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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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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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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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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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0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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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D-18

DUMMY

[태연의 이야기]


“해 벌써 뜬 거 아냐?”

“아냐.”

“환한데?”

“원래 이래. 일출 생각보다 별 거 아냐. 눈으로 보는 거면. 막 텔레비전에서처럼 어둠을 살라 먹고 붉고 큰 태양이 떠오르는 그런 건 아냐.”

“정말? 에이 뭐야.”


바람이 불어서인지 약간 쌀쌀하다. 오빠 품에 안 겨 바다만을 바라본다.


“어? 저기 뜨나보다.”


작은 빛의 점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정말 생각보단 별로구나.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빠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따뜻하다. 저 작고 볼품없는 태양보다.


“우리 아기 아직 잠 덜 깼나보네.”

“응.”

“들어가서 더 잘까?”

“응 나 업어줘.”


오빠가 날 업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해변을 잠깐 걸었다.


“안 힘들어? 나 업고 모래밭 걷는 거.”

“하나도 안 힘들어. 우리 아기 업고 토함산 올라가려면 이 정도는 껌이지.”


오빠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오빠의 머리칼이 내 볼을 간지럽혔다.


“그런데 해변이 왜 이래?”


모래가 너무 없다. 이게 모래사장인가? 다 파여 나갔다. 일출만큼이나 볼 품 없었다.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그렇데. 해변 가에 생긴 건물 때문에 모래먼지도 안 날아오고, 바다를 막은 방파제 같은 것이 해류가 모래를 가져가는 것은 못 막고 쌓은 것은 방해한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매년 이렇게 깎여버린데. 여름철 해수욕 시즌 되면 모래 사다가 퍼 담고. 돈을 그냥 바다로 버리는 거지.”

“안타깝다.”


역시 유명한 곳은 실제랑은 좀 다른 걸까? 생각해보면 유명한 관광지는 다 그랬던 것 같다. 사람 손이 많이 타서 그 색을 잃어버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사람들은 찾는다. 또 다시 실망을 하며 돌아가지만.

왜 그들은 계속 같은 곳을 찾는 것일까? 그리 실망을 하면서?

그건 아마도 같이 한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추억이 기억을 미화시키고, 미화된 기억은 그리움을 낳는다. 사람들은 그 그리움을 채우기 위해 다시 찾는다.

그리움.

그리움. 무엇일까? 아직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알 것도 같다. 내 볼에 닿는 오빠의 온기, 날 간질이는 오빠의 머리카락. 날 받치고 있는 오빠의 두 팔. 이것이 없다면…….

그것이 아마 그리움이겠지.


----------


“와 이거 맛있다. 생긴 거랑 완전 달라.”


잠깐 눈을 붙이고 나온 우린 초당이란 마을에 와 두부를 파는 곳에 왔다. 처음 들었는데 초당의 두부는 무척이나 유명하다고 한다.


“막 두부전골 팔고 그런 곳은 별로인 곳이 많아. 진짜배기를 찾다보면 이렇게 순두부랑 모두부만 팔지.”


메뉴는 단출했다. 순두부 백반, 모두부 백반, 순두부, 모두부. 땍 네 개.

음식은 정갈했다. 순백의 식단. 백반에 나오는 비지찌개도 고춧가루를 덜 쓰는지 허연 편이다.


“건강해지는 기분인데?”


오빠가 대답 대신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한다.


“그래서 내가 우리 아기 덕분에 막 건강해지는 기분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아기 볼이 꼭 두부 같잖아. 뽀뽀할 때 마다 막 건강해지는 것 같아.”

“뭐야 그게. 아저씨 같이.”


밥을 먹고 나오니 오빠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말이 있어. 나도 친구한테 들은 것이 거든. 이 근방 집들의 제삿날이 같은 곳이 많다더라.”

“왜?”

“한국전쟁 때인가. 아무튼 그 때 장정들이 많이 죽었나봐. 그 뒤로 남은 여자들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두부를 만들어 팔다가 이렇게 초당이 유명해졌다고 하는 말이 있거든.”

“아, 그래서 제삿날이 같은 건가?”

“뭐 그렇겠지?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럴 듯 하더라고. 또 동네 사람이 말한 거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지. 안타까운 사연이지.”


그 당시 여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이의 죽음뿐만 아니라 생계마저 걱정해야하는 상황. 슬픔을 오롯이 소화시키기도 전에 삶에 떠밀려 치이는 기분.

다행인가? 우리가 같은 날에 떠나간다는 것이. 오빠가 나 보다 하루라도 먼저 간다면? 순간 너무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빤 나 떠나면 안 돼. 먼저 가도 안 되고.”

“당연하지.”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꼬옥 안아주는 사람. 그래 이 사람이야.

산책삼아 상당히 걸어 나오자 작은 박물관이 보였다.


“예전에는 저기 정동진 쪽 가는 길에 있었는데 이리 이사왔나보네. 여기 가보자. 나도 한 번 안 가봤어.”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제법 입장료가 비쌌다. 하지만 그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알찼다. 소리를 내는 모든 기계들을 가져다 놓은 것 같았는데 사진으로나 보던 축음기 같은 것이 무척이나 많았다.


“여기 관장이 이거 모으는데 심혈을 기울인데. 경매에 참가하느라 외국에도 많이 가 있다고 그러고. 그래서 세계에서도 희귀한 물건이 여기에는 있다고 하더라고. 창고 같은 곳에도 아직 많은 물건이 있어서, 다음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씩 진열된 물건을 바꾼다고 하더라.”

“우리 사진 찍고 있는 거 잘 한 일 같아.”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야?”

“사람은 떠나도 물건은 남잖아. 사진 속에 우리는 계속 남을 거니까.”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오빠. 백 마디 말 보다 위로가 되는 오빠의 손.

박물관을 빠져나온 우린 차를 타고 근방의 안목이란 곳에 갔다. 그곳엔 해변을 따라 카페가 죽 늘어서 있었다.


“이 근방이 원래 커피 마시기 좋은 곳으로 이곳 사람들은 잘 아는 그런 동네였데. 카페 분위기도 좋고, 바로 해변도 보이고. 그래서 하나, 둘 카페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더 나아가 축제 같은 것도 생겼다더라. 커피 축제.”

“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신기하네.”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되긴 해. 무슨 3대 바리스타 중 하나가 강릉에 자리 잡은 지는 좀 된 것 같더라고. 아무튼 상황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다보니 여기까지 왔나보더라고.”


분위기는 괜찮았다. 자리가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창 밖에 보이는 전경이 그것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웠다.

탁 트인 푸른 바다. 손에는 따뜻한 커피. 맞은편에 앉은 나의 남자.


“그래도 오빠 덕분에 속속들이 구경하네. 친구들 끼리 왔으면 그냥 경포해수욕장에서 바다나 보고 근처에서 회나 먹었을 거야.”

“나도 내 동기 덕에 자세히 들어서 안 거지 뭐.”

“우리 여기서도 사진 찍자.”


점원에게 부탁해 즉석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와 뒤로 보이는 바다가 보이도록.

현상이 되길 기다리니 만족스런 장면이 찍혀있었다. 가방에 넣어둔 여행에서의 사진을 모두 꺼냈다. 사진엔 모두 시간과 장소 등을 적어두었다.


“이렇게 죽 늘어서 보니까 또 다르네.”

“그러게. 처음부터 끝까지 늘어놓으면 한편의 이야기 같겠어.”


30일 간의 이야기. 두 남녀의 이야기. 그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흔한 사람들의 흔하지 않은 이야기.


“오빤 어떤 거 같아 이 이야기?”

“음……. 장르는 로맨스. 남주인공은 나, 여주인공은 너.”

“엔딩은?”

“해피엔딩.”

“왜?”

“난 널 만나는 순간부터 해피엔딩이었으니까.”


확신이 가득한 그의 고요한 눈동자. 내 마음을 울리는 그의 말. 이젠 너무 커져버린 그의 그림자.

갑자기 그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그런데 아직은 15금이야.”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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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11 13.09.10 21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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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13 13.09.09 472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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