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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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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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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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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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용기내어 얻는 것 3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인나는 평소 보이지 않던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떠올린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헤어져요?”

“인나씨...”

“그런 생각들을 가지니까 앞으로 못 나가는 거예요. 제가 싫어요?”

“아뇨.”

“그럼 왜 그래요? 내가 좋다는데.”

“....인나씨가 좋다고 해도, 부모님께서.”

“우리 부모님이 바보 멍청이에요? 싫은데 여기 오겠어요?”

“직접 들은 적은 없잖아요.”

“허! 왜 없어요? 아빠도, 엄마도. 분명 날씨에게 나 잘 부탁한다고 말 했잖아요. 내가 들었는데요?”

“그거야...”

“뭐요? 마나? 마나 일 때문에 내가 흠이 있어서 날씨에게 넘긴 거라고? 이제 남자랑 정상적으로 사귀니까 다시 비슷한 수준을 지닌 남자와 혼인을 위해 선이라도 보라고 할까봐?”


그런 생각을 종종했었기에 인나의 말에 그는 뜨끔했다.


“인나, 너 취했어.”

“오빠... 끼어들지 마세요.”


‘허! 큰일이네.’


인성은 인나가 정말 화가 났음을 깨달았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는 인영을 급히 흔들었다.


“최근 겪은 일들... 그게 다 혼자 겪었다고 생각해요? 저랑 마나, 직간접적으로 그 일들 함께 겪었어요. 그런데 날씨는 애들만 챙기죠? 네, 그게 옳아요. 하지만 우리에겐 조금도 배려를 안 해줬어요. 왜? 서운해요... 너무! 그리고 답답해요. 내가 이렇게까지 매달리는데 왜 자꾸 도망치려고만 해요?”


‘시체가 있어서...’


말해주고 싶어 그는 답답해졌다.


“후우... 인나씨.”

“말해요. 듣고 있으니.”

“저... 자격지심은 없습니다.”


‘어...아니야?’


그 말에 인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지하게 만난 사람도 없기에 경험부족은 있고요. 인나씨 말처럼 최근 생긴 일들... 그 일들로 머리도 복잡하고. 애들 걱정에 잠도 잘 안 오고... 그게 이제 나아졌습니다. 이제부터 인나씨 챙기고, 마나씨도... 그 자리에 마나씨 데려간 것이 미안한데 아직 사과도 못했습니다. 그럴 생각이었어요. 왜 오늘 부모님 초대했는지 잊으셨나요?”


“뭘...잊어요...”


“우리에게 여유가 생겨서잖아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 해결되었으니까. 그 일 해결하는데 저 혼자 했나요? 아니잖아요. 난... 내가 더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한 것입니다. 그게 서운했다면... 미안해요.”


“....그런 사과 받으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다 서운하고. 이제 서른인데... 청혼도 안하고...”


그는 인나의 말에 숨이 막혀왔다. 울어버리는 인나를 보는 눈이 있어 평소처럼 달래지 못해 그는 손을 뻗어 손만 잡고 있었다. 불편한 현재를 벗어나게 해줄 구원자는 인성의 손에 의해 깨어나 있었다.


“인나, 넌 자존심도 없어? 술 먹고 참... 서른 되었다고 세상이 끝났어? 왜 이리 조급해?”


한숨을 쉬며 인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씨. 인나 재울게요. 완전 취해서 눈도 풀렸네요.”

“아... 예. 제가...”

“됐어요. 어릴 때도 자주 업고 다녔어요.”


인나와 인영이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방문이 닫히고 나서야 술잔을 들어 마셨다.


“방금 쫄았지?”

“네? 허....”

“쫄았잖아. 다 알아. 남자니까. 나라면 예전에 도망갔어. 저렇게 무섭게 돌진하는 여자는...으으.”


진저리치는 모습에 그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제가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알아. 그 형편이란 말. 듣기에 따라 기분 나쁘게도 들리지만, 그게 없는 단어는 아니잖아? 인나가 집안만 좋은 것이 아니고, 능력 있는 사회인이고. 동생은 대충 살던 사람이고.”

“...부정은 못하겠네요.”


그의 대답에 인성은 미소 지었다.


“그래, 맞춰가려 노력한다는 말. 그 말 아마 부모님이 듣고 싶어 할 말일거야. 전에 못 느꼈나 본데, 우리 부모님 우리들의 결혼까지 관여하지 않아. 두 분도 양가 반대에도 마음대로 결혼하셨고. 나도 마찬가지야. 부담가지지 말고 나 좋아하는 사람 찾으라고 하셨지. 그래도 전략적 제휴 정도까진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맞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흠, 갈등하시는군요.”

“크으... 알아주는군.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나타나면, 내가 온달이 되건, 신데렐라를 모시게 되건 무슨 상관이겠어? 아직까지 마음에 차는 사람이 없어. 그게 참...”

“그럼 앞서 계획한 것들은 무효입니까?”

“계획...? 아? 크...크흐흐흐. 아, 그래 계획. 음. 해 볼까?”

“원하시면 소개해 드리죠.”

“아는 사람 있어?”

“가끔 사장님 지인들이 가든파티 열면서 사장님을 초청합니다. 그 자리에서 참치 해체하고 조리하고, 그렇게 쇼를 겸한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죠. 상당히 고가인데도 예약이 줄지 않는다는군요. 올해는 이미 예약이 풀로 찼다고 합니다. 그곳에 데려가 드릴 수 있습니다. 제 조수로.”

“멀리서 보기만 하는 거라면...”

“끝나고 사용한 물품 차에 넣고 회사에 옮겨줍니다. 그 동안 저는 자유 시간을 가지고, 사장님과 직원분들은 서비스를 하시죠. 보조로 가시면 그쪽 스탭으로 일할 수도 있고요.”

“....해볼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다양한 사람이라... 그럼 나가시죠?”

“어? 지금? 어디? 클럽?”

“저 클럽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잘 아는 곳이 있습니다. 가시죠.”


어리둥절한 채 인성이 끌려간 곳은 그가 자주 가던 동네 국밥집이었다.


“국밥은 나도 자주 먹는데.”

“저도 어떤 국밥 말하시는지 압니다. 그런 곳과는 다릅니다.”

“아냐, 나도 저렴한 국밥....오천원? 이거 마진이 남아?”


가격표를 보고 놀라는 모습에 그는 역시나 하며 웃었다.


“특으로 드시죠. 이천원 추가입니다... 사장님, 특 두 개 소주 하나 주세요.”


그는 평소처럼 급하게 먹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왔기도 했고, 인성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주변을 보기 때문이었다.


“오...그런 일이.”


가끔 인성은 주변에 앉은 이들의 대화에 저도 모르게 호응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그의 뇌리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잘 꾸민 남자 셋이 어울리지 않는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모습이다.


‘물이 안쪽에 앉아 있었고, 둘은...’


그는 앉은 위치를 떠올려보며 두 사람이 나중에 온 것이고, 그 이유가 만세형을 자신의 집에 던지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떠오른 기억이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음을 알기에 그는 단정 짓지는 않았다. 그는 당시에 세 사람을 눈여겨보지 않았고, 주변에 호기심을 보이는 인성과 달리 모든 것에 무관심한 편이었다. 세 사람을 눈여겨 본 것도 차를 본 이후라 기억한다. 차의 주인이 누군가 싶어 보다 발견한 것이었다. 기억의 혼동으로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이 차와 무관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며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생각만으로는 사건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었다. 알기 위해선 직접 찾아보아야 한다. 우수관에서 찾은 눈처럼, 특정한 단서를 잡아야 했다. 알지만 평범하게 살아온 그에게 그런 행위는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카센터를 찾아갈 생각만하고 아직 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슨 생각해?”

“아...”


주변에 관심이 멀어진 인성의 질문에 그는 제자리로 돌아와 인성을 보았다.


“형님은 어색하지 않군요.”

“응?”

“쉽게 동화가 됩니다. 사람냄새가 풀풀 납니다. 인나씨처럼.”

“아아... 그런 말 자주 들어. 뭔가 다르다고. 그런 말 들으면 솔직히 우스워.”

“왜요?”

“그렇잖아. 난 가만히 있는데 벌써 내 모습을 완성한 채로 평가하는 거니까.”

“선입견...?”

“그래, 선입견. 뭐, 나도 그런 선입견은 많이 가지고 있지. 동생 처음 봤을 때도 그랬고.”

“어땠습니까.”


그날을 떠올리며 물은 후 그는 긴장했다.


“놀랬지. 밤중에 갑자기 쳐들어왔으니.”

“예...”

“그리고 웃겼어.”

“제가요?”

“어. 엄청 긴장한 채로 앉아 있는데... 표정이 아주... 뭐, 금방 할 말 다하긴 해서 그것도 놀랐지.”

“그랬군요.”

“음, 난 나쁘지 않았어. 처음에는 그래, 인나가 좋아서가 아니라... 선입견을 가지고 봤지. 그런데 알고 보니 인나가 밀어붙여서 끌고 왔으니, 큭! 엄마도 처음엔 나랑 같은 생각하다가 듣고 보니 아니라서 표정 변하셨잖아?”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더 마셔?”

“아뇨. 저 내일 일 나가야 해서... 입가심하러 가시죠.”

“어디로?”

“잘 아는 곳 있습니다. 모시죠.”


편의점으로 안내한 그를 보며 인성은 가볍게 웃었다.


“누구?”

“애인의 오빠.”

“아, 안녕하세요. 엄청 미남이시다. 흉터가 살짝 아쉽지만.”

“남친 생겼다면서요?”

“남친 있다고 사람 얼굴도 못 봐요? 제 눈엔 그런 기능 없어요.”


물건을 사고 나와 테이블에 앉자 궁금했는지 인성이 잘 아는 사이인지 물었다.


“도움을 몇 번 받고, 오해도 받고... 긴 이야기입니다.”

“의외네? 인나 이외에는 눈도 돌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건 사실이지만, 마음의 눈만 돌리지 않고 이 눈으로는 보고 있습니다. 저분이 말했듯 저도 눈에 그런 기능 없습니다. 그리고... 맞춰 가며 살아야 편해지는 것을 알기에...”

“어장관리를 한다는 말이네?”

“푸하!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냥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인나씨 성질 있습니다.”

“어어... 당해봤어?”

“음. 인나씨는 그 자리에서 화를 내는 편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푸는 편이죠. 아! 마나씨와는 일이 있었네요.”


그는 마나에게 따귀를 맞은 이야기를 가벼운 톤으로 말해주었다.


“마나가? 푸하하! 따귀 맞았어?”

“예. 그리 아프게 때리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아프더군요. 날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에.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었기도 하죠. 저 아르바이트하는 분이 오해할만한 뉘앙스로 메시지도 보내셨고.”


그때 아르바이트생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안주도 없이 마셔요? 자요.”


조리된 인스턴트 떡볶이를 가져온 여인은 다른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오! 제대로 만들었군요.”


뚜껑을 연 그가 감탄하자 인성이 안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달라?”

“이 떡볶이의 기본은 이 떡과 양념뿐입니다. 거기에 다른 제품들을 넣어서 푸짐하고 그럴듯하게 만든 것이죠. 이 쫄면은 간편 요리 찌개류에 붙어 나오는 것인데, 넣지 않고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알바생들이 챙겨두었다가 다른 간편 요리에 넣고 함께 먹는 것이죠. 이 계란은 맥반석구이고, 넣으면 이보다 좋은 조합도 없죠. 거기에 치즈도 넣고... 드시죠.”

“음, 재미있는 조합이네. 전혀 다른 회사의 제품들이 이곳에서 하나로 만난 것이군... 컵에 먹어?”

“예, 일회용 컵이 접시 대용이죠.”

“음... 어, 맛 괜찮네?”

“그렇죠?”

“맥주만 먹기 심심했는데 딱 좋아.”

“위생 걱정은 안하시는군요. 인나씨는 식당이 불결해보이면 안 들어가던데, 형님은 전혀 그런 것도 없고.”

“움? 음. 난 인도에도... 여행을 갔었고. 위생 생각하면 그런 곳 못 다니지. 등산도 좋아해서 혼자 야영도 자주했었는데... 나이 들었는지 요즘은 귀찮은 것은 피하는 편이야. 음, 배불렀는데 계속 먹게 되네. 이 제품 괜찮은데?”


한 컵 가득 퍼서 먹다 인성이 젓가락을 놓으며 물었다.


“이런 것도 챙겨주는 사이면 보통이 아닌데?”

“큭! 의심하십니까?”

“뭐... 보니까 안 꾸며서 그렇지 꾸미면 꽤나... 인상도 좋고. 슬리퍼 신어서 그렇지 키도 작은 편이 아니고. 옷으로 가려져 있지만, 몸의 비율도 좋아.”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답니다. 아쉽게도 남자친구가 최근에 생겼답니다. 제가 뺨 맞은 날.”

“....아, 상상하니 또 웃기네.”


맥주를 입에 넣고 계란을 잘라 씹다 인성이 또 물었다.


“차에 관심 있어?”

“네?”

“차 뭐 보려고 CCTV까지 부탁했다가 뺨 맞았다며? 나 카레이서 했었는데... 들었지?”

“예. 궁금한 것은 다 풀렸습니다.”

“그래? 뭐가 궁금해서...”

“으음... 부가티를 전에 이곳에서 봤거든요.”

“이 동네에?”


인성이 놀라는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자신이 갖고 있던 선입견으로 보았다.


“부가티가... 그게 왜 궁금했는데?”

“보면 아시잖아요. 어울리지 않아서. 뭐하는 사람들인가... 제가 술 먹어서 잘못 봤나. 뭐 그런 단순한 호기심으로...”

“내 차 타 볼래?”

“예?”


왜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할까 싶다 그는 인성이 오해한 것이라 여겼다.


“아... 아뇨. 저 그렇게까지 관심 있는 것은 아니고요. 으음... 사실은 그 차가 나타난 시점이 인나씨가 만난 시점과 비슷한 때라서... 혹시 했습니다.”


그는 더는 둘러댈 수 없어 마나에게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동호회에... 검은 표범 부가티?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랩퍼... 아아, 누군지 알겠다. 아는데 그 차가 부가티....? 흠.... 이 동네 살았나?”

“그런 것 같더군요. 전에 마나씨 데리러 갔을 때, 클럽에서 쫓아 나온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더....”

“음, 그랬군. 질투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야?”

“제가요? 모르셔서 그렇죠. 저 인나씨 쳐다보는 남자들에게 눈에 힘주고 봐줍니다.”


순간 떠오른 상상에 인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으음... 인나가 예쁜가? 어릴 때는 귀엽기는 했는데... 난 잘 모르겠어. 인나보다는 인영이가 더 예쁘지 않나?”

“그 말 인나씨에게 그대로 해도 된다면 답변 드리죠.”

“....강해. 큭! 마시자. 들어가서 자야지? 내일 일한다면서.”


술이 늦게 올라오는 편인 인성은 집으로 가던 도중에 취기를 느껴 비틀거렸다.


“어우... 이것저것 섞어서 그런가.”

“부축해드리죠.”

“그 정도는 아냐. 크... 오르막이 이렇게 힘드네. 운동하는데도... 어? 왜 그리로 가?”

“전 저쪽에서 잡니다. 출근하는 날은.... 그럼 들어가십시오.”


돌아서는 그의 팔목을 인성이 급히 잡았다.


“나 키 없어.”

“아... 죄송합니다. 제가 열어드리죠.”

“아냐. 그래! 나 데리고 가, 내일. 경험해보게.”

“제 일이요? 힘드실 텐데.”

“구경만 하는데 힘들겠어?”

“원하시면... 그럼 주무시고 내일...”

“아냐, 같이 자자. 방 많잖아.”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인성이 그의 차에 관심을 주기 전까지는.


“마이티인가?”

“아시네요?”

“앞에 써 있잖아. 나 미국에서 태어났어. 영어 잘 읽어.”

“아...”


민망해하자 인성이 웃었다.


“난 차라면 다 관심이 있어서... 이스즈 엘프도 새로 나왔던데?”

“그건 미러 폭이 커서 위험해 보이더라고요. 잠시 타봤는데 시야각이나 폭 감각도 다르고.”

“으음... 아무래도 그렇겠지. 응? 저 전기선은 뭐야?”


‘크아! 예상했어야 했는데.’


차에 관심이 많은 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은 자신을 원망하며 그는 대문을 열었다.


“피곤하실 텐데 들어가시죠.”

“어, 그러지. 어? 뭐 돌아가는데? 소리 나. 뭘 돌리는 건가?”

“아... 화물... 실내온도 조율해야하는 곳이 있어서...”

“그래? 어, 나 구경.”


말릴 사이도 없이 인성이 움직였다. 뒤로 돌아간 인성은 익숙하게 뒷문을 열고, 위로 올라섰다.


“서늘하긴 하지만, 별로 안 춥네. 어라? 저건 뭐야?”


공구함에 연결된 관을 발견한 인성이 그곳으로 다가설 때, 그도 화물칸에 올라섰다.


“공구함입니다. 특송화물 배송할 때 쓰는 작은 냉동고로 쓰고 있고... 졸리면 그 안에 들어가서 자기도 합니다.”


자꾸 쓸데없는 정보를 주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어 하며 그는 인성에게 다가섰다.


“잠겼네? 보고 싶은데... 열면 안 되나? 뭐 들어 있어? 냉기 이리로 들어가는 거지?”


공구함 앞에 앉은 인성의 뒤에 그가 서 있었다. 핏발선 눈은 무심히 인성의 머리로 향해 있었다. 그가 대답이 없자 인성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가 손을 뻗었다. 인성은 그가 뻗은 손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머리에 이게 붙어 있네요.”

“뭐지?”


받아보며 일어난 인성이 곧 크게 웃었다.


“이쑤시개잖아?”

“아까 식당에서 쓰셨잖아요.”


그도 크게 웃었다. 웃으며 그는 인성의 손을 잡고 열린 문으로 향했다.


“하하하! 어쩌다 그걸.”

“몰라. 푸하하! 진짜 웃기네.”


뒷문을 닫고 그는 핸드폰 불빛으로 계단을 비춰주었다.


“듣긴 했지만, 푹 들어갔네? 신기한 기분이야. 길 아래의 집이라니.”

“위험하니 조심히 내려가세요.”

“음.”


방에 들어선 후 인성은 샤워를 하고 싶다 말했다. 그는 수건을 준비해 그를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아...”


화장실을 본 인성이 멈춰서 있자 그가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나 군대도 다녀왔어. 현역으로... 미군부대지만.”

“그럼 찬물은 견디시겠군요.”

“...안 나와?”


걱정하는 인성을 보며 그는 웃었다.


“온수 켤 테니 저기 있는 큰 물통에 받아서 쓰세요. 온도조절이 잘 안되더군요.”

“다행이다...”

“미끄러우니 조심하시고요.”

“오, 쉣!”


마침 미끄러져 인성은 그의 부축을 받았다.


“위험하네.”

“타일이 문제인지...”

“고쳐야지.”

“돈 모아서 새로 지을 생각이라 그냥 쓰는 중입니다.”

“그래도... 그 전에 누가 다치기라도 할까 무섭다. 미끄럼 방지 욕실화라도 사.”

“그런 게 있나요?”

“있지 않을까?”


인성은 의외로 잠자리에 대한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다만 그와 함께 자지 않고 따로 자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나 살면서 남자와 같이 자본 적 없는데. 아버지 빼곤.”

“그거 위험한 발언인거 아시죠?”

“동생은 내 로망을 몰라. 남자끼리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잠드는 그런...”

“저 누우면 바로 잠드는 편이라...”

“그래... 아쉽군. 잘 자. 아, 내일 나 깨워야 해? 안 깨우면 원망한다.”

“예. 다섯시 기상입니다.”

“허... 빨리 자야겠네. 머리 말려야 하는데. 뭐 없어?”

“전, 주로 선풍기로 말립니다. 드라이어는 인나씨랑 마나씨, 준서가 가지고 있는데... 저는 없습니다.”

“음, 알았어.”


인성은 그가 방에 들어간 후 조금 뒤 다시 나왔다. 인성은 툇마루에 나와 앉아 하늘을 가만히 보았다.


“운치는 있네.”


인성은 우물 속에 놓인 집을 떠올렸다. 그런 생각을 해선지, 이 집에 오래 살면 세상일에는 무지해지겠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거지는 거지로 봅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나도 부모님처럼 사랑하고 싶은데.”


*


도시의 적막함은 시골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것과 사뭇 다르다. 인성은 여행지에서 느끼던 감성과 다른 느낌에 매료되어 머리카락이 마른 후에도 오랜 시간 밤을 즐겼다.


“으으...”


덕분에 그가 깨웠을 땐, 신체의 강렬한 반발을 맞이했다.


“쉬실래요?”

“아니... 갈 거야. 커피... 커피 한잔 만.”


오기로 일어난 인성은 커피가 고팠다. 허나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던 그였고, 아침도 집에선 먹지 않는 편이다. 대접할 것이 없어 곤란해 하며 냉장고를 연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준서야...”


언제 채워놓았을까.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준서가 만든 샌드위치를 꺼내 두고, 한가득 담긴 커피주전자를 꺼냈다. 화구에 올리자 오래지 않아 진한 커피향이 집안 곳곳으로 퍼졌다. 비몽사몽하던 인성도 냄새에 이끌려 흐느적거리며 나와 식탁에 앉았다.


“커피...”

“조금 더 데울게요.”

“물도.”


한 컵 가득 물을 마시자 그가 커피를 부어 잔을 다시 채웠다.


“커피... 즐기나...?”

“저요? 아아... 이거 준서가 가져다 둔 것 같아요.”

“저 뿌듯한 표정..... 진심으로 부럽다. 아... 나도 그런 동생 있었으면.”

“준서 제 동생입니다.”


정색하는 그를 보고 인성은 웃었다.


“신기하게... 형님이 저랑 같이 자는 걸 알았나 봐요? 저... 커피 잘 안 마시는 편인데...”

“먹고 말해. 자랑은 그만하고. 배 아파.”

“흐흐.”

“농담이 아니라 진짜 배 아파. 화장실.”


개운해진 채 나온 인성이 남은 식사를 마저 할 때 그는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 옷 자주 입네?”

“아... 작업복이죠.”


준서와 마나, 인나까지 합세해 그에게 옷을 사 입게 했지만 그는 그 옷들이 아까워 아껴 입는다. 일하다보면 지워지지 않는 때가 묻을 경우가 많아 그는 지금도 전에 입던 운동복을 입고 다닌다. 다만 신발은 공기가 잘 통하는 새로 산 트래킹화를 신는다.


“형님도 갈아입으시죠?”

“나도?”

“예, 아무리 깨끗하게 하고 다녀도 배송하다보면 옷이 더러워져요.”

“음... 그럴까.”


그가 준 옷은 새로 산 기능성의류다. 입고 나서야 차이점을 깨닫고 인성이 묻자 그는 자신은 어색해서 잘 안 입는다고 말했다.


“뭐가 어색해?”

“...달라붙어서요.”

“아아... 하긴 나도 처음엔 조금 그렇더라.”


구두를 신고 온 인성은 그가 준 신발로 갈아 신었다. 그가 아직 신지 않고 보관중이던 새신이다.


“난 어디 등산가는 사람 같지 않아?”

“형님들 그렇게 많이 입고 다니셔서 티 안나요.”

“형님들?”

“다른 기사님들이요.”

“오...”

“가시죠. 가다 끼니 해결 할 음식 좀 사고...”


인성은 그의 일을 거의 지켜만 보았다. 그럼에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인식할 수 있었다.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차를 움직이며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땀에 젖은 채 다음 장소로 쉼 없이 이동하면서도 그는 즐겁게 웃었다.


“일이 좋아?”

“즐거운지 물으신다면... 예, 나쁘지 않네요.”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난 벌써 지쳤는데.”

“마지막집 남았으니 조금만 참으세요.”

“못 참을 정도는 아니야. 다만 난 누가 운전한 차를 잘 못타. 불안해서.”

“저런.... 제 운전 솜씨 별로죠.”

“아니, 상황판단도 빠르고 군더더기도 없어. 운전습관은 좋아. 그냥 내가 그런 거야. 위치나 시야각. 내가 잘 모르는 상태니까.”

“으음. 그렇겠군요. 아, 저기 마지막 집에서 식사하실래요?”

“괜찮아? 집에서 기다리지 않나?”

“일하는 날은 늦게 들어가는 거 알아서 먼저 먹어요. 저도 저 기다리는 게 싫어서 보통 먹고 가고요. 일찍 끝날 것 같으면 미리 연락해서 같이 먹고.”

“애들이... 마나랑 인나 있어서 괜찮으려나?”

“낮에는 마나씨 친구 분이 와서 애들 공부도 가르쳐주고 심리치료도 해주시고 계세요.”

“그랬군.”


부천에 위치한 마지막 배송지는 그가 도착할 때 즈음이면 마감준비를 하는 편이다. 오늘은 조금 늦게까지 남은 손님들이 있어 그는 편한 마음으로 식사할 수 있었다.


“누님. 저희 맛있는 거 해주세요.”

“동생 왔어? 응, 잠시만... 누구?”


여인과 인성이 첫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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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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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61 착오 20.06.09 18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4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2 4 22쪽
»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3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19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6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6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1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5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19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3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4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20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4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5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4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5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6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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