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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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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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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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쪽

3rd 06. 실론 전투(2)

DUMMY

어쨌거나 시드린과 그 다음에 합류한 두 용족으로 인해 우리 군대는 다섯의 용족과 1만 2천의 군대를 가지게 되었다.

"오늘 점심 때 정도면 마족들과 만날 것입니다."

"......알았어. 실론 평원에서의 지원군은?"

"내일 아침 정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만..."

참으로 어중간한 시간이다.

"그럼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지내고, 내일 새벽에 진군해서 아침에 실론 평원 외곽에서 진형을 정비하자."

"알겠습니다."

전투 도중에 지원군이 오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그리고 실질적인 전투에서도 좋다. 그들이 우리에게 신경 쓰는 사이 뒤통수를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만약 지원군이 늦는다면 우리와 정면 승부만 벌어질 뿐이고 그들이 너무 일찍 온다면 뒤쪽도 경계할 것이기에 또 전투가 힘들어진다. 정확한 시간배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할 일없이 하루 지내야 하는 건가?"

자르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긴장해서 오히려 잘 쉬지 못할걸."

"......"

하긴... '내일 마족과 싸우니까 잘 쉬어라'라고 하면 누가 편히 쉴 수 있겠나. 차라리 오늘 싸우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더 좋겠지... 그래서 내린 조치가 있다.

"그래서 대장급에게만 알려주고 나머지에게는 비밀로 했어."

"오... 머리 좋은걸?"

이런걸 보고 모르는게 약이라고 하는 거겠지.

"아세아는? 오늘부터 회의에 참여시키자며."

"아... 시드린이 데리고 가던데."

왠지 느껴지는 건데, 시드린은 나와 아세아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흐흐... 지금까지 잘 나가던 둘 사이에 위기가 닥쳤군."

갑작스럽게 자르카는 음흉한 웃음을 띄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기분 나쁜 웃음에 나도 모르게 움찔해버리고 말았다.

"그건 무슨 뜻이야?"

"모르면 됐다."

그래도 저 표정이 신경 쓰이는 걸.

"그럼 오늘 하루동안 잘 쉬는게 좋겠군."

"응."

화제를 바꾸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지만 그 화제로 계속 있어봐야 나에게 좋은 것이 없었기에 그냥 넘어가 주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자르카는 나를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넌 뭐 할건데?"

"나?"

그러고 보니 마땅히 할게 없었다. 자르카와 파리아는 일하느라 바쁘고, 나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제대로 돕기도 힘드니까(그냥 자르카와 파리아가 의견을 내면 한번 생각해보고 대답하는 수준이다). 예전 같으면 신아랑 같이 놀겠지만... 지금은 신아도 돌아갔으니까.

"아세아나 불러서 놀지 그래?"

"글쎄... 그럴까?"

확실히 요즘 아세아와 자주 만나지 못한 것 같았다. 3년 전에는 아세아를 만나기 위해 로켄과 렌드와도 싸웠었는데 막상 만난 다음에는 제대로 대화도 몇 번 못 해봤고.

"그럼 나가볼게."

"그래. 잘 해봐라."

다시 지어지는 자르카의 묘한 웃음이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거나 나는 아세아가 머무르는 천막을 향해 이동했다.

'그런데 뭐라고 하지?'

심심해서 놀러왔다고 솔직하게 말할까? 하긴... 아세아는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놀아주겠지.

"......하아."

‘놀러왔다’는 말을 하려고 결심을 내리니 갑자기 내가 엄청나게 비참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할 일이 없어서 놀러가다니...

"......후우. 가서 아세아에게 격려나 좀 해주고 내일 전투에 대한 것도 얘기해야겠다."

주목적은 노는 것이 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일 해야지.

"응?"

그리고 아세아를 부르기 위해 천막에 다가가는데 갑작스레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내가 뭔지 생각하고 있는데...

파지지지직!!

갑자기 눈앞이 밝게 빛나며, 전신이 따끔하게 저려왔다.

"흐어어어어억..."

순식간에 온몸이 마비되는 바람에 제대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나는 천막 입구에서 새어나오는 금빛 번개에 붙잡혀 있어야만 했다.

'누, 누가 도와줘!'

입까지 마비되었는지 말도 안나오고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신력도 이 번개에서 약간의 보호만 해줄 뿐... 성갑도 소용이 없었다!

파지직!

"응? 시드린. 이게 무슨 소리야?"

"글쎄요? 그냥 잘못 들으신거 아니에요?"

‘아, 아세아... 좀 구해 줘!’

파지지지지직!!

그리고 번개의 굵기가 더욱 커지고, 몸에 느껴지는 찌릿한 고통이 더욱 거세졌다.

"점점 커지는데?"

"설마요... 이 주변에서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게 없잖아요. 착각이겠지요."

저, 저 용족이...! 빨리 구하러 오란 말이다!

"잠깐, 뭔가 타는 냄새가 나!"

"설마요..."

펄럭!

드디어 천막 안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세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앗! 라드잖아!"

'구, 구해줘...'

입을 열어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입술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 라드님이시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하는 아세아의 뒤에서 미묘한 웃음을 짓고있는 시드린... 그 얼굴을 보니 이 번개가 누구 짓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드린! 빨리 결계를 거둬!"

"잠깐만요. 지금 아세아님의 머리를 다듬지 않으면..."

"지금 그게 문제야?!"

저, 저...

부르르르...

풀썩.

"라드!"

"어머나..."

파지지직!

‘어째서 쓰러져도 번개는 계속 날아오는 거냐’

"......"

결국 나는 쉬지도 못하고 천막에 누워 하루를 보내야 했다.

"쯧...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바로 도망쳤어야지."

일이 다 끝나고 깜깜한 밤에 나를 찾아온 자르카는 찾아오자마자 속을 긁어놓기 시작했다.

"......"

자르카의 한심하다는 말투에 반박할 수 없는 내가 싫다... 정말로. 자르카의 말대로 그때 바로 도망쳤어야 하는 건데.

"내일까지는 다 낫겠지?"

"......"

끄덕.

으윽. 고생해서 고개를 움직였더니 또 아프다.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작은 번개가 지직, 하는 것이 느껴져!

"쯧쯧... 어떻게 마족들과 싸우기 전에 아군한테 쓰러지냐."

"......"

혀가 굳어서 말도 못하니까 자르카의 말에 반박도 못하고... 아 슬프다.

"아세아가 문병온대."

"......"

"아, 물론 시드린도."

"......!!"

시드린은 지금 나를 이렇게 만든 사... 아니, 용족이잖아! 절대 안 돼!

"하여간... 어쨌거나 밖에 아세아가 기다리고 있으니 난 이만 나가주지."

"!!!"

자르카! 제발 같이 있어 줘! 그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아무 말 안할 테니까 제발 가만히 있어 줘!

바둥바둥.

"알았어, 알았어."

앗, 필사적인 내 몸짓이 통했나? 역시 자르카, 내 동료......

"빨리 나가주지."

반대로 알아 들었잖아아!!

"그럼..."

펄럭.

자르카가 밖으로 나가고 나는 곧 들어올 시드린의 공포에 부르르 떨었다.

"라드 있어?"

"......"

천막 입구에 비치는 아세아의 그림자 뒤로 아세아보다 키가 큰... 여성의 신형이 보였다.

"들어갈게."

".......!!!!"

제발 오지 마!!

펄럭.

"아앗. 정말 상태가 심각하네."

"......"

펄럭이는 천막 사이로 굉장히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드린이 보였지만... 난 그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

"어라... 입도 붕대로 막아놨네? 얘기도 못 하겠잖아."

두근.

가슴에 리본이 달린 하얀 드레스에 머리를 살짝 묶어 올린 아세아는... 뭐랄까... 시선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으음... 으음...... 아니, 이러면 안 되는데. 아직 어린애잖아. 심장은 왜 뛰는 거지? 시드린을 보고 무서워서 그렇겠지? 아마도......

"사과해 시드린."

"저는 그저 아세아님을 지키려고..."

뻔뻔하군. 솔직히 아세아를 지킬 필요가 어디 있다고...

"그래도 사과해."

"......"

시드린은 굉장히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아세아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

"죄송하군요."

"......"

어쩐지 전혀 죄송하다는 뜻이 전해져오지 않는걸.

"그나저나 이 사람은 어차피 내일이면 낫잖아요. 그냥 가서 내일 입을 옷을 준비하고 마무리나 더..."

"이걸 내일까지 입으라는 말이야?"

곤란하다는 듯한 아세아의 목소리에 시드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전투가 벌어질 텐데..."

"어차피 카레시안이 나서면 아세아님은 나서지도 못하잖아요. 게다가 드래곤 로드께서 뭐하러 그런 비천한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요?"

"그래도..."

"그리고 만약 나가더라도 뭐 어때요. 인간들을 도와주는 여신, 그런 분위기로 만들어서..."

‘......미안하지만 우리를 돕는 여신은 빛과 영원의 슈발로이카인데 말이지...?’

아세아는 나를 돌아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시드린에게 말했다.

"......몰라. 난 내일 이런 옷 안 입어."

"안돼요! 제가 왜 이렇게 일찍 왔는데요. 맨날 남자 옷만 입으니까 그런 일 못하게 하려고 온 거잖아요!"

"......"

아니 그런데 내 앞에서 저런 얘기하려면 그냥 돌아가지...

"몰라. 일단 라드먼저 치료하고 얘기하자."

아세아가 한숨을 내쉬며 손에 검은 기운을 담았다.

"쳇... 어차피 내일이면 낫는다는데 그러실 필요까지..."

......신관으로서, 남자로서 여자를 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지?

"자, 자... 가만히 있어."

시드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세아는 누워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손을 대었다. 아세아의 손이 닿는 부분은 순식간에 고통이 사라지고 신력이 강화되고 있었다.

"자. 끝났어."

그리고 온몸에 아세아의 손길이 지나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은 상당히 완화되었고 팔을 움직여 입을 막아뒀던 붕대를 풀 수 있었다.

"푸하! 고마워."

"뭘 이런걸..."

내 감사에 아세아는 쑥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고 시드린은 꽤나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투덜투덜..."

솔직히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는 않지만(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약간이나마 귀에 들린 말 중에 ‘본체로 물어 버릴까보다’라는 말이 섞여 있었으니까)계속 입을 우물거리고 있는 것이 불만이 많아 보였다.

"치료 다 됐으면 돌아가죠."

"응? 난 좀더 얘기하다가 들어 갈 건데."

"뭐라고요?!"

으악! 뭐야 이 큰 소리는? 아세아는 이 목소리에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용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귀를 틀어막는 것을 본 아세아는 약간 굳은 얼굴로 시드린을 돌아보았다.

"......시드린."

"네."

"그만 참견하고 돌아가려면 너나 돌아가."

"......"

아세아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 명령하자 시드린은 약간 불만인 표정을 지었지만 할 수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는 왜 온 거야?"

"으, 응?"

방금 전의 목소리와 지금의 밝은 목소리가 너무 차이 난다... 아세아도 알고 보면 꽤 무서운 아이일지도.

"아니. 그냥 놀러..."

"그래?"

"......정말 할 일 없는 사람이군."

“그럼 나, 여기 있어도 돼?”

“응.”

“에헤헷......

시드린은 계속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에 비교되도록 아세아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 쉬고 싶지만...

'뭐... 이런 것도 괜찮잖아?'

그렇게 전쟁 전야는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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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3rd 06. 실론 전투(4) +1 11.11.17 389 7 60쪽
148 3rd 06. 실론 전투(3) +3 11.11.17 395 8 75쪽
» 3rd 06. 실론 전투(2) +1 11.11.16 406 7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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