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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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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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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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1
추천수 :
502
글자수 :
8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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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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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동호회 3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동요한 탓에 잠시 차가 흔들렸다. 마나는 크게 반응하는 그를 의문을 담아 보았다.


“미안, 놀랐죠. 그게.... 갑자기 예쁜 목소리가 들려서 놀랐어요. 어휴, 다음부터는 헛기침이라도 하세요.”

“농담이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졸았어요? 피곤해 보인다.”


마나의 손이 이마에 올라왔다. 그는 이마에 머문 손의 주인을 힐끔 보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인데요?”

“아, 그 이야기요. 그런데 그 남자가 거기에 있었어요?”


어디를 말하나 싶을 때 마나가 몸을 슬쩍 흔들었다.


“아, 클럽... 네. 쫓아 나왔다가 절 보더니 띠꺼운 표정으로 들어가던데요.”

“푸하! 날씨도 그런 단어 쓰는구나...!”


왜 기뻐하는 표정일까. 그는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저 욕 잘해요. 잘 보이려고 안 쓰는 거지.”

“그래요? 저도 잘하는데. 영어로.”

‘압니다. 충분히...’


자꾸 이야기가 겉돌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잠시 보았다.


“왜.. 왜 그렇게 봤어요...?”

“사진 속 남자 잘생겼잖아요.”

“느끼하게 생겼던데. 우엑.”

“그래요? 음, 남자랑 여자랑 보는 기준이 다른가보다.”

“날씨가 백배는 잘 생겼어요. 안 꾸며도 멋있는데, 그 남자는 꾸며야 겨우 그 정도잖아요. 아마 화장도 하고 다닐걸요?”

“아, 랩퍼라던데요. 아버지는 국회의원이고.”


그 말을 작게 곱씹다 마나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기억났다! 맞아요. 방송에 나오지도 않는 래퍼인데, 아버지는 꽤나 알려진 사람이라고 들은 것 같아요. 잘난 척이 심해서 동호회에서 제명하자는 말도 나왔는데, 국회의원 아들이라 그냥 두는 분위기였죠.”


그는 기다렸다. 마나가 전해줄 새로운 정보를.


“원래 그 동호회는 자신이 번 돈으로 차를 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거든요. 카레이서들도 많고, 전문직 종사자도 많아요. 정말 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언젠가부터 그런 부류... 자랑하려고 부모지갑 열어서 차 산 사람들이 들어오더라고요. 거의 다 연줄로 들어와서 기존 회원이 데리고 온 회원하고 틀어지고... 그런 분위기인데. 그 분위기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이 그 남자에요. 인기도 없고 나이도 별로 안 먹었는데 랩으로 돈 벌어서 차 샀다더니, SNS에 아버지가 차 사줬다고 자랑해서 딱 걸렸죠.”


기대한 정보는 아니었다. 그는 실망을 감추려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


“그랬군요.”

“네, 그 차도 멋있긴 한데, 어디서 그런 도색을... 제정신인 사람은 전조등에 이상한 거 부착하지 않거든요. 도로교통법 위반이기도 하고.”

“차를... 기억하세요?”

“네, 특이한 도색이라 기억해요. 회원 중에 그런 도색한 사람이 전에 한분 있었는데, 그분은 본래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서 고양이 도색을 했었죠. 고양인지 호랑인지.... 그 분도 눈 모양 스티커를 미등에 달았지 전조등에는 부착하지 않았어요. 그것도 금방 뗐고.”

“본 것 같아요. 아까.”

“초보운전자도 아니고.... 전조등에 눈 그림 떡 붙이고 인증했기에 엄청 욕먹었죠.”

“어... 욕 같은 댓글은 못 본 것 같은데.”

“큭! 그게 웃겨요. 거기 게시물 올리면 자기가 관리할 수 있거든요. 욕이나 그런 댓글도 지울 수 있고. 그 사람이 다 지운 거죠. 그때가 일월쯤일 거예요. 한동안 매일 사진 올리더니 갑자기 뚝 안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별의 별 소문이 단톡방에 돌았어요. 그 남자는 등급이 안 되어서 단톡방에 못 들어오거든요?”


마나는 단톡방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이가 검은 표범 차주와 아는 사이라 그런 소문을 전했고, 차주가 루머를 퍼트린 이들을 소송한다는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회원인지도 모르고 소송거리다가 나중엔 사과문 올리더라고요. 뭐, 국회의원 아들이 세상에 자기 혼자인줄 알았나 봐요.”


“더 있었나 보군요.”


“있죠. 현직 판검사도 있는데. 최근에는 잠잠해요. 잠잠하니까 또 말이 나오는데, 그 차를 아는 사람에게 빌렸다가 돌려줬다는 말이 제일 많아요.”


‘빌린다... 그런 가능성도 있었군.’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사서 가지고 있다가 올려 파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일종의 투자인 셈이죠. 마진 보고 팔지 않았을까 싶어요.”


마나의 생각은 국밥집에서 본 차량의 소유주가 검은 표범 차주가 아니어야 성립된다. 아직 그는 검은 표범 차주가 국밥집에서 본 차량의 소유주와 동일인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해도, 범인과의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 적은 수량이라지만 없는 것이 아닌 차량이다. 사고를 낸 당사자가 사고가 난 골목에 가까운 클럽에 자주 방문한다고 범인이 될 수 없음을 오랜 고찰 끝에 알게 되었다.


‘결국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잖아.’


“또 무슨 생각해요?”

“왜 집돌이가 조용할까. 그 생각했어요.”

“네? 집돌.”


돌아본 그녀는 꼬리를 살랑거리는 집돌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꺄아! 집돌아! 너 왜 언니보고 아무 말도 안했어?”

‘개니까.’

“언니 보고 싶어서 같이 왔어? 어머! 날씨! 집돌이를 차에 혼자 뒀어요?!”

“그래서 빨리 먹고 나오자고....죄송합니다. 깜빡했습니다.”

“깜빡할게 따로 있지. 너 쉬 마렵지? 차! 차 세워요!”

“넵!”


그도 집돌이의 배변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급히 차를 세웠다.


‘운명인가...’


차를 세운 곳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화려한 간판이 보였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그곳은 성업중인 카센터였다.


“저기 가봤어요?”

“아뇨.”

“저도 아직 안 가봤는데, 고기도 구워먹을 수 있데요. 우리, 인나 오면 한번 가 봐요.”

“별로... 고기는 마당에서 구워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저긴 먼지에, 매연에...”

“아, 그런가? 그래도 신날 것 같아요. 세차장인데 디제이도 있고.”

“세차 자주하시나보죠? 한 번도 못 봤는데.”

“전 주로 손세차 맡겨요. 잘 못하고 오픈카라 까다롭거든요. 물 촥촥 뿌리지도 못하고. 날씨는 매일 차 닦죠?”

“쉬는 날에는...예.”

“그래선지 다른 트럭들하고 달리 반짝거려요. 닦을 때 제 차도 같이...”

“그 정도는 해드릴 수 있죠. 전 퐁퐁 쓰는데. 괜찮죠?”

“푸후! 퐁퐁이요? 에이... 아, 그냥 저는 계속 맡기는 곳에 넘길게요.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날씨 고생할까봐.”

“감사합니다. 간단한 물 세차는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세차라... 쉬는 날 같이 해요, 그럼. 제가 비키니 입고 도와드릴게요.”


떠오르려하자 그는 급히 집돌이에게 다가갔다.


“....덜 쌌니? 다 쌌으면 들어가. 어서 가야지. 너 밥도 안 먹고...”


그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겉으론 마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와 집돌이의 눈은 세차장 옆 카센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어? 집돌이 왜 그래?”

“예민해졌나 보네요.”


그도 예민해져 있었다.


‘부가티...’


국밥집에서 본 듯한 차량이 카센터 안,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벤츠가 있었다.


‘차 넘버는 다르군.’


오늘 추적했던 벤츠와는 다른 넘버를 지닌 차였다.


‘설마, 여기가 벤츠 전문 수리소는 아니...’


입간판 옆에 수입차 전문 수리소라는 간판이 있었다.


‘젠장.’


*


-톡 왔어요!


그가 샤워하러 들어갔기에 마나는 별 생각 없이 그의 핸드폰을 보았다. 그곳에는 그가 오늘 밝히지 않은 또 다른 대화상대가 나타나 있었다.


“25시 언제나?”


내용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대의 대화명과 작은 이미지는 보였다. 붉은 입술과 그 위에 둔 손가락 두 개를 마나는 의심스럽게 보았다.


“뭐하는 여자지?”


마나는 남의 물건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 그녀는 그의 핸드폰을 훔쳐볼 생각은 없었다. 비밀번호로 잠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나 쉽게 열렸고, 메시지가 바로 열릴 줄은 몰랐다. 당황했지만 그녀는 그가 들어간 화장실을 한번 본 후 다시 화면을 보았다. 숨겨둔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기다리던 그녀의 표정은 메시지를 본 후 차갑게 굳었다.


[오빠 저에요. 다름이 아니라 약속에 변수가 생겼어요. 컴퓨터가 먹통이라 포맷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오빠와의 중요한 영상이 사라질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해 볼게요. 만약 실패하더라도 내일 모레 10시부터 12시의 약속은 잊지 말아주세요. 언제나 곁에 있는 25시.]


“동영상... 내일 모레...”


-마나씨 나 잠시 나갔다 올게.


그는 매일 어딘가를 가곤 했다. 쉬는 날이 겹쳤을 때도 그는 매일 아침 꼭 외출을 했다 돌아왔다. 마나는 이제야 그가 향한 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내가 해준다니까. 바보.”


모른 척 해줘야 할까. 동영상까지 찍는 상대인데 인나에게 말해야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가 나왔다.


“빨리 씻느라고 씻었는데... 마나씨 조금 있다 들어가세요. 바로 들어가면 찬물만 나오니.”

“...네.”


눈을 피하며 마나가 지나가자 그는 장난을 치려고 어깨를 툭 쳤다.


“왜요?!”

“....아, 미안해요.”


날선 반응에 무안해진 그는 고개를 흔들며 집돌이에게 다가갔다. 허나 집돌이는 마나를 쫓아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밥은 내가 매일 주잖아...”


*


이틀 후 마나는 회사에 출근한다며 집을 나섰다. 그녀의 차는 회사가 아닌 동네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차를 주차한 마나는 트렁크에 실린 접이식 자전거를 꺼냈다.


‘확인해봐야 해.’


그녀는 자신이 그의 사생활을 추적하는 이유를 인나에게서 찾았다. 그렇게 변명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지만, 그가 나오기 전까지 삼거리를 서성거리는 동안 갈등했다. 지나가는 이들은 적었지만 없지는 않았기에 그들을 의식해 아침운동 나온 사람처럼 몸을 틀며 푸는 동작을 할 때마다 왜 이래야 하는 걸까, 자괴감에 휩싸였다.


‘나왔어... 옷이..!’


그런 생각들도 그가 나타나자 사라졌다. 그는 평소와 달리 정장을 입고 있었다. 집돌이를 데리고 나온 것이 특이한 점이었는데, 그녀는 그 행동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꾸몄단 말이지.’


그렇게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 여기며 그녀는 몸을 숨겼다. 그에게 보여준 적 없던 운동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썼던 그녀는 등을 돌리고 벽을 보며 서는 것으로 부끄러움과 그의 시선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했다.


‘마나씨?’


눈에 확 띄는 몸매를 지닌 마나였다. 그는 벽에 붙어 선 여자의 뒷모습이 낯설지 않아 마나를 떠올렸다. 그녀의 집에서 본 기억이 있는 접이식 자전거도 의심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자전거가 분홍색의 차체를 지니고 있어 더 그랬다. 잠시 멈춰 섰던 그는 마나가 여기 있을 시간이 아니라며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집돌이는 아니었다.


“어, 왜 그래. 얌마, 사람들 무서워하게 왜...?”


집돌이는 매우 반가워하며 여인에게 다가섰다.


“이 녀석은 나 빼곤 다 좋아하네.”


한숨을 쉬며 집돌이와 줄다리기를 하던 그의 승리로 집돌이는 마나에게 반가움을 표하지 못했고, 들킬까 겁먹었던 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들킬 뻔했어....! 그래서 집돌이를 데리고 나왔나?’


아는 사람을 만날까 싶어 데려왔다는 의심까지 들었다. 마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추적했다. 그는 집돌이가 자꾸 뒤를 돌아보고 멈춰서기에 짜증이 나려 했다.


“너 왜 그래? 산책하기 싫어? 돌아갈래?”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럴 때마다 집돌이는 다시 산책에 몰두했다.


‘어디 가는 거지?’


무딘 그를 제외한 다른 행인들은 수시로 자판기 뒤에, 골목으로 숨어서 어딘가를 보는 여인을 수상하게 보았다. 대번에 남자를 쫓는 여자라 판단한 이도 있었다.


“스토커여?”


말을 거는 노인도 있었다.


“에? 아닌데요? 저, 운동하다 잠깐 쉬는 건데요?”

“그려? 계속 저기 잘생긴 총각 보기에 난 또 그랬지. 뭣하면 내가 가서 만나주라 말할까? 이쁘게 생겼구만.”

“아니라니까요.”


노인이 쫓아오려 해 마나는 급히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곤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급히 페달을 밟던 그녀는 길이 들어온 곳과 만나지 않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급히 핸드폰을 켠 그녀는 들어온 길과 연결된 골목길을 찾아 달렸다. 경사로가 많아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몰고 겨우 큰길로 나왔을 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씨...”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마나는 쓰지 않으려던 커플 위치확인 프로그램을 켰다. 어제 그 몰래 설치해둔 것이다. 대강의 위치가 나오자 마나는 그곳으로 움직였다. 양심의 가책은 이미 목적을 향하는 열정에 시들어버린 후였다. 그렇게 찾아갔으나 정확한 위치는 알려주지 않는 앱이라 그녀는 주변을 살펴야 했다. 오래지 않아 길가에 앉아 있는 집돌이를 발견했다. 개가 선 곳은 대로변이었다. 그는 보행로에 긴 줄을 선 사람들 속에서 어렵지 않게 그를 찾아냈다.


‘빵?’


설마 빵을 너무 좋아해 사먹기 위해 이 먼 거리를 온 것일까. 집 주변에 빵집이 없나 생각해보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한편으론 안심하면서, 한편으론 자신을 한심스럽게 보았다.


‘애인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럴까.’


일찍 도착해 줄을 선 그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원하던 것을 살 수 있었다. 길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나는 얼마나 맛있기에 샀을까 싶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했고, 단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그녀였다. 마나는 그가 길을 건너올 때 아래쪽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 빵집으로 다가섰다.


“죄송합니다. 다 팔렸습니다.”

“네에?”


한정판매 수량이 소진되자 가판대에 선 직원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한참을 기다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빵집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골라 구입했다. 빵과 케이크를 잔뜩 산 그녀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월차 썼는데... 오늘 뭐하지. 차에서 빵이나 먹다 들어갈까.’


“날씨?”


집과는 다른 방향인 그곳에서 그녀는 그를 발견했다.


‘집으로 가지 않아?’


빵 봉투를 핸들에 건 그녀는 급히 그를 추적했다. 그는 어느새 눈에 익은 삼거리에 서 있었다. 가만히 도로변의 한 곳을 응시하던 그는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마나는 급히 횡단보도를 건너 그가 선 자리에 서 보았다.


‘여긴 왜 봤지?’


물 빠지는 구멍을 한참 보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다시 그가 들어간 골목으로 다가섰다.


‘헙!’


그는 골목 입구를 서성이고 있었다. 들킬까싶어 급히 벽에 몸을 붙인 그녀는 뒤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커피숍 유리벽너머에서 종업원이 화난 표정으로 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입을 열 수 없는 상황이라 그녀는 미안함을 머리와 입모양으로 표시하며 살짝 물러났다. 그러자 종업원이 다시 창을 두드리고 특정 부위를 손짓했다. 그녀가 남긴 손자국이 보였다. 마나는 소매로 얼룩을 지우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만족한 종업원이 멀어질 때, 그녀는 손님들이 웃으며 보는 것을 깨달았다. 부끄럽고 짜증났던 그녀는 다시 골목으로 고개를 내밀다 또 급히 돌아섰다. 손님들의 눈길이 느껴졌지만, 그가 뒤를 지나가는 동안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집돌이! 또 왜 그래? 그래, 아까 본 그 여자분이야. 개 무서워하는 사람 많다니까? 저 봐, 무서워서 저렇게 서 계시잖아. 이리와, 어서. 화낸다? 크허! 너 왜 이리 힘이 좋아. 캔! 캔 줄게. 집에 가자. 착하지.


멀어지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나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집돌이에게 그녀는 미안함을 담뿍 담아 보냈다.


‘뭘 보던 거지?’


그녀는 골목길로 들어가 보았다. 주변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돌아서려던 그녀의 눈이 멀리 닿았을 때, 그녀는 이곳이 어디와 이어졌는지 깨달았다. 그녀도 몇 번 주차를 했던 골목과 이어져 있었다.


‘클럽 뒤구나. 여긴 왜 왔을까.’


골목을 나온 그녀는 아직 의심이 풀리지 않았기에 그를 계속 추적했다. 그는 집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었다. 케이크가 목적이었구나. 어쩌면 내게 주려고? 생각만으로 즐거워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졌다.


‘음? 저긴 왜...?’


그가 편의점 앞을 서성이다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안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같은 제품인데 가격이 월등히 비싸, 마트가 문을 여는 시간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의 예리한 감에 문가로 다가와 문을 열어주던 여직원의 태도가 수상해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이내 싸늘히 식었다.


그녀는 눈에 힘을 주고 편의점으로 다가섰다. 카운터 옆에서 그와 여직원이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케이크를 건네고, 이어 여직원이 그에게 무언가를 주는 모습도 보았다. 편의점 앞 간이테이블에 묶어 둔 집돌이가 옆에 달라붙어 반가워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쓰다듬어 주는 그녀의 눈에선 불이 쏟아질 것 같았다.


‘25시...언제나... 이년이었어.’


더는 참지 못하게 된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어서오세...”


굳은 여직원의 표정을 보고 그녀는 확신했다. 마나는 천천히 마스크를 벗고 모자도 벗어 머리를 흘러내리게 했다. 싸우기 전 자신을 무장하려, 상의의 지퍼도 쪽 내려 자신하는 가슴도 돋보이게 했다. 다리와 허리에도 힘을 주었고, 모델경험을 떠올리며 또박또박 당당히 걸어갔다.


“에...마나씨?”


짝!


뺨을 때리고 마나는 아차 싶었다. 이건 인나가 해야 할 일이잖아. 후회했지만 그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힘주어 때리지 않았고, 살짝 빗맞았던 것보다는 외도 대상이 곁에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날씨. 실망이에요.”

“네?”


억울한 눈빛을 한 그에게서 변명이 나올까봐 그녀는 그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나가 계세요. 나 이 여자와 대화를 해야겠으니.”

“우풉! 무슨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네! 아니에요. 억울해요! 뽀뽀도 안했는데!”


여자의 말은 다분히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멍하니 여직원을 보는 눈을 마나는 애잔하게 본다고 여겼다.


“나가 있으라고 했어요.”


싸늘한 그녀의 말과 태도에 서린 박력에 그는 저도 모르게 나가려했다.


“아...아닌데?”


그는 힘주어 섰다. 그녀와 겁먹어 바들바들 떠는 아르바이트생 사이에.


“마나씨. 내게 도움을 주는 분에게 무례하게 구시는 것은 못 봅니다. 차분히 이야기하게 집에 가요.”

“뭘 더 알아야 하죠? 이미 상황정리 끝났는데.”

“나가요. 저 화 내기 전에.... 난 이 여성분과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그런 오해 받는 것이 불쾌하군요.”


그 말에 아르바이트생이 발끈했다.


“내가 어때서... 나도 꾸미면! 히... 아니에요. 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마나의 눈빛에 기죽어 그녀는 카운터 깊숙이 물러났다.


“케이크도 가져가세요. 안 먹어도 돼요.”

“아뇨, 그건 정당한 대가입니다. 다음에 와서 사과드리겠습니다. 마나씨, 이리와.”


그가 마나의 손을 잡고 나왔다. 그는 쓰러진 자전거와 그 곁에 앉은 집돌이, 집돌이가 끌고 다니는 동안 쓰러진 테이블을 보았다.


“이게....후우.”


그는 화를 참으며 집돌이의 줄을 풀고, 테이블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자전거를 끌고, 집돌이의 목줄은 마나에게 쥐어주었다.


“나 말하고 싶지 않아요.”

“집에 가자고요.”

“싫어요!”

“오해라니까. 내가 부탁한 것이 있어서...”

“내가 해줄 수도 있다고 했잖아!”

“...뭘... 뭘 해준다고...? 편의점 CCTV영상을 마나씨가 어떻게... 혹시 해커세요?”


그는 진심으로 물었다. 마나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아직 모르기에. 그녀는 그의 말에서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씨씨...어?’


“...사람들 보니 아무튼 들어가요.”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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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61 착오 20.06.09 18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4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2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3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19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6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6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1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5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19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3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4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20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4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5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4 6 18쪽
» 동호회 3 20.05.27 26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6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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