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202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1.08 17:03
조회
407
추천
6
글자
72쪽

3rd 02. 불씨(1)

DUMMY

"뭐?"

"그러니까, 이제 슬슬 수도를 탈환하러 가야하지 않냐고."

확실히, 지금은 사기도 잔뜩 올랐고 용족의 도움에 황제까지 있으니까...

"하지만 시기상조 같은데. 아직 인간이 용족과 함께 싸우는 방법을 모르니까 수도 탈환같은 큰 전투는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수도를 탈환하기 전에 덤벼드는 마족들과 싸우니까 괜찮아. 오히려 다른 전투로 경험을 쌓고 수도를 탈환하러 간다면 그 전에 지칠지도 모르지."

"......"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20만의 병사들을 썩혀둘 생각인가?"

"......그러면 어때서?"

"20만의 병사가 소모하는 식량이 얼마인지는 알아?"

그건 신예가 계산해야 하는 거고.

"그럼 군대가 출정하면 식량소모량이 줄어들어?"

"그럼! 운이 좋으면 마족들이 파괴하지 않은 식량창고를 발견한다던가, 식용 마족들을 만난다던가."

참고로 마족 중에서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있다. 그런 녀석들은 하나같이 강해서 문제지만.

"그리고......"

자르카는 이 말을 하기에 조금 곤란한 듯 했다.

"말해봐. 나는 지금까지의 이유로는 만족하지 않으니까."

"......"

왠지 모르지만 자르카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가서 죽는 사람들만큼 입이 줄어들지."

"......그거 진심이야?"

자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퍼억!

기습적인 주먹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자기가 맞을 짓을 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우욱!"

자르카는 내 주먹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내가 큰소리를 내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파리아가 들어왔지만, 내가 손짓을 하자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럼...... 여기서 다 굶어죽자는 얘기냐?"

아직까지 그따위 말을 계속하고 있는 자르카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그럼 그렇다고 병사들을, 입을 줄이기 위해서 죽이자고?!"

자르카는 내 외침에도 전혀 주눅든 것 같지 않았다.

"멍청아! 그럼, 지금 병사들을 썩혀두고 수도를 탈환하지 않으면! 이 전쟁을 몇 년, 몇 십년, 몇 백년 이어갈 생각이냐!"

"......이익!"

퍼억!

쿠당탕!

턱에 정통으로 주먹을 맞은 자르카는 뒤쪽으로 굴러가 의자와 함께 넘어졌다.

"지금이 적기야! 조금이라도 빨리 하지 않으면 더 많은 마족들이 나온다고!"

"하지만!"

"야 이 멍청아!!"

퍼억!

"우욱!"

이번엔 자르카의 주먹이 나에게 꽂혔다.

퍼억! 퍼억! 퍼억!

우리는 그렇게, 신력도 혼돈의 힘도 쓰지 않고 그냥 순수한 주먹을 교환했다.

퍼어억!

마지막으로 자르카와 나는 서로의 얼굴에 동시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윽..."

"제길..."

풀썩!

그리고 동시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후우... 후우우..."

자르카도 나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누워있었다.

"......"

"제길....."

싸울 때는 긴장해서 그런지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까 갑자기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제길! 치사하게 아픈 곳만 골라서 때리다니. 난 멍이 오래 드는 곳만 때렸는데.

"......정말로... 안 할거냐?"

"......"

확실히... 자르카의 말이 맞다. 현재가 가장 적기고, 마족들을 빨리 쫓아내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힘들어진다. 그러나......자르카가 한 마지막 이유가 마음에 걸렸다.

'식량이 모자라서... 입을 줄이려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까 무서웠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

파리아는 우리의 싸움이 끝나자 언제나와 같은 얼굴로 들어와서는 나에게 성력을 불어넣어 치료해 주었다.

"괜찮으십니까?"

"응."

예전의 파리아라면 자르카가 이렇게 덤벼들었을 때 레쥬사를 뽑아들었겠지만... 요즘은 많이 융통성이 생겨서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아...... 파리아. 지금 수도를 탈환 하는게 좋을까?"

"......"

파리아는 말없이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

"저는... 지금이 괜찮다고 봅니다."

"......그래?"

내가 파리아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동안 자르카는 몸을 추스르며 혼돈의 기운으로 치료를 하고 있었다.

"......가자."

"......"

"대신......"

자르카의 시선이 나에게서 멈추었다.

"이걸로 완전히 끝내야 해."

피식.

"당연하지."

......

성도 밖에서 경계서는 두 명의 병사는 지금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얘기하는 중이었다.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이제 수도를 탈환하러 간다니까! 지금 준비하는게 그거래!“

“뭐야... 윗대가리들은 다 멍청인가? 어떻게 수도를 탈환해?“

“용족이 있잖아!“

“용족이라고 해서 마족보다 센건 아니잖아.“

“그리고 내버려두면 마족들은 더 많이 넘어 올 거잖아.“

“글쎄... 그걸 누가 알아? 나중에 바뀔지.“

“너 되게 부정적이다?“

“허... 이딴 전쟁을 하는 것들이 바보지. 나는 기회 봐서 마족에게 투항할거다.“

“......“

턱.

그 때 누군가가 부정적인 병사의 어깨를 잡았다.

“......뭐라고?“

“뭘요.“

“야, 야...“

부정적인 병사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사람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마족에게 투항한다고?“

“그, 그건 잠깐 심심해서 농담을...“

동료병사가 그를 위해 변명해주려 했지만 부정적인 병사에게는 소용없었다.

“그게 어때서요? 어차피 여기 있어봐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거. 그냥 그곳에서 목숨이나 부지...“

뿌드득...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던 그의 어깨에 갑자기 굉장한 압력이 눌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요, 용서해주세요 자르카님!“

부정적인 병사는 그제야 뒤에 있던 사람이 누군지 눈치챈 듯 하다.

“으으윽......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신이 윗대가리면 다야?!“

“......“

자르카는 당당한 그의 행동에 오히려 당황해버렸고, 자르카가 잡는 힘이 약해지자 그는 거칠게 자르카의 손을 뿌리쳤다.

“......“

“우리 병사들의 고통은 하나도 모르면서! 그저 운이 좋아서 위로 오른 주제에 천막에 틀어박혀서 이러쿵 저러쿵... 너희들은 굶어보지도 않았지? 우리는 지난번에는 하루 한 끼만 먹었다고!“

“......“

그 때는 어린아이나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한 끼만 먹었고, 원래 파리아나 자르카는 인간의 식량은 거의 먹지 않고 라드도 비슷하며, 신아 정도만이 그나마 식사를 많이 받는 편이지만 그래도 다른 어린아이들과 같은 양이었다. 그 어이없는 피해망상에 자르카는 허탈한 웃음까지 나오려 하고 있었다.

“야!“

옆에 있던 병사가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부정적인 병사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인간들이 나에게 해 준게 뭐가 있어! 맨날 죽어라 농사지어도 세금만 걷어가지, 나에게 해 준게 뭐가 있냐고!“

“......그럼.“

자르카는 성도의 밖을 가리켰다.

“나가라.“

“그래! 나간다!“

부정적인 병사는 자신을 잡는 동료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신관들의 신력에 의해 보호되는 입구를 벗어났다.

“야! 너 빨리 돌아오지 못해!“

“흥! 그까짓 곳에 내가 왜! 나는 마족들에게 갈거다!“

자르카는 그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서 웃었다.

“......저 병사.“

“네, 네?“

“예전에 인간들에게 피해를 입은 일이 있나? 가족이 당했다던가, 도둑맞았다던가...“

“없는데요......“

그 대답에 자르카는 말 그대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럼 너무 배부르게 자라서 저런 말을 하는 거군.“

“......“

동료병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자르카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니라 그가 간 것이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끼에에엑!“

그가 밖으로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비행형 마족이 날아들었다.

“......이런!“

병사는 다급하게 망루로 올라갔고 자르카도 그 병사를 따라 망루로 올라갔다.

“으아악! 으악!!“

부정적인 병사는 지금 하늘에서 날아온 비행형 마족 하나에게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사, 살려줘! 나는 마족에게 투항하기 위해서 왔다고! 그래, 성도의 신력 분출점을...“

“......“

동료병사는 그의 모습을 보며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아니, 아무리 살고싶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성도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팔아먹는 행위를 하다니...?

“......자르카님. 이번 결정... 잘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

평소에 그는 뭐든지 아는 것 같았다. 어차피 같이 일하는 자신들은 무식한 사람들이라 잘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어쨌거나 병사들이 있는 곳에서 이러쿵 저러쿵 뭔가 알고있는 사람은 드물었으니까. 하지만...

“으아악! 아아아아아!!!“

그 잘난 병사는 지금 이성도 없는 비행형 마족에게 목숨을 잃고 있었다.

“......“

안에 있던 병사는 그의 죽음이 아쉽다거나 하지 않았다. 만약에 저 비행형 마족이 이성이 있는 존재였다면 말 그대로 이곳 사람들이 전멸 당할 뻔했으니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아직 저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자르카의 말에 병사는 그가 죽고있는 곳에서 시선을 떼고 자르카를 바라봤다.

“이 전쟁이 하고싶어서 하는 줄 알고...“

푸두드득!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형 마족은 식사를 마치고 만족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고는 다시 날아올랐다. 그 마족이 있던 자리에는 흥건한 핏자국만이 병사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한다는 것을 모르는 녀석들이.“

“......“

병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자르카. 요즘 별로 좋지 않은 소문들이 들리던데.“

“뭘?“

자르카는 내 물음에 발뺌하고 있었다.

“요즘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처벌하고 다닌다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해줬을 뿐이야.“

“마족들에게 죽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텐데?“

“마족에게 빌붙는 것을 원하더군. 그게 그거지.“

“......자르카. 요즘 왜 그래?“

“......“

내 책망에 자르카는 말없이 카오틱 블레이드를 빼들었다.

“그런 일은 그만둬. 지금 자르카의 소문이 얼마나 나쁘게 났는지...“

“그걸 바라고 한 거다.“

“뭐?“

내 물음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자르카는 덤덤히 카오틱 블레이드를 닦고 있었다.

“지금까지 지휘부에는 무서운 사람이 없었지. 다 구해달라면 구해주고, 먹여달라면 식량 구하러 가고, 마족이 온다고 하면 나가서 싸워주고.“

“그게 뭐 어때서?“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지휘부는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구나. 말을 안 들어도 처벌하지 않겠지?’“

“......자르카. 그건 너무 억지야.“

“글쎄...?“

잘 닦였는지 카오틱 블레이드를 허공을 향해 한번 휘둘러보고는 마음에 드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자르카였다.

“이제 지휘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돼.“

“그렇다고 이런 행동을 해?“

“아니. 단지 본보기가 필요했을 뿐. 조금 심하기는 했지.“

자르카는 다시 카오틱 블레이드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그에 대한 처벌이 따른다... 그리고 그 행동은 영웅이 하는게 아니라, 영웅의 친구가 한다.“

“......“

“영웅은 언제까지나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야 하지. 하지만 그 친구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그럼 지금, 자르카가 악역을 맡겠다고?“

“그래.“

“어째서? 그냥 지금처럼 하면...“

“지금부터...“

평소와는 다르게 자르카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우리는 커다란 전쟁을 하게 돼. 이길 가능성도 낮고 피할 방법도 없는.“

“......“

“그것을 위해서는 명령체계의 확립이 꼭 필요하지.“

“......“

“너는 영웅... 아니, 성자가 되어서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이끌고.“

“자르카...“

“나는 철저한 악역을 맡겠다. 아무리 비정한 판단도 내가 내리면 돼. 그렇게 되면 전술의 활용폭은 몇 배로 넓어지지.“

“자르카!“

“왜? 지금 내 말이 틀렸나?“

“......“

“지금 무리하게 출병하는 것도 내가 시킨 일이라고 말해. 그래, 내가 떠나겠다고 해서 억지로 붙잡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하면 되겠지.“

“그럴 수는...“

“이게 희생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다.“

“......“

큰 각오를 한 그 눈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7 3rd 08. 크로스 카운터(3) +1 11.11.22 408 12 57쪽
156 3rd 08. 크로스 카운터(2) +2 11.11.20 408 7 68쪽
155 3rd 08. 크로스 카운터(1) 11.11.20 437 7 65쪽
154 3rd 07. 절망의 치유(4) +4 11.11.19 408 8 98쪽
153 3rd 07. 절망의 치유(3) +1 11.11.19 351 8 67쪽
152 3rd 07. 절망의 치유(2) +1 11.11.18 388 9 57쪽
151 3rd 07. 절망의 치유(1) +2 11.11.18 374 6 61쪽
150 3rd 06. 실론 전투(5) +1 11.11.17 457 7 97쪽
149 3rd 06. 실론 전투(4) +1 11.11.17 389 7 60쪽
148 3rd 06. 실론 전투(3) +3 11.11.17 395 8 75쪽
147 3rd 06. 실론 전투(2) +1 11.11.16 406 7 63쪽
146 3rd 06. 실론 전투(1) +2 11.11.16 423 7 58쪽
145 외전 - 이카온의 주인 +1 11.11.15 434 8 44쪽
144 3rd 05. 신살검의 향연(5) 11.11.15 401 7 72쪽
143 3rd 05. 신살검의 향연(4) 11.11.15 382 8 57쪽
142 3rd 05. 신살검의 향연(3) 11.11.14 353 9 76쪽
141 3rd 05. 신살검의 향연(2) +3 11.11.14 411 8 73쪽
140 3rd 05. 신살검의 향연(1) +2 11.11.13 427 8 79쪽
139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4) +4 11.11.13 496 8 89쪽
138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3) +1 11.11.12 460 10 69쪽
137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2) +2 11.11.11 455 5 66쪽
136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1) 11.11.10 453 9 52쪽
135 3rd 03. 투신(3) +4 11.11.10 435 6 80쪽
134 3rd 03. 투신(2) +1 11.11.10 419 9 69쪽
133 3rd 03. 투신(1) +1 11.11.09 469 9 73쪽
132 3rd 02. 불씨(3) +1 11.11.09 415 9 72쪽
131 3rd 02. 불씨(2) +2 11.11.09 429 10 54쪽
» 3rd 02. 불씨(1) +3 11.11.08 408 6 72쪽
129 3rd 01. 구원자(8) +1 11.11.08 494 8 54쪽
128 3rd 01. 구원자(7) +2 11.11.07 463 8 6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