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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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913
추천수 :
277
글자수 :
128,429

작성
13.09.10 00:13
조회
321
추천
6
글자
7쪽

D-12

DUMMY

[세영의 이야기]


“나 처음 가봐. 어때? 엄청 커?”

“정말 커. 정말 비리고.”


인상을 찌푸리는 내 표정이 조금 우스꽝스러웠던 걸까? 그녀가 파안대소를 한다.


“이그! 세영 어린이! 생선도 잘 못 먹어요?”

“못 먹어요~.”


나름 혀 짧은 소리로 대답하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대견하단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그녀.

이제는 제법 조수석에 적응을 한 것인지 익숙하게 라디오를 조작해 노래를 튼다.

작은 체구라 그런지 안전벨트를 메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꼭 유치원 탕학버스를 탄 아이처럼. 손등을 덮는 소매 끝으로 살짝 나온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라디오의 볼륨을 조절한다. 대화가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자기는 바다가재 먹어봤어?”

“나도 아직.”

“되게 궁금하다. 레스토랑 가면 막 랍스터요. 이러면서 허세부리잖아.”

“수산시장 말고 레스토랑으로 갈 걸 그랬나?”

“비싸기만 하고, 눈치 보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 해. 어차피 찌는 건데 뭐. 나 게 같은 건 잘 쪄. 비슷할 거야. 자기는 나만 믿어.”


조막손으로 앙가슴을 탕탕치는 그녀의 모습이 제법 호쾌하다.


“우리 아기가 해주면 다 맛있을 거야.”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녀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이 부신지 손을 들어 살짝 얼굴을 가린다.


“벚꽃도 만개했다 이제.”

“절정이지. 주말 쯤 되면 슬슬 떨어지지 싶은데.”

“그 때가 제일 예쁘잖아.”

“그렇지. 벚꽃은 흐드러지게 핀 것도 멋있지만 떨어질 때가 더 예쁘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도로가를 바라봤다. 제법 규모가 되는 벚나무 군락이 보였다. 거무튀튀한 가지를 애써 치장하려는 듯 분홍빛 꽃잎들이 온통 가지를 뒤덮고 있었다.

올해는 참 저 나무가 눈에 더 들어온다. 늘 그랬지만 마음에 까지 도달하는 건 올해가 처음인가 보다.

우리를 닮은 나무.

화사하게 핀 모습만큼보다 질 때 더 아름다움을 뽐내는 독특한 나무. 잎 보다 꽃이 먼저 피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목련과 무척이나 대비된다. 목련은 폈을 때 예쁘지만 지면 추하다. 뭉개진 꽃잎이 바닥에 흐트러져있다. 꽃잎이 질 때도 다르다. 바람에 따라 화려하게 날리는 벚꽃과는 다르게 총에 맞은 군인처럼 툭 떨어진다. 그래서 바닥에도 그 모양인가? 대지에 억울한 피와 생명을 흘리는 그들의 잔재 같이?

저 나무에 우리의 얼굴이 걸린다. 우리도 질 때 아름다울까? 질 때의 모습은 어떨까? 지고 나서는 어떨까?


“오빠 그거 알아?”

“뭘?”

“사람들은 벚나무를 생각할 때 저 꽃만 생각해. 저 꽃잎이 지면 잎이 나고, 곧 검은 열매를 맺잖아. 다른 나무들과 똑같이. 그런데 사람들은 꽃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열매는 얼만한 크기인지 잘 몰라. 관심도 없고.”


그러게. 나뭇잎이 어떻게 생겼더라? 열매는 작은 콩알 같았던 것 같은데. 과즙이 많은. 먹을 수도 있는.


“하지만 분명 저 나무는 꽃이 진 후에도 생명의 푸르름을 뽐낸단 말이야. 후대를 이을 열매도 맺고. 그런데 사람들 마음속엔 벚꽃 철이 지나고 나면 죽은 나무잖아.”


그녀가 기어 스틱에 얹어진 내 손을 감싸 쥐며 말한다.


“우리 닮은 저 나무. 꽃잎이 지고 난 뒤에 어떨까? 사람들의 마음속 선입견처럼 죽은 모습일까? 아니면 푸른 잎사귀를 내밀고, 검은 열매를 맺어 대지에 떨구는 그런 모습일까?”


나는 손을 틀어 그녀와 손깍지를 꼈다.


“당연히 후자일 거야.”


그녀가 미소 짓는다.


“우리 꽃 질 때쯤엔 윤중로에 가자. 꽃구경 가러.”

“그러자.”


수산시장에서 제일 큰 바다가재를 사고 집으로 돌아온 우린 커다란 찜기를 꺼내 바다가재를 찌기 시작했다. 오다 들른 마트에서 읽기도 어려운 이름의 화이트와인을 꺼냈다. 곁들여 먹으려고 해물파전도 했다. 수산시장에 간 김에 가재 외에 이런저런 해물도 사왔기 때문에 재료는 충분했다.


“역시 이 기름 스멜이야.”


팬에 노릇하게 구워지는 파전을 보며 태연이 기대된다는 눈빛을 보낸다.

여러 장의 파전을 부쳐내고, 다 쪄진 가재를 찜기에서 꺼냈다.


“와. 이 빨간색. 바로 이 색이야.”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띠는 커다란 바다가재의 위용이 제법 위풍당당하다.


“자기야 그러고 보니까 이상하다.”

“뭐가?”

“갑각류가 익었을 때 색이 이렇게 되는 거지? 원래는 거무스름하고.”

“그렇지. 게도 새우도 마찬가지잖아.”

“그런데 개구리 왕눈이에 나오는 그 가재는 왜 빨간색이지?”


태연의 물음에 나는 벙찐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그저 색감이 좋다는 이유로 작화가가 붉은 색을 칠했던 걸까? 아니면 완전 도심에서만 살아서 연못이 무엇인지 살아있는 갑각류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책상물림이었을까?


“우리아기가 역시 발상이 톡톡 튀어!”


그녀의 볼을 잡고 살짝 늘이며 분홍빛 입술에 입을 맞춘다. 혀를 살짝 내밀며 살포시 웃는 그녀. 아 위험한 표정이다. 좋은 표정이다.


“이그! 이상한 생각하지! 밥이나 드셔!”


내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가 내 볼을 꼬집는다. 흠흠. 잠시 기다리지 뭐.

일반 가위로는 손질이 좀 어려워 공예용 화신 가위를 깨끗이 씻어 가재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여기 집게발에 살 많다. 게랑은 다른데?”

“그러게. 구석구석 숨은 살이 많다.”


큰 놈이라 그런지 살은 많았다. 파전과 같이 먹으니 배가 부를 지경이다. 와인도 제법 큰 병인 것 같았는데 하나를 다 마셨다.


“맛있었어?”


내 물음에 그녀가 손가락을 물며 대답한다.


“음~. 상상했던 그런 맛은 아니었어. 전형적인 갑각류 맛?”

“하긴. 그렇기는 하더라.”

“그래도 맛은 있었어. 발라먹는 재미? 그런 것도 있고. 무엇보다 오빠가 챙겨주니까.”


와인 때문인지 살짝 발그레해진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어간다. 아직 손가락을 살짝 물고 있어서 그런지 끌리게 귀엽다.

그녀가 묘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한동안 입에 손가락을 문 채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가 이내 씩 웃는다.


“자기야. 우리, 라면 하나 끓여먹을까?”

“왜? 입이 좀 느끼한가? 칼칼하게 하나 끓여?


그러자 그녀가 다가와 내 무릎에 앉았다.


“그 라면 아닌데.”

“응?”

“그 라면이 아니라고.”


작가의말

이것도 얼마 안 남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3.09.22 20:14
    No. 1

    아, 전에 정담란에 올리셨던 왕눈이 얘기가 이거 쓰다 나온 거였군요.. ^^
    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09.22 21:32
    No. 2

    아니 그것을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저도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난 것이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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