뒤로 돌아가고, 난 그들 사이로 겨우 어떻게 된 일인지 볼 수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허공에서 아래쪽을 견제하고 있던 비행형 마족들이 갑자기 베여나가고 있었다. 베여나가는 마족들 사이로는 하얀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눈에 겨우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칫! 뭐하는 거냐! 어서 잡......”

그리고 가장 처음 날 찔렀던 랜스의 팔을 가진 마족의 외침이 울려 퍼졌을 때, 어느새 나에게 몰려있던 마족들을 제외한 비행형 마족들은 전부 추락해 있었다. 순식간에 20마리의 비행형 마족이 떨어진 것이다!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퍼억! 퍽!

그 물음과 함께, 나를 잡고 있던 마족들의 팔이 떨어져 나가며 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조차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있을 때, 하얀 날개가 나를 감싸왔다.

“괜찮습니까?”

녹색 머리카락에 은빛 눈동자. 바로 파리아였다.

“파리... 아?”

“죄송합니다. 오는 것이 조금 늦었습니다.”

그 때, 내가 돌려보냈는데...? 어떻게 다시 온 거지?

“수호천사의 운명은 그리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맡겨두십시오.”

“하지만, 아무리 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나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준 그는 나를 자르카가 있는 곳에 내려주고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와는 다르게 소리조차 내지 않는 깔끔한 이륙이었다.

티이잉......

맑고 높은 소리를 내며 떨리던 그의 검이, 어느새 진동을 멈췄다. 그리고 파리아는 그것을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70여마리의 마족들을 향해 휘둘렀다.

“하늘을 찢어라, 레쥬사!!”

화악--!!

하늘이 하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남아있는 것은.

후두두두둑......

사정없이 찢겨져 떨어지는 마족들의 파편이었다.



작가의말

내일부터 3부가 시작되겠군요.

본격 마족과의 전쟁을 그려낸 3부, 성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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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3rd 01. 구원자(1) +2 11.11.05 501 15 63쪽
» 외전 - 라포스트 방어전 +4 11.11.04 420 10 77쪽
120 외전 - 희망의 빛 +1 11.11.04 454 6 79쪽
119 외전 - 에페리스 +4 11.11.04 398 8 24쪽
118 2nd 13. 복수자(11) +2 11.11.03 427 6 31쪽
117 2nd 13. 복수자(10) +2 11.11.03 439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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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2nd 13. 복수자(3) 11.10.31 433 8 75쪽
109 2nd 13. 복수자(2) 11.10.30 491 6 82쪽
108 2nd 13. 복수자(1) +1 11.10.29 489 7 65쪽
107 2nd 12. 만월제의 밤(4) +2 11.10.29 478 6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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