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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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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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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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th 03. 가족(10)

DUMMY

“도대체 뭘 하고 왔기에 몸이 다 젖었냐?”


“......별거 아니야.”


자르카에게 차마 여신이 갑자기 돌아가는 바람에 바다에 빠졌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완전히 젖은 것을 봐서는 바다에 빠진 것 같은데 말이야.”


“......어쩌다 보니.”


후르릅...


난 말없이 파리아가 타 준 차를 마시며 난 난로에 바싹 붙어있었다. 자르카는 잠시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여신은 잘 만났고?”


“응... 으응?! 그걸 어떻게?”


“네가 백열화 하려면 여신이 옆에 있어야 하잖아.”


“......”


자르카도 내 백열화에 대해 알고 있었나? 아니, 보기는 했지만 정확한 백열화의 능력은 알 수 없을 텐데......


“무슨 거대한 바다 마물이라도 나타났냐? 갑자기 백열화 써서 놀랐잖아.”


“뭐... 그럴 일이 있었어.”


여신과 춤추기 위해 백열화 했다고 하면 바보소리 듣겠지?


“......뭐, 상관없겠지.”


후르릅...


다행히 자르카가 신경을 끊었다.


“이 차 맛있네. 달콤한게...”


“코코아라고 하는 겁니다.”


“코코아?”


처음 들어보는 차 이름인데...?


“제네온에서 남쪽으로 한참 가면 나오는 지방에서 열리는 열매를 갈아 만들어서 만든 차라고 합니다. 특별히 설탕을 많이 넣었습니다.”


“그래?”


굳이 그 열매까지 설명해 줄 필요는 없는데...


“하아... 기분 좋다.”


이상하게 이 차를 마시니 기분이 좋아진다. 달고 따뜻한 것을 마셔서 그런 걸까?


“라드.”


“응?”


“심심한데 뭐 재밌는 얘기라도 해 봐.”


“......글쎄...?”


나는 잔 바닥에 남은 코코아를 한번에 들이켰다.


‘뭐야?’


하지만 코코아는 끈적하고 느릿하게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한참동안 잔을 뒤집어도 흘러 내려오는 양은 너무 적었다.


“쳇.”


할 수 없이 남은 코코아를 내려놓고 자르카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얘기?”


“무서운 얘기라던가, 아니면 전설이나 신화라던가.”


“글쎄...... 이런 건 겨우 셋이서 들으면 재미없는데.”


이야기라는 것은 여럿이 모여야 재미있는 법이다.


“넷입니다만.”


파리아의 말에 우리의 시선은 누워서 신음을 흘리는 케이안에게 몰렸다.


“케이안이 지금 이야기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


사실 잊고 있었다.


“그럼?”


“옆방으로 가자.”


내 말에 자르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왜?”


“뭐 하러 그쪽 방에 가냐?”


“많이 모여서 얘기나 하러 가는 거지 뭐.”


“......”


자르카는 조금 불편한 모양이었다.


“가기 싫어?”


“응.”


“파리아는?”


“저도 별로 가고싶지는 않습니다.”


“......”


신아랑 아세아랑 3년 간 있었다며? 근데 왜 이래? 아직도 어색해 보이는데?


“그럼 나 혼자라도 가지 뭐.”


훌렁.


일어서며 모포를 벗으니 조금 쌀쌀한 것이 느껴졌지만 그럭저럭 버틸만한 정도였다.


“......”


“......”


금방이라도 갈 듯 내가 몸을 일으키자 파리아와 자르카는 서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럼 간다.”


내가 문을 열자 자르카가 인상을 사정없이 찌푸리더니 문쪽으로 걸어왔다.


“......갈게.”


“저도 가겠습니다.”


그럴 거면서 왜 가기 싫다고 한 건지 원.


“그럼 가자.”


우리는 옆방 앞에서 멈춰 섰다.


“누구 두드릴 사람?”


아까 자러간다고 했으니 아세아가 자고 있을 확률이 꽤 높았다. 즉... 아까 선장처럼 두들겨 맞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


“네가 온다고 했잖아.”


“분명히 그랬습니다.”


이럴 때는 죽이 잘 맞는구만.


“......알았어.”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똑똑.


“누구세요?”


신아의 목소리였다.


“난데...”


“오빠? 왜?”


“그냥 심심해서 모여서 얘기나 하자고 놀러 온 거야.”


“......”


안에서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알았어. 들어와.”


신아의 말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이...


“어라? 다 깨어 있었네?”


아세아와 신아는 중앙에 앉아서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시드린은 앉아있는 아세아의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그럼 실례...”


내가 들어오자 자르카와 파리아도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


방의 분위기는 굉장히 조용했다.


“저기... 아무 말이라도...”


“......”


“......”


도저히 어색해서 대화가 풀어지지 않는 상황.


“그럼... 번갈아가며 무서운 얘기나 할까?”


“그러려고 온 거 아니냐.”


자르카의 퉁명스런 맞장구가 이렇게 고마울 때가 없었다.


“음... 그럼 누가 먼...”


똑똑.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신아의 말에 밖에 있는 누군가는 꽤 주저하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저... 실례가 되지 않으신다면... 같이 이야기라도...”


이 목소리 누군지 몰랐지만 파리아가 귓속말로 얘기해주는 것을 듣고 보니, 아까 저녁때 같이 식사했던 옆방의 그 아가씨였다.


“어쩔까?”


신아야... 나를 보고 물어보면 어쩌니. 여긴 네 방이잖아.


“뭐... 그냥 들어오게 하지 뭐. 비밀스럽게 하는 것도 아닌데.”


분위기가 더 어색해질 수도 있겠지만.


“들어오세요.”


신아의 말이 들리자 그 아가씨가 손에 과자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뭐... 간식거리가 필요했으니 다행인가’


그녀는 원형으로 앉아있는 우리 사이에 끼려고 했지만 자리가 나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신아가 옆으로 비키며 자리를 만들어줬지만, 그녀는 눈치를 보며 자르카의 옆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르카의 옆에는 파리아가 있는 상황. 물론 그 반대쪽에는 나다.


‘흐음......’


그녀는 자르카의 뒤쪽으로 가서 파리아를 살짝 밀어보았다.


‘쯧쯧...’


하지만 파리아가 밀려 줄 위인이 아니지. 결국 내가 도와줘야 하나.


“파리아. 잠깐만 이쪽으로.”


“알겠습니다.”


내 부름으로 파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녀는 자르가 조금 나자마자 냉큼 파리아의 자리에 앉았다.


“저... 이거 약소하지만...”


“아. 과자다.”


자르카는 자신의 옆에 그 아가씨가 앉은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그녀가 들고 온 과자만 집어먹기 시작했다.


와작와작


그런데 자르카는 소리 좀 줄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왜 불렀습니까?”


눈치 없는 파리아는 내가 왜 불렀는지 아직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그냥 내 옆에 앉으라고.”


“......?”


약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파리아는 순순히 내 옆에 앉았다.


“그럼... 내가 먼저 이야기를...”


다시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아세아가 그 아가씨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야?”


아차. 소개를 먼저 해야지. 어색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깜빡하고 있었다.


“예... 저는 엘레인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은 우리가 소개할 차례인가?


“난 자르카, 이쪽에서부터 라드, 파리아, 시드린, 아세아, 신아.”


자르카는 과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기가 나서서 소개시켜주었다.


“아... 그렇군요.”


흐음... 왠지 분위기가 좋은걸.


“자, 그럼 하려던거 시작해.”


시작...해?


“자르카는?”


“난 과자나 먹지 뭐.”


.......어이구.


“저... 무엇을 하려고 하셨는데요?”


“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그럼... 할까?”


그래도 일단 할 얘기가 별로 없으니...


“누가 먼저 할래?”


“나!”


아세아가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그럼 아세아가 시작 해.”


“응.”


자신있게 나선 것과는 다르게 아직 생각해놓은 이야기가 없었는지, 아세아는 잠시 이야기 거리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응, 있잖아. 수도에서 유명한 유령의 집이 있는데...”


‘아, 거기......’


아세아의 말대로 너무 유명해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뭐야.”


자르카가 한마디 투덜거렸지만 곧 시드린의 날카로운 시선에 다시 과자만 집기 시작했다.


“하아......”


봐봐. 신아, 자르카, 파리아도 알고 있다는 표정이잖아.


“처음에 거기에는 평범한 귀족이 살았는데, 거기 마님이 마족 숭배자에게 넘어갔대.”


......이쯤 되면 어디인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지하실에서 여자애들을 잡아다가 마족에게 바쳤는데...”


그래, 우리 집이다. 베네레오스 저택. 이 얘기는 쉬란과 아란의 어머니 이야기고.


‘하아..... 자기가 사는 집을 얘기하면 어떻게 해’


그래도 엘레인과 시드린은 흥미 있게 듣고 있었다. 시드린이야 그냥 아세아에게 맞장구 쳐주는 거고, 엘레인은 진짜로 흥미 있게 듣는 것이겠지.


“......그래서 나중에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도 그 마족의 마법에 빠져서...”


.......조금 듣기 거북해지는군.


“그 다음은요?”


엘레인의 물음에 아세아는 잠시 내 표정을 살펴보았다.


“나도 몰라. 거기까지밖에 소문이 없어.”


내 표정을 읽은 아세아가 그대로 이야기를 끝냈다.


‘후우......’


기분이 이상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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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8) +1 12.01.11 323 5 8쪽
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41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70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9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8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50 6 8쪽
206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12.01.02 291 6 11쪽
205 4th 03. 가족(13) +1 12.01.02 270 7 10쪽
204 4th 03. 가족(12) 12.01.01 251 6 9쪽
203 4th 03. 가족(11) +1 12.01.01 304 6 11쪽
» 4th 03. 가족(10) +1 11.12.31 260 6 9쪽
201 4th 03. 가족(9) +1 11.12.30 257 8 10쪽
200 4th 03. 가족(8) 11.12.29 283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3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4 6 9쪽
197 4th 03. 가족(5) +1 11.12.27 270 9 9쪽
196 4th 03. 가족(4) +5 11.12.26 313 6 9쪽
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0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4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298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6 9 11쪽
191 4th 02. 사막여행(4) 11.12.23 294 8 16쪽
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79 9 11쪽
189 4th 02. 사막여행(2) 11.12.22 258 6 10쪽
188 4th 02. 사막여행(1) +2 11.12.22 27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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