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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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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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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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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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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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D-6

DUMMY

[세영의 이야기]


“우리 아기 완전 예쁘다. 누구 아기라서 이렇게 예쁘나?”


사랑스러운 디자인의 미니 드레스를 입은 태연이의 모습은 빛이 났다. 그 모습이 뭐라 표현할 수 없어 난 어쩔 줄 몰랐다. 그저 사랑스런 복숭아 빛 뺨에 입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 자기 아기!”


웃으며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따. 우리 태연이 입술이 닳것소. 아주 문데는 구마잉.”


우리의 모습이 닭살스러운지 주현이 얄궂은 표정을 지으며 놀린다.


“태연이 회춘 한다 혔더니 이것이 남자를 만나서 그러구만. 나도 빨리 한 놈 잡던지 혀야겄어.”


주현의 말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이 내 품에 쏙 안기며 혀를 내밀었다.


“그러니 너도 빨리 남자 사귀어. 안 그러면 훅 간다.”

“워메. 요 년 받아치는 거 보소. 예전에 남자 이야기만 하면 아주 얼굴이 홍시 빛이 되더니만 아주 아줌마가 되어부렀네. 눈 꼴시려와서 아무나 잡아야겠구만.”


미영도 부러움이 가득 찬 음성으로 말한다.


“그러게. 보기 좋다야. 네가 제일 빨리 가네. 시집 제일 늦게 갈 줄 알았는데.”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으여. 얌전한 괭이 새끼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 부러야.”


주현의 저 반듯한 얼굴에 나오는 걸쭉한 서남방언은 언제 들어도 찰지다. 적응도 안 되고. 내 친구들도 주현의 모습에 벙찐 듯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오빠. 이리 와봐. 옷매무새 다시 보자.”


태연이 내 재킷의 깃과 넥타이를 다시 매만져 주었다. 까만 눈동자로 날 올려보며 옷을 살펴주는 그녀의 모습에 뭔지 모를 뿌듯함과 사랑이 느껴졌다.


“이렇게 하니까 정말 내 사람 같다.”

“그 전에도 오빠 사람이었는걸?”

“그 때도 내 사랑이었지. 지금도 그렇고. 그런데 뭔가 결혼한 실감 난다고 해야 하나? 꼭 출근길 남편 보내는 사랑스런 새색시 같아.”


내 말에 태연이 아련한 눈길로 내 타이를 풀러 다시 매어주었다.


“아쉽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출근하는 우리 여보 타이도 매어주고, 퇴근한 남편 재킷도 받아주고. 왜 늦게 오냐고 배고프다고 전화로 잔소리도 하고.”

“월급 탄 날에는 따뜻한 치킨 한 마리 사들고 오고.”

“맥주 한 캔에 밀린 이야기도 하고.”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기대하며 같이 잠들고.”


살짝 눈시울이 불거진 그녀가 넥타이 매는 걸 마무리하며 말했다.


“그래도 타이는 내가 매줘서 다행이다. 내거라고 표시하는 거야. 어디 가지도 못해. 내 말만 들어야하고. 알았지?”

“당연하지. 이렇게 목 잡혔는데.”


팔을 벌려 그녀를 안는다. 주변의 사람들이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무거운 시선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그녀에게 상처를 줄까봐 나는 그녀의 머리를 품에 가득 안았다.

은은한 샴푸향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온다.

종경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자! 이제 시작해야지!”


오늘은 우리의 결혼식이다. 조촐하게 아는 사람만 모았다. 태연의 부모님과 오빠, 동생. 친구인 미영씨와 주현씨. 내 친구이인 종경과 재훈. 역시 장소는 재훈의 카페였다.

드레스와 턱시도까지 입을까 했지만 사진은 전에 찍었고, 또 조촐하게 하는 결혼식에 너무 오버가 아닌 가 싶어 약식으로 차려입었다.

종경의 사회가 시작되었다.


“신랑 입장해주십시오.”


나는 카페 중앙에 마련된 테이블 앞에 다가갔다. 거기엔 제법 커다란 웨딩 케이크가 있었고 좌우엔 붉고, 파란 양초가 하나씩 켜져 있었다.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주현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태연이가 아버님의 손을 잡고 내게 다가왔다. 아버님이 내게 태연의 손을 건넨다. 아버님의 눈을 마주보았다. 무척이나 복잡한 눈빛. 무슨 생각을 하실까?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물론입니다. 장인어른.”

“그리고 정말 고맙네.”

“제가 감사드립니다.”


주례는 따로 없었다. 대신 우린 각자의 각오를 말했다.

시작은 역시 신랑인 나부터였다.


“운명처럼 그녀를 만났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제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어느새 사랑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합니다. 저는 그녀를 죽을 때 까지, 아니 죽어서도 영원히 마음을 다해 사랑할 것입니다.”

“이 사람은 저에게 기적입니다. 나는 이 사람을 만나 세상을 알고, 나를 알고, 사랑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운명을 할 수 있다는 것, 저에겐 큰 축복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가 되겠습니다.”


종경의 말이 이어졌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 입맞춤이 있겠습니다.”


나는 그녀를 살짝 앞으로 당겼다.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촉촉이 담겨 있었다.


“우리 행복하자.”


그녀의 입에 나를 가져간다. 박수소리가 들린다. 비록 몇 뿐이 되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그 박수소리는 내가 들었던 어느 소리보다 크고 아름다웠다.

케이크 까지 커팅하고 나자 작은 우리만의 결혼식은 끝이 났다. 부케는 주현이 받았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부케를 가로챈 그녀는 우울해하는 미영을 마구 골려주었다. 그러나 부케 받고 빨리 결혼 안 하면 훨씬 늦게 가게 된다는 미영의 반격에 주현은 침몰했다.

준비한 음식을 먹고 있는데 아버님이 내게 오셨다.


“고맙네.”

“아닙니다. 따님을 저에게 믿고 맡겨 주셔서 제가 감사드립니다.”

“아이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지. 어렸을 때의 표정이 얼굴에 나왔어.”

“그렇습니까?”

“그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집주변을 뛰어 놀던 그 때의 얼굴이 말이야. 크면서 현실에 치이다보니 그 모습이 점점 없어졌더라고. 그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내 딸은 천진하고 밝은 아이가 아니라 지치고 과묵한 아이가 되어 있었더군. 그런데 지금 다시 밝은 그 때의 내 딸아이가 되어있어. 다 자네 덕분이야.”


아버님이 내 어깨를 두드려주신다.


“안타까운 일이지. 난 아직도 믿기지 않아. 저렇게 생기 넘치는 아이가 이제 곧 세상을 떠난다니 말이야. 너무 슬퍼서 슬픔을 모르겠어. 아마 저 아이가 떠난 후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그걸 느끼게 되겠지. 난 자신 없네. 이겨낼 자신이. 그러니 자네가 더 고마워. 나도 이런데 당사자는 얼마나 무서울까. 저 작은 아이가, 병원에 가서 주사 맞는 것도 무섭다며 좋아하던 피자를 사주고 나서야 애써 울음을 그치던 아이가, 그 날을 앞두고 얼마나 무서워할지 나는 상상도 못한다네. 그래서 고마워. 남은 시간이라도 그런 걸 잊고 행복할 수 있어서 말이야.”

“제가 더 아껴주겠습니다.”


그가 나를 품에 안아준다. 나이든 남성의 품에 안기는 것, 낯선 경험이었지만 나쁘진 않다.


“자네는 얼마나 무서울까. 가족도 없이 혼자. 그러면서 우리 딸을 품어주고. 미안하네. 그리고 고맙네.”


그의 말대로다. 나도 무섭다. 그렇기에 태연이는 내게 더욱 기적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더욱 흔들렸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태연이를 돌보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녀 덕분에 구원받는 것이다.


“아빠. 벌써 사위사랑 시작된 거야?”


웃으며 다가온 태연이 아버님의 품에 꼭 안긴다.


“그럼. 그래야 사위가 우리 딸한테 더 잘 해주지.”

“에이. 어떻게 더 잘해줘.”

“뭐야. 벌써 편드는 거야?”

“그럼. 이제 내 남편인데.”


아버님의 품에서 나온 그녀가 내게 안겨온다.


“이 케이크 맛있다? 크기만 클 줄 알았는데 맛있기도 해!”


그러면서 한 조각 잘라 내게 먹여준다.


“그러네. 부드럽고.”

“재훈씨 영 쑥맥인데 이런 건 잘 하나봐. 우리 주현이 소개시켜줄까?”

“주현씨가 너무 아까운데.”

“하긴 뭐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미 그 네 명은 뭐가 좋은지 하하 호호 웃으며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리 아기한테 여보라고 불러야겠네.”

“나도 우리 자기한테 그래야하나?”

“여보.”

“여보.”


태연이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팔을 연신 쓸어내린다.


“조금 부끄럽긴 하다.”

“그래도 좋다.”

“히. 나도.”


내가 의자에 앉자 그녀가 내 무릎에 앉았다. 그리곤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오늘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우리에게 소중한 날이니까.”

“치. 난 모든 날이 소중했는데? 우리 여보야는 아니었어?”

“나도 그랬어. 당연히.”

“다음에 이렇게 다들 모일 때는 그 날이겠네.”

“그렇지 그 날이겠지.”

“그 때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저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너무 슬퍼하면 나도 마음이 아플 것 같아.”

“그러게. 그 때도 울지 말고 웃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내 말에 그녀가 내 눈을 보며 웃는다.


“맞아 우리처럼.”


조금은 씁쓸한 표정의 어머님, 아버님. 마찬가지로 마음이 조금은 무거워 보이는 형님. 그저 웃으며 케이크와 음식을 먹고 있는 처제. 무언가 설레 보이는 하지만 그림자를 안고 있는 친구들. 그들은 무언가를 머릿속에서 내버리려는 듯 치열하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저 모습도 나쁘지 않지.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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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D-5 13.09.15 36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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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D-7 13.09.13 463 10 9쪽
23 D-8 +2 13.09.12 29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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