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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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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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1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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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th 01. 별의 검(3)

DUMMY

신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호출했다.


"3년 만에 돌아온 것은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턱.


나에게 신아가 던져준 것은 한 장의 편지였다.


"이게 누구 건데?"


"읽어 봐."


조심스러운 손길로 편지의 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개봉하니, 동그란 글씨로 쓰여있는 초대장이 보였다.


"초대...장?"


"응. 신예언니가 보낸 초대장이야."


신예는 성전이 끝난 뒤 상단을 너무 오래 비워뒀다고 하며 바로 돌아가고 말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양이지?"


"그런가봐. 이번에 신예언니 생일을 맞아 꼭 오라고 쓰여있어."


참고로 신예는 여름 다섯 번째 주 첫째 날에 태어났다.


"지금이 봄 마지막 주 일곱째 날이니까..."


"여유까지 포함해서 약 4주 조금 넘게 남은 거지."


참고로 한 계절은 6주, 한 달은 2주, 한 주는 약 15일이다.


"죽음의 사막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


신아의 물음에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말을 타고 간다면 죽음의 사막까지는 약 20일... 정도?"


날아간다면 5일이면 충분하지만... 나만 갈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죽음의 사막을 건너는데는 약 15일정도 걸린다고 했고..."


크윽... 그 사막에 다시 가야한다는 건가.


"사막에서 신예언니가 있는 도시 제네온까지 도착하는데 약 10일..."


4주는 약 60일. 게다가 걸리는 시간은 약 45일...


"한 주나 여유가 남네."


게다가 4주라는 것도 여유를 잡아서 계산했기 때문에 괜찮다.


"그거야 신예언니는 정확한 길을 알고 왔으니까 그런 속도지. 우리가 간다면 길도 모르니까 좀 헤맬거 아냐?"


"......"


그건 그렇다.


"만약 그 빛의 성수인가 뭔가 하는 것만 있다면..."


"......"


그래서 잡으라는 거였나?


"어쨌거나 준비가 끝나는 것은 5일 뒤니까, 그때까지 오빠도 준비해."


"뭘?"


"선물 말이야."


선물... 이라니.


"......그냥 네가 내 것까지 준비하면 안 될까?"


"안 돼."


신아는 딱 잘라서 거절했다.


"신예언니는 마지막 남은 친척이라고.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난 선물 같은거 잘 못 고른단 말이다.


"걱정하지 마. 어느 정도 수준이라면 신예언니도 받아 줄 거야."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지...


"아, 참."


"또 뭔데?"


"사준 아저씨도 오빠한테 따로 보낸 편지가 있던데."


"뭔데?"


"몰라."


다시 신아가 건네준 편지를 뜯었다. 이번에는 조금 딱딱한 글씨체로 쓰여 있는 편지였다.


"음..."


그리고 천천히,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신아."


"네?"


"정말, 이거 사준이 보낸 거 맞아?"


"직인 찍혀있잖아."


혹시나 해서 봉투에 찍힌 직인을 확인해보니 사준의 편지가 맞았다. 예전에 성전때 몇 번 받아본 적이 있는 거니까, 직인은 구분할 수 있었다.


"......"


"무슨 내용인데?"


"......선 보래."


"누구랑?"


"둘째랑."


신아는 약간 재미있다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예쁘대?"


"......초상화를 보내기는 했는데..."


"했는데?"


"번져있어."


마치 누군가가 물을 뿌려놓은 것처럼 초상화는 완전히 번져 있었다.


"편지는 괜찮아?"


"아니, 편지도 번져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글자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야. 그런데 이게 왜 번진 거야?"


신아는 잠시 편지가 번져있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내 눈을 안 마주치면서 입을 여는 거지? 마치 변명거리 생각하는 것 같잖아.


"아, 지난번에 천장에서 비가 샜었지..."


"......뭐야."


"미안해."


아. 그러고 보니... 사준의 딸은...


"신아야. 8년 전에 다섯 살이면 지금 몇 살이지?"


"열 셋."


"......"


열 세 살...?


“......”


“......”


"그런 말도 안 되는 편지는 신경 쓰지 말고."


"응. 그래야 겠다."


사준의 편지는 주머니에 고이 넣어두고 신아로부터 지난 3년 간 바뀐 것들을 물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케이안이 현상금 타러 갔어."


나에게 현상금이 걸려있었다니... 전혀 몰랐었다. 게다가 신아가 나를 신고해서 현상금을 타먹을 정도의 아이라는 것도...


"만약에 성수를 타고 오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한테 잡혀갈 뻔했네."


"그렇지 뭐."


"그래서, 이제 병사들이 몰려오는 거야?"


"그냥 황제나 그 가족들이 오빠를 보러 오겠지."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똑똑.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빠르네?"


신아는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케이안이 나를 깨우고 사라진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와?


"마중 나가자."


가만히 있는 나를 끌어당기며 신아가 그렇게 말했다.


"왜?"


그냥 황제가 들어오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정말 귀족예절은 하나도 모르네."


"모르지."


신관 예절은 좀 알지만 말이다.


"그럼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눈치껏 해."


"하지만 별로 상관없을 텐데."


원래 신권과 왕권은 상호불가침, 내가 아무렇게나 해도 황제는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는 황제라고."


"난 신관이야. 왕권과는 상관없어."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의 차리고 그러는게 귀찮아서 이러는 거지만.


"......몰라. 그럼 알아서 하던가."


신아는 될 대로 되라는 표정이었다.


덜컹.


"앗..."


그리고 신아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전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한 청년이 들어왔다.


'아니... 청년이라고 해 봐야 애도 둘이나 있지만.'


그렇다고 나보다 3살밖에 많지 않은 사람을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그렇지 않은가.


"오랜만이군. 유일신관."


"아, 반가워요. 황제."


사실... 나는 황제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게론이라는 나라가 유지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살아 나는게 더 중요했으니까, 황제라는 사람 구하러 기사들을 보내느니 차라리 마족들과 더 싸우는게 낫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군'


역시 황제도 필요한 존재였다. 사람들을 이끌고, 잘 다스릴 그럴 존재가.


"공작의 직위가 내려졌던 사실은 알고 있나?"


"그렇...죠."


신아에게 왕권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막상 만나니 당황스러웠다. 근처에 기사들도 쫙 깔려서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것이... 음, 이거 조금 위축되는 걸.


와락!


"잘 돌아왔네!"


"......에?"


이 황제가 왜 갑자기 껴안는 거지?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신아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게론에는 백작 이상의 작위가 없어."


"뭐라고?!"


세상에... 그럼 그 많은 공작령, 후작령은? 아무리 마족들에게 오염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단 관리는 해야 하잖아?


"그나마 백작도 여섯? 그 정도밖에 없어. 그런데 그런 와중에 오빠가 돌아왔으니..."


그나마 고위 귀족이 하나 생긴다는 건가.


"......"


하지만... 굳이 사람을 찾다보면 어느 정도 인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아나. 자르카에게 주려고 해도 그는 혼족이니까 인간의 작위를 줄 수 없고, 자네 동생은 아무런 공적이 없기에 역시 작위를 줄 수 없고..."


"그래서... 저를?"


"그렇네."


황제는 왠지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네를 공작에 봉하네."


"......"


공작. 공작... 즉, 황자나 황녀와 동급의 작위라는 뜻이다.


"왜, 왜 내가?!"


당황스러워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네.


"왜라니. 사실 이 성전에서 자네만큼 활약한 존재가 있나?"


"하, 하지만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자네가 한 것이 없으면 나는 평민.. 아니, 노예여야겠군."


"하... 하지만... 저는 원래 평범한 산골 청년이었는데..."


그건 신아도 마찬가지지만... 3년 간 많이 바뀌었으니. 그나마 지금 신아는 아가씨 같잖아!


"걱정 마. 원래 공작정도 되면 앉아서 놀기만 하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다 해주니까 딱히 골머리 썩을 일은 없을 거야."


신아는 그동안 꽤 귀족사회에 물든 모양이었다.


"사실 성전에서 공을 많이 세운 사람들에게 작위를 주기는 해야 하는데, 일단 위에서부터 내려가야지 밑에서부터 올라오면 처리하기 곤란해지지 않나."


"......"


"정 부담가면 걱정 말게. 그냥 이름뿐인 공작으로 해 줄 테니."


본인 앞에서 이름뿐인 공작이라고 당당히 말하다니...


"하, 하지만 예전 공작은..."


"없어. 선황이 50만 병사와 함께 수도 근처에 묻었지 않나."


"......"


선황은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군.


"어차피 작위뿐이니 신경 쓰지 말게. 일단 자네를 봉하고 나면 나머지 사람들도 그에 맞춰서 작위를 내리고 상을 내릴 것이니까."


내가 상의 기준이라 이건가?


"......정말로... 이름뿐인 공작이죠?"


"실권을 가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지만."


"......그냥 이름만 공작인 것으로 해 주시죠."


게론은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야 한다. 젊은 피로써.


'뭐, 혼자만 도망칠 수는 없겠지......'


“아, 그리고......”


“파리아님!!!”


황제와의 대화는 황녀(얘도 많이 컸다)가 파리아에게 안겨들고, 파리아가 급하게 그녀를 떼어놓으며 도망치는 것으로 종료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던 기사들은...


“존경합니다!”


“성전의 영웅, 빛의 유일신관 라드 슈발로이카님을 제가 만나다니!”


“머리카락 하나만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아. 그게 존경하는 눈빛이었나? 다들 너무 무섭게 생겨서 착각한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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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41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70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9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8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51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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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4th 03. 가족(12) 12.01.01 252 6 9쪽
203 4th 03. 가족(11) +1 12.01.01 305 6 11쪽
202 4th 03. 가족(10) +1 11.12.31 261 6 9쪽
201 4th 03. 가족(9) +1 11.12.30 259 8 10쪽
200 4th 03. 가족(8) 11.12.29 284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4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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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2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5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300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7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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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80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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