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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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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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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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4th 03. 가족(9)

DUMMY

“여긴 왜 온 거에요?”


“......그냥...”


그냥...?


“이제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


그렇지... 여신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인되어서 아는 사람이 없었지... 게다가 동족들은 파괴자와의 싸움에서 전멸하고. 아, 그러고 보니 하나 있는데......


“로엘 있잖아요.”


“바빠. 천족 최고 가문의 가주인데 얼굴 만나기도 힘들지.”


“아니, 그래도 투신이라는 직위를 이용하면...”


“직위 이용하면서까지 만날 이유는 없어.”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


“그래서 저랑 같이 있으시게요?”


“......아니. 그냥 얼굴만 보러 왔어.”


얼굴만 보러 왔다면서 우는 모습만 보여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달래 달라는 뜻인가?


“......”


“......”


뭐랄까, 그렇다고 그냥 아세아를 달랠 때처럼 단순하게 달래기도 곤란한게, 일단은 내 상관이니까......


‘흐음... 어쩌지...?’


막막함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바다였는데, 지금은 여신이 있어서 그런지 주변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쏴아아...


사방으로 펼쳐진 검은 바다에 비춰지는 은은한 달빛과 별빛.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했다.


‘저 위에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춤이나 출래요?”


“뭐?”


갑작스러운 제안에 여신은 꽤 당황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무슨 춤이야?”


“추기 싫어요?”


“......”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삐죽, 하고 입술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니 아까처럼 울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디서?”


여신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런 갑판에서 추다가는 사람들이 다 구경나올걸.”


물론 이 선실 위는 좁아서 추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다. 게다가 흔들리고.


“그래서 싫어요?”


“싫어. 얼굴도 이런데.”


“뭐가 어때서요?”


“울어서 부었잖아.”


“......”


하나도 안 부어 보이는데. 난 신족이라서 저렇게 울어도 얼굴이 안 붓나에 대해서 의문스러워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신족 입장에서는 부은 건가?


“걱정 마요. 어차피 배 위에서 출 생각은 없으니까.”


“응?”


여신은 신족이면서 인간의 상식에 너무 얽매이는 느낌이 든다. 아니, 그렇게 상식에 묶이는 점은 파리아나 자르카도 인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종족과 인간의 차이점은 단지 순간 가속 능력?’


그렇다면 나도 이제는 이종족인가? 반신이라고 스스로 칭할 정도로 몸이 변했지만 그래도 나머지 반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자......”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이종족이니 인간이니에 대한 것이 아니기에, 나는 선실에서 뒤로 뛰어내렸다.


‘......!’


마침 여신도 옆에 있겠다, 나는 모든 신력을 동원해서 몸을 ‘백열화’시켰다. 마황자와 싸우기 전에 했던 그것.


철퍽.


몸을 백열화시키자 내 몸이 극도로 가벼워졌고, 그 결과 나는 바다 위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의 빛이 사방에 퍼지고, 그 밝기는 밑에서 몰려드는 물고기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게 진짜로 되는구나...”


온몸이 백열화가 된다면, 내 몸은 빛과 비슷한 성분으로 변한다. 그렇기에 육체라는 것에 방해받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완전히 빛... 인가...... 이런 모습을 누가 본다면 이제는 인간이라고 하기도 힘들겠군’


조금 기분이 묘해지기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뭐 하는 거야?”


내가 백열화의 힘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지 여신의 머리카락도 하얗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백열화를 사용하면 여신도 자동적으로 백열화가 되는 모양이었다.


“이리 와요.”


“......”


여신은 나보다 더 쉽게 뜰 수 있을 것이다.


휙- 찰팍.


내가 바다에 내려 설 때보다 훨씬 적은 물소리가 나며, 여신도 바다 위에 섰다.


“여기서 뭐하게?”


“아까 말했잖아요. 춤추자고.”


“......”


여신의 얼굴이 당황스럽게 변했다.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몸을 백열화 시킨 거야?”


“네.”


빛의 날개로 나는 것은 그냥 떠 있는 거지 바다 위에 서는게 아니니까... 게다가 날개를 펄럭이면 춤을 추기 어렵잖아.


“한곡 추실까요 레이디?”


어릴 때 읽었던 기사소설에 나오는 자세를 취해봤지만, 한번도 취해본 적이 없는 자세라 조금 엉성하게 되어버렸다.


“......풋.”


그것이 웃겼는지 여신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거절할 생각은 없는지 내가 몸을 다시 세우자 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지 뭐.”


뻗은 여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작다, 지금 보니 신아보다 조금 더 작은 모습이었다. 수백년을 살아오고 신족 중 최강이라는 투신이지만, 이렇게 보면 가련해 보일 정도로 작고 약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음악은 없어?”


“있잖아요.”


“어디에?”


나는 발로 바다를 한번 밟아 물을 튀어 오르게 하며 말했다.


찰팍!


“바다소리.”


“......뭐야 그게.”


불평하듯이 말은 했지만 여신도 음악이 없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천천히, 왈츠의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어라, 잘 추시네요.”


“천족들도 파티를 여니까.”


그런가?


“나중에 너도 와봐. 재밌으니까.”


“글쎄요...”


우리가 뿜어내는 빛에 이끌려, 발 밑에 물고기들이 모여서 헤엄치고 있었다. 검은 바다를 밝게 비추는 백색의 빛과, 그 발 밑에 모여든 화려한 색의 물고기들.


‘이거 기분 묘한데...’


발이 바다에 닿을 때마다 물고기를 밟는 느낌이 약간씩 든다. 얇은 신발의 밑창에 부딪히는 물고기들의 감촉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발 밑이 굉장하네.”


여신도 발 밑에 몰려있는 물고기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빠지면 순식간에 물고기에게 뜯겨 먹힐지도...”


물론 농담이다.


“설마. 이렇게 작은 것들이 어떻게 먹어?”


“어라, 모르시는 모양이네. 원래 바다에 빠져죽은 시체는 물고기들에게 뜯겨 먹혀요.”


“.......진짜?”


“네.”


물론 나도 소문으로 듣기만 한 소리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이거 왠지 기분 나쁘네.”


“내버려둬요. 다 쫓아 낼 수도 없고.”


찰팍 찰팍.


“어?”


“응?”


여신이 물고기에 신경을 쓰고 있느라 춤을 추는 중이라는 것을 잊었는지 잠시 서로의 발이 얽혔고, 여신이 넘어지며 손을 잡고있던 나도 그녀의 위로 엎어졌다.


첨벙!


뒤로 넘어진 여신의 몸이 절반 정도 물에 들어갔다 다시 떠올랐고, 그 옆으로 뻗은 내 손은 팔꿈치까지 빠졌다가 겨우 올라 올 수 있었다.


“......”


물고기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마무리가 이상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빨리 비켜.”


“그게...”


찰팍 찰팍...


바닥을 짚고 일어나야 하는데, 물이라서 짚이지가 않았다.


‘이거 난감하네...’


결국 할 수 없이 나는 옆으로 구르다시피 하는 모습으로 여신의 위에서 비켰다.


첨벙!


“푸우!”


정신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런지 백열화가 살짝 흐트러지며, 내 몸이 거의 물에 빠졌다가 겨우 위로 떠올랐다.


“푸하앗... 짜라!”


“......”


“......에?”


파닥파닥.


겨우 물 위로 올라온 내 가슴 부분에 물고기 한 마리가 나와 같이 올라와 있었다.


“풋...”


그 모습을 본 여신은 웃음이 터진 것 같았다.


“푸후후...”


그리고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왜요?”


“아니... 그냥...”


그냥은 무슨... 이 물고기 때문이겠지.


“기분은 좀 좋아지셨어요?”


“응.”


다행히 여신을 위로하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파닥파닥.


이 물고기는 왜 남의 배 위에서 뛰는 거냐.


“......에이.”


풍덩.


배 위에서 파닥거리던 물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미끄덩거려서 잡을 수가 없었고, 결국 손바닥을 이용해 옆으로 밀어서 바다에 넣자 여신이 한번 더 웃었다.


“푸훗...”


“그만 웃어요.”


내가 몸을 일으키니 여신도 같이 몸을 일으켰다.


“고마워.”


“뭐가요?”


“그냥.”


아까부터 ‘그냥’이라고 넘기는 일이 많네.


“하아... 바다 냄새가 난다.”


“그거야 바다 바로 위니까...”


“아. 그랬지.”


여신은 이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 나도 어쩐지 즐거워져서, 같이 웃어주었다.


“그럼 난 이제 신계로 돌아갈게.”


“벌써요?”


“응. 가서 로엘에게 시간 있냐고 물어보게.”


“......”


그러고 보니... 이제 여신은 혼자인가? 로엘도 가문에 들어갔고, 데로스도 없으니...


“저랑 같이 다니 실래요?”


“응?”


“어차피 신계로 가봐야 혼자라면서요. 그럴 바에는 우리 일행이랑 같이 다니시는게...”


스윽...


여신은 검지 손가락을 들어 내 입을 막았다.


“생각해 준건 고맙지만...”


그리고 정말 가냘픈, 너무 가냘퍼서 안아주고 싶은 웃음을 지었다.


“안 돼.”


그리고... 그녀의 몸이 빛의 입자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


-걱정하지 마. 신계로 가는 것 뿐이야-


하얀빛에 쌓여서 점점 흐려지는 여신의 모습을, 나는 멍하니 주시했다.


-오늘 고마웠어...-


그리고 흐려진 그녀의 입술이 내 이마에 닿았다고 느낀 순간-


파앗!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멍하니 하늘로 올라가는 빛의 입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쩐지 내가 추락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풍덩!


“으악!”


크헉... 여신이 옆에 없으면 몸 전체를 백열화 시킬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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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8) +1 12.01.11 323 5 8쪽
212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7) +1 12.01.10 241 5 9쪽
21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6) 12.01.10 238 6 8쪽
21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5) +1 12.01.09 270 7 10쪽
20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4) 12.01.04 249 5 10쪽
20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3) 12.01.03 238 6 10쪽
207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2) 12.01.03 250 6 8쪽
206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 12.01.02 291 6 11쪽
205 4th 03. 가족(13) +1 12.01.02 270 7 10쪽
204 4th 03. 가족(12) 12.01.01 251 6 9쪽
203 4th 03. 가족(11) +1 12.01.01 304 6 11쪽
202 4th 03. 가족(10) +1 11.12.31 260 6 9쪽
» 4th 03. 가족(9) +1 11.12.30 258 8 10쪽
200 4th 03. 가족(8) 11.12.29 283 6 9쪽
199 4th 03. 가족(7) 11.12.28 293 8 9쪽
198 4th 03. 가족(6) +1 11.12.28 304 6 9쪽
197 4th 03. 가족(5) +1 11.12.27 270 9 9쪽
196 4th 03. 가족(4) +5 11.12.26 313 6 9쪽
195 외전 - 페이로나의 하루 11.12.26 320 8 6쪽
194 4th 03. 가족(3) +2 11.12.25 284 7 10쪽
193 4th 03. 가족(2) +1 11.12.25 298 8 9쪽
192 4th 03. 가족(1) +1 11.12.24 276 9 11쪽
191 4th 02. 사막여행(4) 11.12.23 294 8 16쪽
190 4th 02. 사막여행(3) +1 11.12.23 279 9 11쪽
189 4th 02. 사막여행(2) 11.12.22 25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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