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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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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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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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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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3)

DUMMY

인형들은 그 능력 때문에 2-3기만 모여도 충분히 전술·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다.

특히나 어둠속에서도 시야 제한없이 이동할 수 있는 신체적 특성은 어딘가를 잠행하기에, 예를 들어, 도시 연합의 국경선을 넘는데 특화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아르센 이얀과 엘제어 나쉽은 구름낀 밤을 틈타 렌소 협곡의 국경선을 넘어 칼빈 초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물론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의장과 의회 대변인이 가는 길인 만큼, 렌소 협곡에서 살아남은 백여기의 인형들 또한 충분한 거리를 둔 채로 함께 작전을 수행중에 있었다.


“렌소 협곡을 빠져나오는데도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월영군과 도시 연합군을 피해 여기까지 오는데 거의 사흘이나 걸렸으니 말입니다.”


엘제어가 도시 연합의 국경 수비대가 혹시 나타날까 주변을 경계하며 그렇게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벨리안느의 행방을 놓쳤다는 거지. 그나마 그녀가 월영시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점은 다행인데..”


아르센이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이뤄지는 추격은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벨리안느가 도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길을 순찰하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예상했던 사항 중 일부 또한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월영군은 벨리안느를 노리고 렌소 협곡에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세니까요.”


엘제어의 말대로 월영군이 정말로 벨리안느를 쫓고 있었다면, 대륙의 공적을 붙잡는 일인만큼 도시 연합의 협조를 구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렌소 협곡에 있던 월영군은 국경선을 넘긴 했으나, 도시 연합 군사들이 접근하자 다시 월연방국으로 돌아갔다는 첩보가 있었다.

때문에 벨리안느를 추격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작전 때문에 렌소 협곡에 있었을거라 추측가능한 대목이었다.


“그래. 그럼 아직 월영군은 벨리안느의 생존 소식을 모른다고 볼 수 있지. 또 그 말은 우리가 마법 사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월영군이 아직은 모른다는 말이 될테고.”


“그렇다면 무슨 이유 때문에 월영군이 렌소 협곡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게다가 월영시로 향하던 벨리안느가 렌소 협곡에서 벌어진 전투에 휘말린 뒤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도데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엘제어의 말에 아르센의 머리속에 문득 떠오르는 사실 하나가 있었다.


“렌소 협곡 생존자 중 벨로나를 닮은 사람을 목격했다는 정보가 있었지 않았나.”


“······ 예. 하지만 월영군 최고 사령관이 있을 전투는 아니었기에..”


그랬기에 단순히 닮은 사람이 있었다고 결론 지은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월영군의 렌소 협곡 매복과 벨리안느의 갑작스런 선회 등 비정상적인 현상을 설명하기에 비정상적인 원인만큼 적절한 것이 없었다.


“.. 월연방국 대상으로 첩보를 강화하는 것이 좋겠어.”


아르센이 그렇게 말을 하고 다시금 생각에 잠긴 듯 침묵했다.


“전투지에 있었던 벨로나가 진짜 벨로나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전달된 정보상 그 사람은 그 어떤 호위 병력도 없이 저희 병사들의 공격을 받았지 않았습니까?....”


“벨리안느가 월영시로 가려는 이유는 단 하나. 벨로나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그런 벨리안느가 갑자기 다른 경로를 택했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벨리안느와 벨로나가 우연히 만났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벨리안느의 신변을 확보한 벨로나나 월영군이 왜 도시연합 국경선을 넘어 무언가를 추격했던 것일까요?”


엘제어의 의문에 아르센은 다시 긴 침묵을 가졌다.


“모든 일이 너무 복잡하게 꼬였어.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 정보전이 가장 약한 곳이 월 연방국이니, 모든 정보를 취합한 뒤 움직이려면 최소 두달 이상은 걸릴겁니다.”


사제 이외 일반 마법사라는 개념이 없는 월연방국은 인형들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국가였다.

때문에 그 소식을 듣기 위해서는 마법사로 위장한 정보원들이 월 연방국과 교역이 있는 도시 연합에 잠입하여 단편적인 정보를 얻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모든 정보를 조합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추격을 이어가면서 명령 발송 및 재회신이 이뤄져야 한다면, 엘제어가 말한 시간보다 더욱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뻔했다.


“그래도... 이건 아냐. 너무 시간이 걸려. 어짜피 벨리안느가 벨로나에게 갈 예정이었다면 차리리 벨로나의 행적을 쫓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의장님 말대로 정말로 벨로나가 월영시에서 벗어났다면 말이죠.”


“...확실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정보야. 더군다나 내가 유포레아스 공화국에 있는 것도 아니니 정보를 얻으려 해도 쉽지가 않은 실정이지. 그러니... 우리가 정보를 직접 찾을 수밖에 없겠지?”


“또 무슨일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오랜기간 그와 함께 했었기 때문인지 아르센의 말속에서 불길함을 느낀 엘제어였다. 따라서 돌발적인 그의 행동으로 공화국에서 멀어진 마당에 또 다시 어떤 말이 이어질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도신 연합의 도시중 노빌리스크라는 도시가 있어. 부랑자의 도시, 무한한 자유의 도시, 무법의 도시 등등으로 불리는 도시인데.. 그 만큼 온갖 사람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정보의 도시라는 별명도 있지.”


“설마....?!”


“그래. 우리끼리 노빌리스크로 잠입해서 정보를 최대한 모아보도록하자.”


“······”


엘제어는 뒷말을 삼가야만 했다.

자칫 상스러운 말을 내뱉을 뻔한 엘제어는 입을 꾹 다문 채 무혼반란 이후 최초로 인간 도시에 들어가자는 그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의장이 이간의 도시에 아무런 호위 없이 들어간다는 그 발상은 자살 행위라 여겨지는 것이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마. 어짜피 여기는 도시 연합, 그것도 노빌리스크로 가자는 거야. 대륙의 모든 인간들이 다 모이는 곳이고. 마법사, 부랑자, 부자, 용병단, 상인 등 별의 별 사람들이 모이니까 우리들도 문제없을 거야.”


“위험합니다. 만약에 정체가 들통 난다면 어떻게 손쓸 방도도 없이 끝장나고 말 것입니다.”


“엘제어... 나를 봐.”


아르센이 큰 소리로 그렇게 명령아닌 명령을 내렸고, 갑작스런 큰 소리에 놀란 엘제어는 반사적으로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난 완벽해. 누가 날 인형으로 보겠어? 기껏해야 마법을 감지하는 걸로 알겠지만, 마법사도 모이는 곳이야. 마법 감지만으로는 인형과 마법사를 구별할 순 없어.”


엘제어는 그렇게 말하는 아르센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의 얼굴에 그 눈빛은 정녕 사람의 눈빛이었다. 그 압도적인 눈빛 앞에서 엘제어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일단 노빌리스크로 향하도록 하죠.”


그 말을 끝으로 엘제어와 아르센은 방향을 꺽어, 노빌리스크를 향해 자신들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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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2) +1 20.10.19 56 2 7쪽
94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1) +1 20.10.15 59 2 8쪽
» [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3) +2 20.10.07 58 3 8쪽
92 [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2) +2 20.10.06 59 3 8쪽
91 [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1) +2 20.10.05 71 3 12쪽
90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3) +1 20.09.29 44 2 11쪽
89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2) +1 20.09.28 40 2 10쪽
88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1) +2 20.09.23 48 3 9쪽
87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3) +1 20.09.16 63 2 9쪽
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5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2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3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5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79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1 20.09.03 40 2 10쪽
78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1) +1 20.09.03 36 2 8쪽
77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3) +1 20.08.11 38 2 12쪽
76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2) +1 20.08.05 42 2 11쪽
75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1) +1 20.08.05 39 2 11쪽
74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3) +1 20.07.29 41 2 7쪽
73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2) +1 20.07.29 38 2 8쪽
72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1) +1 20.07.28 34 2 9쪽
71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5) +1 20.07.24 41 2 7쪽
70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4) +1 20.07.24 41 2 8쪽
69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3) +1 20.07.16 43 2 10쪽
68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1 20.07.14 40 2 9쪽
67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1) +1 20.07.14 43 2 8쪽
66 [2권] 6장 - 변곡점_ 1화_ 변화의 바람(3) +1 20.07.13 4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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