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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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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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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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쪽

2nd 08. 죽음의 사막(5)

DUMMY

"......어라?"

30분이 걸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집 앞에 잔뜩 놓여있는 책들을 볼 수 있었다. 표지는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은 모두 같은 책이었다.

"이거... 안내선데?"

자르카가 하나를 집어서는 훑어보며 말했다.

"내용은?"

"사막에서 조난 당했을 때의 대처법이라던가."

오옷! 그거 유용하겠다.

"대처법이 뭔데?"

"기적을 기대하지 말고 자살하래."

"......"

별로 유용...하지는 않군. 자르카는 내 허탈한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계속 책을 뒤졌다.

"그리고 로켄에 대한 정보도 있군."

"그래?"

이건 조금 정확한 정보겠지? 기대된다.

"......만나면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로켄은 성격이 더러우니까 먹잇감을 괴롭히다 죽인다는군. 그러니 편하게 자살하래. 괜히 도망친다고 마을로 로켄을 끌고 오지 말라는데?"

"......"

누가 썼는지 그 얼굴 한번보고 싶다. 저자명이...... ‘바네인 카레스’? 카레스라면 세키의 성인데...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

"크흠!"

자르카가 흥미롭게 책을 훑어보고 내가 저자와 세키의 상관관계를 고민하는 동안, 오두막에서 쭈글쭈글한 괴 생물체가 걸어나왔다.

"앗! 괴물이다!"

나도 모르게 괴물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괴물이라니!"

.......아. 지금 보니까 그냥... 늙은 할머니다.

"......라드. 예의가 아니잖아."

그렇게 말한 자르카는 카오틱 블레이드의 손잡이에 손이 가있었다. 나보다 한술 더 뜬 주제에 어디서 그런 말을......

"......그래. 사르사스 사막으로 갈 여행자들인가?"

......그런데 진짜... 사람이... 맞는 거지? 그런데 왜 에페리스에 자꾸 손이 올라가는 것일까.

"......그렇습니다만."

결국 내가 질문을 받았음에도 그 물음에 대답한 것은 자르카였다.

"흐음, 그래? 그럼 그 안내서가 필요하겠군?"

별로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대충 위험하면 자살하라는 말뿐이니.

"......글쎄요. 필요할 것 같기는 하지만."

하지만 자르카는 생각이 다른 듯했고, 그 할머니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50데콘이네."

커헉!

인간의 화폐에 관심이 없는 자르카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그 가치를 아는 나는 펄쩍 뛸 수밖에 없었다.

"무슨 책 하나에! 게다가 내용도 이따위 것을!"

할머니는 내 외침에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럼 자네들이 직접 들어가서 겪어보던가."

"......"

확실히... 처음 들어가는 지형에서 안내서도 없이 가는 것은 힘들지...만.

"......라드. 일단 사는게 좋겠다."

".....다른 내용들도 그렇다면..."

자르카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내용들은 조금 정상적이야. 마을의 위치라던가, 사막에서 먹을만한 도마뱀이라던가."

확실히... 그렇다면 조금 쓸모 있겠군.

"......그래도 50데콘은..."

할머니는 내가 흥정을 걸어보려고 하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 시선에 흔들림이 없는 것을 보니...... 이 할머니 고단수다.

'......쳇'

"......어효..."

어쩔 수 있나. 사야지.

"아, 자네들 물은 있나?"

"예?"

이 할망구가 또 뭘 팔려고...

"사막이 왜 사막인데. 물이 없어서 사막이 아닌가."

그건 그렇지.

"그러니, 사막에 들어가면 물 값이 아주 금값이라네."

"그래서요?"

자르카는 계속 안내서를 읽고 있었기에 할망구랑 대화하는 것은 나였다.

"그래서... 내가 오랜만에 만난 손님이니 싸게 팔겠네."

"......얼만데요?"

할망구는 집안에 있는... 가죽 주머니를 가리켰다.

'엄청 크다.'

거의 내 몸통 만하네.

"저거 하나에... 60데콘만 받지."

"푸어어억!!"

60데콘? 다른 마을에서는 저거의 10배를 퍼가도 공짠데?! 아무리 크다고 해봐야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인데, 가격이 3~4데콘밖에 더 하는가?!

"......60...데콘..."

나도 모르게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정말... 상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군!

"정말 너무 하는군요!"

"사막에 들어가서 후회하지 말고, 그냥 여기에서 사는게 나을 껄?"

"......"

돌아버리겠다... 로켄 녀석은 왜 사막에 살며 사람을 고생시키는 거냐! 숲에 살면 좀 좋아?

".....그럼... 한 통만..."

"그러지. 하나 들고 가게."

아, 치가 떨린다.

"자르카. 저거 하나 메고 와."

"알았어."

자르카가 주머니를 매고 오자, 할망구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놓게. 110데콘."

"......깍아 줘요."

이렇게 많이 사는데 말이다.

"......얼마나?"

나는 품속에서 고이 간직해두었던 금화를 내밀었다. 100데콘짜리다.

"10데콘이나 깎아달라고?"

"어차피 우리 아니면 팔리지도 않잖아요."

"그런 자네들은 내가 없으면 물도 없고 대처법도 모른 채 사막에서 말라죽었겠지."

"......"

정말......

"좋네. 할 수 없군."

할망구는 아깝다는 표정으로 금화를 받고는 선심 썼다는 표정으로 사막방향을 가리켰다.

"그럼 잘 가게. 약 2시간만 더 걸으면 사막에 도착할거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금화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자르카. 이 오두막... 무너트리면 안될까?"

자르카는 계속 안내서를 보며 이곳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신관이라는 녀석이 돈에 눈이 멀어서는..."

100데콘이 얼마나 비싼 건지도 모르면서!!

"......어효... 내가 말을 말아야지..."

기운이 빠진다. 자르카는 계속 안내서를 읽으며 걸었기에, 나는 누구와 대화도 없이 혼자서 100데콘의 지출을 아까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투덜거리며 걷고 있을 때.

퍼석.

"응?"

발 밑에 노란 모래가 밟혔다.

"여기서부터... 사막인가?"

아직까지는 발 밑에 돌이 더 많지만, 시선을 앞으로 돌릴수록 황금색의 모래가 더 많이 보이고 있었다.

"흐음......"

"라드. 넌 준비 안 하냐?"

자르카는 가방에 있던 천조각으로 머리를 두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검은머리는 햇빛의 열을 잘 흡수해서 말이지."

아아. 그랬지. 나도 검은머리였는데 왜 잊어먹고 있었지?

"너는 준비 안 하냐?"

자르카의 물음에 난 자신 있게 하늘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 중앙에 떠 있는 태양을. 하지만 자르카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난 상큼한 웃음과 함께 그 뜻도 이해시켜 주었다.

"빛의 신관이잖아."

"......그런가?"

자르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햇볕이 ‘덥다’고 느껴진적은 한번도 없으니 사막에 가서도 별 문제는 없겠지.

"사막이라... 신기할 것 같아."

그리고...... 우리가 오두막에서 떠난지... 약 3시간 째.

"......괜찮냐?"

자르카의 걱정스러운 듯한 물음이었다.

"별로... 괜찮지... 않아..."

햇빛은 나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허억... 허억..."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가 문제일 뿐...

"자르카는 안 더워?"

"글쎄... 조금 덥기는 하지만."

역시 괴물이야. 사막의 모래는 거의 발목까지 빠졌는데, 문제는 발목까지 빠질 때 발이 익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털썩.

결국 힘이 빠진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

그리고 바로 일어나야 했다!

"뜨아악! 몸 익겠다!!"

"......쯧."

‘그 '쯧'의 의미는 뭐야?!’

내가 자르카에게 그 뜻을 물어보려고 할 때 뒤에서 그림자가 지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르카나 내 목소리가 아닌, 약간 말투가 특이한 그런 말이. 방언이라고 하던가?

"으응? 자네들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

.......아까 오두막에 이어 이번에도 괴물을 보았다.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등에 커다란 덩어리를 달고 있고, 크기는 더럽게 큰......

"이익, 괴물이다!"

따악!

비명을 지르는데 갑자기 눈앞에 별이 번쩍했다. 으윽! 공격을 당한 건가? 하지만 눈을 떠보니 자르카가 들고 있던 책의 모서리로 내 머리를 한 대 때린 것이었다.

"멍청아. 사막에 사는 낙타라는 동물이다."

"으으윽... 낙타?"

얻어맞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자, 낙타라는 괴물체가 다시 말했다.

"이런... 정말 용감한 여행자들이군. 그렇게 맨몸으로 사막에 오다니."

그럼 이렇게 더운데 갑옷이라도 입으라는 얘긴가?

"이것이라도 입게."

낙타의 등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턱.

"응? 망토?"

망토... 보다는 약간 넓은 것이... 어쨌거나 이렇게 더운데 옷을 껴입으라고?!

"......으음,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모르겠군. 옷을 입어서 일단 땅에서 올라오는 열과 햇빛으로부터 받는 열을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네."

"......그런가?"

내가 자르카를 돌아보자 자르카는 묵묵히 옷을 껴입고 있었다.

"......"

그래도 막상 입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쪄 죽으면 어쩌라고'

"......라드. 이게 덜 덥다."

차마 시원하다는 말은 못하는군.

"......어효..."

별다른 방법이 있나. 그냥 믿어보고 입는 수밖에.

"응? 정말 덜 덥잖아?"

......몰론, 입었다고 시원하다고 할 정도의 것은 아니다. 다만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조금 줄었다는 것... 정도랄까.

"그럼 자네들 어디로 가고 있는건가?"

이번에는 자르카에게 묻는 듯했다. 낙타의 머리가 자르카를 향해 돌려져 있었으니까.

"......글쎄요. 일단 가까운 마을로 가볼 생각입니다만."

자르카의 말에 낙타는 무릎을 꿇었다.

'설마...'

저게 달려들기 위한 준비동작?!

턱!

내가 저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낙타의 등에서 누군가가 내려왔다.

"이런이런...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가?"

"......아니, 아무것도..."

차마 낙타 위에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낙타가 말하는 줄 알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흐음, 나는 이 지역의 카라반(Caravan)인 사구레트네."

그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머리에 쓰고 있는 천 사이로 삐져 나온 갈색 머리카락과 진한 갈색의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중년의 사내였다.

"자르카 나크델입니다."

"라드 슈발로이카..."

"자네들은 게론에서 왔는가?"

"네. 제국에서 왔습니다."

제국의 밖으로 처음 나와본 나보다는 자르카가 이런 상황에서는 더 침착하고 대응을 잘하는 듯했다.

"그런가? 무슨 일로? 자네들의 짐을 보니 상인 같지는 않아 보이네만..."

자르카는 나에게 눈길을 주었다. 윽. 이럴 때만 나야?!

"그냥 여행으로......"

사구레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여행으로 사막을 오다니. 정말 여행 다닐 곳이 없었나보군."

"하하하......"

자르카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진다. 그러면 자기가 대답하던가!

"어쨌든, 가까운 마을로 간다고 했나?"

끄덕.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구레트는 뒤에 서있는 낙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같이 가지 않겠나?"

"예? 그럼 우리야 좋죠..."

길도 모르는데.

"그런데 실례를 끼치는 것 같아서..."

.......자르카. 옆에서 초치지 마.

"아니네. 원래 사막에서는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법.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돕다보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때가 있을 것 아닌가?"

오오, 좋은 정신이군.

"그럼 타게."

"예? 어디로요?"

그는 엎드려있는 낙타의... 뭐랄까. 살덩이? 혹? 어쨌든 그곳으로 올라탔다.

"아, 뒤에 두 마리 더 있네. 짐이 조금 있지만 혹은 비어있으니 괜찮네."

"......"

나는 자르카를 바라보았다.

"......"

알아서 하라는 표정이었다. 우우!

"......탈 줄 모르는데요."

"......"

결국 우리는 낙타 타고 1시간 거리를 5시간 걸려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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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2nd 10. 불의 호수(3) 11.10.23 493 8 66쪽
94 2nd 10. 불의 호수(2) +1 11.10.22 570 6 72쪽
93 2nd 10. 불의 호수(1) +1 11.10.22 598 5 65쪽
92 2nd 09. 어스 드래곤(7) +2 11.10.22 583 7 59쪽
91 2nd 09. 어스 드래곤(6) +2 11.10.21 526 9 71쪽
90 2nd 09. 어스 드래곤(5) +2 11.10.21 563 7 70쪽
89 2nd 09. 어스 드래곤(4) +1 11.10.20 477 6 76쪽
88 2nd 09. 어스 드래곤(3) +1 11.10.20 515 10 9쪽
87 2nd 09. 어스 드래곤(2) 11.10.19 496 10 67쪽
86 2nd 09. 어스 드래곤(1) 11.10.19 516 11 56쪽
85 2nd 08. 죽음의 사막(7) 11.10.19 546 9 93쪽
84 2nd 08. 죽음의 사막(6) +1 11.10.18 500 5 58쪽
» 2nd 08. 죽음의 사막(5) +2 11.10.18 529 8 72쪽
82 2nd 08. 죽음의 사막(4) 11.10.17 538 6 67쪽
81 2nd 08. 죽음의 사막(3) +1 11.10.17 569 8 66쪽
80 2nd 08. 죽음의 사막(2) +2 11.10.17 587 7 82쪽
79 2nd 08. 죽음의 사막(1) 11.10.16 569 8 72쪽
78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6) +1 11.10.16 614 9 64쪽
77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5) 11.10.15 621 6 70쪽
76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4) 11.10.15 523 10 67쪽
75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3) +1 11.10.15 528 6 74쪽
74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2) +1 11.10.14 578 14 64쪽
73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1) +1 11.10.14 622 8 68쪽
72 외전 - 관찰자/집행자/수호자 +2 11.10.13 625 7 27쪽
71 2nd 06. 침묵의 천사(6) 11.10.13 617 6 71쪽
70 2nd 06. 침묵의 천사(5) +2 11.10.12 562 7 66쪽
69 2nd 06. 침묵의 천사(4) 11.10.12 543 9 58쪽
68 2nd 06. 침묵의 천사(3) +2 11.10.11 617 6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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