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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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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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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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DUMMY

누군가와 조우하는 것이 죽음으로 귀결되는 렌소 협곡의 현재 상황에서 가장 목숨이 위태로운 자들은 다름 아닌 벨로나와 샤즐이었다.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전투속에 월영군과 인형의 경우 그나마 아군을 만날 확률이라도 있다면, 두 사람에게는 마주하는 모두가 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인형들이다. 정면에서 3기.”


샤즐 노리탄이 다가오는 마력을 감지한 뒤, 벨로나에게 외쳤다.

그 말을 듣자마자 벨로나는 검을 틀어 쥐면서 인형들이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인형들은 빼곡한 숲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벨로나의 존재에 당황하여 흩어졌으나, 대륙 최고의 검희답게 깔끔한 공격에 머뭇거리던 인형 1기는 불우한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비켜라”


그 직후 샤즐 노리탄의 마법이 더해졌다.

인형들이 상쇄할 틈도 없이 구현된 기폭 마법에는 뾰족한 나무 조각들이 실려 있었고, 그렇게 일종의 화살 사례가 인형들 머리 위로 쏟아졌다. 비록 인형을 완벽히 처분할 수준의 공격은 아니었으나, 몸 곳곳에 박힌 수 십개의 나무 조각들은 인형들의 움직임에 제약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단 2기의 인형을 상대하는 벨로나에게 그 정도의 부상을 안긴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어떤 인간에게서도 보지 못한 빠른 공격 앞에서 인형들은 별다른 저항조차 못했고, 그런 인형들의 목을 손쉽게 내리친 후 벨로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다시금 전투를 이어가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정리하던 벨로나는 불길한 증상을 느끼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신체 향상의 한계 증상 중 하나인 신체 떨림이 검을 쥔 손에서 나타났던 것이었다.


“샤즐 사제, 아무래도 다시 협곡 상층부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체 향상 없이도 싸우려면 이런 공터에서는 불가합니다.”


“이 늙은이도 더 이상 신체향상을 하는 것은 무리다. 사실 걷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할 것 같군 .... 전방에서 인형 30기가 접근 중이다.”


“30기 말입니까?!”


“아마 내 마력 기운을 감지하고 접근하는 듯 한데”


모든 인형들이 마력 감지가 가능했기에 샤즐의 마력을 감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였다.

그러나 주어진 목적에만 움직이는 인형들이 그것도 2개 소대급의 인형들이 마력 감지에서 벗어나, 목표로 삼아 쫓아온다는 것은 의아한 상황이었다.


물론 정규군으로 보이는 이들이 렌소 협곡에 나타난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어찌 되었던 살아남지 못하면 그 의도를 밝힌들 의미가 없을 것이었다.

때문에 30기의 인형을 상대할 방법에 집중하려 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일단 상층부로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가도록 하지요.”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벨로나는 발걸음을 재빨리 옮겼다.


“카니엘은 어떻게 할 건가? 이렇게 이동하면 할수록 찾기 힘든거.... 알고 있지?”


“... 살아서 렌소 협곡을 빠져나온다면... 저희를 따라올 것입니다. 그도 대략적인 이동 경로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 말은 이 난장판 속에서 카니엘을 찾기 보단, 각자의 재량으로 렌소 협곡을 벗어나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월영군 최고 단장다운 이성적이며 타당한 결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샤즐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허.. 그래도 월영시에서 목숨을 걸고 자네를 구금소에서 빼낸 병사가 아닌가.”


“...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오히려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격군의 주요 목표 대상이 저나 사제님일테니, 만일 그가 월영군과 조우한다면 목숨은 부지할테니까요.”


“... 부디 그러길 바라지. 전방 500보폭까지 다가왔다. 이쯤에서 나는 마법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카니엘의 행방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는 상황이 오자 그렇게 재빨리 벨로나에게 마력 감지 정보를 알려준 샤즐이었다.


“전방에서 대기하였다 기습할 겁니다. 혹시 인형들이 접근하시면 알려주십시요.”


일종의 명령이었기에 벨로나는 그의 대답이 이어지기도 전에 샤즐이 말한 방향으로 돌격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인형이 나타날 거리까지 나아간 벨로나는 곧 이어 수풀 사이로 인형들의 돌격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검을 가슴팍에 가지런히 세운채 그 소리를 잠잠히 듣고 있던 벨로나는 본능이 일깨워주는 순간에 맞춰 있는 힘껏 하늘 위로 도약을 했다. 그렇게 나뭇가지를 밟고 솟구쳐 올라가던 벨로나는 공중에서 몸을 한바퀴 돌린 뒤, 다시금 두터운 나뭇가지를 도약판 삼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는 발 아래에서 지나가는 인형 중 가장 후미의 목표물을 향해 번개가 내려치듯 온힘을 다해 낙하를 했고, 영문도 모른채 급습을 받은 인형 1기는 순식간에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1기를 처리한 뒤, 벨로나는 곧바로 그 옆에 있는 인형과 칼부림을 벌였다.

종잡을 수 없는 공격 방법과 그에 걸맞은 빠른 속도 앞에서, 인형들은 다른 월영군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전에, 시퍼런 칼이 목에 들어오는 것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기습공격은 2기 이상을 처분하는 것 이외 무리가 있었다.

곧 바로 인형들은 벨로나의 기습에 대비하여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공격 횟수보다 방어하는 횟수가 더 많아지자 벨로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나뭇가지를 밟고 다시 위로 솟구쳐 올라가기 시작했다.


평지에서 극복하기 힘든 수적 열세를 움직임이 제약되는 공중에서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었지만, 곧 벨로나는 수적 열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에 봉착 했음을 느꼈다.


신체 향상 효력이 다하여, 도약 도중 신체가 점점 무거워졌던 것이었다.


“.....”


자신을 따라 솟구쳐 올라오는 인형들을 보며, 벨로나는 부작용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계치까지 신향구를 사용할지, 아니면 나중을 대비하여 지금은 자신의 검술에 사활을 거는 것이 옳은지 선택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 순간, 뜻밖에도 선택을 미루게하는 대답이 그녀의 발밑에서 날아들어왔다.

자신의 발밑까지 쫓아오던 인형들이 광풍으로 저 멀리 휘날려간 것이었다.


“샤즐..”

벨로나는 하늘이 뒤집힌 상태에서 마법을 사용해준 샤즐 노리탄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느새 샤즐이 마법 구현 준비를 끝내고 전투지까지 직접 와준 것이었고, 역시 전투 사제의 수장이었던 자의 판단이라 생각하며 벨로나는 무사히 발을 땅에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괜찮나?”


신체 향상의 끝자락에 있었던터라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벨로나가 휘청거렸고, 그 모습에 샤즐이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신체 향상 효과가 다 되었습니다. 인형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은 이제 힘들겠군요.”


“침착하게 삶을 포기하자라는 말로 들리는 군. 그럼 너라도 도망가라. 인형들은 내 마법력에 이끌려 온 것이니까.”


“그럴 수 있으면 벌서 했을 겁니다.”


“말이라도 곱게 해주면 고맙지, 너무 매정한 말 아닌가? 아무튼 그 냉정한 판단력으로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어때, 가능성 있겠나?”


“반대로 저또한 묻고싶군요. 마법으로 어떻게 방법 없겠습니까?”


“네가 인형들을 상대로 충분한 시간만 벌어준다면야 불가능할 것도 없지.”


샤즐의 말에 벨로나는 협곡을 떠도는 흐릿한 먼지에 산란된 햇빛이 비치는 숲을 바라볼 뿐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잘 알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해 보게.”


꼬박꼬박 말대답을 이어가던 벨로나가 침묵하자 상황을 짐작한 샤즐이 그렇게 말했다.


“부작용을 감안하고 신체 향상을 한계치까지 복용한채 싸워 볼 수는 있습니다만, 그렇더라도 남은 인형들 모두를 상대하긴 역부족입니다.”


벨로나가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인형 정예병을 상대로 평범한 마법 공격은 효과가 없다는 가정하에,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형은 십여기 안팍이 될 것이었다.


“흠.. 그렇다면 그래서 말인데 제안 하나 할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은 없고, 시간만 지나가는 상황에서 샤즐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벨로나는 격하게 반응했다.


“좋은 방법이 있는 겁니까?”


“자칫 잘못하면 신체향상 부작용을 넘어서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네만, 성공한다면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긴 있지.”


조심스레 이어지는 샤즐 노리탄의 말과 동시에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인형들이 좀 전의 공격을 추스르고, 대형을 다시 갖춘 채 돌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해보지요.. 어짜피.”


그 마지막 순가까지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벨로나는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동시에 사방에서 달려오는 인형들을 육안으로 확인한 벨로나는 샤즐의 행동과 별개로 자신은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샤즐이 달려나가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고, 동시에 그녀의 뒷목을 붙잡는 것이었다.


그 돌발적인 행동에 벨로나가 채 놀라기도 전에 샤즐의 손에서 빛이 번쩍했고 벨로나는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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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1) +2 20.09.23 4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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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4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1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2 2 7쪽
»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4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79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1 20.09.03 3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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