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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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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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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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쪽

2nd 08. 죽음의 사막(3)

DUMMY

타탁! 탁!

나무의 질이 좋지 않아서인지 장작에서 불똥이 튀었다.

"......"

자르카는 눕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지만(본인 말로는 상처를 치료하느라 피곤하다고 하지만, 아마도 무언가 생각할 것이 있었기에 눈을 감고 고민에 빠져 든 것이겠지),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정말로, 내가 바뀐 걸까?'

손을 살펴보아도 별로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인간과 다른 점? 힘이 강하고 순발력이 강하고 신력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

-......걱정돼?-

여신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딱 좋은 시간에 말을 거시네요."

-아까부터 보고 있었으니까-

"왜요?"

-......만나서 얘기하는게 좋겠네. 숲으로 들어가-

"그러지요."

부스럭.

침낭을 열고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냐?"

역시 자르카는 깨어있는 듯했다.

"잠든거 아니였어?"

"3분의 2정도는."

3분의 2를 자는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그나저나 어딜 가냐?"

"여신과 만나러."

"그래?"

자르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

우리에게서 서족으로 있는 숲으로 들어가니 숲 안에 있던 작은 공터에 별들에게 둘러 쌓여 있는 여신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별빛을 모아서 자신의 모습으로 만든 것이겠지. 우리는 잠시 마주보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서로 입을 열기가 껄끄러웠으니까.

"......이번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여신이었다.

"정말 엄청난 일을 벌였더라."

"예... 그런가요?"

사실... 별로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벌인 것은 아니고, 그냥 하고싶은 대로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만. 게다가 지금 중요한 일은 그것이 아니지만 일단 여신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너 때문에 나도 갈레스의 적이 되어버렸잖아."

여신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그런데, 제가 하고싶은 대화는 용족에 대한 것이 아닌데요."

"......"

여신은 이마를 짚은 상태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고 나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하지만 다 들렸다)로 중얼거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원망하지 않겠다며."

"그럼 그쪽이야 말로 자세히 부작용을 얘기해 줬어야죠."

"......그쪽?"

이런, 나도 모르게 말투가 약간 공격적으로 변해있었나 보다. 여신의 눈썹이 약간 일그러지고 입이 삐쭉 튀어나오는 것을 보니......

‘삐졌다...’

내가 얼굴 때렸을 때 저 모습이었지.

"......정말. 너무하는데.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살려냈는데, 지금와서 이렇게 투정이야? 그리고 그 때 네 입으로 말했잖아. 원망 안 한다고."

쳇.

"그렇다고 해도 마기나 마력을 보고 반응한다는 얘기는 단 한번도 듣지 못했는데요."

"......그건..."

그렇게 되묻자 여신은 꽤나 말하기 곤란한 듯 입을 다물었다.

"......상관없잖아. 마족 따위에게 분노하던지, 화를 내던지."

"......"

그건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마족에게 분노하는 것 외에도 다른 부작용이 있으니까.

"하지만, 뭔가가... 내가 아닌것이 나를 지배하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이상한 목소리도 자꾸 들리고."

"......그건 신력 때문이 아니야."

여신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라드. 하나만 묻자."

"뭐죠?"

"네 정체는 뭐지?"

요즘 따라 이 말을 자주 듣는다.

"그건 저도 알고 싶어요."

"......"

여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집중해서 생각하는 일그러짐이었다.

"......그 때 내가 널 치료할 때에도, 다른 부분은 전부 치료할 수 있었지만 네 정신은 건드리지 못했어."

그럼 정신까지 건드려질 뻔했단 말인가?!

"왜요?"

"나도 자세한 것은 몰라. 이상한 기운 같은 것이 네 정신을 감싸고 있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치료가 실패라고 생각했었지."

"예? 정신이랑 치료랑 무슨 상관이에요?"

여신은 그것도 모르냐는 말투로 말했다.

"순간 가속 능력은 인간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쳐.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에까지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그래서 나는 네가 폐인이 되거나 미쳐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어."

"......"

순간 가속 능력은 정말 무서운 능력이었군.

"그런데... 너는 일어났어. 그리고 바로 움직이기까지 했지. 정신에 상처 따위는 받은 적이 없는 것 같이."

"그럼 정신에 상처를 받지 않았나 보죠."

"......인간으로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지금까지 느껴오던 시간이 갑자기 변하는데, 그 충격은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치명적이야!"

으윽, 그런데 왜 소리는 지르는 건지.

"......마음이 바뀌었어."

"예?"

내가 화내야 되는 거였는데 왜 내가 계속 당하고 있는 거지? 그 의문을 떠올릴 틈도 없이 여신의 불쾌하다는 표정을 보며 불안한 느낌만 애써 감춰야 했다.

"원래대로라면 너를 대충 달래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찝찝해."

"......그래요?"

지금 이건 달래는게 아니라 윽박지르는 거지만.

"네 기억을 뒤져보겠어."

"......예? 전 10살 이전의 기억이 없는데요? 주워질 때 정말로 10살이었는지도 모르고."

"네가 기억하지 못할 뿐, 머릿속에는 분명히 그 전의 기억이 남아있게 되어있어. 그 전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여신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손에는 기분 나쁜 하얀빛을 들고서... 아니, 깨끗한 하얀빛인데 어째서 저렇게 불길하고 기분이 나쁠까?

"자, 조금만 아프고 끝나."

여신의 얼굴에는 왠지 잔인하게 보이는 웃음이 걸려있었다.

"저기... 저 이제 화 풀렸으니까 그냥 돌아가시면 안 돼요?"

사실은 하나도 안 풀렸지만 왠지 저 음흉한 웃음은 뭐야? 마치 예전에 의뢰를 받고 들어갔을 때 만났던 노예상인의 웃음과 비슷해서 불안하단 말이다!

"안 돼."

여신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수, 순간 가속 능력?!'

턱.

"이이익?!"

목 뒤에서부터 뭔가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

'......어라?'

어느새 내 시야는 완전히 검게 변해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끝없는 어둠 뿐.

'여기는 어디지?'

"어디긴 어디야."

눈부신 빛이 내 눈앞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빛은 여신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래, 이것은 마치......

'빛의 대신전에서 겪었던 그곳과 같은......'

"그래. 같은 곳이야."

'그래요?'

입을 열어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신이 내 생각을 알아보고 얘기 해준다는 것이랄까?

"말을 하려고 생각하지 마. 넌 네가 과거를 기억할 때 과거에 대고 말을 하니? 단지 '아, 그때는 그랬지'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잖아."

'......예?'

도통 무슨 소린지.

"내가 얘기하는 이유는 그냥 신족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해. 괜히 설명해봐야 알아듣지도 못할거니까."

'그러죠'

알아듣지도 못하는 것을 설명 듣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너의 기억은 정말 짧구나."

'네?'

뜬금 없이 무슨 소리야?

"저기를 봐."

여신은 손가락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

그 뒤로 시선을 돌... 아니, 내 몸이 없으니 그냥 뒤를 인식했다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내 뒤에는 내가 풀밭에 누워있던 시절의 기억이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 따위,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지금 들어보니 굉장히 우습다. 뭐, 어렸을 때니까.

"......말 그대로, 정확히 9년 간의 기억밖에 없더군.-

'그렇죠 뭐'

"......그리고... 그 9년 전의 기억은..."

여신은 시선을 뒤로... 아, 이번엔 여신과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하는 여신의 뒤다. 내 뒤와 여신의 뒤는 정 반대지.

'......뭐죠? 저건?'

거대한 어둠... 정말로,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어둠...

"......글쎄. 신력? 혼돈의 힘? 용족의 주술? 마족의 마법? 아니, 마법이라면 내 신력에 반박 할테니 가능성이 없네. 어쨌거나 알 수 없는 힘으로 가로막혀 있어."

'......봉인?'

처음 듣는 소리였다.

"무언가를 가두거나 막을 때 사용하는... 것이지. 즉, 누군가가 네 기억을 강제로 막아놓고 있다는 거야."

'그래요?'

남의 기억에 저런 것을 붙여 놓는다니. 누군지 몰라도 정말 최악이군.

"......네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들어가 보려 했지만, 내 힘으로도 뚫을 수 없더라."

'네? 그렇게 강해요?'

그 물음에 여신은 자존심이 상한 표정이었다. 딱히 여신을 무시하려는 말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말하자면 그렇게 강한 건 아니지만... 저 봉인과 내 힘이 부딪힌다면 네 기억이 엉망으로 부서지니까."

그러니까 위험해서 안 건드린다는 얘기구만.

"뭐, 그래도 그럭저럭 수확은 있었어."

'네?'

여기서 뭐를 했길래?

"후후... 애인 귀엽던데?"

'......네?'

누구를 얘기하는 건지. 아...... 그렇구나.

'......애인 아닙니다만.'

난 또 누구라고.

"그래? 그래도 진도도 끝까지 나간 관계잖아? 책임져야 할 수준까지."

'......'

인상을 찡그리고 싶었지만, 뭔가 감각이 없었다.

'엥? 그러고 보니...'

내 손을 살펴보려 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라?'

몸이 있을만한 위치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없었다.

'왜 제 모습이 없죠?'

"아까도 말했지만 너의 기억 속이니까. 지금 네 몸은 저기에 있잖아."

여신이 가리킨 곳은 풀밭에서 아줌마에게 업혀가는 광경이었다.

'......으음.'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억 속에서는 모습이 없다는 얘긴가?

"아, 또 내가 모습이 있는 것도 신족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해."

신족은 참 편하구만.

"라드. 한가지 물어보자."

'네?'

여신의 표정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네 과거에 대한 기억, 뭔가 떠오르는 것은 없어?"

'글쎄요......'

매번 생명이 위험한 순간마다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알게 모르게 나의 생명을 계속 구해주고 있었다.

'아버지의...... 목소린가?'

내가 모르는, 나의 과거. 그 때에는 부모님이 있었겠지.

'여신님. 정말로 저것을 깰 수 있나요?‘

“응? 그렇기는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위험해.”

‘알고싶습니다'

여신은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조금 위험할지도 몰라."

'......여기서 위험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여신의 표정이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변했다.

"폐인이 된다던가, 미쳐버린다거나, 기억이 없어진다거나..."

......말 그대로 위험하군.

'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여신님만 득보고 가게 할 수는 없죠. 가겠습니다.'

여신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에서 빛의 선을 생성시켜 내가 갈 곳을 가리켜줬다.

'......여신님은 못 가나요?'

내 물음에 여신은 쓴웃음을 지으며 가리고 있던 자신의 왼쪽 손을 보여주었다. 그 손은... 갈기갈기 찢겨져 피를 떨어트리고 있었다.

"거부하더라. 게다가 내가 같이 가는 것보다는 혼자서 가는게 그나마 안전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설마, 나도 저렇게 되는건 아니지?

"그럼. 네 과거를 찾기를 바래."

'......'

꿈틀거리는 힘에 내 존재가 닿았다고 느꼈을 때.

'!!!'

나는 나를 강렬하게 밀어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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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2nd 10. 불의 호수(3) 11.10.23 493 8 66쪽
94 2nd 10. 불의 호수(2) +1 11.10.22 570 6 72쪽
93 2nd 10. 불의 호수(1) +1 11.10.22 598 5 65쪽
92 2nd 09. 어스 드래곤(7) +2 11.10.22 583 7 59쪽
91 2nd 09. 어스 드래곤(6) +2 11.10.21 526 9 71쪽
90 2nd 09. 어스 드래곤(5) +2 11.10.21 563 7 70쪽
89 2nd 09. 어스 드래곤(4) +1 11.10.20 477 6 76쪽
88 2nd 09. 어스 드래곤(3) +1 11.10.20 515 10 9쪽
87 2nd 09. 어스 드래곤(2) 11.10.19 496 10 67쪽
86 2nd 09. 어스 드래곤(1) 11.10.19 516 11 56쪽
85 2nd 08. 죽음의 사막(7) 11.10.19 546 9 93쪽
84 2nd 08. 죽음의 사막(6) +1 11.10.18 500 5 58쪽
83 2nd 08. 죽음의 사막(5) +2 11.10.18 528 8 72쪽
82 2nd 08. 죽음의 사막(4) 11.10.17 537 6 67쪽
» 2nd 08. 죽음의 사막(3) +1 11.10.17 569 8 66쪽
80 2nd 08. 죽음의 사막(2) +2 11.10.17 587 7 82쪽
79 2nd 08. 죽음의 사막(1) 11.10.16 569 8 72쪽
78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6) +1 11.10.16 614 9 64쪽
77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5) 11.10.15 621 6 70쪽
76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4) 11.10.15 523 10 67쪽
75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3) +1 11.10.15 528 6 74쪽
74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2) +1 11.10.14 578 14 64쪽
73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1) +1 11.10.14 621 8 68쪽
72 외전 - 관찰자/집행자/수호자 +2 11.10.13 624 7 27쪽
71 2nd 06. 침묵의 천사(6) 11.10.13 617 6 71쪽
70 2nd 06. 침묵의 천사(5) +2 11.10.12 562 7 66쪽
69 2nd 06. 침묵의 천사(4) 11.10.12 543 9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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