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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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911
추천수 :
277
글자수 :
128,429

작성
13.09.04 13:58
조회
657
추천
7
글자
5쪽

D-21

DUMMY

[세영의 이야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평온한 아침이다. 지난밤의 격정이 모두의 눈가에 남아있다.


“우리 아기도 퉁퉁 부었네.”

“히잉. 보지 마. 완전 붕어 되었단 말야.”

“붕어 아기도 예쁜데.”

“진짜? 히히. 그럼 나 막 못생겨져도 예뻐할 거야?”

“당연하지. 우리 아기 코가 세 개, 눈에 열 개여도 사랑할 거지.”


설마 그럴 리가. 그건 좀 그렇지. 원래 이런 공수표는 가끔 날려줘야 한다. 그것이 사랑의 기술이다. 곧이곧대로 말하는 남자는 고자가된다.

그러고 보니 태연이의 나이 든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다. 하얀 피부에 어려보이는 얼굴이라 지금도 지금의 나이로 보이진 않는다. 더구나 병으로 인한 생기가 양 뺨 가득히 담겨있어 더욱 그렇다.

내 얼굴도 그렇겠지?

난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늘 고민했다. 아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조금 다른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연애감정이다. 협의의 사랑을 말한다. 권태기를 겪는 연인이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는 것은 연애감정이라는 사랑이 다른 가면으로 바꿔 쓰기 때문이다. 가면이 바뀌었음을 알아챈 커플들은 관계를 이어나가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한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난 영원한 연애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둘 사이의 감정이 정점에 달 했을 때 둘 다 죽던, 둘 중 하나가 죽던 누군가는 강을 건너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둘만의 시간은 그 당시로 고정이 될 것이고, 남은 사람은 그 고정된 시간을 추억하며 파스텔 톤 물감으로 아름답게 계속 덧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난 주인공 중 하나가 죽는 로맨스 영화를 보면 통곡을 하듯 울곤 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작위적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는, 뭐 그런 거.

영화를 보며 가끔 나도 저런 사랑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소원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월 많이 된 외국 로또나 되게 해달라고 그럴걸 그랬어. 돈 속에서 헤엄 좀 치게.

날 보며 웃는 그녀의 얼굴.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만져봤다. 솜털이 아직 남아있는 부드러운 피부. 얼굴을 붉히며 안겨오는 그녀의 작은 체구. 밤이 지났지만 나는 좋은 향기.

그래 그녀가 있지. 내게는.

뭐 이런 소원도 나쁘진 않다. 아니 좋다. 아니 행복하다. 아니 더할 나위 없다.

정말 다행이다. 그녀가 기억할 내 마지막 모습이 좋은 모습일 것 같아서.


----------


“여기가 우리 아기 다닌 학교야?”

“응. 별로 안 크지?”

“집에서 가까웠네.”

“그런데 만날 지각했어. 헤헤. 오빠가 나 만날 늦장 피운다고 혼내고 그랬는데.”

“오빠 많이 따랐나봐.”

“응. 학교 갈 때 오빠 손잡고 등교하고 그랬거든.”

“그럼 나도 우리 아기 손잡고 등교해볼까?”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태연이도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내손을 마주잡은 채 함박웃음을 지으며 씩씩하게 걸어간다.


“여긴 아직 초등학교답다. 느낌 있어.”

“그게 뭐야.”

“나 다닌 데는 뭔가 많이 변했더라고. 깔끔하긴 한데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라 추억이 손상된 기분이랄까? 그런데 여긴 특유의 향이 남아있어. 그래서 좋다.”

“그래? 오빠 다닌 학교도 궁금하다.”

“그럼 오늘 올라가니까 내일 가보자.”

“그러자. 나 오빠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


아이들이 하나둘 운동장에 들어와 놀기 시작했다. 축구공을 차는 아이. 기구를 타고 노는 아이. 그저 뛰어다니는 아이.

눈을 감고 운동장을 바라봤다.

작고 하얀 아이. 오빠의 손을 잡고 종종걸음을 걷는 아이. 조금은 큰 가방이 어색한 아이. 손에 쥔 신발주머니가 불편한지 자꾸 흔드는 아이. 친구를 만났는지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보름달 같은 미소를 보이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밟지 않은 하얀 눈보다도 희고 순수한 아이의 웃음이 내 마음에 새겨진다.

저 미소를 찾아주고 싶다. 마지막 날이 되기 전 까지. 그럼 난 이 세상 최고로 값진 명화(名畵)를 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그 화가가 되겠다.


“우리 아기 한 번 업어볼까?”


나는 태연이 앞에 쭈그려 앉아 팔을 뻗었다.


“뭐야. 애들이 봐.”

“뭐 어때.”

“창피하단 말야.”

“애들도 부러워할 거야. 업혀.”

“히잉.”

“빨리.”


나의 재촉에 그녀가 마지못한 표정으로 등에 업혀온다. 그녀가 내 목을 감싼다. 그녀의 온기가 등을 통해 전해온다.

운동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다져진 흙바닥의 감촉이 운동화를 통해 전해졌다. 바스락 거리며 밟히는 자갈. 바람이 불 때 느껴지는 조금은 매캐한 흙 내음.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

조금씩 다가간다. 한 발 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녀의 순수를 찾아줄 이상한 나라로. 나는 한 발짝 더 걸어간다. 그녀를 업은 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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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3.09.20 09:56
    No. 1

    하루하루 할 일을 생각해 그려내는 것도 쉽진 않을 텐데 역시 잘 풀어가시네요.. 가슴이 짜안하면서 또 재밌습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09.20 10:57
    No. 2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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