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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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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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글자수 :
128,429

작성
13.09.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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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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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D-7

DUMMY

[세영의 이야기]


“야. 잘 좀 찍어줘.”

“걱정 마라. 내가 이 짓만 몇 년인데.”


종경의 너스레에 태연이 웃으며 말한다.


“잘 좀 부타드려요. 종경씨.”

“제수씨. 제가 솜씨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하십시오.”


우리는 결혼식 사진을 찍으러 왔다. 조금 급하게 정한 것이었지만 종경이가 우리의 사정을 봐주었다.

종경의 스튜디오에는 나도 처음 와본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넓었다. 여러 가지 소품들이 많았다.


“일단 준비된 의상들이 있으니 제수씨 입고 나와 보세요.”


나는 태연이의 손을 잡고 탈의실로 향했다. 그 앞에는 몇 벌의 드레스가 놓여있었다.


“자기야 뭘로 입지?”

“웨딩드레스는 하얀색이 제일 낫다더라. 흰 걸로 입어봐.”


태연이 드레스 하나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니 문을 열고 나온다.


“우와.”


그녀의 피부와 어울리는 순백의 드레스는 어려보이는 그녀의 외모를 더욱더 청초하게 만들어주었다. 면사포 안에 살포시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떨려왔다.


“정말 예쁘다.”


곱게 모인 두 손엔 그녀를 닮은 작고 예쁜 부케가 들려있었다. 나는 즉석카메라에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이 안에라도 가두겠다는 느낌으로.


“역시 우리 아기라니까.”

“자기도 옷 갈아입고 와.”


나는 무난한 검은색 턱시도를 골랐다. 역시 남자들은 이런 데서도 여자랑 차이가 나는 구나.

촬영장으로 가자 종경이 우리를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었어. 옷 잘 빌려 왔지?”


내가 대답했다.


“그래. 네 센스는 믿을만 하지.”

“제수씨. 완전 아름답습니다.”


종경의 칭찬이 나쁘지 않은 듯 태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고마워요. 종경씨.”

“그럼 시작해볼까?”


웨딩촬영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무슨 자세를 그렇게 많이 잡으라는 것인지. 결혼사진을 찍는다는 초반의 설렘은 서서히 사라지고, 살짝 의무감으로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세영아. 너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좀 더 기운 내 봐.”

“이거 생각보다 쉽지가 않은데? P.R,I 받는 기분이야.”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태연이 눈을 살짝 흘긴다.


“자기는 나랑 찍는 건데 힘들어?”

“응. 그런데 아기가 뽀뽀해주면 힘 날 것 같아.”


‘응’이라는 대답에 표정이 살짝 굳어지던 그녀의 얼굴이 뽀뽀라는 말에 풀어졌다. 태연이 주변을 살짝 둘러보더니 발그레해진 얼굴로 내 입에 입을 맞춘다. 그 순간 플래시가 수없이 터져 나온다.


“자연스러워서 좋다! 제수씨 한 번 더 뽀뽀 갈게요. 느낌 아시네~.”


종경의 말에 태연의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복숭아 같이 변한 그녀의 볼이 탐스러워 나도 모르게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다시 또 플래시가 터져 나온다.


“이 커플은 스킨십을 해야 자연스럽네. 세영아. 남자다.”


종경의 농담에 조금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노동이네. 배고프다.”

“자기 배고파?”

“응. 급하게 나오느라 우리 아침도 안 먹었잖아. 아기도 배고프지 않아?”


태연의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고프긴 많이 고프지.”

“김밥이라도 먹을까?”


그녀가 애써 고개를 젓는다.


“안 돼. 배나와.”

“이그. 이 조그만 배에 나올 게 뭐가 있다고.”

“그래도 안 돼. 이거 평생 남는 사진인데. 잠깐은 참을 수 있어.”


나야 그다지 그런 면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무언가를 먹어도 되었지만 그녀가 안 먹는데 나만 혼자 먹을 수 없어 같이 굶었다.

몇 장의 사진을 건지는 거라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몇 시간을 집중하고 나서야 종료가 되었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내 푸념에 종경이 웃으며 말한다.


“당연하지. 결혼이랑 관련된 것 치고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아니지 하나 있구나.”

“쉬운 건 뭔데?”

“돈지랄하는 거.”


종경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태연이가 화장을 지우고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오빠. 우리 영정사진도 여기서 찍자. 오빠가 종경씨한테 말 좀 해주라.”

“영정사진?”

“응. 납골당 같이 쓰는 거 외에 장례식도 같이 했으면 해서.”

“그래도 괜찮겠어? 부모님이 그렇게 하신데? 나는 상관없는데.”

“응. 저번에 아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시던데? 또 결혼도 한 사이인데 뭐 어때.”


살짝 침울해진 그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우리 커플 완전 대박인데? 정말 같이 하는 거 많네.”

“그래서 영정사진도 같이 찍자고. 흔히 볼 수 있는 증명사진 같이 나오는 거 말고. 약간 커플 사진 같이. 우리가 행복해 하는 모습 보여야 남은 사람들도 조금 마음이 가벼울 거 같아서.”

“그럼 우리가 혹시 몰라 가지고 온 커플 복장 차림으로 찍자.”

“알았어. 나 옷 갈아입고 올게.”


탈의실로 향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사진기를 정리하고 있는 종경이에게 다가갔다.


“종경아.”

“왜?”

“우리 영정사진 좀 찍어주라.”

“뭐?”

“영정사진.”


내 말에 놀랐는지 종경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평소 대범하기에 놀라지 않는 그이기에 그 모습이 신선하다.


“어떻게 찍어주면 되는데?”

“그냥 커플 사진처럼 찍어주면 돼.”

“같이?”

“응. 장례식 합동으로 하려고.”

“그래……. 그렇구나. 그래. 내가 찍어줘야지.”

“그럼 나도 옷 갈아입고 올게. 배경 같은 건 그냥 무난해도 돼.”

“알았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태연이는 미리 나와 있었다.

종경이 단색 배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그 앞에 서봐.”


내 옆에 선 태연이의 표정이 어색하다. 아마 나도 그렇겠지? 내 얼굴이 무언가 무거운 느낌이니까.


“아기야. 우리 자연스럽게 찍자.”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그녀의 체온이 내게 온전히 전해지는 느낌이기에 난 이 포옹을 좋아한다. 그녀도 내 허리를 마주 안았다. 플래시가 터진다.


“좋긴 한데 그, 그 용도로 쓸 거면 그래도 둘 다 얼굴은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네. 그게 낫겠다.


포옹을 풀지 않은 채 종경이를 바라봤다.


“야. 표정 너무 어색하다.”


어색할 수밖에. 영정으로 쓴다고 생각하니 몸이 계속 굳어온다. 품에 안긴 그녀의 뻣뻣한 몸도 마찬가지.

돌파구가 필요하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팡팡 때렸다.


“뭐해!”

“우리 아기 엉덩이 만지지.”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랐는지 입을 벌리고 있던 그녀가 이내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씩 웃는다.


“그럼 나도!”


그러더니 내 엉덩이를 마구 때리는 그녀. 그녀의 행동에 난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도 잊은 채 그녀의 엉덩이를 연신 토닥였다.

한참을 그렇게 씨름하듯 서로의 엉덩이를 탐(?)하고 있는데 종경이 웃음소리와 함께 우리를 말렸다.


“야. 이거 완전 잘 나왔다. 한 번 봐봐.”


종경의 말에 정신을 차린 우리 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조금 민망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나왔는데?”


사진기에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우리가 찍힌 사진을 봤다. 네모난 창 안에는 서로를 품에 안은 채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나와 있다. 표정엔 아무런 근심이 없어보였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휘날리는 머리가 보기 좋았다. 서로의 엉덩이에 손이 가 있는 것이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신혼부부임을 감안하면 그것도 또 보기에 좋았다. 마주치는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아마 저 빛은 사랑이란 이름을 갖고 있겠지. 한껏 올라간 입도 행복하다. 조금은 낮은 톤의 배경 속에서 우리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진짜. 잘 나왔네. 아기야. 그렇지?”

“응.”


그녀도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걸까? 살짝 눈이 젖어있었다. 내 눈시울도 뜨거운 것이 마찬가지겠지.

그녀를 잡아 당겨 품에 안았다. 가슴에 얼굴을 묻는 그녀. 작은 흐느낌.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행복해 보이지?”

“응.”

“우리가 보기에도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봐도 그렇게 느낄 거야.”

“응.”

“그럼 이걸로 하자.”

“응.”


묘한 기분이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다는 거. 그녀와 함께한 모든 것이 즐거웠지만 이건 조금 그렇다. 뭐라 말하기 힘들다.

가슴팍의 옷이 젖는 것이 느껴진다. 너도 그렇구나. 오늘은 울자. 울어버리자. 그리고 남은 사람들에겐 웃음만 보여주자. 그렇게 하자. 우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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