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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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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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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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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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DUMMY

부서진 지층이 완만한 협곡 경사면을 따라 내려 갈수록 온몸을 뒤흔들던 충격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자 안간힘을 다해 나무나 바위에 붙들려 있었던 벨로나 일행들은 드디어 제대로 된 생각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먼지가 사라지기 전에 뛰어내려, 협곡 골짜기를 따라 포위망을 뚫을 겁니다!

그러니 제 신호에 맞춰 뛰어내리되 신체 향상 마법 또한 잊지 마십시요! 모두 이해하셨습니까?”


벨로나가 눈 앞을 가득 메운 먼지 사이를 뚫고 그렇게 외쳤고, 샤즐과 카니엘은 재빨리 신체향상구슬을 복용함과 동시에 외마디 외침을 내질러 그녀에게 답해 주었다.


대답을 확인한 벨로나는 내려가는 동안 부서져 얼마 남지 않은 지층에서 그나마 전방 시야를 볼수 있는 높이의 바위로 조심스레 올라갔다.


“준비 하십시요!”


몸을 한껏 낮춘채 바위를 붙잡으며, 뿌연 시야 틈사이를 살피던 벨로나가 돌연 그렇게 외쳤다.


그녀의 시야에 풀숲이 우거진 공터가 들어왔던 것이었다.


“지금!”


그 공터를 지나치는 그 순간, 벨로나는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현월수와 함께 지층에서 뛰어내렸다.

현월수의 도움을 받아서 다소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던 그녀 뒤로, 샤즐 노리탄이 다음으로 뛰어내렸고, 카니엘이 그 뒤를 따라 뛰려던 순간이었다.


일순간 엄청난 진동과 함께 딛고 있던 땅이 흔들렸고, 카니엘은 발을 헛딛으며 뛰어야 할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카니엘!”

짧은 순간이었지만 지층은 꽤 이동해버렸고, 뿌연 먼지 속에서 들려오는 벨로나의 외침이 멀게만 느껴졌다.


카니엘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일단 이 지층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일단 지표면과 최대한 거리를 둔채 뛰어내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무작정 하늘 높이 도약을 해버린 카니엘은 착지하면서 옅어지는 먼지 사이로 뾰족한 나뭇가지 끝을 보게 되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그 나뭇 가지들 사이로 떨어지면서 공포로 바뀌었고, 마침내 채찍처럼 카니엘의 온몸을 휘갈기던 나뭇가지의 공격이 끝나자, 곧 엄청난 충격이 찾아왔다.


신향구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어딘가 부서지거나 중상 이상의 부상을 당했을 정도로 심한 충격이었다.


“제길...”


카니엘이 그렇게 외치면서 그 충격을 이겨내고 일어나려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달리 후들거리는 다리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14시간의 살인적인 행군 뒤 이어진 추격군과의 전투로 그의 다리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카니엘은 다시금 일어나려했으나, 이번에는 급작스러운 어지럼이 카니엘은 엄습했다.


시야가 흐려지고 주위는 빙글 빙글 도는 가운데, 신체향상 마법 부작용인지 의심한 카니엘이었으나, 지금이 두번째 복용이었기 때문에 한계까지는 아직 한번은 남은 상황이었다.


“벨로나 단장님...”

신체 향상 부작용이 아니라면, 추측 가능한 사유가 없었고, 그렇게 아무런 대처도 못한채 카니엘은 신체 일부가 발작하는 증상을 견뎌야 할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어디 선가 환청마저 들려오는 상황에 결국 그는 비틀거리다 손을 땅에 짚고선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였다.

익숙한 느낌이 카니엘의 온 몸을 휘감았다.


익숙하지만 결코 달갑지 않은 느낌.

수면 아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온몸을 지배하려는 감정들.

핏빛 달빛과 화염이 넘실되는 창밖. 그리고 널부러진 인형의 시체와 형의 시체.


머리속이 온통 악몽의 장면들로 가득해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카니엘은 오직 한가지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고, 복수라는 삶의 목표를 안겨준 존재들이 근처에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복잡했던 머리속이 정리되면서 흐릿했던 시야 또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불규칙하게 떨리던 신체 또한 원래대로 돌아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검을 빼들고 똑바로 일어서게 되었다.


“인형..”


잠시간 감고 있던 눈을 뜨며, 큰 심호흡과 함께 카니엘은 질주를 시작했다.


////////////////////


인형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겨우 골짜기쪽 매복조를 대피시키고, 다시금 추격 소대를 편성하는 가운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수 없는 인형들이 렌소 협곡에 등장했고, 추격군은 그렇게 산별적인 전투를 벌려야 했다.


“제기랄! 도대체 저것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모든 소대원들은 본대로 귀환하도록. 전투중인 소대도 퇴각이다!”


서서히 걷혀가는 먼지 사이로 군데군데 인형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자 타하란이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지형이 험하여 도주가 쉽지 않습니다.”


“벨로나 일행은 어떻게 합니까?”


“본대로 인형 2개 소대가 돌격해 오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우선 순위의 혼선.


어느 것부터 해결해야 할지 파악하기 힘든 일들이 연속해서 보고 되는 가운데, 타하란은 자신의 복수 대상의 장점을 본받고자 했다.

목표를 위해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되기보다 눈 앞의 일의 우선 순위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의 방식을 따르기로 한 것이었다.


“현 시간부로 목표를 벨로나에서 인형의 섬멸로 바꾼다. 협곡 아래 2, 3 중대는 한데 집결하여 방어진을 치되 나머지 중대들은 이곳 본대로 집결한다! 3,4 중대는 본대 서편. 나머지는 동편에 위치할 수 있도록!”


타하란의 신속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형이 지형이라 명령이 이행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곧 타하란이 생각한대로 부대들이 편성되자 일대일 격전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즉 각개전투가 뛰어난 인형들의 공격이 월영군의 전술 작전에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었고, 그렇게 타하란이 원하는 전투 대형이 갖춰질 때까지 추가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각 중대, 인형들을 격파한다.”


그렇게 모든 전황이 갖춰지자 타하란이 두 번째 명령을 내렸고,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로 인형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각 신체가 무기 자체인 인형들은 여차하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병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살인 병기도 4명이 1개조가 되어 격파하는 월영군의 전술적인 공격에 약점을 보였다.

물론 그 공격 또한 각개 전투 단위에서만 효력이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협곡에 나타난 인형들은 최소 단위로 산개하여 이동하고 있었고, 덕분에 월영군의 공격은 극대화될 수 있었다.


인형 한기가 칼을 내뻗었지만, 그의 대상은 칼끝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 위에 있었다.

신체 향상을 사용한 월영군 병사가 인형의 머리 위까지 도약하여 검으로 내려쳤던 것이었다.

그에 맞춰 인형은 자신의 비정상적인 두께의 왼팔을 틀어 올려 막았으나, 그 틈에 또다른 월영군 병사의 공격이 이어졌다.

같은 조였던 다른 두 명의 병사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돌아 들었던 것이고, 그 돌격에 인형이 어떤 대처도 하기 이전에 그 둘은 인형의 양팔을 깔끔하게 도려내었다.


그와 동시에 먼 발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가 엄청난 속도로 도약하여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인형의 목을 잘라내었다.


그렇게 신속히 인형 1기를 파기한 4인 1조의 월영군이 벌이는 전투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였다. 단독이 아니라 소대 단위의 인형 부대와 조우한 월영군은 어김 없이 마법을 동반한 공격으로 밀려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전투가 물러설 곳이 없는 좁은 길목에서 발생했기에 적과 마주할 때마다 어느 한쪽은 반드시 필멸하게 되었고, 그렇게 팽팽한 전세 속에서 전투 양상은 섬멸전의 형태를 띄어 렌소 협곡을 비명과 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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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2) +1 20.09.28 40 2 10쪽
88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1) +2 20.09.23 48 3 9쪽
87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3) +1 20.09.16 62 2 9쪽
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5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2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2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5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79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1 20.09.03 39 2 10쪽
78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1) +1 20.09.03 36 2 8쪽
77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3) +1 20.08.11 38 2 12쪽
76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2) +1 20.08.05 41 2 11쪽
75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1) +1 20.08.05 39 2 11쪽
74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3) +1 20.07.29 40 2 7쪽
73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2) +1 20.07.29 38 2 8쪽
72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1) +1 20.07.28 3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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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3) +1 20.07.16 43 2 10쪽
68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1 20.07.14 4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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