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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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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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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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쪽

3rd 08. 크로스 카운터(2)

DUMMY

"후우....."

내일부터는 진군해야 할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나는 하루 종일 날아야 할 것이고.

펄럭.

밤바람이라도 쐬기 위해서 천막 밖으로 나갔다. 쓰읍... 아무리 요즘 피곤했다고 하더라도 곧 회의를 해야 하는데 잠을 자 버리다니. 나도 참... 만약 다른 동료들이 바쁘지 않았다면 상당히 잔소리 들어야 했겠지.

"깼네."

"에...?"

밖으로 나오자 천막 입구에 서 있는, 나와 같은 머리색과 별을 박아둔 것처럼 맑은 은빛의 눈동자를 지닌, 여신이었다.

‘그러고 보니 눈동자도 주변 환경에 따라 바뀌나......?’

지금까지 만났을 때 머리카락만 눈에 들어와서 몰랐는데, 머리카락처럼 눈도 낮에는 햇살과도 같은 금빛, 밤에는 별의 빛을 따온 은빛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여신님?"

"그래.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여신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 숲을 가리켰고, 나는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다른 동료들도 바쁜 것 같으니까 약간은 상관없겠지.

'무슨 일일까?'

여신이 인간계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꽤나 큰 일인 것에는 틀림없다. 아니라면 그냥 나에게 말만 걸었어도 되었을 테니까.

바스락.

숲으로 들어서자 낙엽이 밟힌다. 이제 만연한 가을이니...... 요즘에는 낙엽이나 봄의 꽃도 볼 여유가 없었구나.

바삭. 바삭.

그렇게 숲의 안으로 들어가던 여신이 뒤로 돌아서자 나도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앞에 섰다.

"......"

"......"

그렇게 잠시동안,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라드."

"네."

"너에게 줄 것이 있어."

여신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으로 손을 뻗었고, 그러자 별빛이 그녀의 손에 모이며 작은 '무언가'를 생성했다.

"요즘 네 몸은 많이 강해했지만..."

시리리링...

별빛은 점점 압축되더니, 이내 하나의 귀걸이로 변했다.

"내가 보내주는 신력이 부족했지? 네 몸의 한계에 비해서 말이야."

"네... 그렇기는 했죠."

지금 내 몸은 여신이 보내주는 신력을 모두 수용할 수 있었다. 요즘은 오히려 몸이 수용할 수 있는 양보다 여신이 보내주는 양이 적다고 해야 할까.

"그거야 네 몸에 내가 보내주는 방식이니까... 아무래도 내 모든 힘을 밖으로 꺼내는게 불가능한 만큼, 너에게 지금 이상의 힘을 보내주기도 힘들어. 내 힘이 문제가 아니라 전달의 문제라서. 일단 한계까지 전달하고 있는 것이니까 더 이상 늘어나기를 바라는 건 무리고."

"그런가요?"

즉, 내가 신관이라서 여신의 신력을 '전달받는' 방식으로는 이것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거야."

그 귀걸이는... 은빛의 금속으로 만들어 진 것처럼 보였는데, 그 중앙에는 보석 대신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작은 별을 박아놓은 것 같은 귀걸이.

"별빛을 모아서 만든 이 귀걸이라면 내 힘의 전달이 보다 쉬워질 거야.“

여신은 그렇게 말하며 귀걸이를 내밀었다.

"......"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세아가 준 귀걸이를 빼야 하나?

"응?"

내가 귀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본 지금에서야 여신은 내 귀에 걸린 귀걸이를 본 모양이었다.

"뭐야 그건?"

"아세아가 준 건데요."

"그냥 장식품?"

"아뇨. 뭐... 주술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흐음......"

내 대답에 여신은 조금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내가 신아가 가지고 놀던 목검을 빼앗았을 때 신아가 보여주었던 표정 같은데...?

"그럼 왼쪽에 걸어야겠네."

"......"

아... 또... 뚫리는 건가?

"가만히 있어."

여신은 손에 긴 빛의 바늘을 생성시켰다.

"잠깐만요!"

내가 귀를 손으로 감싸며 뒤로 물러섰음에도 여신은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아세아처럼 강제로 뚫을 생각은 없는 듯이 보였다.

"뭔데?"

"저기... 그냥 안 뚫으면 안될까요?"

"왜?"

"그게..."

무섭다고... 말하기가 조금 그렇네... 그런데 여신은 내가 손으로 귀를 막고있음에도 별로 상관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막아봐야 소용없어."

"네?"

주륵...

그 말을 듣자마자 귀가 따끔 하는가 싶더니 손에 따뜻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설마..."

손에 묻은 물방울을 확인해보니...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이게 무슨..."

"네 몸 안에 있는게 누구의 신력인지 잊은 거야?"

"그럼, 제 몸 안에 있는 신력으로?"

그게 조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응. 귓불을 통해 날카롭게 분출시키면 되잖아."

여신은 내 말에 긍정하며 귀걸이를 들고 다가왔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번에도 여신에게 뚫어달라고 할 걸... 아프지도 않네. 지난번에 아세아가 뚫을 때는 솔직히... 귀가 저리도록 아팠는데.

"자."

아무래도 키 차이가 났기에 여신은 살짝 발뒤꿈치를 들어올리고 내 귀에 귀걸이를 걸었다. 아무래도 내가 3년간 많이 자랐으니까... 여신은 별 차이가 없지만 말이다.

‘언젠가 내가 늙어도 여신은 언제까지 이 모습일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인간인 나와 여신이야 당연히 차이가 나겠지.

"......"

그녀는 귀걸이를 걸고 나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

왠지 모르게 주춤거리는 모습이 여신은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성도로 가."

"네?"

"나를 믿는다면, 성도로 가."

뜬금 없는 말이었지만 그런 말을 하는 여신의 얼굴은 단호했다.

"왜요?"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겠어. 하지만 지금 갈 수 있는 건 너 뿐이니까."

확실히... 내가 모든 힘을 날개에 주입한다면 아침이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겠지.

"자르카에겐 내가 말해둘게. 가."

여신은 뭔가 조금 다급해 보였다.

'설마...?'

설마, 나를 죽지 않게 하려고 수를 쓰는 것이라면... 만약 인간들을 포기하고 나만이라도 대피시키려 하는 것이라면? 그런 것이라면?

"......"

잠시 여신의 눈빛을 주시했다.

"......"

여신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지 않았다.

'......훗'

"왜 웃어?"

앗. 실수다. 속으로만 웃는다는 것을 진짜로 웃어버렸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웃음으로 상황을 얼버무리며 여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의 신관, 라드 슈발로이카."

"......"

"여신의 말씀을 받들어. 성도로 가겠습니다."

"......그래... 믿어 주는구나."

휘이잉...

그 순간에 바람이 여신과 나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었다.

"그럼......"

내가 앉은 채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려고 할 때였다. 다리를 급격하게 펴며 뛰어 오르고, 그 순간에 날개를 움직이면 이 상태로도 날아오를 수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발이 땅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잠깐."

"예? 아, 아아!"

털썩!

갑작스러운 여신의 부름에 날개를 급히 멈추느라 바닥에 넘어져버렸다.

"괜찮아?"

"네..."

여신이 내민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으음... 나보다 몸집도 작은데 한 손으로 나를 일으킬 수 있는걸 보면 확실히 신족은 신족이라는 건가.

"그런데 무슨 일인데요?"

내 물음에 약간이지만 여신의 볼이 붉어진 느낌이 들었다.

‘덥나?’

하지만 날씨는 오히려 쌀쌀한 편에 속하는데... 설마 신족이 감기는 아니겠지.

"아까처럼 무릎 꿇어봐."

"네?"

"한번 해봐. 나도 실험해볼 것이 있어서 그래."

"알았어요."

영문을 모른 채 나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에?"

그리고 살짝 허리를 숙인 여신이 얼굴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와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얼굴이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온다.

'뭐... 뭐지...'

뭐랄까... 여신은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약간... 아주 약간 모자라 보이는 외모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17~18세로는 보이지만. 예쁘다... 라고 표현해야 할까?

"자, 잠깐만..."

얼굴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잡티하나 없이 뽀얀 피부에, 별이 박힌 듯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별빛의 눈동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는 양손을 뻗어 내 뺨을 잡고 있었다.

'이건... 설마...'

입... 자로 시작하는 세 글자?! 중간에 맞자가 들어가고 마지막에는 그... 추... 더 이상은 말 못한다는 그 세 글자 단어?!

"아......"

그런 걱정을 한 내가 바보 같게도 이마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마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깊은 애정이 담긴......

‘......조금 실망인데’

잠깐, 난 뭐에 실망했다는 거지.

-못 견디겠으면 말해-

지금 여신은 입을 내 이마에 대고 있었기에 정신으로 말한 것 같았다. 그런데 뭘 못 견딘다는 거지?

"네?"

내가 그 의미를 물으려는 순간 엄청난 기운이 이마를 통해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

여신은 말 없이 신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

이제는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한 나도 가만히 그 신력을 수용하고 있었다.

'이거 왠지......'

정신이 몽롱해진다. 봄 햇볕 아래에서 누워있는 느낌이...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하얀 목덜미. 몸으로 파고드는 빛의 신력보다 목덜미에 더 눈이 가는 나는...... 에이 남자가 다 그렇지 뭐.

찌릿.

"윽..."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보니 갑자기 뒷골이 찌릿했다.

-그만 할까?-

"아니... 더 버틸 수 있어요."

-......-

마치 누군가가 목을 심하게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참았다. 아직까지 다른 부분은 버틸만 했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 찌릿한 느낌은 어느새 온몸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만...?-

"조금만 더..."

찌리릿!

서서히...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이, 이제 그만..."

스윽.

여신이 입을 떼자 다시 급격하게 빠져나가려 하는 신력들. 나는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그것들을 몸에 가두었다.

"하아... 하아..."

"너무 욕심 부린거 아니야?"

지금 여신은 약간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너무 많이 받았나?

"그래도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잖아요."

"......"

여신은 조금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피곤했는지 다리가 풀리며 비틀거려 내가 몸을 일으켜 받아주어야 했다. 팔로 받쳐들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며 여신이 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이 뽑아가서 힘들잖아."

"아아, 그래요?"

지금도 꽤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신력들이 다 수용이 되고 있었다. 후우... 예전이었다면 몸이 터져 죽었겠지?

"후우우......"

여신을 놓아주고 몸을 점검해보니 다시 전신이 찌릿해지는 고통과 함께, 몸에 들어있는 신력이 느껴졌다.

"수도로 진격해야 하지?"

"네."

"걱정하지 마. 네가 없어도 병사들은 내가 어떻게 잘 도와줄 테니까."

마치 신아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말을 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살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알았어요."

"그럼 먼저 갈게."

여신은 빛의 입자로 변해서 공중으로 흩어졌다. 마족이 중간계에 그림자를 투영하는 것처럼, 그녀도 주변의 빛을 끌어 모아서 내 앞에 나타난 것이었던 것이다.

"......"

빛의 입자들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나는 그곳을 주시했다.

"......이거..."

이마를 한번 쓰다듬으니 방금 전의 기분이 생각났다. 뭐랄까... 묘했다고 해야 할까. 약간이지만 가슴이 두근거린 것 같기도 하고...... 그거야 여신을 만났으니까, 마치 아이가 부모를 만나면 좋아하듯이 그런 거겠지? 그래, 그럴 거야.

"뭐, 슬슬 가볼까."

날개를 펼쳐서 백열화 시켰다. 신력의 양이 상당하다 보니 원래대로라면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백열화가 순식간에 끝나 있었다.

피잉!

너무 강한 충격파에 주변 나무들이 쓰러지는 것이 보였지만... 뭐 상관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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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rd 08. 크로스 카운터(1) 11.11.20 437 7 65쪽
154 3rd 07. 절망의 치유(4) +4 11.11.19 408 8 98쪽
153 3rd 07. 절망의 치유(3) +1 11.11.19 351 8 67쪽
152 3rd 07. 절망의 치유(2) +1 11.11.18 388 9 57쪽
151 3rd 07. 절망의 치유(1) +2 11.11.18 374 6 61쪽
150 3rd 06. 실론 전투(5) +1 11.11.17 457 7 97쪽
149 3rd 06. 실론 전투(4) +1 11.11.17 389 7 60쪽
148 3rd 06. 실론 전투(3) +3 11.11.17 395 8 75쪽
147 3rd 06. 실론 전투(2) +1 11.11.16 406 7 63쪽
146 3rd 06. 실론 전투(1) +2 11.11.16 423 7 58쪽
145 외전 - 이카온의 주인 +1 11.11.15 434 8 44쪽
144 3rd 05. 신살검의 향연(5) 11.11.15 401 7 72쪽
143 3rd 05. 신살검의 향연(4) 11.11.15 382 8 57쪽
142 3rd 05. 신살검의 향연(3) 11.11.14 353 9 76쪽
141 3rd 05. 신살검의 향연(2) +3 11.11.14 411 8 73쪽
140 3rd 05. 신살검의 향연(1) +2 11.11.13 427 8 79쪽
139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4) +4 11.11.13 496 8 89쪽
138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3) +1 11.11.12 460 10 69쪽
137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2) +2 11.11.11 455 5 66쪽
136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1) 11.11.10 453 9 52쪽
135 3rd 03. 투신(3) +4 11.11.10 435 6 80쪽
134 3rd 03. 투신(2) +1 11.11.10 419 9 69쪽
133 3rd 03. 투신(1) +1 11.11.09 468 9 73쪽
132 3rd 02. 불씨(3) +1 11.11.09 415 9 72쪽
131 3rd 02. 불씨(2) +2 11.11.09 429 10 54쪽
130 3rd 02. 불씨(1) +3 11.11.08 407 6 72쪽
129 3rd 01. 구원자(8) +1 11.11.08 494 8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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