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팬픽·패러디

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917
추천수 :
277
글자수 :
128,429

작성
13.09.11 00:55
조회
990
추천
8
글자
8쪽

D-10

DUMMY

[세영의 이야기]


“자기야. 여기가 호수공원이야? 생각보다 되게 넓네?”

“그러게. 나도 제대로 와 본 건 이번이 처음이야.”

“정말?”

“이사 온 지 오래 된 건 아니거든. 이 동네엔 친구가 없어서 따로 와 볼 기회는 없었어.”


이사 온 후 가장 아쉬운 것이 그 점이었다. 친구들에게서 멀어지는 것. 부모님도 그것을 가장 마음에 걸려하셨다. 생활권이 넓은 나도 고향을 뜬다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었는데 나이 드신 그 분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나 목동에 어디더라? 그 파리공원인가? 거기 가봤는데 거기랑은 완전 규모가 다르네.”

“땅 값 부터가 다르잖아.”

“하긴 그런가?”

“땅 값 이야기 하니까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 생각난다.”

“뭔데?”

“한국전쟁 끝난 후 아버지가 그 근방에 정착하셨나봐. 나 다니던 그 초등학교.”

“아. 양평동?”

“응. 그런데 거기서 하천하나 건너면 바로 목동 나오거든. 그 열병합 발전소 있는 쪽.”

“이대 목동병원 있는데?”

“응. 잘 아네. 아무튼 거기나 양평동이나 천막촌이었던 건 마찬가지였데. 오히려 목동 쪽이 더 열악하고 그랬었나봐.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쪽이 먼저 개발되고, 후에는 그 쪽 땅값이 훨씬 올라가게 되었지.”

“그래? 뭔가 아쉬우셨겠다. 다리 하나 건너에 정착하셨으면 많이 달랐을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었겠지? 아무튼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니까.”


이런 대화들을 나누며 우린 앉을 만한 곳을 찾아 작은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봄의 기운이 완연해서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나들이를 나와 있었다.

봄의 햇살을 받으며 잔잔한 인공호수를 보고 있으니 무언가 마음이 평화로운 느낌이다.

오늘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0일이 남았다. 로켓을 쏠 때도 10부터 거꾸로 세지 않던가?

10, 9, 8, 7, 6, 5, 4, 3, 2, 1. 발사.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 관심을 받으며 로켓이 떠오른다. 무척이나 붉고 뜨거운 열기를 뒤로 내뿜으며.

걱정이 많이 들 것 같았는데, 많이 무서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과학자를 꿈꾸는 꼬마아이처럼 알 수 없는 설렘만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좋다.”


따사로운 햇빛을 느끼는 것인지,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이하는 것인지, 태연이가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무언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부딪혀 부서져나가는 햇살보다 빛나는 그녀의 흰 피부가 봄 보다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이끌린 나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웃으며 날 돌아본다. 입가에 맺힌 사랑스러움이 나를 끌어당긴다.

그녀의 작은 어깨를 당겨 품에 안았다. 그녀가 고개를 내게 기댄다. 봄꽃처럼 향긋한 향기가 나를 감싼다. 어깨에 내려앉은 봄의 따스함과 합쳐지니 솜이불 보다 아늑하다.


“가끔 이렇게 나와서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게. 너무 좋다.”


바람이 분다. 나를 덥히는 햇살을 조금 식혀주려는 듯이. 눈을 감아본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처럼 내 피부에 닿는 바람이 날 자유롭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답답한 마음에 신발을 벗어봤다. 마치 신발이 더 날아가지 못하게 잡는 연줄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선한 바람이 발을 스치고 지나간다. 비로소 완전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거친 세상으로 날아가도 좋다. 다시 돌아가지 못해도 좋다. 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끊은 끊을 수 있다.

다시 눈을 뜬다. 온 세상이 더 환하게 보였다. 개안한 기분이다. 이 좋은 느낌을 태연이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기도 벗어봐.”


그녀도 신발을 벗는다. 바람에 발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눈을 감고 미소 짓는 것이 나처럼 기분이 좋은가 보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등을 쓸어 만져주었다. 포근한지 표정이 조금 더 풀어진다.


“어때? 시원하지?”

“응. 무언가 날 감싼 갑갑함이 날아간 기분?”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커플 신발로 산 하얀 운동화. 똑 닮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란히 놓인 신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때? 신발도 우리를 꼭 닮지 않았어?”


크고 작은 우리의 신발. 희고 깨끗한 신발. 나란히 둔 신발이 알콩달콩하다.


“이거 사진으로 찍자.”


즉석사진기로 사진을 찍었다. 인화가 되길 기다리는 시간이 그 어떤 때 보다 기대되었다.


“정말 잘 나왔다. 이거 봐봐.”


사진을 태연이에게 건넸다. 그녀도 기대가 되는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푸르게 올라온 잔디 위에 놓인 두 켤레의 신발. 꼼꼼히 묶은 신발 끈. 앙증맞게 묶여진 매듭. 햇빛을 받아 희게 눈이 부시다.


“우와. 진짜 잘 나왔다.”


퇴근한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아든 어린아이처럼 두 팔 벌려 기뻐하는 그녀. 이가 다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는다.


“읏차! 우리 자기 무릎 좀 베어볼까?”


품에서 벗어난 그녀가 눕기 쉽도록 나는 다리를 쭉 뻗었다. 내 무릎을 베고 자리에 누우며 그녀가 말한다.


“자기야. 우리 이렇게 하자.”

“어떻게?”

“우리 납골당은 따로 쓰지 말고 하나로 쓰자.”

“하나로?”

“응. 나 자기랑 계속 같이 있고 싶으니까. 왜? 싫어?”

“아니. 나도 우리 아기랑 계속 같이 있을 건데.”


투정부리듯 말하는 그녀가 귀여워 턱을 살짝 꼬집어주었다. 그녀는 안 꼬집히려고 턱을 당기며 뒹굴거린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계속 괴롭히려다 옆구리를 꼬집히고 나서야 그만두었다.

그녀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대신 그 유골함엔 우리가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넣는 거야. 그리고 이건 따로 빼서 앞에 세워두자. 우리가 이곳에 있다고.”


살짝 흐트러진 그녀의 앞머리를 정리해준다. 내 손길이 좋은지 눈을 살짝 감으며 그녀가 응한다.


“신발 사진을?”

“응. 우리 얼굴 있는 건 무언가 슬플 것 같아. 찾아오는 사람도 직접 보면 더 그럴 거고. 그래서 우리 닮은 이 사진을 대신 놓는 거야. 우리를 닮은 모습. 신은 신발마저도 어울리는 그런 사랑했던 사이라고.”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련한 눈빛으로 손에 든 사진을 놓을 줄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썹을 살짝 만지며 내가 물었다.


“유골은?”

“어떻게 할까?”

“남해바다에 뿌려 달라 할까?”

“왜?”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잖아. 우리 살면서 많이 못 해본 거 바다를 따라 세상으로 나가 다 해보는 거야.”

“그거 괜찮네.”

“아메리카도 다 돌아보고, 유럽도 가고, 아프리카도 가고. 태평양 망망대해 가운데서 밤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예쁘겠다. 별도 많고. 은하수도 볼 수 있겠네.”


그녀가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우리자기 그렇게 기대돼? 표정 정말 신나 보여.”

“내가 그래?”

“응.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거 오랜만에 봐.”


나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홍빛 입술이 오물거린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살짝 벌어지는 그녀의 입술에 놀란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이제야 자각이 되었다. 사람이 많은 야외인 것을 말이다.

민망한 마음에 고개를 들려하자 작은 두 손이 내 머리를 감싼다. 그리곤 강하게 잡아당긴다.

그녀의 용기 때문일까? 다시 감각이 오롯이 그녀에게만 집중된다. 이곳이 어디인지, 누가 날 보고 있을지 모두 잊혀 간다.

혀끝에 닿는 그녀의 사랑이 오늘따라 뜨겁다.


작가의말

 

글을 안 쓴지 오래 되었었습니다. 무협을 한 편 썼고, 판타지를 한 편 썼었지요. 그 후 흥미를 잃고 온전한 독자로 돌아갔었죠.

그러다 저를 다시 글을 쓰고 싶게 만든 것이 바로 팬픽이었습니다. 새로운 세계였죠. 읽는 것 자체도 즐겁고, 그 즐거움을 덧글에 남겨 작가에게 직접 전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팬픽만큼 순수한 것도 없습니다. 성격상 돈과 연관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팬심, 혹은 창작에 대한 열망 외엔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영역입니다.

순수하게 글에만 열중해서 모처럼 행복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일도 해가 뜰까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마지막 날. +6 13.09.17 442 12 11쪽
29 D-2 13.09.17 380 10 13쪽
28 D-3 13.09.16 336 6 9쪽
27 D-4 +2 13.09.16 313 7 12쪽
26 D-5 13.09.15 360 7 9쪽
25 D-6 13.09.14 213 5 10쪽
24 D-7 13.09.13 463 10 9쪽
23 D-8 +2 13.09.12 299 5 10쪽
22 D-9 13.09.11 270 7 8쪽
» D-10 13.09.11 991 8 8쪽
20 D-11 13.09.10 210 5 8쪽
19 D-12 +2 13.09.10 322 6 7쪽
18 D-13 13.09.09 471 8 9쪽
17 D-14 13.09.08 341 9 10쪽
16 D-15 13.09.07 347 7 11쪽
15 D-16 +2 13.09.06 393 11 9쪽
14 D-17 +1 13.09.06 356 7 8쪽
13 D-18 +2 13.09.06 324 12 8쪽
12 D-19 +1 13.09.05 301 10 11쪽
11 D-20 13.09.05 368 9 7쪽
10 D-21 +2 13.09.04 658 7 5쪽
9 D-22 13.09.04 996 9 10쪽
8 D-23 13.09.03 487 8 9쪽
7 D-24 13.09.03 2,303 34 7쪽
6 D-25 13.09.02 489 10 14쪽
5 D-26 +2 13.09.02 467 7 15쪽
4 D-27 +2 13.09.01 399 6 11쪽
3 D-28 +2 13.09.01 482 11 9쪽
2 D-29 +4 13.09.01 475 12 14쪽
1 D-30 +2 13.08.31 662 1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