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180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0.19 18:30
조회
516
추천
11
글자
56쪽

2nd 09. 어스 드래곤(1)

DUMMY

=크르르르릉......=

걷고있는 라드와 자르카보다는 낙타를 타고 온 수장들이 더 빠른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부디... 위대한 대지의 용족이시여..."

지금 어스 드래곤의 앞에는 수장들 중 가장 늙고 오랫동안 수장을 맡았던 자가 대표로 엎드려 있었다.

=크르릉......=

"부디 저희들이 바치는 제물을 받고 화를 푸시기를..."

촤악!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이 데려온 여인들이 수장의 옆에 엎드렸다. 제물로 바쳐지는 것은 싫었지만, 거절했다가는 그녀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죽을 것이기에 할 수 없이 바쳐진 제물들이었다.

"부디......"

그러나 그 모습에 어스 드래곤은 어이가 없었다.

=크르릉... 미천한 인간이여......=

"하, 하명하십시오. 위대한 대지의 용족이시여."

=내가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그, 그건......."

늙은 수장은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목적을 짐작할 수 없었으니까.

"이, 이건 그냥 예의일 뿐... 대지의 용족께서 원하시는게 아니시라면, 다른 것들을 준비하겠습니다."

=......=

어스 드래곤은 아주 가벼운 움직임으로.

쿠우웅!

늙은 수장을 밟았다.

=글쎄....... 잠시 생각해 보지=

어스 드래곤이 발을 치우자, 모래 속에 파묻혀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늙은 수장의 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

다른 수장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도 간단하게 한 인간을 죽인 것이다.

=.......너희들이 인간들의 수장인가?=

어스 드래곤의 물음에 수장들의 고개가 급하게 끄덕여진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내가 필요한 것을 말하겠다=

수장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면 아마도 이 짓도 멈추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 말씀하시옵소서."

나머지 수장들 중에서 가장 젊은 수장이 어스 드래곤의 앞에 엎드렸다.

=그래... 내가 필요한 것은...=

잠시 잠잠했던 어스 드래곤의 살기가 깨어난다.

=너희들의 죽음이 필요할 뿐!=

부우우웅!!

어스 드래곤이 꼬리를 휘둘렀다.

파아아악!!

"끄아아악!"

모래들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인간과 낙타, 짐마차가 어스 드래곤의 거대한 꼬리에 휘말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후우우웅!!

꼬리에 직접 맞지 않았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풍압만으로도 사람이 터져 죽을 정도였던 것이다. 덕분에 꼬리의 반경 안에 있던 존재들은 거의 죽음을 면치 못했다.

"......아아... 아아아..."

단지 늙은 수장의 바로 옆에서 엎드려있던 제물로 바쳐진 여성만이 공포에 떨며 살아있었다.

=크르르릉......=

그런 그녀의 눈앞으로 어스 드래곤의 얼굴이 내려왔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서 자신을 바라보는 어스 드래곤을 마주보았다.

"히, 히익..."

그녀는 어스 드래곤의 눈과 마주치자 숨이 멎는 것을 느꼈다.

=.......살고싶나?=

어스 드래곤의 말에 그녀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찾아와라=

"......?"

=나의 동생에게 상처를 입힌 빛의 신관과 혼족을=

"그, 그게......"

여인이 다시 되물으려고 하자, 어스 드래곤은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크아아아아!! 만약 네가 찾지 못한다면!!=

"이, 이이익!"

그녀는 다시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땅에 엎드렸다.

=사막에 사는 인간들은 전부 죽는다! 나 어스 드래곤 로켄의 이름으로!=

로켄의 분노에 찬 외침은 지평선 너머에까지 들릴 것 같았다.

** *

"크르릉......"

사막의 마물들은 위험하다. 카라반이 다니는 길에는 마물들이 많이 소탕되었지만,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흉폭하고 굶주린 마물들과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이 사로사스 사막이다.

"아아... 곤란해."

그리고 바로 여기에 마물들의 배를 채워주고 싶어하는 기특한(?)인간이 있었다.

"크르릉..."

"캬오!"

열 다섯 마리의 마물들은 그 기특한 인간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 인간을 둘러싸고는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며, 작은 울음소리로 인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비록 양이 조금 부족하겠지만... 마물들은 그 적은 양이라도 고맙게 받을 생각이었다. 그만큼 굶주려 있었으니까.

"......확실히... 북쪽에는 마물이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냥 소문인줄 알았는데..."

후드 안에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간은 소년으로 보였다. 진녹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티가 남아있는... 약 15~17세 정도의 소년.

"으음......마물들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지만 소년은 계속 곤란하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크르르릉!"

이윽고 참지 못한 마물이 소년에게 달려드는 것을 신호로 동시에 포위하고 있던 마물들이 덤벼들었다.

"앗!"

소년의 얼굴을 입으로 삼켜버리겠다는 듯이 달려드는 마물의 입을 본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았다.

파악!

"......응?"

잠깐 기다려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소년은 살짝 눈을 떴고, 소년의 눈에 빛의 창에 뚫려 쓰러지는 마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라?"

달려들던 다른 마물들도 빛의 창에 뚫려서 튕겨 나갔고,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해 하던 마물들은 그들이 당황하는 동안 무언가가 달려드는 것을 막지 못했다.

파아악!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단 한 번.

후둑!

잘린 목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한 번이었다.

털썩.... 풀썩.

그러나 쓰러지는 마물의 몸은 총 열 셋이었다. 놀랍게도 동시에 마물들의 머리가 베여나간 것이다!

"어마......"

참혹하다면 참혹한 광경이었지만 소년은 감탄하고 있었다.

"꾸엑!"

운이 좋게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마물이 등을 돌려 도망가자, 금발을 가진 청년이 손가락으로 마물을 가리켰다.

파악!

그리고 그 손가락의 방향을 따라 빛의 창이 날아가 박혔고, 몸의 중앙이 꿰뚫린 마물은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괜찮아?"

푸른색의 눈동자가 소년에게로 향했다.

"......네..."

소년은 금발의 청년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왠지 빠져드는 느낌이......'

"응? 자르카! 아직도 안 왔어? 왜 그렇게 굼떠?!"

청년이 시선을 돌리고 나서야 소년은 겨우 청년의 눈에서 시선을 뗄 수 있었다.

'뭐지? 뭔가 이상하게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는데?'

불가사의한 일이야, 라고 소년은 혼잣말을 내뱉었지만 그 말은 진짜 혼잣말이 되었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야 순간 가속 능력으로 튀어나갔으니 순식간에 도착 한 거지."

그리고 곧이어 청년이 시선을 돌린 곳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봐. 괜찮나?"

"......네."

검은 머리카락의 청년의 눈빛은 약간 흐릿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했다.

"뭐, 이 몸이 빠르게 대처한 덕분이지."

금발의 청년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검은머리의 청년이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웃기네. 내가 나섰으면 마지막에 마물을 놓칠 일도 없었을 걸."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뭐?"

저 둘은 꽤나 사이가 좋아 보였다. 티격태격하는 것도 즐거워 보였으니까.

"저..."

소년이 말을 걸자 금발의 청년이 반응을 보였다.

"응? 왜?"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뭐... 별거 아닌데 뭐."

금발의 청년은 감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 했다.

"일행은 없나?"

흑발의 청년이 소년에게 물었다.

"일행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

흑발의 청년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 모습도 의외로 어울리는 것이, 특이하게도 저렇게 찡그리는 표정이 어울리는 듯 하다.

"......어쩌지?"

금발의 청년이 흑발의 청년에게 묻자, 흑발의 청년이 인상을 쓴 채로 말했다.

"......우리는 바쁘다고. 미아나 데리고 있을 수 없어."

금발의 청년의 표정이 뚱해진다.

"그렇다고 여기에 버리고 가면 죽을걸? 무.조.건.말이지."

흑발의 청년의 인상이 더욱 찡그려진다. 아마 금발 청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겠지.

"우리가 데리고 간다고 하더라도, 죽을걸."

"......"

"우리가 무엇을 상대하러 가는지 생각하기 바란다."

"......쳇."

그러나 흑발청년의 알 수 없는 말에 금발 청년은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일단 데리고 움직이다가, 그 녀석을 만나기 전에 적당한 곳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

흑발 청년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럭저럭 괜찮은 명안이군."

"그렇지?"

금발 청년의 표정이 득의양양해졌다.

"언제 헤어져야 할지 모르겠지만."

"......"

쓸 데 없는 말을, 이라고 흑발청년에게 핀잔을 준 금발 청년은 그를 한번 흘겨보더니 소년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뭐니?"

"......"

소년은 잠시 고민했다.

'본명을 말해야 할까?'

어차피, 본명을 말해봐야 이곳에서 자신을 알아볼 존재는 없을 것이다, 라는 계산이 끝난 소년은 본명을 말했다.

"신예. 성신예......"

"시네?"

흑발 청년이 신예의 이름을 따라 부르자, 듣기에는 비슷하나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역시...'

"신예라."

"에?"

하지만 금발 청년이 신예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자 오히려 신예가 놀라고 말았다.

"뭐, 나는 라드 슈발로이카. 직업은 신관."

금발 청년의 이름은 라드인 듯 했다.

"자르카 나크델."

흑발 청년은 자르카.

"참고로 할 일 없어서 나를 따라다니는 백수야."

"......"

흑발 청년의 얼굴이 또 일그러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1) +2 11.10.24 695 7 64쪽
96 2nd 10. 불의 호수(4) +1 11.10.23 572 8 75쪽
95 2nd 10. 불의 호수(3) 11.10.23 493 8 66쪽
94 2nd 10. 불의 호수(2) +1 11.10.22 570 6 72쪽
93 2nd 10. 불의 호수(1) +1 11.10.22 598 5 65쪽
92 2nd 09. 어스 드래곤(7) +2 11.10.22 583 7 59쪽
91 2nd 09. 어스 드래곤(6) +2 11.10.21 526 9 71쪽
90 2nd 09. 어스 드래곤(5) +2 11.10.21 563 7 70쪽
89 2nd 09. 어스 드래곤(4) +1 11.10.20 477 6 76쪽
88 2nd 09. 어스 드래곤(3) +1 11.10.20 515 10 9쪽
87 2nd 09. 어스 드래곤(2) 11.10.19 496 10 67쪽
» 2nd 09. 어스 드래곤(1) 11.10.19 517 11 56쪽
85 2nd 08. 죽음의 사막(7) 11.10.19 546 9 93쪽
84 2nd 08. 죽음의 사막(6) +1 11.10.18 500 5 58쪽
83 2nd 08. 죽음의 사막(5) +2 11.10.18 529 8 72쪽
82 2nd 08. 죽음의 사막(4) 11.10.17 538 6 67쪽
81 2nd 08. 죽음의 사막(3) +1 11.10.17 569 8 66쪽
80 2nd 08. 죽음의 사막(2) +2 11.10.17 587 7 82쪽
79 2nd 08. 죽음의 사막(1) 11.10.16 569 8 72쪽
78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6) +1 11.10.16 614 9 64쪽
77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5) 11.10.15 621 6 70쪽
76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4) 11.10.15 523 10 67쪽
75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3) +1 11.10.15 528 6 74쪽
74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2) +1 11.10.14 578 14 64쪽
73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1) +1 11.10.14 622 8 68쪽
72 외전 - 관찰자/집행자/수호자 +2 11.10.13 625 7 27쪽
71 2nd 06. 침묵의 천사(6) 11.10.13 617 6 71쪽
70 2nd 06. 침묵의 천사(5) +2 11.10.12 562 7 66쪽
69 2nd 06. 침묵의 천사(4) 11.10.12 543 9 58쪽
68 2nd 06. 침묵의 천사(3) +2 11.10.11 617 6 6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