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8,298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0.09.29 13:43
조회
43
추천
2
글자
11쪽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3)

DUMMY

월영시의 중심에서 동쪽으로 약간 치우친 곳.

거대한 원형 광장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둘러서있는 모습이 시계 눈금과 같다고 하여 시계 광장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광명대로가 소비 문화의 중심지라고 한다면, 시계 광장은 각종 무역 거래소가 위치한 곳으로 월영시의 무역과 거래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륙 곳곳에서 모여든 진귀한 상품들이 가득한 가판대와 그 물건들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의 모습은 그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활기찬 시장의 모습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활기 속에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들이 오다니는 광장 한 구석에 수십 마리의 현월수들과 말들 그리고 1개 중대급 월영군 병사들이 사열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카릿치오스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이군요.”


사열된 월영군 앞에는 각종 작업도구라고 해야 할 것들과 건축 자재들 또한 열을 맞춰서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페니탈과 트리스트는 그 물품들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그 물품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고, 생각외로 큰 규모에 놀란 페니탈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동 방향은 숙지하였느냐?”


페니탈의 말에 반응하듯 트리스트는 상당히 특이한 모양의 거푸집 하나를 찬찬히 살피며 질문을 던졌다.


“물론입니다. 상당히... 직선적이라고 해야 할 길이더군요. 월영시에서 출발 월하시를 거쳐서 계속 남하한 뒤, 죽음의 땅을 건너서 그대로 쭉 카릿치오스 지방으로 가는 길이니까.”


월하시를 거치는 것을 제외하고 마치 자로 카릿치오스 지방으로 가는 길을 긋듯이 최단거리로 가는 길이었기에 페니탈이 그렇게 말했다.


“아마 힘든 길이 될 것이다. 월하시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 오지이니까. 비록 가로지르게 될 죽음의 땅 지역 중에 험한 지형은 없다만, 그곳 환경 자체가 사람이 지내기 힘든 곳이니...”


“그런데 굳이 죽음의 땅을 가로질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카릿치오스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는 하지만 도시연합 국경선을 따라 가는 방법도 있을텐데.”


“네 말속에 답이 있군.”


트리스트의 말에 페니탈은 역시나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작전은 단시간에 카릿치오스로 도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그 때문에 그 어떤 생명조차 살지 않는 ‘죽음의 땅’을 가로지르는 이동 경로를 택한 것이었다.


“이번뿐만 아니라, 네가 돌아올 길이기도 하니까 잘 익혀두도록.”


발걸음을 살짝 빠르게 하면서 트리스트가 재빨리 다른 물품들을 확인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최대한 빨리 이동해라. 적어도 한 달 안에는 도착해야하니까.”


“....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까?”


거리상 한 달이라는 시간내 카릿치오스로 도착할려면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이동해야하는 거리였기에 거의 살인적인 행군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벨로나가 그곳으로 갈테니까. 그 이전에 일을 끝내야지 않겠나?”


“··· 아직 벨로나가 카릿치오스로 향했다는 확정적인 물증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도시 연합으로 향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있지. 렌소 협곡에서 벨로나를 놓치고 말았으니까.”


확실히 추격대로부터 렌소협곡에서 인형과 전투를 벌였다는 것과 그로 인해 벨로나의 행적 또한 놓쳐 추가 추격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전달 받은바는 있었다.


“벨로나가 도시 연합에 투항할 가능성은..”


하지만 전달된 소식만으로 그녀가 카릿치오스로 갈거라는 보장은 없었기에 그런 상상을 해보았지만 이내 터무니없는 말임을 느끼고는 입을 닫아버렸다.

벨로나는 절대 적국에 투항할 인물이 아니었고, 차라리 스승의 말처럼 카릿치오스로 이동해 자신의 휘하에 있었던 흑표 부대를 이끄는 것이 그녀다웠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페니탈은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릿치오스에 흑표 부대를 그것도 피를로니아 부단장이 이끄는 부대를 배치한 것도 다 의도가 있었던 것이군요?”


페니탈이 그렇게 말하자 트리스트는 물품을 보는 행동을 잠시 멈췄다.


“일석이조의 이유였다. 일체주의 혁명에 벨로나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고, 그랬기에 흑표 부대의 단장과 부단장 모두가 월영시에 있다면 혁명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거래 생각했다.

또한 벨로나가 혁명 자체를 반대하여, 월영시와 월연방국을 벗어날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그녀의 이동 경로롤 제한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필시 벨로나라는 사람의 성격과 그녀가 할 행동을 정확히 예측을 하고 그에 대비하여 일체주의에 가장 유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때문에 벨로나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게 된 셈 아닙니까?”


“그래. 그녀라면 카릿치오스의 흑표 부대를 이끌고 이곳 월영시로 와서 다시 결판을 내려 하겠지.”


트리스트의 말에 페니탈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스승님. 그렇다면 정말 벨로나를 어떻게 하실 셈입니까?”


페니탈의 말에 트리스트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그는 오랜전에 내렸던 결정을 하는 것처럼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떴다.


“그녀를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벨로나가 온다면 맞이할 것이다. 그녀가 3천의 병사를 이끌고 온다면 우리는 3만, 아니 모든 월영군을 동원해서 맞설 것이고, 그 절대적 힘으로 벨로나를 제압할 것이다.”


“그리고는.....?”


“당연히 월영군의 복직시킬 것이다.”


페니탈은 여태껏 자신의 스승의 이야기 중 가장 비이성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나 비생산적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벨로나가 최고의 월영군 단장감이라고해도 그렇게 피를 흘리면서까지 그녀를 지켜낼 필요가 있습니까? 더군다가 그녀가 월영군 단장 자리를 다시 맡으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것도 수많은 예측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녀가 월영군 단장 자리를 맡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벌여 놓으면 벨로나는 분명 월영군 단장직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니까.”


트리스트의 답변에 페니탈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또다른 계획이 트리스트의 머리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여태껏 그래왔듯이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계획의 일부조차 파악하지 못할거라 직감이 되는 것이었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페니탈. 그러니 너는 벨로나가 카릿치오스로 갈 것이라는 것을 염두해 둔채 일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그녀가 오기 전에 마칠 수 있는 일이긴 합니까?”


어떻게 보면 살짝 자신감이 떨어진 말이었고, 페니탈 답지 못한 말이었다. 하지만 카릿치오스라는 월영시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세계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벨로나까지 신경 쓰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두렵느냐?”


트리스트는 잠시 멈춰서 페니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할 일이 불확실하니 그런 말을 드린 것 뿐입니다.”


“그래... 할 일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고, 벨로나가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그리고 곁에는 벨로나 충복마저 있다. 확실히 무언가 일을 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일지도 모르겠군.”


트리스트가 그렇게 말을 하다 손을 사제복 안주머니에 넣어서 무언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손가락 두 개 크기에 육각형 모양의 돌과 비슷한 것을 페니탈 눈앞에 꺼내어 보였다.


“이게... 무엇입니까?”


그 돌을 빤히 바라보던 페니탈은 곧 복잡한 문양의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로 그 특정 문양에만 반응하는 마법 결계를 무너뜨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마법진이었기에 결국 그 돌은 어떤 공간을 열수 있는 열쇠인 셈이었다.


“페니탈, 대부분의 고위 사제들.. 그러니까 혁명 이전의 제정론 고위 사제들 모두가 월연방국의 개국공신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갑자기 바뀐 대화 주제에 페니탈은 잠시 당황했으나, 일단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 전 병부사였던 샤즐 노리탄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장관들은 월연방국 개국에 힘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실력있는 자들이 월연방국의 개국에 참여했다는 말이 되겠지. 아무리 월연방국을 개국한 마법사라도 실력이 없으면 그 지위를 30년 이상이나 유지하기 힘드니까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내가 여기 월연방국의 사제로 들어온 것이 언제인줄은 아느냐?”


“10여 년 전 무혼반란이 일어난 이후로 알고 있습니다.”


페니탈은 대답을 하면서 약간의 베일에 싸여있었던 스승의 사제초기 시절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고개를 들어 트리스트를 보았다.

그러나 트리스트의 얼굴은 페니탈의 위치에서 제대로 볼 수 없었고, 그렇다고 감히 몸을 움직여 스승의 얼굴을 볼 수도 없었기에 그저 그의 뒷모습만 볼수 있을 뿐이었다.


“맞다. 월연방국에서의 10년. 짧다면 짧은 그 세월 동안 나는 정보부국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진 모든 재능을 쏟았고, 덕분에 최단기간에 고위사제라는 이름을 달 수 있었지.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다른 고위사제들에게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페니탈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의 말에 동의했다. 샤즐 노리탄 밑에서 제자 행세를 하면서 그가 트리스트 사제를 얼마나 못미더워했는지 잘 살펴보았기 때문이었다.


“실력이 있으면서 무슨 이유로 월 연방국 개국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의심을 하는 자들이 많았지.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무너져가는 일리오스 제국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실력있는 마법사들이 많았고, 그들이 건국한 것이 월 연방국이니까.

그래.. 그럼 과연 나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트리스트가 그 말을 하면서 주머니에서 꺼내놓았던 그 열쇠를 페니탈에게 건네주었다. 뜻밖의 행동에 페니탈은 놀라며 두 손으로 보물이나 되는 듯 그 열쇠를 받아들고서는 멍하게 트리스트를 바라보았다.


“이 열쇠가 그 해답이다. 이것은 내가 월연방국에 오기 이전, 모든 것을 생각하고, 계획했던 그 장소를 열어줄 열쇠이다.

즉, 네가 보게 될 것은... 진정한 일체일념(一體一念)인 것이지.

가라. 가서 과연 무엇이 진정한 힘의 집결인지 네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너 또한 진정한 일체일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임무를 네게 맡기는 이유이기도 하고.”


페니탈은 트리스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이해는 못했지만 여태껏 해왔던 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일이 카릿치오스에서 벌어질 것을 직감했다.


이때까지 자신이 알고 있었던, 아니 안다고 착각했던 일체일념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임무..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페니탈이 자신이 얻은 열쇠를 꽉 쥐며 그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깊은 상흔의 잔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5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2) +1 20.10.19 55 2 7쪽
94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1) +1 20.10.15 59 2 8쪽
93 [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3) +2 20.10.07 57 3 8쪽
92 [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2) +2 20.10.06 59 3 8쪽
91 [2권] 8장 -여정_ 2화_ 암행(暗行) (1) +2 20.10.05 70 3 12쪽
»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3) +1 20.09.29 44 2 11쪽
89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2) +1 20.09.28 40 2 10쪽
88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1) +2 20.09.23 48 3 9쪽
87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3) +1 20.09.16 62 2 9쪽
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4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1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2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4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79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1 20.09.03 39 2 10쪽
78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1) +1 20.09.03 36 2 8쪽
77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3) +1 20.08.11 38 2 12쪽
76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2) +1 20.08.05 41 2 11쪽
75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1) +1 20.08.05 39 2 11쪽
74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3) +1 20.07.29 40 2 7쪽
73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2) +1 20.07.29 38 2 8쪽
72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1) +1 20.07.28 34 2 9쪽
71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5) +1 20.07.24 40 2 7쪽
70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4) +1 20.07.24 40 2 8쪽
69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3) +1 20.07.16 43 2 10쪽
68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1 20.07.14 40 2 9쪽
67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1) +1 20.07.14 43 2 8쪽
66 [2권] 6장 - 변곡점_ 1화_ 변화의 바람(3) +1 20.07.13 40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