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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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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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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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th 02. 사막여행(1)

DUMMY

낙타는 정말로 알아서 가고 있었다. 딱히 기수가 방향을 정할 필요도 없이 선두에 가는 낙타가 길을 찾아가면 다른 낙타도 뒤를 따르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거 편한데?"


"응. 말보다 오히려 낫네."


햇볕이 더운 것만 제외하면 참을만한 여행이었다. 나야 빛의 신관이니 햇빛이 덥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다른 일행들은 조금 힘들어하는 모양이었다.


"라드. 우리 돌아갈 때 그냥 이 낙타가지고 갈까?"


자르카의 의견에 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낙타는 알아서 길을 가니까 더 좋은 것 같지만...'


게다가 낙타는 매우 신기한 생물이니까 게론에서 구경거리로 보여주고 돈을 받아도 될지도 모른다. 그럴 듯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몰고 갈 거죠? 지금 이 낙타는 자기가 가는 길밖에 모른다고 했는데, 그럼 다른 곳을 가려면 우리가 몰아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


신아의 논리정연한 말에 자르카와 나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음, 그게 문제였구나.


"푸후... 그래도 정말 가지고가고 싶을 정도로 좋기는 하군."


자르카는 낙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응."


낙타의 등은 정말 편했다. 이 혹이란게 물렁물렁하면서 그렇다고 너무 무르지도 않은 것이 적당히 탈만한 감촉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말과는 달리 초보자가 탔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도 별로 없고.


"아, 참. 그런데 이거 여기서 계속 앉아있어야 하나?"


자르카의 물음에 신아는 고개를 저었다.


"식사 때, 잠잘 때가 되면 알아서 멈춘다는데요."


"오오옷!"


"자르카보다 똑똑하네."


일행이 길을 가도 풀만 캐고 있을 정도로 눈치가 없으니까.


"뭐라고!!"


내 말에 찔렸는지 자르카는 화를 내며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지금 그는 낙타에 타고 있는 중, 그렇다고 낙타에서 내리면 순식간에 버리고 갈 것임을 눈치챘는지 꾸욱, 하고 눌러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점심때에 두고보자."


과연 자르카가 점심때 이 일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음?"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길을 가던 중, 선두에 있던 파리아가 앞에서 뭔가를 발견한 것 같았다.


"파리아. 뭐라도 있어?"


"......"


파리아는 잠시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마물? 아니, 겨우 마물 가지고 파리아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모래..."


"......"


진짜 3년 동안 자르카나 파리아나 엄청 변했다. 둘 다 왜이래?!


"그럼 사막에 모래가 있지 바닷물이 있냐!"


발끈한 내 외침에 파리아는 조금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게..."


"됐어! 변명하지 마!"


파리아는 입을 다물었고, 나는 씩씩거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뭐야, 모래야 아까부터 봤던..."


촤아악!


"......"


갑자기 앞쪽에 있던 모래가 튀어 올라왔다.


'뭐, 뭐냐 이건...'


우리가 당황하고 있는 동안 그 튀어 올라온 모래의 사이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였다. 아마도 모래속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습격하려는 모양이었다.


"이걸 얘기하려고 했던 것인데..."


"......미안."


그들은 석궁을 들고 있는 것이, 아마도 우리를 습격할 모양인 듯 싶었다.


'하긴, 아까 우리가 방해했으니 상당히 거슬렸겠는 데다가 마을을 습격하는 것 보다 지나가는 여행자를 습격 하는게 더 쉽겠지'


나 같아도 여행자들을 습격하겠다.


"발사!"


퓨퓨퓽!


수십발의 볼트(Bolt)가 우리에게 날아온다. 그들은 볼트를 다시 쏠 생각은 없는지 그냥 한번에 우수수 발사하고 검을 빼들고 있었다.


"위, 위험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케이안이 급하게 앞으로 나섰다.


'몸으로 막을 생각인가?'


확실히 주변을 둘러보니 파리아와 자르카는 나설 생각이 없어 보였고 아세아와 신아는 당황하고 있었다. 단지...


파지지직!


나랑 시드린만이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크아악!"


"뭐, 뭐야 이건!"


시드린이 손을 한번 휘두르자 그들은 지상에 내려온 번개의 맛을 봐야했다.


"피해!"


하지만 시드린은 화살을 막아내지는 못했고, 자르카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모두가 몸을 숙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파앗!


티티팅!


볼트는 대부분 머리를 숙이자 머리 위로 날아갔지만 낮은 궤도로 날아온 몇 발이 있었기에 그것을 맞으면 낙타가 죽을 수도 있었다. 짐이 꽤 많아서 이대로 낙타가 죽으면 곤란하기에 할 수 없이 내가 손을 써야했다.


스륵.


"......?"


내가 손을 젓자 생겨난 반투명한 노란색 막에, 볼트가 부딪혀서 튕겨나갔다.


"뭐, 뭐야 이건?"


"라드...?"


우리 일행도 당황한 것 같았다. 이런 능력을 쓸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뭐 3년이나 수련했는데 이런 방어기술 하나 정도는 배울 수 있는거 아니겠어?


"후우......"


'이번엔 또 어떻게 정리하지? 일단 대화로...?'


일단 저들도 공용어를 쓰고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떻게 대화가 되지 않을까? 그들의 마을에 식량을 전달해 준다던가...


"라, 라드님?"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동안, 저들 중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게론에서 내려온 난민도 있다고 했었지......’


"라드님이다..."


"어떻게 이곳에..."


무기를 내려놓는 것을 보니 다행히 싸울 것 같지는 않았다.


"감히 아세아님께 화살을 발사해!"


아니... 시드린은 싸울 생각이 있는 것 같았지만. 뭐, 그 정도야 아세아가 막아 주겠지. 그렇게 잠시 아세아가 시드린을 말리느라 시간이 지나고, 사태가 겨우 진정되고 나서야 난 그들에게 신경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들은 나를 보고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부담스럽네...'


나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라드 슈발로이카'가 투신이라는... 투신은 여신이지 내가 아닌데 말이다.


"좀 일어나서 얘기하죠."


이렇게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모래 위에서 엎드리면 화상 입겠다.


"괘, 괜찮습니다. 저희가 어찌..."


"......그냥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목소리를 조금 낮춰서 말하자 그들은 다급하게 일어났다. 이렇게 하면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좀 일어나지......


"게론에서 살던 분들인가요?"


사막의 사람들은 성전에 잘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습니다."


내 물음에 대장으로 보이는 듯한 사내가 긍정의 의미를 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적응하기 힘드신 모양이군요."


'강도 짓을 하는 것을 보니'


뒷말은 숨겼지만 못 눈치챌리는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까. 하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요즘은 많이 적응 되서 살만합니다. 다만..."


"다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요즘에는 '그것' 때문에 마을이 고립되어서..."


"그것?"


내 물음에 그는 쓰고있던 복면을 벗었다.


'고생 많이한 얼굴이군'


원래 나이는 40대로 보였는데,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50대로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삐쩍 마른 것이...... 풍족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저희 마을은 이 근처에 있습니다."


"어디?"


"그러니까 낙타상인과 그 다음 도시로 이어지는 중간에서 우회전을 하면..."


즉, 지금 길에서 옆으로 방향을 돌려서 직진하면 나오는 곳이라는 얘기다.


"후우..."


무엇인지 그들은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 같았다.


"뭔데요?"


"......샌드웜(Sand Worm)입니다."


"샌드...웜?"


그게 뭔지 신아를 바라보니 신아도 모르는 듯 고개를 저었다.


"종이에 없어?"


"잠깐... 위험한 것들을 적어준 종이도 있었는데."


신아는 종이를 뒤로 넘겼다.


"아... 있긴 있는데."


"뭐라고 써 있어?"


"걸리면 죽으니까 만나지 않기만 바라라는데?"


"......?"


웜... 이라면 지렁이 아닌가? 그게 그렇게 무섭다는 건가?


"다른 설명은?"


"없어."


그럼 이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거대한 지렁이입니다."


지렁이... 겨우 지렁이 때문에?


"하지만 크기가 사람의 100배가 넘으니..."


"길이가?"


"네. 그리고 굵기도 엄청나 사람 20~30명이 있어도 한입에 먹어치웁니다. 게다가 입에는 이빨이 겹겹이 나 있어서 들어가면 아주..."


으으...상상하고 말았다. 속이 울렁거리는 걸.


"그게 뭐 어쨌는데요?"


"그게 마을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잠깐, 뭔가 이상하다.


"마을로 가는 길을 가로막으면 식량을 구해도 못 가져다 주는거 아닙니까?"


그럼 강도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


"아니... 저희가 노리던 것은 낙타입니다."


"낙타는 왜?"


"낙타를 그쪽으로 보내서 미끼로 삼고 그동안 식량을 전해주러..."


아아... 낚시와 비슷한 방식이구나.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그것을 말하는 이유는 뭐냐?"


자르카의 물음에 그들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자르카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하긴,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라는 것이 현재 자르카와 아세아 정도밖에 없으니까.


"저희들에게 낙타를 좀 나눠주십시오..."


"......"


둘러보았다.


시드린과 아세아 하나, 나와 신아 하나, 자르카, 파리아, 케이안이 하나씩.


"남는 낙타가 없는데?"


자르카의 말에 그들은 계속 머리를 숙이고만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길이 열리더라도 다음 번은? 마을을 살리려면 또 습격해야 되잖아?"


"......"


뭐... 뻔하지. 이렇게 말하면서 내심 속으로는 우리보고 도와달라는 거겠지. 그 샌드웜인가 뭔가를 처치해달라고 말이다.


"신아야. 며칠 여유 있어?"


"3일? 그 이상은 안 돼."


3일이라...


"마을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죠?"


"얼마 안됩니다. 겨우 반나절거리..."


반나절이라...


"그렇다면 자르카와 파리아, 그리고 내가 가서 도와주고 올게."


"나는?"


아세아가 물었지만 나는 조용히 아세아의 뒤를 가리켰다.


"......"


파직파직, 금빛의 전격을 튀겨대는 시드린을 보며 아세아도 그녀가 보내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자르카의 삐딱한 말에 나는 낙타에 매달아놓은 에페레오스를 꺼내며 말했다.


"그럼 오지 말던가."


"......"


파리아도 레쥬사를 꺼내고 낙타에서 내리고, 우리는 자르카를 무시하며 그들의 안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야! 같이 가!"


결국 올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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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8) +1 12.01.11 323 5 8쪽
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41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70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9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8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50 6 8쪽
206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12.01.02 291 6 11쪽
205 4th 03. 가족(13) +1 12.01.02 270 7 10쪽
204 4th 03. 가족(12) 12.01.01 251 6 9쪽
203 4th 03. 가족(11) +1 12.01.01 305 6 11쪽
202 4th 03. 가족(10) +1 11.12.31 260 6 9쪽
201 4th 03. 가족(9) +1 11.12.30 258 8 10쪽
200 4th 03. 가족(8) 11.12.29 283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3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4 6 9쪽
197 4th 03. 가족(5) +1 11.12.27 270 9 9쪽
196 4th 03. 가족(4) +5 11.12.26 313 6 9쪽
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0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4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298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6 9 11쪽
191 4th 02. 사막여행(4) 11.12.23 295 8 16쪽
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80 9 11쪽
189 4th 02. 사막여행(2) 11.12.22 25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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