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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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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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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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2쪽

2nd 08. 죽음의 사막(1)

DUMMY

"......하아. 정말... 겨우 한 마리한테 이게 무슨 꼴이야."

"......겨우 한 마리라. 용족을 상대하며 한 마리로 치는 녀석은 너밖에 없을 거다."

그런가?

"하지만 솔직히... 약했잖아? 나에게 졌으니까."

"멍청아. 녀석이 당황하고 방심해서 그런 거지 침착하게 처음부터 허공에서 공격을 했으면 우리는 상처하나 못 내고 사망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겼잖아."

"......"

상대하기 귀찮은 것일까? 자르카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아세아가 있으면 이런 건 바로 나을텐데."

"그건 그렇군."

우리는 지금 여관침대신세를 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 몸은 그 공기 압축의 주술에 눌렸을 때부터 거의 모든 장기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자르카도 비슷한 상태였다. 긴장이 풀리자마자 찾아온 고통에 우리는 몸을 벌벌 떨며 이곳으로 돌아왔고 모든 신력과 혼돈의 힘을 동원해 몸을 치료하고 있는 중이다. 3일 동안 누워있었지만 아직도 낫지 않은 것을 보니 그 때 렌드가 도망가지 않고 조금만 더 싸웠다면 우리가 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렌드는 어떻게 되는거야?"

"뭐가?"

"그러니까 우리가 렌드를 제거한 것으로 쳐줄 것인지, 아니면 죽이지 못해서 무효인지."

자르카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아마도... 렌드는 상처가 심한데다가 더 이상 용족들 앞에 나서기도 힘들겠지. 신관 하나에게 죽기 직전까지 당했으니까. 렌드는 이제 거의 무력화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래?"

"그러니까 잡기 힘들 렌드보다 어스 드래곤 로켄을..."

그렇게 이야기해 나가던 자르카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제길. 내가 왜 벌써부터 로켄을 잡을 생각을 하고있는 거냐."

......거 참. 이미 한 마리 반쯤 잡아놓고서 발을 빼려고?

"그래서?"

"......어쩔 수 있나. 로켄을 제거한 다음에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그래? 그럼 일이 다 끝난 다음에 그 늙은이를 어떻게 찾아 가?"

"우리가 로켄까지 제거한다면 용족들도 우리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느끼겠지. 그렇게 된다면 알아서 찾아오지 않을까?"

"......어째서?"

자르카는 무언가를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더 이용해먹어야 할 테니까."

"......아아."

하긴. 나 같아도 그렇게 하겠다.

"자르카는 언제쯤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자르카는 간단하게 말했다.

"완치는 3일."

의외였다.

"그래? 나는 오늘 저녁에 완치될 것 같은데 말이지......"

처음으로 이 괴물을 이겼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자르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꼬리에 직접 맞았거든?"

"......"

......아. 깜빡하고 있었다.

"그랬지......"

그럼 거대한 꼬리에 맞고 겨우 3일이란 말인가?

'역시 괴물이야......'

"그나저나... 라드. 진짜로 로켄에게 갈 거냐?"

약간 불안한 듯 조심스러운 자르카의 물음이었다.

"응."

"......로켄은 렌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해. 렌드가 정보수집이 주목적이라면 로켄은 파괴가 주목적이니까."

"전투용이라는 거지?"

"응."

"......"

정보수집용이라는 렌드만 해도 엄청나게 강했다. 렌드가 겁을 집어먹고 도망가지 않았다면, 당한 것은 우리였을 터. 하지만... 나는 가야했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자르카는 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예전부터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응? 뭔데?"

자르카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왜 아세니카르에게 집착하는 거지?"

잘 못 들었다.

"......어? 무슨 소리야?"

"......아세니카르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다."

"......글쎄."

나도 그게 궁금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세아와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이렇게 목숨까지 거는 것일지도. 그런데...

'어째서지?'

나를 위해준 것으로 따지자면 자르카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나는 아세아를 위해 자르카를 괴롭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을 하고 있었다. 즉, 자르카를 아세아보다 못하게 친다는 것...? 아니, 하지만 만약 자르카와 아세아,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난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째서?

"......"

"잘 모르겠나?"

"......글쎄..."

지금 가장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 있는... 내 동생이 생각나서 그런게 아닐까?"

혹시나 해서 꺼내본 말이었지만 그럴 듯 했다. 아세아를 보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신아가 생각나서 그럴지도 모르지 않은가.

"동생?"

"응."

"......동생이 있었나?"

"지금 7살... 아니. 어제 생일이 지났겠네. 8살 된 여자아이야. 너무 말괄량이라서 문제지."

그러고 보니 이번 생일 때도 못 갔다고 화내겠다... 선물 주기로 했는데.

"......그래?"

그런 쪽으로 화제가 돌아가서 그런 것일까, 어쩐지 자르카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느껴졌다. 혹시나 싶어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자르카의 입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우리 오늘 여기 누워서 얘기나 할까?"

"어차피 저녁까지 누울 수밖에 없잖아."

피식.

"그것도 그렇군."

"......"

자르카의 과거라. 설마 맨손으로 곰을 때려잡고 10살 때 중급 마족을 때려잡았다던가...?

'......있음직해'

자르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충분히 상상이 간다.

"나에게도 여동생이 있었지."

“아, 예전에 신전 갈 때 들었어.“

그때 지나가는 말로 여동생에 대해서 말을 했었지.

"예뻐?"

"응."

고민할 틈도 없이 단번에 대답이 나오다니. 정말 예쁜가봐?

"동생 이름이 뭔데?"

"......"

자르카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잘못... 물었나?'

하지만 이럴 때 자기가 먼저 얘기하자고 해놓고서 화내지는 않겠지?

"글쎄. 기억 안나."

"......"

그게 말이 되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머릿속에서 억지로 지워버렸어."

"왜 기억하기 싫은데?"

"......"

자르카느 또 침묵했다.

'......거 참 답답하네. 내가 물어볼 때마다 입을 다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죽은 녀석 기억하고 있어봐야. 괴롭기만 하니까."

"......아..."

......괜히 사람 미안해지는군.

"......미안."

"별로 그럴 필요는 없어."

또 분위기가 가라 앉아버리고 말았다. 이래서야 원... 분위기가 서먹서먹해지잖아.

"네 동생의 이름은 뭐지?"

이번엔 자르카의 질문이었다.

"신아."

"시...나?"

역시 자르카도 발음을 잘 못하는군.

"신.아."

"신...아?"

"응. 신아(神兒). 이름을 굳이 해석하자면... 신의 아이?"

"......그래?"

자르카도 그 이름이 신기한지 몇 번이나 입에 올려보았다.

"8살이라고?"

"응. 한참 말썽피울 나이지."

"......그런가?"

아. 자르카는 인간이 아니었지. 그래서 8살 때 사람이 어떤지 모르겠구나.

"얼마나 큰데?"

내가 이거 물어볼 줄 알았다.

"뭐랄까... 내 몸의 반정도? 아니 약간 모자 란가."

"작군."

"아직 어리니까."

자르카는 잠시 추억 속에 빠져든 듯 했다. 자르카의 어릴 적이라. 상상이 잘 안 돼...

'......그러고 보니 자르카의 동생이 죽었다고?'

확실히... 혼족은 자르카밖에 남지 않았었지. 그럼 여동생도 혼족일테니 죽은게 당연한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한 웃음이 얼굴에 남았다.

"......자르카랑 나는 정 반대네."

"응?"

자르카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나는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줌마가 나를 주워온 뒤로부터 가족이 생겼지."

"......그에 비해서 나는 가족이 있었지만 다 잃었고?"

"......응."

피식.

자르카에게서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건 그렇군. 하지만... 그래도 매번 사라지는 여동생이랑 그걸 찾겠다고 난리치는 남동생이 생겨서 골치만 아픈걸."

"남동생? 여동생?"

"......"

내 물음에 자르카는 입가에 웃음을 짓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방금 전에 동생은 죽었다고...... 게다가 남동생이 있다는 말은 안..... 아!

"......설마. 아세아와 나는 아니겠지?"

"글쎄?"

"웃기네! 자르카가 무슨 형이냐! 그냥 내 동생이나 해!"

"키는 내가 제일 커."

속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온다.

"예전에는 비슷했어!"

여신이랑 섞이는 바람에 줄어든 거란 말이다!

"그래, 그래."

'왠지 화나네 이거......'

마치 동생에게 일부러 져 주는 듯한 말투였다.

"......예전에도 나보다 작았는데, 그냥 인정해 줄게."

이따가 두고보자.

"그래서 너를 주워온 그... 아줌마의 이름은 뭐야?"

자르카의 물음에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몰라."

"뭐?"

미처 예상하지 못한 대답인지 자르카는 당황한 듯 했다.

"아니, 그래도 너를 주워와서 키워준 분인데..."

"나한테 이름을 말해야 말이지. 나도 궁금해 죽겠어."

참고로 신아도 모른다. 그냥 ‘엄마’라고 부르라고 할 뿐이니까. 신영은... 알고 있었겠지?

"......거 참... 황당한 사람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사람은 뭐를 하는데?"

거참... 궁금한 것도 많네.

"일단은 평범한 어머니라고 할까... 그리고 취미는 옷 만들기."

자르카의 시선이 방구석에 놓인 가방으로 돌아갔다.

"네 가방에 있는 그 갑옷같이 생긴 겉멋만 잔뜩 들고 여행에는 쓸데없는 옷도 아줌마가 만들어 준거냐?"

"응."

참고로 아줌마가 준 옷은 나오자마자 갈아입었다. 의외로 입기에는 불편하더라고... 게다가 창피하고.

"하하...... 나도 나중에 한 벌 만들어 달라고 할까?"

"그러던지."

분명히 아줌마는 신나서 옷을 만들어주겠지... 그 옷을 자르카가 입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줌마가 만드는 옷은 거의 예복에 가까워서, 보기에는 좋지만 입기에는 불편하단 말이야.

‘아세아랑 같이 찾아간다면... 신아가 크면 입혀두려고 만든 옷을 아세아에게 입히려나......?’

진작에 가 볼 것을. 지금까지 아세아는 낡은 여행복 하나로 갈아입지도 못했었는데.

"그럼... 그... 뭐라고 해야하지?"

자르카는 뭔가 말을 꺼내기 곤란한 듯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그 아줌마의 남편은?"

용케 정확한 표현을 찾았군.

"......신영?"

"시...녕?"

"신영(神影). 신의 그림자라는 뜻이야."

"신...영..."

자르카는 혀를 굴려보려고 애쓰더니 벌컥 소리를 질렀다.

"왜 다 이렇게 발음이 어려워?!"

"그걸 왜 나한테 화풀이야?! 나도 몰라!"

"어쨌거나 그는 어떤데?"

"......"

......말하기가 참 난감했다. 하지만 단 하나로 표현할 수 있었다.

"......죽었어."

자르카는 입을 다물었다.

"......왜?"

"뭐... 마족이랑 싸우다가... 라고 해야할까?"

정확한 원인은 그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신관이 된 건가?"

"응?"

"복수를 위해서 신관이 되려고 했던 것이냐고."

"아닌데."

"......"

"그냥 강해지려고 그런 거야."

"......그래?"

뭐, 신관이 되라는 것 자체가 신영이 알려준 길이기는 했지만.

"그나저나... 더 이상 할 말 있어?"

"......"

자르카는 입을 다물었다.

"......나도 할 말 없다."

"......"

그 뒤로 우리는 또 다시 침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으윽... 지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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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nd 10. 불의 호수(2) +1 11.10.22 571 6 72쪽
93 2nd 10. 불의 호수(1) +1 11.10.22 598 5 65쪽
92 2nd 09. 어스 드래곤(7) +2 11.10.22 583 7 59쪽
91 2nd 09. 어스 드래곤(6) +2 11.10.21 526 9 71쪽
90 2nd 09. 어스 드래곤(5) +2 11.10.21 563 7 70쪽
89 2nd 09. 어스 드래곤(4) +1 11.10.20 477 6 76쪽
88 2nd 09. 어스 드래곤(3) +1 11.10.20 516 10 9쪽
87 2nd 09. 어스 드래곤(2) 11.10.19 496 10 67쪽
86 2nd 09. 어스 드래곤(1) 11.10.19 517 11 56쪽
85 2nd 08. 죽음의 사막(7) 11.10.19 546 9 93쪽
84 2nd 08. 죽음의 사막(6) +1 11.10.18 500 5 58쪽
83 2nd 08. 죽음의 사막(5) +2 11.10.18 529 8 72쪽
82 2nd 08. 죽음의 사막(4) 11.10.17 538 6 67쪽
81 2nd 08. 죽음의 사막(3) +1 11.10.17 569 8 66쪽
80 2nd 08. 죽음의 사막(2) +2 11.10.17 587 7 82쪽
» 2nd 08. 죽음의 사막(1) 11.10.16 570 8 72쪽
78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6) +1 11.10.16 614 9 64쪽
77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5) 11.10.15 621 6 70쪽
76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4) 11.10.15 523 10 67쪽
75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3) +1 11.10.15 528 6 74쪽
74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2) +1 11.10.14 578 14 64쪽
73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1) +1 11.10.14 622 8 68쪽
72 외전 - 관찰자/집행자/수호자 +2 11.10.13 625 7 27쪽
71 2nd 06. 침묵의 천사(6) 11.10.13 618 6 71쪽
70 2nd 06. 침묵의 천사(5) +2 11.10.12 563 7 66쪽
69 2nd 06. 침묵의 천사(4) 11.10.12 544 9 58쪽
68 2nd 06. 침묵의 천사(3) +2 11.10.11 617 6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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