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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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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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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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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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1)

DUMMY

깍아내리는 듯한 협곡 위에 하늘을 찌를듯이 자란 침엽수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때문에 협곡 아래에서 올려본 풍경이 마치 장창을 든 수 만의 병사들에 포위 당한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여, 매복 협곡이란 별명이 붙은 이곳.


렌소 협곡은 월연방국과 도시연합 국경선으로 이어진 길 중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험한 길이었다.


그 험한 지형 때문에 도시연합과 월 연방국 각 국에게 뼈 아픈 패배의 기억이 담겨있는 이곳은 역사가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울창한 나무 때문에 낮에도 길을 잃기 십상인데다, 달빛 없는 밤에 성급히 이동할 경우 절벽 아래로 추락사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벨로나 일행은 그런 소문을 뒤로한 채, 땅거미가 내릴 무렵에 맞춰 렌소협곡을 통과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추격을 떨쳐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예상보다 산세는 더욱 험했고 그렇게 추락 위기를 몇번 격게 되자 자연스레 이 선택이 옳은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되는 것이었다.


“정말 이 길이 맞는 것 입니까?”


카니엘의 말투는 평소와 다름없었으나,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가 괜찮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렌소협곡의 길은 험하기는 하지만 단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절벽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보면 도시 연합으로 가는 길이 나올 겁니다.”


“아, 이거 그래도 발아래는 보면서 가야 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저 녀석의 감만 믿고 가도 되는거냐?”


카니엘과 달리 감정을 절제할 필요가 없는 샤즐 노리탄의 목소리에는 상당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


“현월수의 야간 시력은 인간보다 월등합니다. 그런 현월수와 제가 동화되어 있으니 위험스러운 일이 있다면 저 또한 인지할 수 있는 바, 불미스러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벨로나는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앞서가는 현월수의 꼬리털을 한번 쓰다듬었다.


방금의 대화처럼 벨로나 일행은 현월수를 선두로 발 밑조차 볼 수 없는 어둠을 헤치며 산행을 강행하고 있었다.


물론 여태껏 해왔던 고속행군에 비해 그 속도는 매우 더뎠지만,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긴장 때문에 피로는 배가 되는듯했다.


특히 항상 마차나 현월수 등 이동 수단을 이용하여 움직였던 샤즐로서는 산행 자체가 고난이었기에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그렇게 심신이 만신창이인 가운데, 무심결에 내뻗은 발이 나무 밑둥에 걸려 넘어질뻔 한 샤즐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걸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결국 모두가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개고생을 해야 하나! 빌어먹을 트리스트 자식 때문에 이 무슨..”


“샤즐 사제님. 조금 목소리를 낮추시지요. 말씀드렸다시피 길이 단순해서 누군가 조우하거나 매복 당하기도 쉬우니까요.”


벨로나가 나무라듯 그렇게 말했지만 샤즐의 중얼거림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 덕분에 주위력이 떨어진 그는 다시 한번 어둠속 무언가에 무릎을 찧고 말았다.


“젠장!”


상처가 생긴 것이 분명한 충격이었기에 그 정도를 살피려 했으나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은 그는 결국 마법을 시전하려했다.


“그만하십시오.”


그 마법을 감지한 벨로나가 명령에 가까울 정도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샤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마법을 이어나갔고, 그렇게 공중에서 빛이 두 세번 번쩍이며 주위에 발광 마법이 시전되려던 찰나였다.


“정신 나갔습니까? 우리는 쫓기는 몸입니다.”


결국 그 상황까지 이르자 벨로나는 샤즐 코앞까지 다가서며 모여든 불빛을 흐트렸고, 그 행동에 샤즐 또한 거칠게 반응했다.


“지금 몇 시간째 걷고 있는지는 아나? 자네들은 군인이지만 나는 다르지 않는가?”


14시간째 걷고 있었기 때문에 사제인 샤즐의 피로와 짜증도 이해할만한 것이었다.


“추적자들에게 쫓기게 된다면 그 때는 이것보다 더한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왜 모릅니까?”


“하지만 그들을 월영시를 벗어나고부터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 트리스트 자식은 월영군으로 우리를 쫓는 것보다 도시 치안에 신경을 썼을 거란 말이다.”


도주 기간 동안 추격의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특히나 신향구를 활용한 월영군의 추격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기에 못해도 3-4일 전에는 따라잡혔을 것이라는 것이 샤즐의 논리였다.


“국경선을 넘고 난 뒤에는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동선을 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월연방국을 벗어 날 때까지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특히 추격군이 있다면 렌소 협곡을 제일 우선 순위로 선정할 것이기 때문에..”


벨로나의 설명이 툭 끊어졌다.


선두에 있던 현월수가 낮게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세드릭 부단장과 조우했을 때, 동일한 증상을 목격한 바 있는 일행들은 그 즉시 주변을 살폈다.


“적을 감지한건가?”


“..부디 아니길 바랍니다만. 일단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주위를 둘러봐도 암흑만 있을 뿐, 다른 기척을 발견하기 힘들자 벨로나는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 이후, 곧바로 이동을 재개했으나, 가파르고 좁은 길 때문에 속도를 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최초로 위험을 인지한 곳에서 겨우 100여 보폭도 벗어나지 못한 시점에서, 카니엘의 시선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단장님 저기!”


카니엘이 다급히 벨로나의 어깨를 붙잡고 목격체 방향으로 틀었다.


“······”

협곡 상층부.

그곳에서 불빛 하나가 어둠에 사라질 듯 말듯 반짝이고 있었다.


벨로나가 정확히 어떤 종류의 불빛인지 확인하려는 그 순간, 협곡 다른 곳에서도 불빛들이 솟아나듯 피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암흑 속에 빛나는 맹수의 눈처럼 노란 불빛들이 렌소협곡을 수놓더니, 정신 차렸을 때는 골짜기 중심으로 양측 상층부 전체가 불빛들로 가득한 상태였다.


“포위당했군요.”


벨로나의 말은 침착했으나 저도 모르게 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월영군.. 이겠지요?”


“아직 월 연방국 영토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월영군이라 판단됩니다.”


“트리스트가 보낸 추격대란 말인가?!”


“인근에서 경계 중인 국경 수비대이길 기대 해볼만 하지만, 어쨌든 그 경우라도 이곳을 벗어나야하는 것은 변함 없습니다. 하여 다시 이동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협곡 상층부에 떠 있던 횃불들이 일제히 벨로나 일행이 위치한 산등성이로 방향으로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국경 수비대의 경계 작전이라면 근무지를 이탈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노골적으로 일행의 방향으로 다가오는 그 움직임이 뜻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저희를 노리는 추격대임이 확실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겠군요.”


벨로나가 그렇게 말하며 월첨검을 뽑아들며 굳은 표정으로 점차 다가오는 횃불들을 살폈다.


그 행동에 카니엘과 샤즐은 가장 최악의 장소와 시점에서 추격군과 맞닿드렸음을 깨달았고, 동시에 길고 긴 밤을 보내야 할 것을 직감했다.


작가의말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복귀 합니다.


쉰만큼 오늘 하루는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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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1) +2 20.09.23 48 3 9쪽
87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3) +1 20.09.16 62 2 9쪽
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4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1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2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4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79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1 20.09.03 39 2 10쪽
»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1) +1 20.09.03 36 2 8쪽
77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3) +1 20.08.11 38 2 12쪽
76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2) +1 20.08.05 41 2 11쪽
75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1) +1 20.08.05 39 2 11쪽
74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3) +1 20.07.29 40 2 7쪽
73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2) +1 20.07.29 38 2 8쪽
72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1) +1 20.07.28 3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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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4) +1 20.07.24 40 2 8쪽
69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3) +1 20.07.16 42 2 10쪽
68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1 20.07.14 40 2 9쪽
67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1) +1 20.07.14 43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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