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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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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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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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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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DUMMY

“마지막으로 묻는다. 정체가 무엇이냐?”


벨리안느 이얀은 눈앞에 피를 뒤집어쓴 채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오는 사내에 질겁하고 말았다.


물론 칼부림을 나눴던 좀 전보단 덜 공격적인 자세였어도, 이미 놀랄대로 놀란 상태였기에, 그리고 무언의 마법사라 불릴만큼 애초에 말수가 없었던 그녀였기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인형이냐 아니냐?”



그런 그녀에게 사내는 다시 한번 물어왔고, 벨리안느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사내의 이번 질문은 입을 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벨리안느는 서둘러 고개를 한번 내저었다.



정체 불명의 소녀가 고개를 내저었으나 카니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심을 쉽게 떨쳐내진 못했다. 하지만 이내, 재수 없게 전투에 휘말리게 된 여행자 혹은 도망쳐나온 노예일거라는 낮은 확률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 결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보다 벨로나를 찾으러 떠나기로 판단이 섰고, 그렇게 카니엘은 그녀를 등진 채 협곡 상층부로 발걸음을 내디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로의 갈 길을 떠날거라 생각했던 카니엘은 소녀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자 카니엘은 또다시 걸음을 멈춰야 했다.


“뭐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니엘은 월첨검을 세우며 경계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벨리안느는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없었다.

믿기지 않지만 눈 앞의 사내와 최초로 조우했을 때, 그는 분명히 벨로나의 이름과 직책을 큰 소리로 말했었기 때문이었다.


“따로 할말 이라도?”


사내의 다그침에도 벨리안느는 제대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대뜸 벨로나를 아는지, 그녀가 여기에 있는지를 물어보기에는 사내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월영시에 있을 벨로나가 렌소 협곡에, 그것도 이 난잡한 전투를 치룬다는 상상이 되지 쉽게 않았다. 물론 자신이 모르는 어떤 작전 때문에 그녀가 군대를 이끌고 나왔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월영군 최고 단장이 이끄는 군사 규모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벨리안느는 똑똑히 사내가 벨로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었다.

그랬기에 저 사내가 찾고 있는 벨로나란 사람이 자신이 찾아가려던 벨로나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옳았다.


“그게....”


“조심해!”


마침내 벨리안느가 조그맣게 입을 열어 말을 하려는 순간 카니엘이 벼락같이 뛰쳐나가며 외쳤다.


소녀 뒤쪽 숲에서 월영군 추격군 3명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달려 들었던 것이었다.


카니엘의 급작스러 돌격은 그러나 신향구를 사용한 월영군 앞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단 한번의 발 동작으로 카니엘의 돌격을 비켜낸 월영군은 곧바로 카니엘에게 공격을 퍼부었고, 신체 향상 효과가 떨어진 카니엘은 오직 감으로만 공격을 받아내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제길..”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손목 보호대로 가깟으로 막아낸 카니엘이었으나, 보호대가 박살나며 전달된 충격으로 그의 왼손은 잠시동안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카니엘은 재빨리 검으로 큰 호를 그리면서 주위에 있던 추격군을 잠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 짧은 틈을 이용해서 카니엘은 신체향상 구슬을 꺼내었고, 사용 한계치인 3번째 구슬을 힐끗 쳐다보다 이내 곧바로 자신의 목뒤에 난 각인진에 흡입시켰다.

그 순간, 추격군 명은 신체향상 효과가 나타나기 전의 그 짧은 틈을 이용하기 위해 동시에 카니엘에게 달려 들었다.


어떻게든 두 명의 공격은 힘겹게 쳐낼 수 있었던 카니엘이었지만, 그 때문에 뒤에서 돌파해오는 월영군의 움직임까지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시퍼런 검날이 뒤쪽 늑골을 향해 뻗어왔을 때야 눈치챈 카니엘은 대처하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새파란 검날과 대조적인 금빛 물결이 카니엘 눈앞에서 출렁거렸다.


눈에 쫓기 힘든 벨로나의 검술 뒤로 잔상처럼 따라다닌 그 출렁거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카니엘은 순간 벨로나가 나타난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금빛 물결의 주인공은 벨로나가 아닌 정체모를 소녀였고, 그럼에도 그녀가 공격해온 월영군을 밀쳐냄으로서 목숨을 건지게 된 결과는 똑같이 펼쳐졌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갑작스레 등장한 정체모를 소녀에 순간 머뭇거린 추격군은 이윽코 날아든 마법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서 숲 저편으로 나동댕이 쳐졌다.


“마법을 쓰는 놈부터 제거해!”


남은 두 병사는 재빨리 가장 큰 위협 요소부터 제거하기 위해 그렇게 단말마를 외치며 벨리안느에게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는 카니엘이 그 공격을 막아섰다.


하지만 신체 향상의 한계치까지 사용한 카니엘의 몸상태로 월영군 2명을 모두 상대하기란 벅찼다.

때문에 처음 양쪽의 합을 막아내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머리와 가슴으로 각기 찔러오는 공격을 모두를 막아낼 순 없었고, 결국 우편 상판의 월영군 미늘 갑옷을 쪼개고 가죽 조끼에 닿는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숨이 턱 막히고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 카니엘은 그렇게 추가로 이어지는 추격군의 2차 공격에 그대로 목일 날아갈 찰나였다.


“엎드려!”


카니엘 뒤에 있던 벨리안느가 카니엘을 밀치며 앞으로 다시 나왔고, 그와 함께 그곳에 있던 모두는 생전 처음보는 마법에 넋을 놓고 말았다.


통상적인 전투에서 마법사가 근접전을 허용하게 되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제한적이었다.

보병들은 시전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쉴틈 없이 공격하는 것이 정석이었고, 그 변화 무쌍한 전투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인 마법은 기폭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 몇 합만을 나눈 짧은 시간동안 소녀가 시전한 마법은 기폭 마법 따위가 아니라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마법이었다.


“저..저게..”


쓰러진 카니엘 위로, 그리고 소녀 앞에 지름이 사람 크기만한 핏빛 구가 공중에 떠있었고, 그 외견에 월영군은 뒷걸음질 칠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살아 숨쉬는 생명처럼 핏빛구가 소용돌이 치며 제멋대로 모양을 변화시키며 추격군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후...후퇴!”

괴물처럼 날뛰며 서서히 다가오는 그 괴기한 마법에 추격군이 택할 길은 하나 밖에 없었다.


“괜찮나?”

그렇게 추격군이 사라진 잠시 뒤, 혹시나하는 마음에 끝까지 추격군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던 카니엘은 이내 소녀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렇게 물었다.

그 물음에 소녀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카니엘 또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단 감사의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덕분에 목숨을···”

카니엘이 말을 이어가다말고 손으로 땅을 짚을 정도로 휘청거렸다.

이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한 어지러움이 찾아왔고, 독이라도 퍼진듯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땅바닥에 그대로 눕지 않고서는 버틸수 없는 것이었다.


신체향상 마법의 한계 부작용.

신체 각 부위가 마법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그 기능이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그 부작용은 교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겪어본 적이 없은 카니엘이었다.

따라서 마치 가느다란 철심을 혈관을 따라 쑤셔넣는 듯한 고통을 난생 처음 느껴봤고,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비명을 내지르려던 찰나 누군가의 손길이 이마에 닿는 것을 느꼈다.


“.. 신체#Ϫ 작ЋЁ..?”

힘겹게 올려다본 시선에서 들어온 것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 어서Ћфж 해ЋЁ..”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귀속이 윙윙 울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걱정스레 바라보는 눈빛은 전달되었고, 그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던 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바로 주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풍경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빛이 번쩍하다가도 갑자기 모든 것이 캄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점점 모든 것이 어둠에 잠기는 것과 동시에 카니엘은 의식을 서서히 잃었다.


작가의말

2권 중반부에서 남/여 주인공이 만났습니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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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1) +1 20.10.15 59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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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1) +2 20.10.05 70 3 12쪽
90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3) +1 20.09.29 4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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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3) +1 20.09.16 62 2 9쪽
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4 2 11쪽
»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2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2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4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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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3) +1 20.07.16 43 2 10쪽
68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1 20.07.14 40 2 9쪽
67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1) +1 20.07.14 43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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