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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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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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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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DUMMY

배를 탄 것도 오늘로서 5일째. 자르카는 옆방 엘레인이 놀아주니 심심하지 않았고, 아세아야 돌고래를 타고 노니 지루하지 않겠고, 케이안은 아직도 빌빌거리고 있었고, 신아야 도서관의 책을 읽고 있었고, 파리아야 평소에도 재미없이 사는 녀석이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봐라! 지금도 자르카는 밖에 나가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시드린? 내가 왜 시드린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가?


“지금 뭐 해?”


“아, 엘레인이 갑판에서 차나 마시자고 해서 말이지.”


이렇게 비린내나는 곳에서 차를 마신다고?


“같이 마실래?”


“아니. 됐어.”


지난번에 한번 같이 갔다가 엘레인의 따가운 눈총에 중간에 빠져나와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 나는 나갈게.”


“......”


오늘도 이렇게 자르카가 방에서 나가고 이제 남은 것은 파리아와 나다. 케이안은 시체와 형제 할 정도의 상태니 제외.


“파리아. 뭐 하고 있는 거야?”


파리아는 무슨 천 같은 것을 열심히 바느질하고 있었다. 아니, 바느질이 아니라 그 천 위에 무슨 문양을 실로 새기고 있었는데......


“십자수입니다.”


“......그런 건 여자들이 하는거 아냐?”


“그렇게 성차별적인 말은 하는게 아닙니다.”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닌데 말이지... 그렇다고 따지기에도 약간 미묘한 문제다.


“알았어, 알았어.”


아무래도 파리아도 놀아달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고.


“끄으응......”


“......”


케이안은 무시하자.


“하아... 파리아. 아세아는 또 나갔지?”


“시드린도 같이 나갔습니다.”


“신아는?”


“도서실에......”


“......”


“정 심심하시면 같이 십자수나 하시죠.”


“정중히 거절한다.”


지난번에 도서실에 있는 신아에게 가봤지만 책 읽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푸하.....나 나간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답답하게 방안에서만 있기도 그렇기에 밖으로 나갔다.


끼이이...


이 문, 지난번부터 말하려고 했던 건데 기름 좀 쳐야겠어.


“응?”


밖으로 나오니 옆방의 문에 귀를 대고 있는 선장의 모습이 보였다.


“거기서 뭐 해?”


“쉿!”


“......?”


만약 그 방안에 신아나 아세아가 있다면 당장 쫓아냈겠지만 어차피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쳇. 이번에도 안 되는 건가.”


“뭐가?”


내 물음에 그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문에서 물러나 나에게 오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무래도 조용한 것이 안에 있는 그... 검은머리의 괴물이 자고 있는 것 같아서.”


“......”


아마 이 괴물은 아세아를 말하는 것이겠지.


“크윽! 며칠동안 그 괴물에게 당한 상처 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오늘 겨우 몸이 괜찮아져서 왔더니 또 그 괴물이 앞을 막는구나!”


괴물이라니... 왠지 들으니까 기분 나쁘다.


‘안에 아무도 없는거 알려주지 말아야지’


“그럼 내일을 노려보지 그래?”


내 말에 선장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제 몇 시간 뒤면 내려야 되니까.”


“응?”


선장의 말에 나는 내가 이 배 위에서 며칠을 있었나 계산해보았다.


‘5일... 인가?’


내릴 때 다 됐군.


“내리기 전에 빨리 그 레이디에게 내 고백을 전해야 하건만...!”


선원들 말을 들어보니 부인도 둘이나 있다고 하더만(원래 선장 정도 되는 사람은 부인을 3~4정도 가진다고 한다. 해적선장도 아니고 원). 왜 시드린에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잘 해봐.”


몇 시간 뒤까지 아세아가 돌아오려나...


‘그러고 보니, 저쪽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갑판 중앙에서는 배라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도 파라솔과 탁자가 놓여 있었고, 둘은 달콤한 홍차를 마시며 달콤한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르카가. 엘레인은 그냥 황홀한 표정으로 자르카만 보고 있었고.


“흐음......”


일단 알려줘야겠지.


와작와작!


탁자 근처로 다가가니 자르카가 과자 먹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안 하는 거냐...’


참 답답하다. 둘 다.


“자르카. 몇 시간 뒤에 내린대.”


“웅? 그러냐?”


입에 과자나 삼키고 말하지. 몇 조각 튀었잖아!


“저, 정말인가요?”


“선장한테서 들었는데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는지 엘레인은 꽤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꼽으며 며칠이나 지났나 계산하더니 화들짝 놀라는 것이 아닌가!


“그럼 짐 챙기러 가야지.”


자르카는 몸을 일으켰고, 엘레인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라드님.”


“응?”


“잠시 자리 좀 피해주시겠습니까?”


......으음, 왠지 긴장되는 순간이군.


‘싫다고 하면 맞겠지?’


찻잔을 꽉 쥐고있는 것이 안간다고 하면 집어 던질 것 같았다.


“알았어요.”


“자리를 왜 피해? 어차피 방으로 들어가서 짐 챙겨야 하잖아.”


이 둔한 혼족 같으니...


“자르카. 잠깐 여기서 엘레인과 얘기해 봐. 짐은 내가 챙길게.”


“......그래?”


자르카는 오히려 잘됐다는 듯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아 과자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어라, 언제 돌아왔냐.”


도서실에 부르러 가려 했는데 신아는 어느새 방 앞에 와 있었다. 게다가 짐까지 다 챙기고.


“방금. 도서실에 있던 사서가 내려야 할 시간이라고 해서.”


“아, 그래?”


나도 짐이나 챙겨야겠다.


“케이안 잘 챙겨. 지난번처럼 깜빡하지 말고.”


“......알았어.”


지난번에 케이안의 아침식사를 깜빡한 적이 있었다.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다 보니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말이다.


끼이이...


내 방의 문을 열고 파리아를 불렀다.


“파리아. 짐 챙겨라.”


“이미 챙겼습니다.”


‘빠, 빠르다...’


이미 짐은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내가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응?”


그러고 보니 케이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케이안은?”


“저기......”


파리아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케이안이 마치 마계에서 빠져나가는 구멍을 찾은 듯한 표정으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빨리 내리고 싶은가봐?’


뭐...... 지금까지 케이안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라드. 아세니카르와 시드린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응. 알고있어.”


저렇게 무서운 기운을 풀풀 뿜어내고 있는데 못 알아채면 바보지. 그나저나 돌고래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드래곤 피어 밖에 쓸게 없나? 너무 매서운 기세라서 소름이 돋잖아.


“육지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내려가자 마자 마차를 빌려서 제네온까지 타고 가면 되는 건가? 내 의문에 케이안이 초췌한 얼굴로 나와서 말을 꺼냈다.


“마차 타고 2시간이니 점심때면 신예님의 상단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아. 그래요?”


케이안의 혈색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육지에 거의 다가와서 그런가?


철퍽철퍽.


밖에서 들리는 물에 젖은 소리를 들어보니 아세아가 돌아온 것 같았다.


“뭐, 곧 내려야겠지. 일단 갑판으로 나갈래?”


“저는 조금 있겠습니다.”


케이안은 거절했고, 파리아는 잠시 자신의 십자수를 보고 고민하고 있었다.


“나가겠습니다.”


“......그냥 완성시키지 그래?”


“아뇨. 한 땀 빗나가서...”


겨우 하나가지고 뭘... 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파리아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차마 건드릴 수가 없었다.


“케이안. 멈추면 부르러 올게요.”


“알겠습니다.”


파리아와 함께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끼이이...


“응? 어디 나가는 거야?”


문을 연 것은 자르카였다.


“자르카. 엘레인이 뭐래?”


원래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실례지만, 자르카가 돌려 말한다고 알아들을 위인인가. 그냥 직접적으로 물어야지.


“아,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겠냐고 묻던데.”


오옷... 그건 계속 같이 있고싶다는 표현이잖아.


“그래서?”


“운이 따라준다면 만날 거라고 얘기했지.”


“......”


뭔가... 굉장히 바보 같아.


“레이디, 제 사랑을...”


마침 선장도 고백하고 있었다. 자르카와 나, 파리아는 그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갔고, 곧 푹 젖은 아세아를 모포로 덮어주고 있는 시드린의 다리를 잡고있는 선장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이건?!”


시드린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갑판위로 금빛의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불쌍하네.”


“응.”


저 선장은 용족과는 맞지 않는 운명인가보다.


“어라......”


금빛 번개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선장에게서 시선을 돌려 배의 앞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서 육지가 보였다.


“육지다...”


“그렇네.”


마침 바람이 순풍이라 배의 속도는 정말 빨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오, 이곳이 어디더라?”


“몰라 그딴거.”


어차피 중간에 거쳐가는 도시일 뿐인데 내가 기억할 리가 없지.


“켄제입니다.”


파리아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의 말을 들었는지, 케이안은 짐을 챙겨서 나왔고 신아와 아세아도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나와 있었다. 아세아는 안에서 한번 씻었는지 머리에서 향료냄새가 풍겨왔다.


“호오오......”


배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이윽고 이곳 선원들의 말로 표현하자면 ‘거북이처럼’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그 괴물... 거북이는 빨랐지’


정정한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자, 자. 다 왔습니다!”


선원의 말에 부두에 붙은 쪽의 갑판에서 바라보니 지난번의 그 나무판자를 내리고 있었다.


‘미끄러지는거 아냐?’


이번에도 신아 데리고 내려야겠군.


“자, 내리자.”


자르카의 말을 듣고 나무 판자를 바라보니, 이미 바닥에 닿았고 선원들이 그 위를 지나다니며 안전한가 검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내려오지 말라고 선원들이 그러고 있는데......


“자르카님의 말대로 하는게 좋겠습니다.”


케이안이야 워낙 빨리 내리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오빠. 짐 좀 들어. 혼자만 안 들었잖아.”


신아가 케이안이 잔뜩 짊어진 짐을 보고 얘기했다. 나도 확실히 아직 병자인 케이안이 짐을 드는 것은 조금 그렇지만(이미 자르카와 파리아도 비슷한 양의 짐을 들고 있다)......


“안 돼. 난 너 들어야 되잖아.”


“나를 왜 들어?”


“또 미끄러지려고?”


“괜찮아. 신발 갈아 신었어.”


신발이 문제가 아니잖아.


“자르카님......”


“응?”


신나게 뛰어 내려가려는 자르카를 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엘레인? 왜?”


“그게......”


으음. 긴장되는 순간이다. 선원들도 이 모습을 봤는지 행동을 멈추고 이곳으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왜 안 내려... 읍!”


뭔가 말하려는 아세아의 입을 신아가 급하게 막았다.


“그게... 저는... 당신을.......”


긴장되는 순간이다.


“사......”


“미안하지만.”


자르카의 목소리는 정말 침착했다.


‘뭐야, 또 상황파악 못 하는거 아냐?’


하지만 지금 자르카의 얼굴은, 3년 만에 보는 모습 중에서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이었다.


“......”


그리고 엘레인밖에 들을 수 없게, 자르카는 자신의 입모양만으로 말했다.


“......끄흑...!”


엘레인은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고, 자르카는 어깨를 으쓱하고 먼저 내려갔다.


“뭐라고 말한 거야?”


아세아의 물음에 모두가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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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0) +1 12.01.12 247 5 9쪽
214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9) +2 12.01.12 265 6 9쪽
213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8) +1 12.01.11 323 5 8쪽
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41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70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9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8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50 6 8쪽
»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12.01.02 292 6 11쪽
205 4th 03. 가족(13) +1 12.01.02 270 7 10쪽
204 4th 03. 가족(12) 12.01.01 251 6 9쪽
203 4th 03. 가족(11) +1 12.01.01 305 6 11쪽
202 4th 03. 가족(10) +1 11.12.31 260 6 9쪽
201 4th 03. 가족(9) +1 11.12.30 258 8 10쪽
200 4th 03. 가족(8) 11.12.29 283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3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4 6 9쪽
197 4th 03. 가족(5) +1 11.12.27 270 9 9쪽
196 4th 03. 가족(4) +5 11.12.26 313 6 9쪽
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0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4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298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6 9 11쪽
191 4th 02. 사막여행(4) 11.12.23 295 8 16쪽
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80 9 11쪽
189 4th 02. 사막여행(2) 11.12.22 258 6 10쪽
188 4th 02. 사막여행(1) +2 11.12.22 27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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