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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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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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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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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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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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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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D-13

DUMMY

[태연의 이야기]


“여기 진짜 오랜만인데?”

“언제 와봤는데?”

“중학교 때였나? 그 때 사상대회인가 백일장인가 아무튼 그랬어. 동물들 신기하다고 구경하면서 가다가 가로등에 막 부딪히고 그랬는데.”

“뭐야 그게.”

“나 신기한 동물들 되게 좋아하거든. 어렸을 때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빠지지 않고 봤다고. 그거 정리해 나온 책들도 보고, 과학도서 같은 것도 보고.”

“정말? 의외네. 그렇게 좋은데 애완동물 같은 거는 왜 안 길러?”

“생명 하나 늘이는 게 얼마나 책임을 요하는 일인데. 집에 들이면 정말 죽을 때 까지 내가 책임져야하는 거잖아. 그리고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어. 신생아 하나 키우는 돈 든다던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오빠의 모습을 보니 새삼 그의 성정이 어떠한지 다시 느껴진다. 강한 책임감. 다정다감함. 조심스러움.

문득 내가 오빠에겐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집에 들인 사람? 책임을 져야할 사람? 그가 주는 사랑이 진정인 것은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그 색깔이 어떤 색일까 궁금한 거다. 사랑은 다양한 이름이 있으니까.


“우리 이거 타고 가자. 그냥 걸어가면 오래 걸려.”


오빠가 손으로 가리키는 것은 코끼리 열차였다.


“우와! 코끼리 열차다!”


동심을 자극하는 디자인. 타고 달리면 마치 달세계로 안내할 것 같은 저 수많은 바퀴. 주변의 풍광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탁 트인 차체.

표를 구매한 후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무언가 마음이 설렌다.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우리 아기 그렇게 좋아요?”

“네!”

“아이 예쁘다.”


내 두 볼을 부비며 입에 뽀뽀를 쪽 해주는 오빠의 품에 안긴 채 달리는 열차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시야 때문인지 생각보다 빠른 속도감이 내 마음 속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았다.


“이것만 하루 종일 타도 재밌겠다.”


동물원에 도착한 우린 입구를 통해 들어갔다.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물들이 보인다.


“저 동물들은 갇혀 있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오빠가 이내 대답한다.


“글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곤 하는데 그건 자연 속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포식자 눈치 봐야하고, 먹이 활동해야하고.”

“그래도 자유로운 것이 낫지 않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밖에 있을 때 보다 평균 수명은 기니까.”

“오래 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날 바라보며 활짝 웃는 오빠. 내 허리를 감싸 안고는 내 머릿결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굼벵이 알지? 매미가 땅속에 있을 때의 이름.”

“알지. 몇 년이나 나무뿌리에 붙어서 수액 먹고 살잖아.”

“그래. 그렇게 몇 년 땅속에서 살다가 때가 되면 기어 올라오지. 그리고 단 며칠만을 살다 죽잖아. 그 며칠 동안 짝을 찾아 산란을 하고.”

“갑자기 매미는 왜?”

“그 매미는 땅속에 있던 몇 년이 좋았을까? 아니면 올라와서의 며칠이 좋았을까?”

“그럼 짐승들이 갇혀 있는 것 보단 자유로운 것이 좋다는 거야?”


내 물음에 오빠는 눈을 살짝 흘기며 내게 약한 꿀밤을 먹였다.


“아야! 왜!”

“널 모르며 살던 수십 년의 세월 보다, 널 찾고 난 후의 한 달이 내게는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말이야.”

“치. 느끼해. 기름남.”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그는 조금 과하지만 언제나 내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다. 그것도 진심이 담긴. 그래서 나는 그가 좋다.


“그럼 우리 산란이나 할까?”

“뭐야 변태! 이리 와! 코뿔소한테 한 번 들이받혀야 정신 차리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열대동물관에 도착했다. 건물을 열고 들어가니 후덥지근한 공기가 확 느껴졌다.


“여기가 악어 있는 곳인가 보다.”


조금 걷다보니 악어가 나왔다. 조그만 것부터 사람보다도 훨씬 커 보이는 큰 악어까지 다양했다. 꼭 인형마냥 가만히 있어서 보기에 심심했지만 특유의 모습 때문인지 보기에 흥미로웠다.


“애들 너무 안 움직인다. 파충류라 그런가?”

“응. 그래서 많이 괴롭힘 받는데.”

“어떻게?”

“막 물건 던지고 그러나봐. 움직이라고. 난 실제 보기도 했지.”

“어땠는데?”

“처음에 친구들이랑 왔을 때 악어 머리위에 동전이 몇 개씩 얹어져 있더라고. 보기 약간 우스꽝스러웠는데 그게 사람들이 안 움직인다고 동전을 던져서 그런 거였어. 그래서 그런지 악어가 갑자기 폐사하면 뱃속에서 동전이나 페트병 같은 게 많이 나온다더라.”

“웅. 불쌍하다.”

“아무튼 내가 본 건 그거 보다 더 놀라운 사건이었지.”


오빠는 그 때의 일을 상상하는지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친구들이랑 힘들어서 턱에 살짝 걸터앉아서 쉬고 있었어. 그런데 다른 학교 놈들 몇이 들어오는 거야. 그 놈들은 이상한 긴 줄 같은 것에 병뚜껑 같은 것을 뚫어 엽전꾸러미처럼 만들어 놓은 것을 달아놓은 것을 갖고 있었어. 놓칠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다른 쪽 끝은 손목에 감고 있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그 꾸러미로 악어를 막 때리는 거야. 그래도 악어가 안 움직이니까 성이 안 차는지 저 우리를 가리고 있는 펜스 안쪽으로 몰래 넘어가 악어 머리를 때리더라고.”

“미쳤네. 진짜 위험한데.”

“엄청 위험하지. 더 위험한 건 악어가 그 줄을 물어서 잡아챈 거였어.”

“헉. 정말?”

“응. 어? 어? 이러면서 막 딸려갈 뻔 했는데 다행히 얕게 물었는지 꾸러미가 팅 빠져나오더라고. 아마 깊게 물렸으면 정말 우리 속으로 떨어질 뻔 했지. 솔직히 어린 마음에 나쁜 놈들 악어한테나 물려라 이랬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한 장면이었어.”

“안타깝긴 한데 그 사람들 못 됐다.”

“원래 이유 없이 남 괴롭히는 건 인간밖에 없잖아.”

“그럼 지금은 어때? 동물원에 있는 것과 야생에 있는 것. 어느 것이 행복한 것 같아?”


누구나 평범하게 대답할 수 있을 법한 질문이었지만 오빠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대수롭지 않은, 지나질 수 있을 법한 일에도 신중하고, 고민하는 오빠의 성정은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승의 마음은 모르겠으니 인간인 내 관점을 말해야겠지?”

“응. 어떤 거 같아?”

“솔직히 난 갇혀 있는 거나 밖에 있는 거나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어. 사람들도 봐. 활동영역이 넓은 사람과 활동영역이 좁은 사람. 그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물론 혼자서 갇혀있는 감옥 같은 삶을 산다면야 당연히 불행하겠지. 하지만 동물원은 다르잖아. 식품, 위생, 질병관리도 수준급이고, 관람시간동안 스트레스를 받는다지만 최선을 다해 스트레스 관리도 하고 있고. 암수 개체 수 조절도 해주고. 단지 좁은 환경과 좁은 관계 그 차이일 뿐이겠지.”

“그럼 동물원도 괜찮다 쪽이네.”

“동물원과 야외. 단 둘만 비교해보면. 대신 전제가 있지.”

“그게 뭔데?”

“인간이라는 변수는 제외할 것.”

“무슨 소리야?”

“난 솔직히 사람 손 타서 제대로 되는 거 못 봤거든. 특히 환경에 대해선. 산 사랑한다면서 산에 올라가 담배피고, 소리 지르고, 쓰레기 버리고. 캠핑 가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그냥 쓰레기. 개체수도 많아져서 환경과 공생할 수 없을 지경까지 왔고.”

“생각보다 기준선이 분명하고 높네. 자연에 대해선.”

“응.”

“그런 거 보면 우리자기 은근히 보수적이야.”

“그래? 어떤 면이?”

“지금 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솔직히 첫 날 아무 일 없이 나 꼭 안기만 하고 보살펴줄 줄은 몰랐어. 그 땐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대단한 거잖아. 오빤 그냥 참는 게 아니라 정말 챙겨주는 느낌만 있었거든.”


내 말에 오빠가 웃으며 날 안아준다.


“지금은 좀 야해지셨지만.”

“그래서 싫어?”


오빠의 물음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을 잡고 악어우리를 나선다. 내 뒤엔 악어들이 여전히 석고상 같은 모습으로 하루를 나고 있다.

갇혀있으면 어떨까? 행복할까? 답답할까? 본성에 제한이 되는 느낌은 무엇일까?

그 상황이 아니기에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의 내 마음으로는 오빠와 함께 할 수 있다면 한 평 밖에 안 되는 좁은 공간에 갇혀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단지 하루라도 더 긴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다.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 그의 가슴이, 그의 눈빛이, 그의 손짓이, 그와의 합일이 내겐 태평양과 히말라야, 에펠탑 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나도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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