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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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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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0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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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th 03. 가족(12)

DUMMY

-뭐하다 이제 왔냐?-


-오늘도 또 애들 이끌고 전쟁놀이나 하고 왔겠지 뭐-


퉁명스러운 두 남자의 대화와,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중년의 여인.


‘이건...’


-밥 시간이야! 굶기 싫으면 먹어라!-


거칠고 큰 목소리. 하지만 이 가족 중에 누구라도 그 목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


-왜 불러?-


그녀의 부름에 대답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 언제나 들어왔던 그 목소리였다. 그녀의 아버지인 신영의 목소리......


-아빠가 어떻게 여기에?-


-어떻게 오기는. 오랜만에 집에 온게 그렇게 잘못이냐?-


-.......-


신아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무슨...-


그리고, 가족이 앉아서 기다리는 탁자로 달려 가는게 왠지 힘들었다.


‘몸이 왜 이러지?’


보폭이 굉장히 작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걸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정도로.


-응?-


그리고 확인해본 자신의 몸은 어느새 5살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게 뭐야?-


그리고 식탁에 앉아있는 라드의 모습도 11년 전, 신영과 함께 나갈 때의 모습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한쪽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왠지 신영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서, 어느 샌가 뛰어가서 식탁에 앉고 말았다.


-이번에도 이겼겠지?-


-으, 응...-


신아는 신영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하며 대답했다.


‘.......어라?’


평소와 같이 질문을 받으면 일단 대답을 먼저 하고 나서 무슨 뜻인지 생각해야 하는 신영 특유의 대화법이었다.


-잘 했어! 그래야 내 자식이지!-


절대로 ‘딸’이라는 말은 안 하는 신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얼마나 집에 있을 거죠?-


엄마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신영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글쎄... 이번에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야.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큼은 벌었고...-


-정말요?-


‘그래... 이게 내가 바랬던...’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이 풀려가며, 머릿속에 있던 ‘이건 꿈이다’라는 생각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에헤헷... 이 동네에서 날 이길 애는 없다고!-


어느새 생각도, 말투도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자랑이다-


퉁명스러운 말을 하고 있는 흑발의 청년. 아까부터 뭔가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린 신아였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그는 다르지 않았다. 약간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검은머리에 검은 눈. 확실히, 라드였다.


똑똑.


그리고 그 순간.


-누구야?-


똑똑.


누군가가 찾아왔다. 별 일이 아님에도 자신도 모르게, 신아는 굉장한 불길함을 느꼈다.


‘뭐지?’


-제가 열게요-


-아니. 그냥 내가 열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신영이 문을 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똑똑.


-아, 갑니다 가요-


끼이이...


그리고 신영이 문을 연 순간...


푹!


-......?!-


신영의 등으로 튀어나온 검은 양손검이 보였다.


-아......-


신아는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 그래...! 이건 꿈이었지!’


드디어 정신을 차린 신아였다.


철컹. 철컹.


풀썩


그리고 신영이 쓰러지며 신영을 찌른 자의 실체가 드러났다.


‘저것은...!’


그것은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검은 갑옷이었다.


파악!


갑옷이 거칠게 검을 뽑아내자 신영은 바닥에 쓰러졌다.


철컹!


그리고 그 갑옷이 신영의 몸 위에 올라탔다.


슈르르륵...


그 갑옷은 흩어지며 순식간에 신영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쌌고, 곧 갑옷, 아니 신영이 몸을 일으켰다.


-신영.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는데 엄마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어... 어...-


피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영?-


신영이 움직이지 않자 엄마가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신아가 예상한 대로였다.


푹!


-어?-


화르르륵!


검은 불꽃에 휩싸여 순식간에 타버리는 엄마. 그 불꽃은 재조차도 남기지 않았다.


-아... 아아...-


도망치고 싶었다. 아니,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아아......-


하지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신영! 이게 뭐 하는 거야!-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움직이고, 입을 여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라드였다. 어느새 라드는 검은머리가 아닌, 금발의 신관으로 변해 있었다.


-신아야! 피해 있어!-


-으, 응...-


라드의 말을 듣고서야 신아는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의 구석에서 몸을 웅크렸다. 입구를 신영이 막고 있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신영!-


챙!


라드가 검을 휘둘렀지만 신영은 그 공격을 쉽게 막아냈다. 그리고...


-크아아악!!-


갑옷의 투구가 벗겨지며 신영의 부패한 얼굴이 드러났다.


‘말도... 안...’


그 얼굴에 깜짝 놀란 라드는 움직임이 둔해졌고... 결국...


화르르륵!


-으아아아아아!!!!-


신영의 검이 심장에 꽂히며 검은 불길이 붙었다.


철컹. 철컹.


그리고 그 갑옷은 재로 변해 가는 라드를 버려 둔 채 신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아아아...-


‘오지마...!’


뭔가가 몸을 꽉 조르고 있는 듯,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었고 말도 할 수 없었다.


-잘 가라-


-!!!!-


검은 불길에 덮여있는 검이 신아에게 내려쳐진다.


“꺄아아아아아아!!!!”


벌떡!


“......?!”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며, 16살의 신아는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신아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신...영...?”


눈물로 덮여있는 눈을 비비고 나니 그제야 겨우 주변 상황이 보였다.


‘이곳은...’


나무로 이루어진 방. 이곳은 배의 선실이었다.


“아아......”


이 광경을 본 신아는 안심했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꿈이었다. 꿈이었던 것이다.


“뭐야. 사람 깜짝 놀라게.”


금발을 가진 그녀는 방안에 누워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말과는 다르게 신아의 큰 비명에도 별로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꿈이라도 꾼 거야?”


“아... 네?”


신아는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누구...였지?’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신아는 지금에서야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네... 시드린님.”


몸을 일으키기 위해 시트에 손을 얹어보니 시트는 상당히 젖어 있었다. 악몽을 꾸면서 땀을 많이 흘린 모양이었다.


“응? 나가게?”


“네.”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가지? 지금 잠옷 차림이잖아.”


신아는 고개를 저었다.


“잠깐만... 잠깐만 확인하면 돼요.”


“......?”


신아는 조심스럽게 선실의 문고리를 잡았다.


두근. 두근.


‘만약에... 없다면...’


지금 문을 열어서 그가 보이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는 이곳이 안전하고, 또 그것은 악몽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가 신영을 쓰러트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유 모를 불안감으로 계속해서 심장이 뛰고 있었다.


두근. 두근...


‘제발......’


끼이이...


문이 열리는 소리는 섬뜩하게도 꿈에서 들었던 문이 열리는 소리와 같았다. 당장에라도 복수자가 뛰쳐 들어올 것 같은 소리.


“정말 타도되는 거야?”


“그렇다니까.”


“흐음......”


“일단 아세아 먼저 태우고 너도 타던가.”


“누가 타고싶대?”


“에이... 불꽃놀이 좋아하는 라드 어린이가 왜 그래?”


다행히 그는 밖에 있었다.


“하아......”


안심이 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털썩.


“......?”


시드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신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신아는 계속해서 선실의 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다행이야... 꿈이라서...’


아무리 검술을 수련하고, 아무리 복수자를 부정해도 꿈에서 그녀는 무력했다. 아니, 그녀뿐만 아니라 모두가 무력했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한 악몽으로 끝나게 해준 그가 있기에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


“......아아...”


풀썩.


그리고 완전히 선실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신아!”


시드린이 달려와서 신아를 잡았을 때, 신아는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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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1) +1 12.01.13 250 11 12쪽
215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0) +1 12.01.12 247 5 9쪽
214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9) +2 12.01.12 265 6 9쪽
213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8) +1 12.01.11 323 5 8쪽
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41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70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9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8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51 6 8쪽
206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12.01.02 292 6 11쪽
205 4th 03. 가족(13) +1 12.01.02 271 7 10쪽
» 4th 03. 가족(12) 12.01.01 252 6 9쪽
203 4th 03. 가족(11) +1 12.01.01 305 6 11쪽
202 4th 03. 가족(10) +1 11.12.31 260 6 9쪽
201 4th 03. 가족(9) +1 11.12.30 258 8 10쪽
200 4th 03. 가족(8) 11.12.29 284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3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4 6 9쪽
197 4th 03. 가족(5) +1 11.12.27 271 9 9쪽
196 4th 03. 가족(4) +5 11.12.26 314 6 9쪽
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1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4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299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6 9 11쪽
191 4th 02. 사막여행(4) 11.12.23 295 8 16쪽
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80 9 11쪽
189 4th 02. 사막여행(2) 11.12.22 259 6 10쪽
188 4th 02. 사막여행(1) +2 11.12.22 27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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